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 삶창시선 95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 삶창시선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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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은송

저자:이은송
전북부안출생,원광대학교와우석대학원에서공부했다.1999년『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2015년『시와시학』에시가당선되었다.2018년『웃음이하나지나가는밤』(천년의시작)을출간해‘문학나눔도서’에선정되었다.인문고전강사로활동했으며,한국작가회의,전북작가회의에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허공과눈송이와밤의이야기

허공의눈부심/12
난별일없이잘살고있어요/14
허허벌판/17
마음물고기/20
사라지는연습/22
소리없이내리는눈/24
소멸은소멸을낳고/26
그루터기,부엉이/28
눈보라처럼/30
천천히걷는사람/33
헤매러나왔어요/34
눈사냥꾼미로/36
포말/38
낙서하는밤/40
눈송이고요야,어서오너라/42
겨울달리기/45
쓸쓸한조랑말처럼/47
눈송이들의침묵/49
눈송이기차역/51

2부삶이황홀로남을수있다는말

당신의빈방/54
춤/56
애달프다는말/58
기어이,황홀이라고말하렵니다/60
늑대의방식/62
작은내체구가맘에들때는/63
불안의서/65
멜랑꼴리학파/67
노숙/69
단풍나무/70
낡은옷에대한/72
애벌레종족의나비/74
한잎이한잎을낳고/77
너/79

3부은둔의숲에도착한편지

오지에서보낸편지/82
글썽/84
숲의예언/86
나는다시일어나요/89
나는멀리숲에데려다놓았다/92
성소/95
스무살무렵/97
아침이라는말/99
봄/101
오랫동안인듯/103
서해바다/105
여름,기차역/107
움꽃/109
출가/112
하지가지날무렵/114
꼭입하여야해요?/116
숲속우체통이환해서/118
티끌/120
사랑하게되면/122

4부인도에서천일동안

어린나그네가되어/126
무한으로내게온것들이여!/129
인간의허위를보여주다/131
풍요라는단어로오는곳/133
취하라보들레르/135
인도책방/136
양떼들/137
반쯤뜬눈/139
그물코/141
이국땅에서의브런치/144
델리여인의검은머릿결/147
델리,흰소/149
천일동안의엽서/151
꿈,자이살메르/153
거미줄을통과해야해/155

해설
일체개공(一切皆空),그허공의사유(이병국)/157

출판사 서평

부활하는삶

이은송시인에게‘겨울’이라는시간은동시에‘실존의시간’이기도하다.즉겨울을삶의시간으로받아들이고있다는의미이다.정확하게말하면이은송시인에게겨울은삶이부활하는시간이다.시인이“우리,더추운곳으로가자//겨울같이시리게우리들의사상이명료해지기를”(「멜랑꼴리학파」)이라고말할때그것은숨김없이드러난다.한편으로「노숙」이라는시에서는“나를일으켜세우는것은저바람”이라고하거니와여기서‘바람’은겨울과는무관해보이지만이미마련된세계에서‘다른’세계로넘어가는과정에서일종의자기수련을마다하지않겠다는정신적태도를나타내는은유다.그리고이런은유는“단풍나무”(「단풍나무」)나“낡은옷”(「낡은옷에대한)」등으로변주된다.

이번시집에드러난이은송시인의시세계가관념적인정신주의가아님을구체적으로펼쳐지는것은시집3부에들어서다.돌연(?)생명의정취가맴돌면서시가날개를펼친듯한느낌을충분히준다.

밤새몸을뒤척이는밤//나는깊은겨울숲에들어가벌목하는사내가된다//겨울나무를숲에들어가도끼로쿵쿵치는사내는//무엇인가는각오한다는것인데//숲속호숫가,얼음물의가장자리처럼//각오하는신념으로//쿵쿵,//산이울리게//나를두드리는밤
_「성소」부분

또는다음과같은진술에서그것은명확해보인다.

