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년난징조약에의하면‘중국황제는영국왕에게홍콩섬을양도하기로한다.홍콩섬은앞으로영원히영국여왕과이후세습되는영국군주들의소유가되며,영국여왕이선포하는법과규칙에따라통치된다’라는요지의내용이들어있다.그리고그로부터약140년뒤인1984년12월19일에발표된중영공동성명에는‘중화인민공화국정부는홍콩지역(홍콩섬,가우롱및싼까이를포함하며,이하홍콩이라고함)을재통합하는것이모든중국국민의한결같은열망이며,1997년7월1일부터홍콩에대한주권을다시행사하기로결정했음을선언한다’라는내용이들어있다.난징조약이홍콩식민지역사의출발점을결정짓는것이었다고한다면중영공동성명은그종착점을결정짓는것이었다고할수있다.하지만홍콩인들의입장에서볼때이것이꼭반가운소식만은아니었다.1984년이후홍콩에서는미래에대한불안감때문에이민열풍이몰아치는등사회전체가요동치게되었다.그러면서홍콩인들은종래자신이누구이며홍콩이어떻게될것인가에대해별반주의하지않던데서벗어나서,본격적으로정체성문제를고민하기시작하는한편스스로그정체성을만들어나가고자노력하기시작했다.
1984년이래,혹은그이전부터,당연히홍콩문학계는이런상황을작품으로보여주기시작했다.홍콩의장래나홍콩의정체성또는홍콩과중국대륙간의차이등에관심을가진작품이증가했고,홍콩반환을직접적인소재로한단편소설과중·장편소설들이속속발표되었다.특히1990년대에들어서면서이른바‘홍콩성’의추구가명확하게드러나는‘도시의상실’또는‘도시로부터의소외’를보여주는작품이증가했고,외국이민과관계있는이야기가더욱다양하고세밀하게제시되었다.다시말해서역사회고,신(新)이주자,외국이민,도시로부터의소외,도시의상실,홍콩의사회적현상등중국대륙과구별되는홍콩만의특징및홍콩반환문제와관련해일어나는일련의현상들을표현함으로써,홍콩의정체성을찾고자하거나그것을만들어내고자하는노력이주류를이루게되었던것이다.1997년마침내홍콩이중국에반환되었다.막상반환이현실화되고나자이상의상황에도다소변화가일어나게되었다.홍콩반환과직접적으로관계가있는‘도시의상실’보다는현대적대도시자체가가져오는소외현상으로서의‘도시의상실’을표현하는작품이많아지기시작했고,도시남녀의애정이야기가대폭늘어나게되었다.즉,홍콩의정체성문제를직접적으로다루기보다는홍콩사회에존재하고있는여러가지현상들을다룸으로써정체성의탐구와추구를내면화하게되었던것이다.
예쓰(也斯)는이런홍콩문학계의동향과성취를가장잘나타내주는작가다.그는홍콩반환훨씬이전부터홍콩성과홍콩인의정체성에대해심도있는탐구를진행해왔고,소설·시·수필·홍콩식칼럼산문(신문의문학면에수많은고정란을만들어놓고특정작가들이매일또는수일간격으로정기적으로게재하는아주짧은분량의수필이나기타잡문)또는이론문장등각종방식으로사람들에게그가알거나상상하고있는홍콩과홍콩인에대해알리고자노력해왔다.그의이러한노력은특히근년에와서더욱훌륭한성과를거두고있으며,이에따라홍콩문학계는말할것도없고중문문학계전체에걸쳐극히높은평가를받는작가중한명이되었다.
2009년에예쓰는과거약10년간에걸쳐서쓴그의단편소설12편을묶어≪포스트식민음식과사랑(後殖民食物與愛情)≫이라는제목으로출간했다.이단편소설집은그의다양한작업중에서도포스트식민시대의홍콩을가장잘표현하고있으며,그만의독자적인시각이나감각,독특한발상이나표현이잘어우러져있고,또그바탕에는어떻게하면독자들이좀더구체적이고입체적으로홍콩을느낄수있도록할것인가하는데대한그의고려가작용하고있다.예를들면,의도적으로다양하고다채로운음식들을제재로활용하고있는것이바로그렇다.그에따르면이는밴쿠버의한문화제에참석하기위해홍콩문화에대해강연을준비하는과정에서비롯되었다고한다.당시그는딱딱한학술이론이아닌구체적이고입체적인그무엇인가로홍콩문화를설명하고자했고,이에대해고심하는과정에서우리가늘접하게되는음식에주목하게되었다.다시말하자면,음식은일상에서늘접하는구체적인것이자맛과빛깔을가지고있을뿐만아니라,더나아가서사람과사람사이의감정과기억을이어주고상호소통을가능하게해주는것이므로,음식을활용하면더욱효과적이고구체적으로홍콩과홍콩인의모습을보여줄수있다고본것이다.그는후일이아이디어를소설등에서더욱적극적으로시도했고,그결과는대단히성공적이었다.
