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냉전의‘징검돌’로쓰이고버려진노마드의터,
태평양군도에남은근대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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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내지內地)에서바라본‘태평양군도’는아름답고희귀한자연유산이거나,영유권분쟁에서반드시지켜내야할영토였다.군도에서바라본군도의모습도그와같을까?근대세계에서군도와그곳의섬사람들이겪어온사회사적경험은그동안거의주목되지않았다.얼마간대륙과별개로독립성·폐쇄성을지니던이곳이제2차세계대전을거치며전략적요충지로서개방되고,변방으로대륙에종속되게된상황은지난반세기식민지주의를통해진행된세계화,즉근대세계의전개그자체이기도하다.이책은‘미국의호수’가된태평양의군도인오가사와라제도와이오열도로부터그전개양상을새롭게재추적한다.바다노마드의공간이었던태평양군도가세계화,자본주의,국민국가같은근대적장치에포섭되며침략의징검돌로,전장戰場으로,포스트냉전의‘버리는돌’로사용된사회사는근대를바라보는내륙의편협한시선에새로운균열을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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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책이쓰인계기는2011년3월11일발생한대지진이었다.저자이시하라?은지진이발생한다음날,후쿠시마제1원전이폭발하는영상을보고그곳사람들의삶을생각하면서,군도의사람들을떠올렸다.그가오랫동안연구해온오가사와라제도·이오열도사람들은삶터에서쫓겨나오랫동안난민신세가되었다.아시아태평양전쟁말기인1944년에는미국과의지상전을계획하던일본군에의해본토로강제소개되었고,섬은미군에점령되었다.패전뒤에도미국은이들이고향으로돌아가는것을허락지않았다.오가사와라제도의일본계주민들과이오열도의모든주민은계속해서난민상태에있었다.1968년이돼서야시정권이일본에반환되고오가사와라제도의일본계주민이고향으로돌아갈수있게되었으나이오섬주민에대해서는계속귀향이허락되지않았고,이들은벌써70여년째고향을잃은채디아스포라상태에놓여있다.
일본은아시아태평양의냉전질서속에서한반도와타이완섬에군사적전선을강요했고,오키나와제도,오가사와라제도,이오열도등군도의섬사람에게미군에의한피해를강요함으로써민수民需주도의고도경제성장을이루었다.이들의경험은일본내에서조차망각되어갔다.
일본정부는잠재적인핵무장능력을확보하기위해미국에서원자력발전용플랜트와플루토늄을수입해원전건설에착수한다.일본정부와전력회사는3.11참사의피해지역인도호쿠지방을비롯한가난한어촌을대상으로돈을쏟아부었고,반대운동을고립시키며원전건설을밀어붙였다.이곳은원전관련직종외에수입원이없다시피한국내식민지처럼변해갔다.2011년의대참사와주민들의난민화는단순한자연재해의결과일뿐아니라,이런역사과정의인위적결과이기도한것이다.저자는군도의섬사람들이군사주의와식민주의라는근대적장치아래강요받아온난민화와피폭의경험,그리고일본내륙의개발주의와국내식민지화의결과인3.11을서로무관하지않은일련의역사과정으로이해해야한다고주장한다.
이책은오가사와라제도와이오열도를중심으로삼아,서북태평양에떠있는작은섬들의눈으로태평양세계Trans-PacificWorld의200년역사를그려보는역사사회학적시도다.군도의근대경험을단순히아시아태평양근대사의지역별리스트에등록하려는것이아니라,근대경험을새로운각도에서조망하고,아시아태평양의역사인식을다시꾸려보는것을목표로한다.
작은섬들의눈으로본근대의경험
오가사와라제도,이오열도
2011년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에등록된오가사와라제도小笠原諸島,BoninIslands는대륙과연결된적없이19세기초까지도사람이정주하지않은채오랫동안무인도로존재했기에‘동양의갈라파고스’라고도불린다.많은일본인이이제도의이름을들으면‘아름답고희귀한자연’의이미지를연상한다.일본의미디어에서도고유동식물이풍부하게서식하는이곳의자연환경에주목했다.1990년대이후에는훌륭하게보존된자연을위시해생태관광의기반이마련되기도했다.그러나이렇게아름다운태평양군도가근대사의모순을안고있다는사실을아는이는많지않다.
