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눈물보다 짜서

땀이 눈물보다 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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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점이 별이 되는 비밀
김영서 시인의 이번 시집 『땀이 눈물보다 짜서』는 제목대로 감상이 배제된 삶의 구체적 실감으로 넘쳐난다. 삶에 대한 관조 또는 깨달음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오로지 시인 자신이 몸으로 느낀 것이나 직접 만나고 나눈 생기들로 가득 차 있으며 간혹 어떤 무구(無垢)의 상태에 다다르기도 한다. 즉 자신이 느낀 감각이나 만난 존재 혹은 사태들에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실존에 충실하고자 한다.
저자

김영서

저자:김영서
1964년충남예산에서태어나서지금까지예산에서살고있다.2005년계간『시로여는세상』신인상으로등단하고2006년아르코창작기금을받았다.시집으로는『언제였을까사람을앞에세웠던일이』『그늘을베고눕다』『우리는새로만난사이가되었다』『낯선곳에도착했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하늘에점으로기억되고있었다

별/12
중독되었다/13
암호/14
사람에게서/16
메두사/18
놓치는것들/20
두통/22
집착의주기/24
오늘같은날/26
꼽등이/28
구름위를걷는여자/30
경로당풍경/32

2부빗장을열어주는이가있었다

개나리/34
시시한명절/36
누가주문했을까/38
나무는단단했다/40
빨대/42
지혜로운시간/44
신전을허물었다/46
단무지만같아라/48
졸음에대한자의적해석/50
귀막힌소리/52
손뿌리치기/54
긴팔/56

3부한수배우기로했다

가끔은그렇다/60
허방에빠지다/62
찌끄럭지/64
할부인생/66
더부살이/68
국자찌개/69
대충살기/70
재가신도/72
면발에말을걸다/74
자살이다가왔다/76
쇠구슬/78
침을발랐다/80

4부가만히서서빗소리를들었다

손님맞이/84
수다를만나다/86
플루트를들고왔다/88
낙지먹는여자/90
발가락이가렵다/92
고백/94
땅콩이눅눅해지는시간/96
죽엽석곡/98
모계혈통의기록/99
어머니방송국/102
젓가락질/104
땀이눈물보다짜서/106
귀뚜라미기르는할머니/108
꽃과우산/110

해설
몸소리에귀기울여보는(최지온)/113

출판사 서평

바다와연관이있다는것은
땀이눈에들어갈때
바람과폭우가범람할때
내몸이뜨겁거나바다가뜨겁거나
모든것이고요하기를
소금기가서려있는작업복을
벽에박힌못에걸어두었다
_「집착의주기」부분

예로든이시는“삼년주기로엉덩이에찾아오는것”에대한마음과기분에대한작품인데,사실누군들그‘작은’아픔이반가울까.그래서시인은“다시오지않기를”빌지만결국온것은그끝을봐야한다.그리고그끝에서서“내몸이온전한바다이기를”바란다.하지만지금당장은“소금기가서려있는작업복을/벽에박힌못에걸어”둘뿐이다.김영서시인은이번시집에서,살면서겪게되는일을지난다음에무심(無心)에다다르곤하는데,이는다른말로하면“바람과폭우”를군말없이치르고맞는“고요”이다.이런인식은여러시편에서드러난다.「메두사」를읽어도그렇다.“정원에있는것들을모조리잘라버렸으나/비가지나간뒤다시무성해졌다”같은진술이나“몸통을보려면뿌리째뽑아야한다”는격렬하지만잔잔한읊조림은시인의내면이궁극적인세계에열려있기때문에가능하다.즉“아프도록/두드려서/말한마디툭던지듯이날아오르는/새한마리”(「두통」).
두통이날아오르는새한마리라는비유는두통에대한활기찬감각적표현으로도읽히기도하지만두통에서해방된이미지로도느껴진다.삶의감각을추상적이지만절대공허하지않은이미지로변환시키는것은이번에김영서의시가도달한지평이기도한데,사실시의광휘는이순간에출현하는법이다.「별」이라는작품을봐도그렇다.주름이늘고“온몸여기저기검은점이박혀있”는데그점을“별”이라고부르고말면상투성에떨어지고말았을것이다.그런데김영서시인은“바탕이밝아서검은별이되었다”고하거니와즉이시에서진짜는“별”처럼보이지만,사실은1연에서는“주름”,2연에서는“헐렁한자루”,그리고3연에서는“멍석”이“별”의바탕으로등장한다.다시말하면시인이진짜말하고자한것은“별”보다는이것들이라고할수도있다.전체작품을배경으로혹은여러시편들을맥락화하면그렇게읽을수밖에없다.

