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계의 철학 (먼저 도가 있는 곳인지를 살펴보라)

출처, 경계의 철학 (먼저 도가 있는 곳인지를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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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교적 출처관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시리즈는 우리 선현들이 지난 수 세기 동안 늘 고민하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문제를 중심으로 간행된 총서로, 『출처, 경계의 철학』은 그 열다섯 번째 책이다. ‘출’이란 출사 곧 현실 정치에 참여하여 배우고 익힌 도를 실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와 반대로 ‘처’란 은일함, 곧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초야에 머물며 도를 연마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경계의 철학』은 출처의 경계와 개념을 시대별로 소개하고, 이런 이론들에 대해서 원전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고대 초기 유학에서부터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처의 개념과 몇몇 주요한 인물의 출처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우선 출처의 형성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고대적 질서의 성립과 붕괴에서 출처와 도의 상관관계를 파헤쳐본다.
저자

오용원

저자오용원은경북고령에서태어났다.동국대한문학과를졸업하고,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한국한문학을전공하여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경북대영남문화연구원인문한국교수로재직하면서고문서를통해전통시대선인들의일상을연구했다.현재한국국학진흥원자료부장과유교문화박물관장의소임을맡고있다.학문적관심분야는일기류자료,전통시대문화원형등이다.『계암일록』,오횡묵의『총쇄록』,『감계록』『임재일기』등의일기류자료를통하여옛선비들의일상과생활사를연구했다.저서로는『누정의문학적해석과공간미학』『수령의사생활』(공저)등이있고,역서로는『농암잡지』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장출처의이해를위한경계境界
1출처의형성을위한요소들
2중국현철賢哲들의출처관
3우리선현들의출처관

2장원전으로읽는출처

3장원문

출판사 서평

도를행할의지가있는군주인가,그렇지않은가
일목요연하게정리한유교적출처관
천하를바로잡으려는사士들의나아감과물러남
오늘날출처관은우리에게어떤의미를갖는가


·공자께서말씀하셨다.“의는내마음이처치하는바의마땅함이다.일을이렇게처치해야함을보면거기에따라응하여집착함이없어야한다.의리상마땅히부귀해야하면부귀를누려야하고,의리상마땅히빈천해야하면빈천해야한다.마땅히살아야하면살고,마땅히죽어야하면죽어야한다.의리상합당한가의여부를살펴야한다.”_『논어집주』「이인」,소주小註

·맹자께서말씀하셨다.“천하에도가있을때에는도로써몸을따르게殉하고,천하에도가없을때에는몸으로써도를따른다.도를가지고남을따른다는것을나는들어보지못했다.”_『맹자』「진심상」

·속히떠날만하면속히떠나고,오래머물만하면오래머물며,은둔할만하면은둔하고,벼슬한만하면벼슬한것이공자이시다.백이는성인의청淸한자요,이윤은성인의자임自任한자요,유하혜는성인의화和한자요,공자는성인의시중時中이신자이다._『맹자』「고자하」

·군자는자기의현재위치에서행하고그밖의것을원하지않는다.부귀에처해서는부귀를행하고빈천에처해서는빈천을행하고오랑캐에처해서는오랑캐에서행하며환란에처해서는환란을행하니,군자는들어가는데마다스스로얻지않는것이없다.위의지위에있어서는아래를업신여기지않으며,아래의지위에있어서는위를끌어잡지않으며,몸을바르게하고사람에게구하지않으면원망이없을것이니,위로하늘을원망치않으며아래로사람을허물하지않는다.고로군자는평이平易한데있으면서천명을기다리고소인은위험한것을행하며요행을구한다._『중용』「14장」

출처出處는세상에나아가고물러남을말한다.지난날우리선현들은출처,은현隱現,행지行止,행장行藏,개합開闔,거취去就,동정動靜등의이분법적사고로경계境界짓고표현했다.삶의행위그자체를이분화한다면출처는자칫흑백논리의오류에빠질위험이높다.어떤고고한선비로자칭하며세상에나아가지않고그저은둔하며학문을하고후학을양성했다고해서그사람을긍정적으로만평가할수있을까?그렇지않을것이다.유가에서는수기치인修己治人이나수기안인修己安人을삶의대체로삼았기때문이다.그래서이런원칙아래서그들이추구했던학문적이상은같았다.인간의도리를밝히고도덕과윤리를바로잡아함께행복하게살아가는대동사회를구현하고자했던그들삶의이상역시같을수밖에없다.하지만출처에대한입장은서로달랐다.
『출처,경계의철학』은출처의경계와개념을시대별로소개하고,이런이론들에대해서원전을통해좀더구체적으로밝히고있다.고대초기유학에서부터우리나라조선시대에이르기까지다양한출처의개념과몇몇주요한인물의출처관을구체적으로살펴보며,우선출처의형성배경을알아보기위해고대적질서의성립과붕괴에서출처와도의상관관계를파헤쳐본다.
‘오래된질문을다시던지다’시리즈는우리선현들이지난수세기동안늘고민하고관심을가질수밖에없었던문제를중심으로간행된한국국학진흥원의교양총서로,『출처,경계의철학』은그열다섯번째책이다.지금까지간행된매시리즈에서키워드로던졌던질문은누구든한번쯤관심을가져봤던중요한것이다.이책에서다루는출처도마찬가지로,오랜세월현철들의입에오르내리고붓끝에노닐며단련되었지만아직도이에대한명쾌한해답을얻지못했다.그래서자고이래로이름높은대학자부터시골선비들에이르기까지자신의삶을재단하면서한번쯤출처를언급했고,이를후세에글로남겨전했다.

