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었던 반성문

쓰고 싶었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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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준희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날씨보다 더 오락가락인 뇌병변이란 제 친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말과 첫 문장의 “어릴 적 언어장애로 방바닥에” 시인의 꿈을 썼다는 말을 합해 보면 시인 자신이 언어를 제대로 발화하지 못하는 뇌병변 장애인이라는 고백이 된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밖으로 발화되는 것, 즉 들리고 읽히는 말과 문자만이 아니다. 언어는 언제나 한 존재를 감싸고 있으며 한 존재는 언어에 의해서 지탱된다. 그래서 말이나 문자로 밖으로 나오기 힘든 상태에서 시적인 언어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흉내 내기 힘든 과업이 된다. 어쩌면 한 존재를 감싸고 있는 언어가 그 자체로 시일 것이다.

이준희 시인의 첫 시집 『쓰고 싶었던 반성문』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성과다. 이준희 시인은 자신의 이 첫 시집에서 장애인으로 살면서 자신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자신만의 언어들을 과장도 왜곡도 없이 내놓았다. 심지어 자신의 육체적 욕망이나 비틀어진 자신만의 사랑도 고백하고 있다. 이런 솔직한 고백들은 시인 이준희의 실존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동시에 독자들의 어떤 편견을 흔들어놓는다. 그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 즉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장애가 있는 시선이다.
저자

이준희

1987년수원출생.대구에서학교를마치고,달구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관광활동가로일했다.2022년부터영남일보시민기자단활동을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ㆍ4

1부

꽃비·14
오월·16
꽃그늘·17
허수아비·18
벚꽃·20
귀동냥·21
모자(母子)의꽃·22
바다의일·23
이른낙화·24
강·25
폭풍전야·26
하늘날던가을기억·27
모래성·30


2부

입관·32
애완인·34
준희엄마·36
울이모·38
장마·40
쓰고싶었던반성문·42
첫마음·44
할머니의목소리·45
지금몇시죠?·46
매화몇송이,툭·48
배꽃나무한그루·49
통유리막힌하늘로·50
신천떡볶이2인분·52
IMFather·54
가을·58


3부

몸살·60
홍시·62
성모당성모님·63
외롭다는것은·64
비·65
말무덤·66
나,수평선,너·68
성애·70
유령1·72
유령2·74
가을이봄에,낙서·76
저는어디로가죠?·78
대화법·80


4부

저들의입·84
못·85
구스·86
고인말·88
허기·90
사회적약자·91
304·92
어느날의유서·94
기습전·95
하늘기지국·98
사람人·100
걷다·102
바보에게바보가·104
힘내라는말·105
친구·106
둑·108

추천사1·110
추천사2·113

출판사 서평

드디어피어난언어!

이준희시인은‘시인의말’에서“날씨보다더오락가락인뇌병변이란제친구”를소개하고있는데이말과첫문장의“어릴적언어장애로방바닥에”시인의꿈을썼다는말을합해보면시인자신이언어를제대로발화하지못하는뇌병변장애인이라는고백이된다.하지만언어라는것은밖으로발화되는것,즉들리고읽히는말과문자만이아니다.언어는언제나한존재를감싸고있으며한존재는언어에의해서지탱된다.그래서말이나문자로밖으로나오기힘든상태에서시적인언어를만들어냈다는것은흉내내기힘든과업이된다.어쩌면한존재를감싸고있는언어가그자체로시일것이다.
이준희시인의첫시집『쓰고싶었던반성문』은그래서더욱소중한성과다.이준희시인은자신의이첫시집에서장애인으로살면서자신의내면에차곡차곡쌓인자신만의언어들을과장도왜곡도없이내놓았다.심지어자신의육체적욕망이나비틀어진자신만의사랑도고백하고있다.이런솔직한고백들은시인이준희의실존을더욱실감나게해주는동시에독자들의어떤편견을흔들어놓는다.그것은장애인을바라보는외부의시선,즉장애인을바라보는비장애인의장애가있는시선이다.

살과살맞대며
옹알이로서로를받아들이는순간
꾹참아왔던현생의설움으로어디로튈지모를그것
비워내지못한채도둑고양이처럼
_「폭풍전야」부분

매일밤수십번
그대그리워하는내존재를지워달라
그리움반쪽초승에게빌어보지만
해가오르고날이흘러갈수록
밀물처럼가슴을치는그대
_「몸살」부분

이욕망과사랑의감정은이준희시인의시의뿌리가의지나의식에있지않고몸과마음에묻혀있음을잘보여준다.누구나동등한존재로서가질수밖에없는이런자연스러움이결국한바탕의몸살로끝나는것을단지인간적안타까움으로볼필요는없어보인다.시라는것은어떤실패와좌절에서그싹을내니는거니까.


울음이후를시로쓰다

한존재가자신의삶을밀고나가는일은그자신이가진욕망과생명의지가일차동력이지만그동력을꺼지지않게하는것은그가처한환경과공동체의역할이다.특히행동이나언어앞에높은장벽이있는존재에게는그를둘러싼환경과공동체의역할이클수밖에없다.이런맥락에서읽어야이시집을전체적으로이해할수있다.왜냐면『쓰고싶었던반성문』에는시인의가족이다수호명되기때문이다.

돌아섰을때
무너져내리는,

부르고싶어도
저만치가는

엄마의젊은날
_「쓰고싶었던반성문」부분

일단이준희시인은‘엄마’라는존재를자주부른다.왜아닐까.엄마가이준희라는존재의동력이꺼지지않게해준가장큰버팀목이었을텐데.「쓰고싶었던반성문」에서이준희시인은자신을“울음터트리지못하고”왔다고하거니와그렇다면그울음은분명엄마가대신했을것이다.그렇다고시인자신에게울음이없을리없다.이시집에실린대부분의작품들은그울음에서솟았거나아니면울음이잠시멈췄을때움이텄다.

새벽녘부슬부슬내리는비
사람들마음에는얼마만큼의비를가두고있을까?
비내리는날이면
별일없어도한바탕울고싶다
_「비」부분

그렇다고이준희시인이내내울고있는것만은아니다.시인은그울음을딛고가족너머의공동체문제에도깊은열정을보여주고있으며,그울음의밭이랑위에맑은서정시를피우기도한다.그래서이준희시인의맑은서정시에주목할필요가있다.예를들면「배꽃나무한그루」에서보여준“배꽃”의“할머니수의”로의변신.이변신이예사롭지않게느껴지는것은이준희시인이이번시집을통해서울음을터뜨렸기때문이다.울음이터지지않으면마음에그늘이생기고급기야검게병들수도있다.그렇다고내내울기만하면그또한난처한생이되지만,이제이준희시인은“배꽃”으로“할머니수의”를만들줄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