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의첫만남은2022년초였다.독서라는폭풍이내삶을휘몰아치던시절,소설에서철학까지장르를가리지않고마구잡이로책을탐하던어느날,우연히“이사람을보라”한권이내손에도달했다.문장은난해했고,사유는깊고거칠었다.한줄을읽을때마다미끄러지는듯했고,이해는번번이벽에부딪혔다.그럼에도이상하게나는이철학자에게더다가가고싶었다.알수없는힘이내안에서미세하게흔들리며“이사람을끝까지따라가보라”고속삭이는듯했다.그러나철학을전공한학도도아니고,충분한학력으로무장한사람도아닌내가니체의언어를해석한다는일은,처음부터버거움그자체였다.읽다가덮고,덮었다가다시펼치는일을반복하며“굳이이어려운책을붙들고씨름할필요가있을까?”스스로에게묻던날도있었다.
그때문득,30년전금강경한권을붙들고일년을버티던젊은날의내가떠올랐다.하루종일,심지어꿈속까지밀고들어오던그문장들.꿰뚫어보고싶다는열망하나로버티던그시절의내모습이낡은사진처럼되살아났다.그기억은다시손에든니체의책을내려놓지못하게했다.그리하여나는무모하게도,가장나중에읽어야한다고들말하는“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다른어떤입문서보다먼저펼쳐들었다.그리고주석서를여러권찾아읽고,마침내니체의언어가가진독특한매혹에깊이빠져들기시작했다.
물론내지혜의한계는언제나그를온전히이해하기에부족했지만,그부족함이오히려나를쓰게했다.쓰는동안에배우고,배우는동안에또쓰는일.그렇게나는니체의문장들에주석을달기시작했고,2024년1월26일SNS에첫글을올린이후1년6개월동안쉼없이쓰고다듬은결과가지금이책이되었다.오로지나자신의공부를위해쓴글을독자에게내어놓는다는일은언제나부끄러움과설렘이함께찾아오는법이다.짧은식견으로해석한니체의세계가권위있는학자들의저작과비교하면얼마나보잘것없는지나는누구보다잘알고있다.
그러나언어는누구를만나느냐에따라전혀다른길을열기도한다.철학을전공하지않은비전문가의시선도또하나의통로가될수있다면,그통로가단한사람에게라도조금더건강하게,조금더자유롭게삶을바라보게하는힘이되기를바랄뿐이다.니체가말하는위버멘쉬의길은특별한사람에게만열리는길이아니라,스스로건강하고자유롭고자하는모든이에게열려있는길이기때문이다.무모하게시작된여정이었지만한걸음내디뎠다는사실만으로도나는니체의언어에조금더가까워졌다고믿는다.앞으로도더나은언어를창조하는작가가되기위해세상이보여주는모든것들과대화를멈추지않을것이다.그러다언젠가또다른글로,조금은더성숙한사유로,독자여러분과다시만날수있을것이다.그리고언젠가이책을읽어주신독자님들과직접이야기를나누는북콘서트를열수있다면,그자리에서나보다훨씬깊고넓은지혜를가진독자님들과함께담론을펼쳐보기를조용히소망해본다.
-부산금정산자락에서,2025년11월
장희준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