출처를이해하기위한경계境界
‘출出’이란출사곧현실정치에참여하여배우고익힌도를실천하는행위를가리킨다.이와반대로‘처處’란은일함,곧벼슬길에나가지않고초야에머물며도를연마하는것을말한다.공자는“위태로운나라에는들어가지말고어지러운나라에는살지않으며천하에도가있으면나타나벼슬하고도가없으면숨어서살것”을권했다.도에뜻을둔사士라면나라가위급하면목숨을바쳐야하는데도가행해지지않는나라에출사하면헛된죽임을당할수도있으니,이는도에뜻을둔자의행위가아니라는것이다.따라서출사에는도가행해져야한다는단서가붙는다.
이와마찬가지로출사한사에게도지켜야할의무가있었다.출사하면자기가섬기는군주에게충성을다해야하고,자기일이아닌분야에는참견하지말아야하며,일을맡아서는미덥게해야하고,나라가위태로울때는목숨을내놓아야한다는것이다.이렇게도를행하기위해출사하는사를순자는‘정신지사正身之士’라하여이록을위해출사하는‘영록지사迎祿之士’와대립적으로구별했는데,영록지사는도의실현에는관심이없고오직권력과재물만을도모하는사를말한다.
군주와국가가동일시되곤하는전제군주국가에서는,도가행해지는국가란도를행할의지가있거나현재도를행하고있는군주라는의미로해석해도좋다.즉도를행할의지가있는군주에게는출사해도되지만그렇지않은경우에는출사하지말아야한다는것이공자의생각이다.바로이것이유교적출처관의핵심이다.또한편도를실천하는군주를만나지못해출사하지않고초야에거처하는사에게도지켜야할의무가있는데,위급한나라에는머물지말아야하며,인심이후덕한마을을찾아머물면서빈천한생활을하더라도남을탓하지말고그상황을즐기면서,도를행할의지가있는군주가나타날때를대비하여열심히도를배우고익혀야한다는것이다.도에뜻을둔이는거친옷과거친음식을부끄러워하지않고,자기를알아주는이가없어도서운해하지않으며,오직도를행하는데부족함이있을까만을근심해야한다.그러므로도에뜻을두었다면처한위치에상관없이“덕德을굳게지키고인仁에의지하며예藝에노닐수있어야한다”고가르친것이다.
이처럼출의개념에는출사만이아니라출사에따른제반사항,즉직무를수행하는데필요한학식과재주,군주를섬기고백성을다스리는데필요한덕행과품성을배우고익히는과정이포함되며,공자는이런학식과덕행및이것을갖추기위한기본소양을익히고기르는법을가르친최초의선생으로알려져있다.당시에는공문제자뿐만아니라일반백성도공자를따랐다는데,공자가가르친학이‘현학顯學’으로칭해진것으로미루어공자의이름이당시매우널리알려져있었음을알수있다.이책은『논어』를중심으로『맹자』『중용』등유교의저작을참고하여유가의출처관을설명하고있다.

