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프러블럼 인디아 : 시인 김영언의 인도 기행

노 프러블럼 인디아 : 시인 김영언의 인도 기행

$23.00
Description
김영언 시인의 인도 기행문 『노 프러블럼 인디아』는 시인의 감수성과 통찰이 빚어낸 책이다. 인도인의 문화와 삶을 섬세하게 읽어 내는 안목도 안목이지만, 인도에서 만난 유적을 시인의 감수성으로 표현해낸 것 역시 인도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과는 거리를 둔다. 저자는 인도 여행 중에 만난 인도인과 서슴없이 부대끼고, 흥정하고, 또 싸우고 웃는다. 그러면서 차츰 인도인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도리어 인도인을 거울삼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관찰과 묘사, 그리고 낯선 삶과 문화에 대한 사유가 담긴 전통적인 기행문 또는 여행기 대신 눈과 귀의 쾌락에 충실한 유튜브가 휩쓸고 있는 추세와 달리 김영언 시인의 『노 프러블럼 인디아 : 시인 김영언의 인도 기행』은 분명 묵직한 경험과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저자

김영언

저자:김영언
시인.『황해문화』등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계간문예『다층』신인상을수상했다.평소미지의땅을떠도는것을좋아해서주로인도를비롯하여티베트와네팔,몽골,북아프리카등지를돌아다녔다.
그동안펴낸책으로는『아무도주워가지않는세월』,『집없는시대의자화상』,『나이테의무게』등의시집이있다.현재인천작가회의지회장으로활동하며,시와여행기등을쓰고있다.

목차

책을내며4

과거와현재가공존하는역사의교차점뭄바이11
천년석굴의성지엘로라와고성의검은노을다울라따바드47
데칸고원에피어난미완의연화세계아잔타79
속(俗)도성(聖)스러운오르차와성(性)도성(聖)스러운카주라호103
영혼의연기하늘로피어오르는바라나시135
사랑과야망의격전장,고도(古都)아그라167
성벽(城壁)도시의낭만과아름다움파테푸리시크리와자이푸르209
호반(湖畔)도시의두풍경우다이푸르와마운트아부247
메마른골짜기에피어난백색연꽃라낙푸르281
거대한성채가떠있는푸른도시의풍경조드푸르297
낙타의눈물이사막의석양에젖는골든시티자이살메르327
보리수고목그늘아래무념(無念)의한나절보드가야361
인도의모든곳델리393

출판사 서평

인도전통악기인사랑기(Sarangi)처럼생긴그것의가격이얼마인지물어보자소년은잠시머뭇거리더니,이악기를사고싶으냐고되물었다.상황은애매했지만,호기심이발동하여엉겁결에그렇다고했다.그러자다시돌아온대답은참말로황당하고도절묘했다.내삶을사야해요,내평생을요.빙글빙글웃으면서그가던진말은아마도그런의미였을것이다.그러니까그악기의가격은그가평생연주하면서벌어들일수입이되는셈이다.참으로간단하고도명료한그의셈법에그저탄복을금할길이없었다.결국,너무쉽게자신의생존권을매수하려고하는이철없는이방인에게정중하고도단호하게거부의뜻을밝힌것이다.
아직어린나이임에도불구하고이미세상한복판으로뛰어들어냉혹한생존법칙을익혀가고있는그를단지연민과동정어린시선으로만바라보던나는무방비상태에서일격을당한것처럼민망한표정으로물러날수밖에없었다.그토록영악한그를,아니인도라는대륙을너무만만하게본대가를톡톡히치른셈이다.(본문중에서)

인도인의삶과인도의역사속으로

김영언시인의인도기행문『노프러블럼인디아』는시인의감수성과통찰이빚어낸책이다.인도인의문화와삶을섬세하게읽어내는안목도안목이지만,인도에서만난유적을시인의감수성으로표현해낸것역시인도를콘텐츠로소비하는경향과는거리를둔다.저자는인도여행중에만난인도인과서슴없이부대끼고,흥정하고,또싸우고웃는다.그러면서차츰인도인의삶을이해하게되고,도리어인도인을거울삼아우리의삶을되돌아보는미덕을유감없이발휘한다.다음과같은구절을보자.

그러나잠시후나는이세상에는합법을뛰어넘는더큰법같은무언가가존재한다는놀라운사실을알게되었다.합법만이합법이아니며,비합법이라고반드시비합법이아니라는,지극히인도다운관습의논리라고나할까.쫓겨나던인도인들이남기고간분노에찬눈빛이자꾸만마음속에따갑게들어와박혀무언의외침으로우리를일깨우고있었다.비합법적인것이몰지각한것이아니라비인간적인것이몰지각한것이라는것을.(50면)

이진술은기차안에서벌어진소동을배경으로하는데,소비자권리에길든한국인들의‘합법정신’에대한성찰이다.저자는한국의여행자들이인도여행은저렴한여행이라는편견에젖어서유럽여행과는달리고자세임을지적하는것을잊지않는다.물론저자의이런인식은전체내용중에일부분이지만,여행이결국자기에게로가는여정이라는고전적인통찰을감안할때숙연한태도라고부를수있을것이다.
또한가지는,유적지에서만난유물들에대한깊은역사적이해다.문화재를미적감상의대상으로삼지않고어째서이렇게존재하는지그역사적과정을묻는점은이책이단순한기행문이아니라일종을인문지리지라고부르게한다.그예로두군데만들어보자.