고통을해학으로살기

여기까지만읽어도김영서시인의시가얼마나몸에충실한지알수있지만4부에실린시들은몸에대한해학까지보여주고있어눈길을끈다.단지웃음으로힘듦을살자는다짐이나의지가아니라그냥삶자체가해학이며우주만물의운행도그런것이다.

감기라고말하기는쉬운데
치매라고고백한사람은보지못했다
감당못할손님이찾아오면어쩌나
화투를하다가또싸움이시작됐다
백년전비밀이누설되기직전이다
_「손님맞이」부분

신발에서말이새어나왔다
발자국마다웃는얼굴이찍혀나왔다
집앞까지따라올것이다

혹시나했는데발이퉁퉁불어있다
선풍기바람에간지러운발가락을말리고있다
낱말이흩어지기시작했다
_「수다를만나다」부분

「손님맞이」에서는“예고없이손님이”찾아오는우리몸의사태에대한시인의진술이인상적이다.그“손님”의위치를파악하기어려운것은“그들에게는어차피내가떠돌이”이기때문이다.이“손님”의정체는몸으로들어와봐야판명난다.감기도손님이고치매도손님이기때문이다.하지만확실히치매가“감당못할손님”이긴하다.그래서그“손님”이감기인지치매인지에대해“화투를하다가또싸움이시작”되고말았다.여기까지는소극도비극도아니다.그런데돌연마지막연에서“백년전비밀이누설되기직전이다”고말하면서시는웃음으로끝나지만동시에웃음에만머물지않고살아있는자신들도모르는삶의비의를넌지시내보인다.“백년전비밀”은안다고도모른다고하기애매한것이기에누설되면안되는것이다.누설되지않아야할것이누설되지않아야삶의비의가보존되는법이며그래야삶은지속될수있다.
「수다를만나다」에서“빗줄기사이로웃음소리가들려왔다”고할때,그리고그웃는얼굴이“발자국마다”찍혀나올때,삶은궁극적으로웃음이된다.하지만헤프고,맥없고,뜻없는웃음이아니다.삶의발자국을쉼없이놀려야만들어지는웃음이다.대신“발은퉁퉁불어있”기마련이다.김영서시인이여기까지썼으면삶은웃음이아니라슬픔이되고말지만마지막두행을더추가함으로써중력의무게에주눅들지않는삶을노래하고말았다.“선풍기바람에간지러운발가락을말리고있다/낱말이흩어지기시작했다.”
표제작인「땀이눈물보다짜서」에서도“눈물로쓸어낼수없는큰슬픔”을말하지만,결국그것들은“너른벌판에옹달샘”일뿐이다.그래서“땀이범람하면눈이”감기지만그것은어차피“맑음을유지하는방법”,한방편인것이다.김영서시인에게삶의고통은냇물을건너는징검돌이다.

이번시집은시인의다섯번째시집이다.그동안의시집에서시인은자문을이어왔을것이고,앞으로도계속해서이어갈것이다.삶의두께는더켜켜이쌓이고,주름은더늘어가고,그만큼질문도더많아질지도모른다.어쩌면,이제는더이상질문을멈추고,허공에서,빈집에서,텅빈동굴에서,더많은시간을보내게될지도모르겠다.이것을‘통찰’이라고한다면,이미이세계에내던져진몸으로서존재하는시인은,시인만의삶의형식을만들어내었다고봐도무방할것같다.지금쯤시인의몸은36.5도를유지하면서,잔잔한몸의소리를듣고있지않을까.그리고그소리가음악이되고시가되고그림이된다면,섣불리게을러지고섣불리대충살아도좋을것같다.(최지온의해설,「몸소리에귀기울여보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