내심장에//꽃피려나보다//어젯밤부터심장에서묵은흙이바실바실떨어져내려//빗자루로떨어진흙을쓸어내다가//차라리//어서오너라봄비야님처럼오너라//내심장에생강나무꽃으로피어라
_「봄」부분

드디어강이주는삶의공포를극복한것처럼보인다.“겨울강의뒷모습은얼마나푸르렀나”(「스무살무렵」).이시집은삶이부활하는과정을기록한시집우로읽어야마땅하다.


책속으로

땅과하늘의깊이와넓이를헤아릴수없을때

겨울이와요

보아요,저눈부신허공을

겨울을빌미로나는하루종일허공을응시할수있어요

하루종일허공을보다가잠에들고다시아침을맞이하고
산이여,바다여,파도여

부질없이내던져진우리들의이야기를받아내느라
저기산이되고바다가되고파도가되었다고

나는죽지않고또살아나억만년의허공을만나고있어요

행운의날들이라고기록하려고해요

다시그대를만나기를기약할때쯤

허공에는눈이내리고

오오아름다워라

저허공의깊이는얼마나깊은가요
저허공의넓이는얼마나넓은가요
---「허공의눈부심」중에서

소리없이내리는눈처럼

소리없이살고싶어가끔목이메어요

내목소리가너무크고
내발자국소리가너무커서

영마음에들지않는나를위로하려
겨울밤조용한골목길을걷기도하는데

모든발자국소리를다삼키는겨울밤은

그래서좋아요

소리가점점사라지는어둔적막의기개에
너도나도조용해져서

소리들이잦아들면
하늘의별들을올려보아도좋아요

소리들이사라지는즈음이면또별이뜬다는것인데

그때난골목길에서별을보다가
언뜻휘청이는가로수잎들의소리를듣다가

내가사라지는것을듣기도해요

그렇게조용해지는겨울밤은나를싣고

멀리멀리떠나기도하는데

그럴때나는,눈송이밤기차를타고떠나는
여행자가되어
소리들조차아주잊기도해요
---「소리없이내리는눈」중에서

겨울이오면왜차가운바람속을달리고싶은지

오늘밤도한밤중인데밖으로나가달리고싶어졌다

어느날은아침보다더먼저달리고싶어지기도했다

겨울속을달리다보면코끝에스치는차가움

달리다가올려다보는깜깜한하늘

겨울의별

그것들은호수처럼차가워서더욱빛나기에

차가움을좋아하는것은

무딘나의경계를얼음장처럼깨우쳐주고싶은마음이라서

달리다보면모든경계가사라지고혼자웃는밤을

오롯하게사랑할수있어서

너와나의경계가사라지니

나조차혼자웃는밤

좋은밤,환한밤,빛나는밤
---「겨울달리기」중에서

재봉틀을돌리던모습이

내꿈속에서만존재하다니요

믿기지않아요

나를낳아,언니로,누이로신념처럼세워놓고

아픈당신을내심장깊숙한곳에각인시켜놓고서

어디로갔나요

어디에도있고

어디에도없는당신

빈방만이허공으로남아있어

난맨발로방에들어가

무릎을꿇고

잡을것없는바닥을더듬더듬
잡을것없는허공을더듬더듬

잡을것없어빈손으로

허공한줌을,햇살로모아

당신에게공양물로놓아요
---「당신의빈방」중에서

나를일으켜세우는것은저바람이다

저풀들이다

저나무들이다

저하늘이다

비온뒤풀들사이로걷다가

풀들의노숙

잎들의노숙
---「노숙」중에서

손금처럼줄기를따라짚어보니

한잎에서,다른한잎으로자신을떠난넝쿨

한잎에서,한잎으로온한잎들이

알을낳듯이무수한너를낳고

태어난그한잎이자라또한잎을낳으니

세상은온통너와나의세계

너를이해하지못하는건

나를이해하지못한다는뜻을

증명이라도하듯이

온몸을비틀며애를쓰며태어나고

살아가는,

온통한잎들이여
---「한잎이한잎을낳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