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

$9.28
저자

조선남

저자:조선남

1966년대구에서났다.1989년전태일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고대구경북작가회의회원,‘해방글터’동인이다.시집으로『희망수첩』『눈물도때로는희망』이있으며,마을에서목수일을하며살아가고있다.

목차

시인의말4

1부길

옛길을걸으며·12
일하는하느님·19
하루를섬기듯삽니다·20
가야할길·22
이젠돌아가야겠다마을로·24
첫눈의기억·26
길을묻는딸에게·28
사람의길―을묘천서·30
사람을섬긴다는것은·33
비장하지않게슬프지않게·36
사람이보입니다·38
붉은사랑·40
고성산진혼제·42
길위에서길을찾습니다·48
목비하나세워둡니다·50
초겨울새벽을걷습니다·54
겨울의끝·56

2부겨울숲에는그리움이있다

겨울숲에는그리움이있다·60
꽃처럼어여쁜·62
겨울그아픈사랑·64
나무할아버지·66
나무의숨결·68
나무의시간·70
바람나무풀잎·72
겨울나무로우는바람의소리·74
결·76
겨울사랑·78
상처에도꽃은피었네·80
초식악어·81
몸이머무는곳·82
밥·84
나무와풀잎은가르치지않는다·86
만수국아재비·88
잡초꽃·90

3부집

반디장터·94
골목길막다른집·96
달팽이집·98
그리하여고독은·100
외딴집·102
오래된집·104
유리방·105
지원이의방·106
마을목수·108

4부전태일

옛집골목길·112
통일맞이봄꽃으로피어나는―한기명어머님영전에올립니다·114
원근법·124
전태일의길·126
어머니이제집으로돌아가요·129
판잣집의흔적·132
아들의몸으로살아낸어머니의세월·134
하청노동자전태일·136
그대행복한가·138
한여인이울고있다·140
피다,꽃이다·142
울타리밖에서바라보는거리의이편과저편·143
열다섯살의꿈·146
나는아버지처럼할수없었습니다·148
이별을위한서시·150

발문

길을걷는마을목수(정지창)·153

출판사 서평

수운의옛길을따라걸으며
수운의고뇌와
수운의번뇌와
하늘을섬기듯사람을섬겼던
그깊은생각을오늘을살고있는
우리가그길을따라걸으며
생각하는시간이될것입니다
_「옛길을걸으며」부분

이작품은조선남시인이“경주용담정에서남원은적암까지”수운최제우의발자취를따라직접걸은경험으로씌어졌다.특징적인것은시인“혼자가아니라여럿이”걸은길이라는점이며,또시제가과거완료형이아니라현재진행형이라는사실이다.이것은시를길위에서썼다는말과진배없다.이작품에서조선남시인은동학의정신을되새기면서지금-여기의현실을바라보고있는데,그래서동학은지나간역사적과거가아니라‘현재’로서되살아난다.“오늘우리가섬겨야하는하늘이여기있으니/사람이하늘이고하늘에는/권력도/재물도/학력도/(…)/인간을갈라치고멸시하고차별하는것이없는/새로운세상후천개벽”에서드러나듯이조선남은자본주의의모순을‘후천개벽’사상으로극복할수있다고본다.
1부에집중배치된동학에대한시를눈여겨봐야하는이유는한가지더있다.수운의동학사상이존재하는모든것들을‘하느님’으로보듯이조선남도이사상을받아들여일하는사람들,「옛길을걸으며」에서말한“정규직도비정규직도/이주노동자도임시일용직도”‘하느님’으로보고있다.즉일하는사람들이하느님인것이며그실례로해월최시형의삶을소개하기도한다.「일하는하느님」에서“40년간관군에쫓기는몸에도/가장먼저해월은땅을갈고씨를뿌렸다”고하거니와이는해월의삶의단면을보여주는것이기도하지만궁극적으로노동자가하느님이라는시인의인식을보여주는것이기도하다.노동의형태가다를지라도모든노동자가하느님인셈이니,현실에서노동자가하느님이라는생각과마음이퍼지면착취도멸시도있을수없는것이다.조선남의시는이것을곡진하게형상화하고있다.

집이곧길이고길이곧집!

조선남시인은동학에대한집중과더불어전태일의삶에도남다른관심을가지고있다.시에서나타나는대로읽자면,시인은지금“열여섯전태일의꿈을/호미로땅을걷어내며/시간의흔적을”(「판잣집의흔적」)찾고있는중이다.

표피흙을걷어내고,또살짝걷어내어
좁은골목길오래전에지어졌던
옛집행랑채
목구조벽체에함석지붕
건축물대장에표시된12.5㎡
겨우4평남짓의판잣집
전태일이살았던옛집
_「판잣집의흔적」부분

조선남시인이전태일이살았던“판잣집의흔적”을찾는것은시인이‘전태일의길’에들어서기위함이다.그러면‘전태일의길’은무엇인가?그것은“고단한발걸음속에서내일을걷는”「옛집골목길」)것인데그것은「옛길을걸으며」에서제시된수운최제우의길과겹친다.혹은다음과같은구절과도이어진다.

버려지고외면하고지나쳐버린과거가아니라
아직오지않은오래된우리의미래를
옛집골목길에서만난다
_「옛길을걸으며」부분

조선남시인이찾는길은동학의길이든전태일의길이든‘옛길’이라는특징이있다.‘옛길’이라고해서낡은길이거나상투적인길은당연히아니다.어쩌면조선남시인은소외된이웃의삶을통해‘새길’이나‘반짝이는길’에서벗어났는지도모른다.시인이‘마을목수’의삶을통해만나는이웃은그래서그의또다른스승이다.예를들면,「외딴집」에서“혼자사는할머니는/혼자가아니다/새와강아지와고양이가주인으로살고/할머니는더부살이처럼산다”는진술도시인이새로만난이웃의모습이다.또「달팽이집」의다음과같은구절은어떤가.

달팽이집에는달팽이가살지않아요
수도꼭지가고장나도
문고리가걸려문이닫히지않아도
아픈몸으로힘들게그냥살아요
누가보살펴주지않으면아무것도할수없어요
_「달팽이집」부분

조선남시인이이번시집에서궁극적으로보여주고있는것은,‘집’과‘길이이어진다는느낌을넘어집이곧길이고,길이곧집인것이다.집과길을통째로느껴야조선남시의근원에다갈갈수있을것이다.

시인의말

내가쓴시는

두렵고,또미안한일입니다.
누가보기나한데?
괜히여러사람민폐끼치는것은아닌지
책을내지말까?
잠시망설여지기도합니다.

좀예쁜시어들이있어
캘리그라피에인용될문장도아니고
읽다보면괜히부담되고
읽다보면사는것이그렇지뭐,
잊어버리고싶은일상과
감추고싶은부끄러움뿐인데.

그런것들을시라고쓰고있으니
누가읽고싶겠어.
괜히아내에게미안하고
출판사에미안하고
안면봐서시집한권사야하는지인들에게미안한
그런시시콜콜한일상들.
그런시어빠진김치같은민주주의.
사람사는것이,뭐다그렇지,별수없는것을
그런것을책으로까지내야하겠어?

내가쓴시는,
나를위축되게만드는그런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