출처와도의상관관계
출처관을논하기에앞서우선따져봐야할것이바로출처관이등장하게된배경이다.모든일에는그일을발생시킨원인이있듯이,출처관에도나타나게된원인과배경이있다.먼저도의의미에대해살펴보는것이순서가아닐까한다.『논어』에서도찾을수있지만공자와공문제자들이지향했던것은바로궁극적으로‘도’의실현이었다.『논어』「요왈堯曰」과『시경』「증민烝民」을통관할때,고대의선왕이나위대한상제가백성을내신뜻을받들어서제정한준칙,규범,정치와관련된지식,바람직한삶을사는데필요한대원칙과영원한지혜를도라고말할수있겠다.곧도는고대의선왕이다스리던이상적인사회를오늘날에재현하기위해배우고익히고행해야할것들의총체라는뜻을담고있다.
이른바‘경전’은이위대한선왕과그신하들이나누었던대화와그들이행했던치적및삶의자세들을일종의서사시적형태로논저한저작이다.따라서도에뜻을둔자라면경전을배우고익히는데진력해야하며,이런학습행위를통해자신의정체성을확인하고그것을실현하는것이자신이살아가는당위적이고도본질적인이유임을스스로에게납득시켰을것이다.도는공동체의성립과질서유지에필요한각종다양한관념들이총망라된복합적관념으로,공동체의안위는물론바람직한삶을영위하는데직접적이고도근본적으로영향을미치는것이기때문에,도에뜻을둔사람이라면이것을실행하는것을삶의목표로삼고목숨이다하는날까지이를완수하는데온힘을기울여야한다.하지만동시에도는자연적존재인인간이탈자연화하는과정에서자신에내재한자연성(즉폭력성,야만성,반문명성)을억제하는등의행위를통해형성된것이기때문에만일인간이이자연성을통제하지못하면자연성이분출되어동요할수밖에없다.그래서늘문명상태에서반문명상태로회귀할개연성이있다.따라서공자를비롯한공문제자들은이도의실현여부에문명과인격이달려있다고보고,결국이도를배우고익히고행하는데공력을쏟았던것이다.
도는어떤배경에서어떻게형성되었고쇠락했을까?인구는적고통치해야할지역이매우넓었던고대의중국,통치자들은효과적으로통치하기위해특별한제도적장치를고안해야만했다.이것이바로봉건제인데,대개자녀라든가가계내의동성씨족,그리고창업공신등을봉했기때문에,국가의실질적주인인천자와봉건의수혜자인제후는정치적으로는군신관계이지만가족적으로는부자관계를띠었다.이것은봉건제후국도마찬가지였다.제후또한자신의영지를여러개로나누어자신의가신들에게봉했다.그리하여온나라가군신관계와혈연관계로짜이게되었는데,각국은외교권이나군사권을포함하여입법권까지소유하고행사했기때문에국가형태로보면일종의연합체형식을갖추고있었다.
제후국의군주는천자가임명한다.하지만제후의가신인대부는천자가아닌제후국의군주즉제후가임명한다.각제후국의관리도이와마찬가지였다.그들역시천자가임명하는것이아니라제후가자신의통치에도움이되는자를임명했다.각봉국을둘러싸고있는대부의가도마찬가지다.대부의가신인사는제후가아닌대부가임의로임명할수있었다.따라서천자와제후사이에는군신관계가성립하지만,천자와대부(제후의가신),그리고제후와사(대부의가신)사이에는직접적인군신관계가성립하지않았다.이를‘배신陪臣’이라고하는데,신하의신하라는뜻이다.즉제후는천자에게충성을맹세하고,제후의대부는제후에게만충성을맹세하면되었던것이다.이로인해제후국은정치적으로천자국의지휘를받을뿐,실질적으로는독립된국가나다름없었다.중국고대의특별한인간관계인문생고리門生故吏나전관前官을예우하는관습은바로이러한봉건정책에서빚어진것이다.
『서경』에따르면이러한제도를처음창안한사람은바로주나라의주공이라고하는데,주공은주나라의봉건제를마련하는한편,천자국과제후국의관계가부자관계라는것에착안하여효제孝悌를으뜸으로하는도덕규범을제정하고,이를‘수명受命’의근거인‘덕’으로합리화했다.천자와제후사이에는정치적군신관계외에혈연적부자관계가성립하고,각제후국들은서로형제관계에놓여있기때문에종적으로효를다하고횡적으로제를다하면그국가는문란없이잘유지될수있다.
하지만주대봉건제는천자의힘이강력할때는문제가없지만,제후의힘이천자보다강하거나강대한제후들이연합을이루어대항할경우에위력을상실할수밖에없다.이른바춘추전국시대의사회대혼란은천자국과제후국간의상명하복관계,제후국과제후국간의유대관계가붕괴되면서일어난사회변동이다.
결정적으로제후국상호간의영토확장을위한전쟁,그리고제후국내부에서일어난귀족간의정치투쟁을거치면서제후국간의힘의균형이무너져귀목이몰락하는일이일어났다.공자는물론,공문제자들가운데안연이나증삼역시마찬가지처지였다.한편확대된영토를손수다스리기위해서는자기에게만충성하는황제의낭중같은사람이반드시필요하기마련이다.이때만일그들에게행정에관한지식이있거나과거서인을지배해본경험이있다면독립왕국을꿈꾸는제후나대부들에게아주요긴하게사용되었을것이다.그들중에는제후의공경이나대부에임명되어최고위직에서국가통치를전담한사도있지만,이런것은공자나묵자같은부자나대사들에게만해당되고,대부분은중대부나하대부또는공주의식읍인읍재邑宰로서서인들을대상으로치안을담당하거나조세를수납하는등의업무에종사했다.
제후들입장에서도‘도의실현’같은것을고려하지않고,오직영토확장과사민통제에만관심이있었기때문에사의도덕성을문제삼지않았다.자신의영토와재산을늘려줄수있는사라면출신과신분을가리지않고채용했으며,능력이나성과가있으면관직을높여줬다.양혜왕이맹자를처음보았을때했던말이“당신은내게무슨이득을줄수있느냐”고말한것을보면이시기에사가출사를위해어떤행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