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졸라(1840~1902)가발자크의인간희극총서에자극을받아서《루공-마카르총서》를기획해20권의작품을남겼는데,그중두번째소설이다.소설로프랑스제2제정시대의사회사를쓰려한졸라의‘야심찬’작품으로,《루공-마카르총서》중에서가장우수한작품군으로분류되며,주제와모티프들이서로얽혀있는졸라의복잡하고정교한,그리고완벽한건축물의좋은예에해당한다.
에밀졸라의《루공-마카르총서》의두번째소설인《쟁탈전》은파리를세계의중심지로,현대적도시로바꾸려는오스만의야심찬파리개발시기(1853∼1870)를배경으로,이시기의투기열풍에대해객관적으로진술하는동시에,제2제정하의파리상류층의도덕적타락,배금주의와육체적욕망에관해이야기한다.발자크의《인간희극》시대보다급격한경제발전과위기로인해풍속이빠르게부패하고강력한실체로서민중들이등장하게되는시대인만큼,졸라의소설에등장하는인물들은충동과욕망을훨씬더격렬하고광적으로드러낸다.졸라는당시의사회를‘한무리의사냥개’같다고비유했으며,발자크가그려낸‘참을성있는동물’이제2제정과함께그악스러운군단으로형성되어나타난다고보았다.졸라는제정을반대하는공화파신문들에,금융계의곡예와투기열풍을야기한대규모파리개발계획과이로인해태어난벼락부자들의사치스러운행각들,제정의비윤리성과수치스러운행태들에대해비판적인글들을기고하는데,여기에서다루어진퇴폐적풍조들이곧소설의주제가된다.
《쟁탈전》의초안에는‘야심과욕망의혼란’,‘식욕과야심의대향연’,‘투기의광태’,‘조숙한젊은이들의어리석고방탕한생활’,‘극도의사치’,‘지나치게조숙한머리와육체로타락하는사람들’이라는문구가나타난다.이소설은졸라의첫번째소설《루공가의운명》이끝나기전에구상되었지만,프러시아와의전쟁,파리코뮌으로발표가늦어진다.소설은1871년9월29일부터《라클로슈》지에연재됐으며,1872년제정이무너진후책으로나온다.신문연재소설의특성상에피소드와중요장면에따라이야기가나뉘는경향을보이며,독자들의관심을계속끌기위한서스펜스효과(1장과5장)도강조된다.또한이야기의흐름이끊어지는것을최소화하고연결성을보완하기위해중요장면은반복되어나타나면서독자들의기억을상기시킨다.앙젤의죽음이나근친상간의발견과같은장면에서는멜로드라마적인요소도엿보인다.이런특성들이발달한것은신문연재소설로서감각적충격을원하는대중의관심을끌어야하고,읽기쉬우면서도인상적이어야하기때문이었다.
졸라는이작품에극도의정확성과놀랄만한입체감을주려고했으며,성공을확신했다.그러나1871년파리코뮌이들어선상황의여파때문인지예상과달리대중의눈길을끌지못했다.이작품은4년후《목로주점》이성공하자다시비평가들의눈을끌게되면서찬사를받았다.지금도《루공-마카르총서》중에서가장우수한작품군으로분류되며,주제와모티프들이서로얽혀있는졸라의복잡하고정교한,그리고완벽한건축물의좋은예로서‘현실세계의전형적인현상들을환상적으로투사시킨소설-시’(앙리미테랑의표현으로클로드뒤세가《쟁탈전》서문에서인용)로평가된다.사실적인묘사에서도신화적차원이돋보인다.여주인공르네의모습은에코요정과페드르로,파리는지옥의불이나용광로또는악인으로묘사되면서저주받은도시라는신화와연결된다.황금과육체이외에도불,물,식물의성장을상징하는구조등은인간에내재된심층적욕망들과연결되면서,독자들로하여금사회와역사를풍자하는이작품에서환상이라는뜻밖의세계를만나게한다.나아가내면심층에자리잡은정신현상에대한집요한추적이엿보이는작품이기도하다.
조성애가옮긴에밀졸라(EmileZola)의≪쟁탈전(LaCuree)≫
지나치게조숙한인간
≪쟁탈전≫의초안에는이런글이적혀있었다.“야심과욕망의혼란,식욕과야심의대향연,투기의광태,조숙한젊은이들의어리석고방탕한생활,극도의사치,지나치게조숙한머리와육체때문에타락하는사람들.”그가“극도의정확성과놀랄만한입체감”을통해말하려했던것은무엇인가?조성애는이과학적이고환상적인작품을유연하고자연스럽게해석해한국독자에게처음소개한다.