예쓰는원래홍콩반환전후의보통사람들이살아가는모습을장편소설의형식으로그려내려고했다.하지만당시원고분량이장편소설에미치지못했고스스로도계속써낼수있을지확신할수없어서단편소설방식으로전환하게되었다고한다.본디홍콩이라는도시는생활리듬이워낙빨라서일반적으로장편소설보다는단편소설을,단편소설보다는수필이나시또는홍콩식칼럼산문을더선호하는곳이다.거기다가사회시스템자체가전업작가로활동하면서생활해나가기가어렵기때문에대부분의작가는본업을따로가진상태에서어렵사리작품창작에노력하고있다.아마그가단편소설방식을택한데는분명이런이유가크게작용했을것이다.하지만이단편소설들은각각독립적인스토리를가지고있기는해도전체적으로보면각기퍼즐조각같은역할을하고있다.등장인물들은중첩되어등장하기일쑤이고,이야기역시순차적시간의흐름을따르거나특정한사건을따라서개별적으로전개되는것이아니라상호연관성을가지고펼쳐진다.대체적으로볼때한국독자들이비교적선호하는리얼리즘기법보다는모더니즘기법이나포스트모더니즘기법이많이활용되고있고,마술적리얼리즘의요소와영화의몽타주수법도가미되어있다.또같은작품안에서도1인칭과3인칭의화자가혼용되어있으며,문장서술면에서도화자의회상과독백그리고다른인물과의대화가확연하게구분되지않는다.물론그렇다고는해도소설이그자체의긴장과맥락을잃지않는다는것은분명하다.다만이런점들을고려해볼때어쩌면일부한국독자의경우그의소설이다소낯설게느껴질수도있을것이며,이와동시에또이때문에오히려새롭고색다르게느껴질수도있을것이다.
이번역본에는예쓰의작품중에서6편의단편소설과≪포스트식민음식과사랑≫의후기인<원툰민과분자요리>등총7편의글이실려있다.여기에실린소설을포함해서그의소설에는홍콩이라는도시의지리와건물,거리와골목,대형음식점과조그만식당,거창한요리와간단한음식,문학작품과텔레비전드라마,영화와다큐멘터리,학술이론과시정잡담등이자주등장한다.특히대표작인<포스트식민음식과사랑>은아예포스트식민이라는학술용어와일상적인음식및남녀간의사랑을결합한제목을사용하고있다.그의이러한방식은앞서말한것처럼어떻게하면딱딱한학술이론이아닌구체적이고입체적인그무엇인가로홍콩을보여줄것인가하는고려의결과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
<포스트식민음식과사랑>은화자인‘나’스티븐과마리안의만남을주로다루고있다.소설속에서‘나’는영국에서유학을하고돌아와낮엔헤어살롱이지만밤엔바(bar)로바뀌는헤어살롱겸바의사장이다.어느날프랑스유학생출신인마리안이헤어살롱에‘샴푸하러’왔다가둘다음식마니아라는걸알게되고이로부터두사람의이야기가전개된다.이두사람을포함해소설속에서등장하는많은인물들과각각의장면에서,작가는기억·회상·독백·대화등을통해그들각자의홍콩─결과적으로다양하고복잡하면서구체적이고생생한홍콩을보여준다.특히소설의마지막부분에서‘나’는이렇게말한다.“어떤친구들은우리를떠나다른곳에가서살게되었고,또어떤친구들은새로들어왔다.바야흐로새로운시대다.”이말은포스트식민시대의홍콩을말하는것이기도하지만,전지구화라는원심력과지역화라는구심력이상호의존적으로작동하고있는오늘날의한국에도적용가능한것이아닐까?