그러고보면,공교롭게도유럽인들의인도침탈상징인‘게이트웨이오브인디아’의바로옆에서마치그를제압하고있는듯한위용으로당당하게서있는이건물은단순한건축물이아니다.부도덕한외세자본의횡포에당당히맞선민족자본의저항의식의상징이자,나아가서는유구한역사를영위해온인도대륙인들의자존심선언이었던것이다.(24면)

세계사에길이남게된이초호화무덤궁전은페르시아출신의우스타드이사를비롯한인도,중앙아시아등지에서온건축가들이설계하였다.그리고‘마할의왕관’이라는의미를지닌타지마할은무려22년이라는긴세월동안2만여명의인부와1000여마리의코끼리를동원하고,4,000만루피(현재미화1달러는약40루피)라는천문학적인비용을쏟아부었다고한다.(188면)

흥미로운것은저자가인도의대표적인문화재를만나러가는과정이다.이과정은결국인도인의생활,습관,문화,태도와만나는장면인데,처음에는인도인들이이방인을대하는모습에어리둥절하고기가막히지만어느새인도인의손을들어주고있는자신을발견한다.인도인은언제나어디서나‘노브러블럼’이라고외치는데,이게인도인특유의낙천성인지아니면자본주의문화에찌들지않아서인지그것은확실치않아보인다.하지만,도대체무슨문제라도?이렇게묻는인도인들에게동화되는저자의모습은의도치않게유머러스한장면을만들어내며인도여행경험이없는독자들에게는인도의복판에서있는현장감과생동감을선사한다.저자는인도인들이습관적으로내뱉는‘노프러블럼’이어떤뉘앙스인지이해한다면인도여행은성공한것이라고까지말한다.

인도는결코가난하지않다

인도인의삶과인도의역사속으로들어가서만난인도의위대한문화재에대한저자의미적감수성은사실이책의가장큰장점이다.저자가직접찍은사진또한‘수준급’인데,사진과어울리는저자의섬세한감상기는유튜브류의인도여행담과는차원을달리한다.이는시인의감수성이없으면도달할수없는것이다.

저것이돌[石]인가육[肉]인가?대부분의관광객들은아잔타석굴의최고걸작으로꼽히는연화수보살빠드마빠니와흑인공주벽화가있는1번석굴에서부터인도최대의아름다운열반상이있는26번석굴에이르기까지경탄에경탄을연발하며입을다물지못한다.그오랜세월의흐름이믿어지지않으리만치다양하면서도섬세하고살아움직이는듯생동감넘치는,천장과벽면과기둥을장식하고있는조각들과채색벽화들은말그대로신성한아름다움과엄숙함의극치를자아낸다.(92면)

타지마할은동쪽,서쪽,남쪽에있는1차출입문중의한곳을통과한뒤,다시뜰의남쪽에우뚝서있는거대한붉은색사암정문에들어서야만비로소그모습을볼수있다.이정문의천장아치주변에는흰대리석바탕에아름다운꽃무늬가아로새겨져있고,다시그둘레에는사각형띠형태의흰대리석에아랍어로코란의경구가새겨져있다.대략‘오,안식하는영혼이여.너의주님곁으로돌아가하느님으로기뻐하고,하느님을기쁘게하라.내가선택한종들속으로들어와나의낙원으로들라’정도의의미라한다.(184~185면)

앞부분은아잔타석굴에그려진1번석굴벽화‘연꽃을든보살’에대한것이고,뒷부분은이타지마할에대한저자의설명이다.물론저자의친절한사진이본문과나란히배치되어있어서독자의감각과느낌을생생하게도와준다.이감상의앞과뒤에는그역사적연원을밝혀서인문학적인가이드를받는실감을준다.즉이책은인도인의삶과인도의역사가바탕이된예술작품의감상문인것이다.
이런과정을통해독자는드디어저자가도달한인도에대한편견없는이해와동감을얻게된다.여행은동정이나찬양을위해떠나는것이아니라는듯,자본주의적합리성과소비자권리에찌든우리의모습을되비쳐주는인도여행은지금우리가여기에서사는모습을돌아보게한다.그래서책의말미에,저자가인도여행을마치고돌아오는길에남긴“인도는가난하지않았으며,결코가난하지않을것이다”라는문장은인도에대한피상적인견해를여지없이깨뜨린다.이는인도와인도인에대한존중이자그것을발견한여행의보람이기도하다.
관찰과묘사,그리고낯선삶과문화에대한사유가담긴전통적인기행문또는여행기대신눈과귀의쾌락에충실한유튜브가휩쓸고있는추세와달리김영언시인의『노프러블럼인디아―시인김영언의인도기행』은분명묵직한경험과생각거리를던져준다.
자이살메르선셋포인트에서연을날리고있는소년(표지사진)이어쩌면인도의미래를상징하는지도모른다.기우는해를향해연을날리는인도의소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