밖에는달빛으로훤했고매섭게추운날씨였다.막심은귀와손이얼어붙은채도착했다.온실이너무더워서그는모피위에서잠시정신을잃었다.콕콕쏘는추위에서갑자기후텁지근한열기속으로곧장들어왔기때문에심하게얻어맞은것처럼극심한아픔을느꼈다.다시정신을차렸을때르네가무릎을꿇고몸을숙인채그를뚫어지게바라보고있었다.맹수같은그녀의자세가그를무섭게했다.머리를풀어헤치고벌거벗은어깨를드러낸그녀는주먹을쥐고허리를길게뻗은채엎드려있었는데그모습이안광을발하는커다란고양이같았다.바닥에누워있는막심에겐그를내려다보는사랑에빠진이아름다운짐승의어깨너머로달빛을받아엉덩이가빛나는대리석스핑크스가보였다.르네는여자의얼굴을한그괴물과같은자세로미소짓고있었다.풀어헤친치맛자락속에서그녀는이검은신의하얀누이같았다.
막심은힘없이누워있었다.열기로숨이막힐것같았다.그지독한열기는하늘에서불비로떨어지는것이아니라,소낙비를담은구름처럼몸에해로운수증기가발산되는땅에서나왔다.뜨겁고축축한열기로연인들의몸은뜨거운구슬땀으로덮였다.오랫동안이뜨거운욕탕에서그들은말없이움직이지않았다.막심은땅에쓰러진채꼼짝하지않았고,르네는부드러운근육질의다리로서있듯이손목을땅에대고떨었다.바깥에는온실의작은창문들을통해검은색톱니꼴로섬세하게드러나는나무들이,얼어붙은호수처럼하얀잔디밭들이,밝은단색으로세밀히그려진일본판화의풍경을상기시키는이모든죽은풍경이,몽소공원이보였다.불타오르는대지의끝,연인들이드러누워있는이뜨거운잠자리는조용히얼어붙은추위한가운데서기괴하게끓고있었다.
그들은미친듯한사랑의밤을보냈다.르네는남자처럼열정적이고능동적인의지를보였다.막심은그녀를받아들였다.어린시절이후발달되지못한남성성에,팔다리에털도없는예쁘장한금발의중성적존재,로마시대의잘생긴청년처럼우아하고날씬한그는르네의호기심어린품속에서여자가되었다.그는변태적쾌락을위해태어나고자란듯했다.르네는그를지배하는것을즐겼으며언제나성별이분명치않는그피조물을자신의열정아래에굴복시켰다.그를통해그녀의욕망과감각은언제나새로운경이를맛보았다.불편함과격렬한기쁨이뒤섞인이상한감정이었다.그녀는더이상알수없었다.그녀는의심스러워하며그의부드러운살,포동포동한목,내맡긴모습,황홀경에빠진모습을좋아했다.그때그녀는충만의시간을맛보았다.막심은그녀에게새로운전율을느끼게하면서그녀를미친듯한몸치장,엄청난사치,극단적인생활로이끌었다.이미그녀주위에서울리고있었던극단적인음이그를통해그녀의살속에박혔다.그는그시대의생활방식과광증을골고루갖춘애인이었다.호리호리한옷매무새,머리가운데가르마를타고살짝웃거나권태로워보이는웃음을보이며지나가는거리의여자같은이아름다운소년은르네의손안에서,한시대의썩어빠진나라에서육신을탕진시키고지성을포기하는퇴폐적인방탕그자체였다.
르네가남자가되는것은특히온실에서였다.그들이보내는뜨거운밤은며칠이고계속되었다.온실은그들과함께불타오르고그들의사랑에동참했다.후텁지근한공기속에서,희뿌연달빛속에서그들을둘러싸고있는기묘한세상이혼란스럽게움직이며포옹하고있는것을그들은보았다.흑곰모피는길을온통덮고있었다.그들의발치에놓여진,뿌리들이잔뜩엉킨채자라고있는수반에서는수증기가피어올랐다.분홍별같은수련꽃이처녀의윗몸처럼물위로피어나고있었다.토르넬리아나무들은기절한바다의요정네레에디스(Nereides)의머리카락처럼덤불을내려뜨리고있었다.그들주위로,종려수,인도산커다란대나무가천장까지쭉뻗어있었고,피곤한연인들처럼뒤엉킨잎사이로기울어져흔들거렸다.더아래쪽에는고사리류,양치류식물들과나무들이말없이꼼짝하지않고길모퉁이에서사랑을기다리는여자들,넓은초록색주름치마를입은여자들같았다.그들연인들옆에는붉은점이있는잎의뒤틀린베고니아와창모양의하얀잎을가진칼라디움이푸르스름하게멍든창백한모습으로희미하게나란히서있었다.도저히설명할수없는그모습은연인들에게피비린내나는격렬한애무속에서땅에뒹구는엉덩이나둥근무릎처럼보이기도했다.그리고바나나송이를매단채늘어져있는바나나나무는기름진땅의비옥함을말해주었으며,어둠속에서살짝보이는끔찍한혹을가득달고,불구처럼생긴가시많은선인장유포르비아아비시니카는이열광의시대의강물처럼넘쳐흐르는수액을뿜어내는것같아보였다.그러나구석구석을자세히보기에는무성한잎들과엄청난줄기들때문에온실이너무어두웠다.선반위에놓인벨벳처럼부드러운마란타들,보랏빛종이달린글록시니아,윤나는옻칠판자와닮은드라세나들은잘보이지도않았다.그곳은충족되지않는사랑을찾아살아가는나무들의한판춤판이었다.