외양범선에오른바다노마드와원주민의땅이었던이곳은,아시아태평양전쟁과냉전을거치며전혀다른운명을맞이하게된다.총력전때는주민대다수가고향에서쫓겨나본토로강제소개되거나전장으로징용되었고,태평양이‘미국의호수’가된후에는고향으로돌아가지못한채난민신세가되었다.포스트냉전시기에는미군기지가정리되고그주변시설이거의개발되지않았다.그렇게사반세기가흐르면서아이러니하게도오가사와라제도의자연환경이그대로유지될수있었던것이다.
전후오가사와라제도가근대를통과하며겪어온사회사적경험은(두제도의시정권이일본에반환된1968년전후를제외하고)일본에서조차거의주목된적이없었다.특히이군도에살았던/살고있는이름없는사람들의경험은지금도여전히외면받고있다.일본경제가냉전질서속에서평화주의를바탕으로고도성장하는동안,‘미국의호수’의모순에노출된태평양섬사람들은식민지주의와군사주의,피폭및방사능오염등과끊임없이싸워야했다.
클린트이스트우드의「아버지의깃발」과「이오지마에서온편지」등영화를비롯한각종매체에서는이들군도에사회가있었다는사실,그곳에사람이살았고지금도살고있다는사실을노골적으로지우는데일조했다.이오열도에1944년까지도정주사회가존재했다는것,지상전에동원된주민대부분이목숨을잃었다는것,강제소개된주민과그자손이실향민이되었다는것은지금까지도거의알려져있지않다.세계화와제2차세계대전을거치며군도와그곳사람들의삶에는대체어떤일이일어났던것일까?
오가사와라제도와이오열도는모두오랜시간무인도였다.다른많은섬과달리이들섬에는전통적인사회제도나전근대적인국가체제가존재하지않았다.그러다오가사와라제도는19세기전반들어고래기름을찾아서북태평양으로진출한포경선의기항지가되었다.포경선의가혹한노동환경에못이긴탈주자·표류자·해적등세계각지에서온잡다한사람들이이곳에모여정착하게된다.근대들어서야사람이살기시작했던것이다.무인도였던군도에는당연히오랫동안전해내려온관행이나관습이없었고,세계화의파도를타고온바다의노마드는아나키적이고개방적인그들만의자율공간을형성했다.많아야1만명을넘지않는작은군도에,이들모두의문화배태되면서거대한역사적·공간적배경이구축되었던것이다.
16~18세기대서양세계로확장된세계시장을저변에서지지한이들은남태평양의플랜테이션노예들과고래기름채취를위해태평양을오간포경선선원들이었다.육지에서본원적축적과정이진행된이시기,많은프롤레타리아가범선의노동현장으로밀려났다.이곳은세계시장의가장밑바닥,대서양의수용소나다름없었다.범선이라는‘섬들’에서는상명하복식계급구조에서다수의노동자가기계장치에종속되어복잡한작업을수행했고,이러한작업은체계적인노무관리에의해이루어졌다.근대적노동과정의원형이된분업이이루어졌고,수용소같은공간에서지내며감시와협박에시달렸으며,인종주의에고통받았다.이곳은사보타주·파업·생산관리투쟁과같은근대적저항방식이처음으로생겨난공동체적공간이기도했다.
세계각지에서모인다양한사람들의배경과문화가혼효되면서,착취적노동환경에서살아남기위해선원들은자의적폭력금지,저임금개선,의식주환경개선등을요구하며개인적·집단적저항을꾀했다.(그궁극적저항과자율의형식이바로‘해적이되는것’,즉범선을자신들의독자적관리공간으로바꾸는것이었다고저자는덧붙인다.해적들은예전에자신들을혹사시킨상선,특히노예무역선을주요표적으로삼는일이많았고,노예무역에손을대는자가있었는가하면노예를해방시키는자도적지않았다.)외양범선에오른선원들은배안이라는디스토피아에서탈출해자주적삶을관리하는유토피아를‘섬’이라는공간에서꿈꾸었다.뱃사람들은전통사회의공백지대에서이합집산하며아나키적자율공간을만들었다.
