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 1974 (이종하 장편소설)

소년공, 1974 (이종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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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년공 출신 소설가의 자전적 성장 소설
소설가 이종하는 13살 때부터 경기도 성남에서 소년공으로 살아온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그 시절을 소설로 쓰지 않고는 자신의 문학의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딜 수 없다는 듯, 작가는 자신이 소년공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족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불우한 환경, 거기다 아버지가 창졸간에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외가에서 산 유년 시절은 실존적인 성장의 바탕이 되었다. 다행히 외가 식구들이라는 울타리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사랑은 소년 이종하의 문학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 작가의 자전 성장 소설은, 문학적인 자기 고백이면서 1970년대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와 살아야 했던 청춘들의 초상화다. 공장 노동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어린 소년이 경기도 성남이라는 도시에서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시간은 문학적 감동 이전에 삶에 대한 숙연한 감정을 갖게 한다. 작가 자신도 그 시절을 돌아보며 “학교 교실에서는 배우지 못할 가치관과 세계관을 몸으로 습득”(‘작가의 말’)했다고 했거니와 그것의 비밀은 역시 주어진 현실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절실함”이다. 하지만 13살 소년이 처음에 해야 했던 공장 노동은 고통과 공포였을 것이다.

일하던 사람은 5명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화롯불에 송진 덩어리 같은 것을 녹여 유리 렌즈를 기계에 끼워 갈 수 있도록 무언가를 붙여주는 일을 하는 게 처음에 들어간 내가 하는 일이었다.
솔직히 그날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송진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숨쉬기조차 어려웠고, 화롯불 앞에서 송진 덩어리를 녹여 무언가를 붙이는 일은 아랫도리가 너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서 못하겠어요.”(55쪽)

인용은 주인공이 처음 일하게 된 안경 렌즈 공장에서 채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내용이다. 1970년대의 노동 조건이라는 것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지금의 노동 현장이 산업의 대형화로 위험해졌다면 1970년대의 경공업은 공장 내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에 초등학교를 막 나온 13살 소년이 적응하는 것은 무리이다 못해, 비인간적이다. 주인공은 안경 렌즈 공장을 잠깐 거쳐 가방 공장을 전전하며 10대를 보내지만, 언제나 학업에 대한 열의에 차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생존이 우선시되는 소년공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노동을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다. 도리어 먹고 잘 곳도 변변치 않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던 권투 도장에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끝까지 공부를 놓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고난 ‘공부머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때 은사였던 최병준 선생님 때문일 것이다.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소년의 설움을 꿈으로 전환시킨 이가 최병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다음과 말은 그것을 가리켜 준다. “서울에서 전근 오신 최병준 선생님이 5학년 2반이었던 우리 반 담임이 된 인연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선생님에게 실망감을 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더 중요한 이유였다.”(34~35)
저자

이종하

1961년서울연희2동산비탈천막집에서태어났다.두살때아버지가사고로돌아가시고,전북익산의외갓집에서성장했다.흥왕초등학교를졸업하고중·고등학교과정을검정고시로수료했다.열세살이후로는경기도성남에서미싱사로일했다.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으며1998년에중편소설「바람의끝은어디인가」로『문학사상』소설신인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사람의얼굴』로2013년제21회전태일문학상을수상했고,장편소설『길,그위에서서』,중단편집『가을과겨울사이』를펴냈다.

목차

작가의말/4

프롤로그/11

1.나는애초부터소년이아니었다/21
2.내생에단한분뿐인선생님/37
3.그때나는이랬었다/53
4.엄마를생각한다/66
5.다시그날들을생각한다/86
6.돌아가는길을알았다/106
7.탱자나무지팡이만들고다니신할아버지/131
8.기철이란친구가있었다/146
9.그해겨울,또다른인연/165
10.갑질하는공돌이/192
11.나의전성시대/205
12.고마운사람이있었다/218
13.꿈을향해가는소년공/238
14.지금나는/253
15.기억에없는아버지를찾아봤다/275
16.1979년,그해겨울/287


에필로그/325

출판사 서평

소설은끝나도삶은아직끝나지않았다

소설속주인공이자작가자신이기도한‘종원’은성남의가방공장을전전하면서매우뛰어난가방기술자가된다.어떻게보면한입지전적인물의자기서사같기도하지만,작가가강조하는것은어디까지나학교공부는못했지만버릴수없는꿈에대한절실함이다.이절실함이주인공을소설가로만들어주기도했고대학교를졸업하게도했다.그렇다고경제적궁핍에서벗어난것은아니다.도리어대학교에합격하고도등록을못하는사태가벌어졌는데역설적으로이것은가방제작에발군의실력을발휘하게도해준다.주인공이어느정도경제적안정을찾은것은한참뒤의일이다.역경과역경을넘어서고자하는의지로다져진주인공은드디어먹고사는문제에서벗어날수있었다.이때만난운명같은존재가라오스의소녀,누니다.
이소설은라오스에서주인공자신의삶을반추하는구조로짜여졌다.라오스의현재와역사를중간중간에가져오는것은뜻밖에도라오스라는거울을통해서경제발전을이룬,혹은경제적궁핍에서벗어난자가자신의모습을돌아보기위함이다.그렇다면이것은‘부자가된’대한민국중년남자가라오스와라오스의소녀누니에대한동정심이었나?

버뺀냥,그한마디에나는많은의미를생각하게되었다.우리싸우지말자,우리따지지말자,우리서로를존중하자,살아가다보면다괜찮아지지않느냐,등등.수많은의미를부여할수있는버뺀냥이었다.
내가경험한라오스사람들은말그대로순박했다.그순박함이평화로움을만들고있는듯했다.서로를존중하고경쟁하지않는사람들.라오스에서사는서민들의모습이었다.
나는그들과섞이고싶었다.그들에게존중받는듯한라오스에서의경험이나를행복하게해주고있기때문이다.내가한국에서63년을치열하게살면서도존중받지못했다면라오스에서는일상이었다.(151)

일단「프롤로그」부터가볍게주인공자신의처지를고백하지만,정작현재서있는곳은라오스다.그리고첫문장이라오스어‘버뺀냥’의뜻인“괜찮아”로시작하는것은라오스가주인공자신의삶,그삶을살게했던대한민국의모습을돌아보게한다는것을암시한다.물론어디까지나자전적성장소설이다보니소설의주내용은라오스이야기가아니라자신이겪어온풍파와그풍파의디테일이다.라오스소녀누니와의만남이신파적으로빠지지않은이유도한편으로는주인공이살아내야했던1970년대에대한반성적성찰이면서,다른한편으로는1970년대의가난이가졌던순박함을경제가발전하면서잃은것같다는고독때문일것이다.그래서주인공은‘혼자’라오스여행을하는것이고여행도여기저기관광을하는게아니라한곳에서라오스사람들과어울리는일로소일하는이유이다.
이독특한자전적성장소설은,주인공의1970년대,즉가난과불합리의시간이아직끝나지않았을암시하면서마무리된다.“그날의외로움때문이었을까.내가살아온삶은늘낯선곳을향해걸었다.”(323)그러면서동시에주인공의현재는라오스에서돌아온“먼지자욱한한국하늘”(327)아래다.소설은끝났지만삶은아직끝나지않았다는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