네귀퉁이에리아나덩굴이커튼처럼둘러쳐진곳에서그들은더욱광적으로쾌락에탐닉했다.바닐라나무,코크뒤르방,큐이스큐알리스,바우히니아가부드럽게뻗은모습은보이지않지만흩어진즐거움을모두그들에게끌어오기위해필사적으로내뻗는연인들의끝없는두팔같았다.나른하게늘어진채끝없이펼쳐진팔들은사랑의경련속에얽혀서한떼의군중들이발정난것처럼서로를찾으며서로의몸을감싸고있었다.열대의숲과꽃들이,불타오르는처녀림이,온실이,거대하게발정(發情)하고있었다.
막심과르네는왜곡된판단속에서자신들이대지의이강렬한결합에융화된것이라고느꼈다.흑곰모피아래에서느껴지는대지는그들의등을달구었고,높게달려있는종려나무잎은그들에게뜨거운물방울을떨어뜨렸다.나무의옆구리로올라오는수액은그들을꿰뚫고지나갔으며,그들에게즉시자라고자하는,거대하게다시생산해내고자하는미친듯한욕망을불러일으켰다.발정하는온실속으로그들이들어갈때마다어떤환상들이,그들이오랫동안동참해왔던종려나무와고사리류의악몽같은사랑의모습들이흐릿한빛속에서그들을몽롱하게했다.잎들은혼란스럽고수상한모습을띠었으며욕망속에서육감적인자태를지었다.그숲들은황홀한목소리로,절정에이른숨소리로,고통을억누른소리로,멀리서부터들리는웃음소리로,바로그들자신이사랑할때의소리로,그들에게다시메아리치듯그들에게중얼거리고속삭였다.때때로그들은대지그자체가충만에겨워쾌락에흐느끼듯지진처럼흔들린다고느꼈다.
두눈을감았더라도,숨막히는열기와흐릿한빛들로그들의모든감각이이상해지지않았더라도,그향내는정신을극도로흥분시키고도남았다.수천가지꽃들과수목들의향이진동하는수반은짙은향내로그들을자극하며감쌌다.이따금씩바닐라나무는산비둘기처럼구구거렸다.그리고호랑이같은입으로회복기환자처럼쓰디쓴냄새를내뿜으며큰숨을내쉬는스타노페아의거친음이들렸다.줄에매달린바구니에서자라고있는난초들은숨을내뿜는살아있는향로같았다.그러나가장두드러진향내는,희미한한숨에서나오는이모든향내들의근원은,막심이르네의목에입맞출때,그녀의풀어헤친머리카락속에머리를파묻었을때,그가알아낸사람의냄새,사랑의냄새였다.그들은대지가출산중인안방,온실에떠도는여자의향에취해살았다.
보통그연인들은마다가스카르산탕긴나무아래,르네가독잎을깨물었던바로그나무아래에서자곤했다.그들주위에서하얗게떠오르는조각상들이수목들의엄청난짝짓기를바라보며웃고있었다.달빛은차례로그조각상들을비추었으며변하는달빛에따라살아있는드라마를보여주었다.그들은파리에서수만리나떨어져살롱의평이한삶을떠나검은대리석스핑크스가신이되는인도의어떤숲속이나괴기스러운어떤사원에와있었다.그들은죄를짓고있으며저주받은사랑으로,짝짓는맹수처럼뒹굴고있음을느꼈다.그들을둘러싸고있는이모든군상들,수반에음침하게운집해있는무리들,노골적으로벗은것같은나뭇잎들,이모든것들이그들을단테의지옥같은열정속으로완전히던져넣었다.끔찍한정사에대해은근히두려워하면서도너무나뜨거운땅의과일인근친상간을맛보는곳은12월의매서운추위속에서홀로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