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어지는 사랑과 넘쳐 흐르는 사랑
첫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를 펴낸 후, 16년 만에 김일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나왔다. 이번 시집에서 김일영 시인은 한층 더 깊어진 서정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이는 아마도 해설을 쓴 노지영 문학평론가의 말대로 ‘말랑말랑한 아버지의 세계’일 수도 있으나, 동시에 시인 자신이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박자를/ 가슴에 기댄 아기에게 넣어주고 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두근두근 방 1」) 즉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영구적 사랑’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영구’는 시간적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토닥토닥과 두근두근은 같은 속도다
나는 할머니가 내 심장에 넣어준 박자를
가슴에 기댄 아기에게 넣어주고 있다
할머니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머지않아 지워질 얼굴이지
이 박자는
아기의 바깥까지 따라나설 보폭이다
그러니 아가야
어디서든 누구라도
혼자 두근거리지는 않는단다
-「두근두근 방 1」 전문
위 시는 화자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심장의 박자 “두근두근”을 자신의 아기에게 “토닥토닥” 넣어주는 짧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심장의 박자가 “아기의 바깥”을 넘어 번져간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아가야”! 이 사랑은 아버지의 할머니로부터 온 것이지만 우리의 가계를 넘어서는 것이란다. 이렇게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김일영 시인은, 세월호 참사나 제주4ㆍ3을 말하는 시편들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거니와 이때에도 역사와 사건의 희생자들 사이의 사랑을 노래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자면, 「해저에서」에서 “죽은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잠수부는 아이의 얼굴을/ 가슴팍에 묻었다”거나 또는 「혈육」에서처럼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굳이 인용을 하자면 이렇다. “두 여자의 따뜻한 피가/ 흙구덩이 안에서 섞여 갔다”. 한편 「감자와 시간」에서 “움막 안”의 여자들은 “감자 같은 아기들을” 낳고 젖을 물린 채 시간을 살아왔다, 물론 「감자와 시간」에서 “여자들은” 죽은 이들이고 “아기들”은 감자에 대한 비유이지만, 죽음을 삶으로 부활시키는 것은 사랑뿐이거나 또는 사랑에 대한 믿음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새로운 사랑의 발명!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시집 『토닥토닥과 두근두근』에서 두드러진 서정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어쩌면 김일영 시인은 아이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새로운 사랑을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밝고 따뜻하고 읽는 이를 까닭 없이 설레게 하는 「봄이 오는 소리」에서 화자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존재로 나타난다.
단발머리 팔랑거리며
친구 만나러 가는 소녀처럼
소녀의 반짝거리는 내일처럼
작은 손에 쥐어진 돌멩이처럼
-「봄이 오는 소리」 부분
위 시에서 시인은 “처럼”이라는 부사의 반복을 통해 독자의 감성에 자신이 느낀 사랑의 감정을 “토닥토닥” 넣어주는 것만 같다. 일단 “처럼”이 주는 음향적 효과도 그렇지만 “처럼”이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해 독자에게도 화자가 느낀 사랑의 감정과 비슷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청량한 감각은 시인 자신이 청량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감각과는 다른 것이지만 독자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도 희한한 ‘맑음과 밝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할미 옆에 앉아
손녀는 무심히 노래하네
나뭇잎 배를 흔들던
공기의 방향으로
새잎만큼 돋아나는 말들
-「대기의 역사」 부분
시인이 시의 제목을 대기의 ‘역사’라고 삼은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음미하기 전부터 이 시는 화자의 어머니를 리얼하게 묘사한 다음에 손녀의 ‘무심한 노래’로 곧바로 이행함으로써 할미의 “주름진 웃음”이나 “니가 사 준 잠마가 겁나 커져부렀어야” 같은 지나가는 시간의 어떤 형태들을 미래로 이어주며 소생시켜준다. 그것도 아주 감각적인 방식으로!
김일영 시인의 이번 사랑 시집은, 구체적 감각과 사랑의 서정,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도시에 품은 역사가 묘하게 뒤엉켜 있는 보기 드문 예이다.
토닥토닥과 두근두근은 같은 속도다
나는 할머니가 내 심장에 넣어준 박자를
가슴에 기댄 아기에게 넣어주고 있다
할머니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머지않아 지워질 얼굴이지
이 박자는
아기의 바깥까지 따라나설 보폭이다
그러니 아가야
어디서든 누구라도
혼자 두근거리지는 않는단다
-「두근두근 방 1」 전문
위 시는 화자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심장의 박자 “두근두근”을 자신의 아기에게 “토닥토닥” 넣어주는 짧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심장의 박자가 “아기의 바깥”을 넘어 번져간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아가야”! 이 사랑은 아버지의 할머니로부터 온 것이지만 우리의 가계를 넘어서는 것이란다. 이렇게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김일영 시인은, 세월호 참사나 제주4ㆍ3을 말하는 시편들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거니와 이때에도 역사와 사건의 희생자들 사이의 사랑을 노래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자면, 「해저에서」에서 “죽은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잠수부는 아이의 얼굴을/ 가슴팍에 묻었다”거나 또는 「혈육」에서처럼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굳이 인용을 하자면 이렇다. “두 여자의 따뜻한 피가/ 흙구덩이 안에서 섞여 갔다”. 한편 「감자와 시간」에서 “움막 안”의 여자들은 “감자 같은 아기들을” 낳고 젖을 물린 채 시간을 살아왔다, 물론 「감자와 시간」에서 “여자들은” 죽은 이들이고 “아기들”은 감자에 대한 비유이지만, 죽음을 삶으로 부활시키는 것은 사랑뿐이거나 또는 사랑에 대한 믿음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새로운 사랑의 발명!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시집 『토닥토닥과 두근두근』에서 두드러진 서정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어쩌면 김일영 시인은 아이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새로운 사랑을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밝고 따뜻하고 읽는 이를 까닭 없이 설레게 하는 「봄이 오는 소리」에서 화자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존재로 나타난다.
단발머리 팔랑거리며
친구 만나러 가는 소녀처럼
소녀의 반짝거리는 내일처럼
작은 손에 쥐어진 돌멩이처럼
-「봄이 오는 소리」 부분
위 시에서 시인은 “처럼”이라는 부사의 반복을 통해 독자의 감성에 자신이 느낀 사랑의 감정을 “토닥토닥” 넣어주는 것만 같다. 일단 “처럼”이 주는 음향적 효과도 그렇지만 “처럼”이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해 독자에게도 화자가 느낀 사랑의 감정과 비슷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청량한 감각은 시인 자신이 청량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감각과는 다른 것이지만 독자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도 희한한 ‘맑음과 밝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할미 옆에 앉아
손녀는 무심히 노래하네
나뭇잎 배를 흔들던
공기의 방향으로
새잎만큼 돋아나는 말들
-「대기의 역사」 부분
시인이 시의 제목을 대기의 ‘역사’라고 삼은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음미하기 전부터 이 시는 화자의 어머니를 리얼하게 묘사한 다음에 손녀의 ‘무심한 노래’로 곧바로 이행함으로써 할미의 “주름진 웃음”이나 “니가 사 준 잠마가 겁나 커져부렀어야” 같은 지나가는 시간의 어떤 형태들을 미래로 이어주며 소생시켜준다. 그것도 아주 감각적인 방식으로!
김일영 시인의 이번 사랑 시집은, 구체적 감각과 사랑의 서정,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도시에 품은 역사가 묘하게 뒤엉켜 있는 보기 드문 예이다.
토닥토닥과 두근두근 (김일영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