이런움직임은카리브해섬들에연행된노예나계약노동자들에게서도비슷하게나타났다.이들의삶에깊이천착한가브리엘안티오프는다음과같이말했다.“도망이야말로카리브해지역노예의일상속질서에뚜렷하게기록된유일한사상이다.”그의말대로플랜테이션의노예와계약노동자들은도망,자해,자살,반란,춤등온갖방식의저항을도모했고,도망쳐살아남은노예들은카리브해연안을비롯한라틴아메리카각지에‘마룬maroon’이라불리는독자적관리영역을개척했다.바다위범선과육지의플랜테이션에서비슷한저항의모습이동시다발적으로생겨나고공명한것이다.
19세기태평양의섬들에는배에서도망치거나,선장에의해유기되거나,난파선에서표류하거나,유형지에서탈옥한‘백인’들이살았다.이들은‘비치코머beachcomber’라고불렸는데,문명이란이름으로유럽공법의수용을원주민에게강요하지도,식민통치를하지도않았고오히려원주민의생활관습이나언어등섬의질서를수용하며거기에스며들고자했다.이들중일부는섬주민과섞여지내거나,이곳여성과결혼해정주하는이들도있었다.또선원안내인,교역브로커,노동력모집인등으로활동하면서안정적지위와많은재산을얻었다.반면기술도,사회경제적자본도없고섬사람들의인망도얻지못한이들은최하층의비참한삶을견뎌야했다.한편포경선에서의삶을견딜수없어이탈해섬에체류했다가생계나소외의문제로다시포경선에오르기를반복하는사람들도적지않았다.고래잡이에관한최고의소설이라는『모비딕』의작가허먼멜빌도비치코머였다.
한편저자는오가사와라제도,이오열도주민과그들의자손을인터뷰해강제소개,징용등으로끌려다니며입은피해에대해서도상세하게보고한다.어떤이는첫아이를임신중인아내가있었지만현지징용대상이되었다가그길로죽음에내몰렸고,또어떤사람은공습때방공호바깥에서‘인간방패’로몰아세워지는등단지생김새가다르다는이유로지독한학대를경험하기도했다.많은이가기근에시달렸고,삶터가파괴되었으며,전쟁터에끌려가거나스파이로내몰려목숨을잃었다.저자는이러한상황을맥락화하며,“전쟁에서지상전은어디에나있다”는식으로,마치죽음을교환가능한것인양대상화하는세태를경계한다.우리는삶터에서떨어져살수밖에없었던이들의전쟁경험을그들의전체적근대경험에제대로위치시켜아시아태평양의근대를입체적으로다시써야하는과제를안고있다.
냉전갈라파고스:역사의식의편협함
인종주의,내셔널리즘에갇힌대륙을넘어
‘갈라파고스’라는말은대륙에서떨어진갈라파고스제도의특수한진화과정,그과정에서탄생한소중한고유종의존재를상기시키는긍정적함의를지닌다.그러나최근일본산업계에서는이말이폐쇄사회에틀어박혀있는사람이나상태를나타내는부정적인의미로사용된다.저자는이러한맥락에착안해미국이주도하는냉전체제에서아시아태평양세계와의역사적관계성을부인하는편협한역사및공간인식을‘냉전갈라파고스’라지칭한다.현재일본은전후戰後특권적경제성장을누릴수있었던20세기의향수에서벗어나지못한채‘냉전갈라파고스’의꿈에사로잡혀있으며,그런까닭에계속해서편협한인종주의와국가주의로퇴행하고있다는것이다.
현재‘섬’이라고하면,일본인대부분은국경분쟁,영토·영해문제와같은키워드를떠올립니다.한국에도비슷한상황이있을것입니다.그런것을떠올리는분들이야말로이책을읽어주셨으면합니다.오늘날일본사람들은‘글로벌리즘에뒤처지지말자’고외치면서도,작은‘섬’을둘러싼국경·영토·영해와같은역사와공간의절취방식에구애받으며,계속‘냉전갈라파고스’안에서졸고있습니다.이책에서이야기하고자한것은그러한주권국가,국민국가의틀에서결정적으로녹아사라지는,다른역사성이나공간성입니다.‘군도와바다’의눈으로부터현대세계를다시보는작업이야말로,편협한내셔널리즘과인종주의를풀어갈실마리가되리라생각하기때문입니다.
_「한국독자들께」중에서
20세기전반기의일본은한반도를포함한동아시아대륙,서북태평양의바다와섬을침략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