<교토에서길찾기>는홍콩에서영문학과영어를강의하는미국인로저와호텔직원출신의홍콩인아쏘우의휴가이야기를중심으로전개된다.둘은어렵사리함께일본의교토로휴가를가는데,교토에도착한후숙소를찾아가는일에서부터시작해서여러가지잡다한일들을겪게된다.작가는이런에피소드로부터비롯되는등장인물의반응과느낌,연상과기억등을통해서한때히피였던로저의동양에대한환상,현재홍콩에서겪고있는현실,로저와아쏘우의사고와행동방식의차이,홍콩과일본사이의같고다름등을보여준다.이런것들을통해서아마도독자는사람사는세상에서순수한것,전통적인것,역사적인것이란도대체무엇이며과연그것이가능할까,그리고실제의현실은그보다훨씬잡종적이고,가변적이며,비선형적이지않을까하는질문을갖게될수도있을것이다.
<서편건물의유령>은영문학과에서분리된비교문학문화학과소속의호퐁이라는교수가학교에서겪는사소한일상사가주요내용이다.비록약간의차이는있으나홍콩의대학역시기본적으로는여러가지면에서한국의대학과상당히유사하다.특히나날이강화되는교수들에대한압력과또교수들간의자잘한갈등과협조가그러하다.그런면에서한국독자의입장에서볼때밤마다학교의서편건물에서일어나는수상쩍은일은어찌보면전혀이해할수없다기보다는충분히이해할만한일일지도모른다.그런데만일독자가유심히본다면,그중에서도포스트식민주의에관심이있는독자가본다면,작품속에등장하는브레히트·푸코·바흐친등과같은인물들의이름이라든가포스트식민주의니페미니즘이니하는학술용어따위에서나타나듯이,이작품이간단히그런정도의수준에서그치지않는다고생각할수도있을것이다.만일그렇다면독자는작품의제목과내용이그나름대로의미심장하다고생각할수도있을것이다.
<튠문의에밀리>에서는홍콩섬이아닌싼까이의튠문에서태어난에밀리와그녀의아버지그리고그녀의미국인애인로저가중심인물이다.그런데소설에서는끊임없이에밀리와그녀친구들의출신을강조하고,거리와건물이름등을통해서구석구석그녀들의튠문을소개하고있다.특히에밀리가일자리를찾아홍콩섬으로갔다가튠문으로되돌아온것,그녀가주로일하는곳이온갖메뉴가다있는서민음식점인차찬텡인것,에밀리와그녀의친구들이모두강인하고독립적이라는것등은시사하는바가적지않다.혹시예민한독자라면이런모든것들을통해서홍콩이단순히홍콩섬만으로구성되어있지않고그외에도가우롱,싼까이까지포괄하고있음을알게될것이다.그리고어쩌면더나아가서작가가홍콩섬과튠문의관계에대해서중심과주변이라는관점을적용하면서,중국과홍콩의관계내지는전지구화와지역화의문제차원에서홍콩을살펴보고있음을발견할지도모른다.
<밴쿠버의사삿집요리>는캐나다로이민을갔다가가족만남겨둔채이민을포기하고혼자홍콩으로돌아와서여행사가이드를하고있는로우싯이노모를모시고밴쿠버를방문하는이야기로부터시작된다.주요인물인기러기아빠로우싯,이혼한전처,대학에다니는딸,아직어린아들,연로하신노모사이에서일어나는미묘한갈등과충돌은단순히1997년의홍콩반환이야기한홍콩의이민열풍과그로부터초래된후유증을보여주는데그치지않는다.그보다는전지구화라는경제적·정치적변화속에서작게는가족의의미와가족구성원간의관계에대한질문이자,크게는인간공동체로서이른바민족이란무엇인가,그리고그것을규정하는요소로서의문화란무엇인가에대한질문이될수있다.물론독자에따라서는그런것보다는좀더직접적으로가부장적전통이사라져가는우리시대의수많은가족과아버지의이야기로읽을수도있을것이다.
<딤섬일주>는한때소설을쓰고자했지만여전히제자리걸음을하고있는홍콩사람인‘나’와이제는탐정소설가로유명해져서홍콩으로옮겨온상하이친구샹둥이함께홍콩의이곳저곳을다니며과거를추억하고현재를살펴보는이야기가여기저기산발적으로전개된다.그리고그사이사이에는어느것이주이고어느것이부인지딱잘라말하기어려운많은이야기들이함께펼쳐진다.예컨대로저의서울방문이야기,로우싯과그의가족의선전여행이야기,샤오쉐의타이완이야기,궉홍과스티븐의마카오이야기등이동시에제시된다.어쩌면독자들은제목이말하는것처럼온갖곳들을돌아다니다보면일시적으로약간의혼란을느낄지도모른다.그러나홍콩자체가그처럼다양한모든것들이동시에존재하고,뒤섞이고,변화하고있는문화적공간이라는점을생각해본다면그것이단순히무질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