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취향

식물의 취향

$14.00
Description
아침과 오후, 해거름의 빛이 계절에 따라 제 나름의 동선으로 움직이면 거기에 호흡을 맞추어 식물은 식물대로 잎과 가지를 늘어뜨린 채 살아 있는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이곳의 원예는 도시의 정취에서 얼마간 비껴나 있다. 그것은 자연을 이식하거나 재현한 듯 ‘식물 자신의 취향’에만 심취해 있지도, 가화假花나 화환, 살 수 없는 곳에 놓인 화분처럼 한쪽이 몰취향화된 ‘식물에 관한 취향’에 압도돼 있지도 않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모순성의 지점, 달리 말해 그것들이 어울릴 수 있게 되는 좌표에 서 있다.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관찰하지 않는 건 나름의 원칙이 되었다. (…) 그에게 원예란 생명과 죽음, 성장하는 식물과 정물이 된 식물, 서로 다른 품종 간의 조화, 분재 기법을 활용해 ‘자연을 만드는 자연’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이 책의 ‘식물에 관한 어떤 말들’은 그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원예가가 원예 아닌 다른 무엇―시간의 질감과 생활의 음영과 관계의 집산과 그 밖의 다른 것들로 보여주는 ‘식물의 취향’에 대한 주석이다.
저자

박기철

저자박기철은1983년서울에서태어나경기도여주와이천에서유년시절을보냈다.2011년까지카피라이터로일하다가,원예가의길로들어섰다.현재서울율곡로가든타워에서‘식물의취향’이라는가드닝스튜디오를운영하고있다.

목차

할말

1부 낮의안쪽
밤의바깥

2부 자귀나무
생일
여름

이발
사루비아
여보,당신,자귀
흥천사興天寺석탑을시계방향으로돌면서
토사곽란
#등나무작업과정

개나리

3부 장면에관하여

멀고도가까운풍경_정현(인하대교수·미술비평)
사진목록

출판사 서평

공간에식물이들어온다는건어떤의미일까?조금의초록만으로도그곳은자연스럽고,생기있고,아름다운곳이된다.도심한복판에서가드닝스튜디오를운영하는원예가박기철은식물로공간을디자인할때무엇보다어울림을생각한다.식물자체의아름다움과공간과의어울림,식물과식물을다루는사람과의어울림,식물의시간과계절의어울림등이그것이다.식물을기반으로사옥,갤러리,백화점,기업내부,팝업스토어등의공간을꾸미는그는“평범한일상의영감을통해소재를재해석하고,식물본연의아름다움과공간의어울림을생각하며”가드닝을한다고말한다.‘평범’과‘본연’이말해주는바는단순하다.억지스럽게도드라지기보다가장돋보이는때,알아봐줄존재를그저가만히기다리는것이다.

긴기다림끝에자리를잡은그의가드닝스튜디오‘식물의취향’에서는오후의시간이그렇다.창백한벽에달린몇개의선반에듬성하게놓인화기와식물들,문진과나무토막과죽은나뭇가지,제멋대로인듯늘어진가지와이파리들.그사이사이로조용히형태와농도를바꿔가며일어섰다누웠다물러나는빛.꽃가게나화원에서혹은길가다우연히마주친야생초목과원예종은분재의형태로심겨새롭게제모습을찾아간다.전지를마치고얼마간의기다림을끝낸식물은우리가이전에는전혀알아채지못했던자신의아름다움을비로소드러낸다.자연스레바라봄의대상이되는것이다.식물에도얼굴이있어서언제어디서어떻게보는지에따라다른장면이된다고그는말한다.이것을고려해한화기에두가지이상의식물을함께심기도한다.한데심긴영춘화와민찔레,미선나무는자리에따라,계절에따라“곁에두고오래보기”좋다.공간자체는식물보다절대적이지않다.

///도시의원예와식물의취향

‘식물의취향’이란단어들의조합은얼마간중의적이다.그것이식물에관한취향인지,식물자신의취향인지는늘불분명하거나,그경계가모호한상태로있다.식물을기른다는것,단지생명유지의차원을넘어그것을가꾸기까지한다는것,곧원예란인간의입장에서식물이좋아하는빛과흙과바람에대해주의를기울이며‘식물자신의취향’을파악하고존중하는일인동시에그것에인간의미감을반영함으로써‘식물에관한취향’을조성해가는일이기도하다.그과정에서원예라는행위는취향의사전적의미(하고싶은마음이생기는방향.또는그런경향)에도달한다.관계가형성되고,밀도가생겨나는것이다.그것은응당자연스러워야하지만,아무런노력없이달성되는종류의자연스러움이라기보다부단한관심을기울여가며비로소이뤄진상태를끊임없이유지해야하는‘인위적’자연스러움이다.그리고바로이러한모순적속성에서,원예는우리로하여금인간성이개입되지않은(대)자연을접할때와는전혀다른차원의감각,이를테면예술성을체험하게끔한다.거기에는원예가의눈과마음이담겨있다.

이런원예의모순성이극대화되는곳가운데하나는도심일것이다.흙한줌쥐어보기어려운콘크리트와아스팔트의세계에서조차,빛한폭들지않는골방에서조차,창틀에놓인작은화분에서볼품없이웃자란식물의모습으로라도인간은원예비슷한행위를하고야만다.원예가박기철의가드닝스튜디오는그런도시한복판에있다.분주하고,어수선해서도대체호흡이란게존재하지않을것같은광화문과동대문사이어딘가에미선나무,영춘화,백화등,능소화,마삭줄,등나무같은야생초목이모여있다.아침과오후,해거름의빛이계절에따라제나름의동선으로움직이면거기에호흡을맞추어식물은식물대로잎과가지를늘어뜨린채살아있는그림자를만들어낸다.이곳의원예는도시의정취에서얼마간비껴나있다.그것은자연을이식하거나재현한듯‘식물자신의취향’에만심취해있지도,가화假花나화환,살수없는곳에놓인화분처럼한쪽이몰취향화된‘식물에관한취향’에압도돼있지도않다.오히려앞서언급한모순성의지점,달리말해그것들이어울릴수있게되는좌표에서있다.

“처음부터어떤의도를가지고관찰하지않는건나름의원칙이되었다.(…)그에게원예란생명과죽음,성장하는식물과정물이된식물,서로다른품종간의조화,분재기법을활용해‘자연을만드는자연’을찾아가는과정과다름없다.”이책의‘식물에관한어떤말들’은그과정에관한이야기다.원예가가원예아닌다른무엇―시간의질감과생활의음영과관계의집산과그밖의다른것들로보여주는‘식물의취향’에대한주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