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과 영혼 (영도의 인문학과 공부의 미래 | 양장본 Hardcover)

집중과 영혼 (영도의 인문학과 공부의 미래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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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철학자 김영민은 지난 25년여 간 꾸준히 새로운 글쓰기와 철학적 개념들로 한국 인문학의 독특한 줄기를 이뤄왔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신간은 그간의 공부론을 집대성하고, 공부론의 실천을 통한 인간의 가능성을 가장 밀도 있게 담아냈다. 이 책의 주제는 제목에 드러나 있다시피 ‘집중’과 ‘영혼’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즉자적 동물성을 벗어나는 메타적 순간들을 살핀다. 공부의 목표에 ‘열중’하는 일에서 벗어나, 공부의 수행성을 다양한 각도로 ‘집중적’으로 살핌으로써 ‘영혼’이라는 삶의 내용을 모아내고 있다.
저자

김영민

저자김영민은철학자.『동무론』(3부작),『세속의어긋남과어긋냄의인문학』등의책을썼다.

목차

서언

1장집중,인간이다
1애착
2연기(延期)
3식탁의인류학
4차분하다(落(ち)付く)
5집중이란무엇인가(1)
6노동과집중
7집중과신(神)
8경(敬),또하나의집중
9집중,내용을잃은성취
10집중혹은지성과영성이만나고헤어지는곳
11-1집중이란무엇인가(2)
11-2집중이란무엇인가(3)
12집중이란무엇인가(4):불이(不二)
2장공부,혹은1에서0으로,2에서3으로
13집중의공부,혹은1에서0으로,2에서3으로
14시몬베유,집중과영성
15집중과내용
3장일본혹은어떤차분함에대하여
16-1차분한물건들혹은인간의책임
16-2장인,그정성의이력이신(神)을불러낸자리
16-3좋은시민과나쁜국민
16-4예의혹은연극적외설성
16-5외부자는관측을오용한다
16-6자전거를타는나라(1)
16-6-1자전거를타는나라(2)
16-7윤치호의자리
17-1‘소우지(掃除)’하는일본(1)
17-2‘소우지’하는일본(2)
17-3‘소우지’하는일본(3)
17-4‘소우지’하는일본(4)
18-1닮았다면웃지요(1)
18-2닮았다면웃지요(2)
18-3닮았다면웃지요(3)
18-4닮았다면웃지요(4)
18-5닮았다면웃지요(5)
18-6닮았다면웃지요(6)
19-1남을보지않는다(1)
19-2남을보지않는다(2)
19-3남을보지않는다(3)
19-4남을보지않는다(4)
19-5남을보지않는다(5)
19-6남을보지않는다(6)
20-1동원가능성(1)
20-2동원가능성(2)
20-3동원가능성(3)
21-1마지막사회(1)
21-2마지막사회(2)
21-3마지막사회(3)
22-1촌스러운일본(1)
22-2촌스러운일본(2)
23-1주변을닦고살펴신들을내려앉히는
23-2신뢰혹은어떤장소의공기에대한직관
24전라도의소리와경상도의글자
4장영혼의길혹은달인과성인의변증법
25달인과성인혹은집중의쌍생
26영혼이란무엇인가
27영혼의길(1)혹은변명과낭독
28영혼의길(2)혹은불천노(不遷怒)
29영혼의길(3)혹은무(無)
30영혼과거울혹은휴대전화만가(輓歌)
1매체와환상
2함몰(陷沒)과마비(痲痺)
3영혼과거울
31인간(성)과초월(성)
5장잠시내게속한앎,인문학의영도(零度)를향하여
32달걀은幻이다
33내앎은내것이아니다
34그러나누가‘알고’있었다는게왜중요했을까?
35낌새는언제내것이되는가?
36치매와암(癌)혹은자아의처리에관한단상
37부탁을받는순간
38무사적실존과앎(1)
39무사적실존과앎(2),인문학은예외적인가?
40베는맛
41‘아직아무것도아닌것’을위하여
42글쓰기의영도(零度),영도의글쓰기
43영도(零度)의공원(空園)
6장분노사회와창의성의인문학
44분한(憤恨)과창의성
44-1여자의분한,여자를향한분한
7장공동체와집중
45어떻게어울릴수있을까:‘집중’의공동체적가치에대한단상
46영도의인문학과공동체의(불)가능성
47동무공동체와불교적상상력
1공동체혹은틀속의개창(開創)
2공동체,호감과호의가아닌
3응하기로서의공동체
4장소(감)와공동체
48예(yea),예(禮),예(藝)
49유토피아적상상과거리(감)의정치
50시간과장소는어떻게만나는가:일,거리(감),사물

종언

출판사 서평

집중!에고와싸워이기는난사難事에대하여
현실에코박고살아가는대신
지금여기에없는현실적공허를살피는집중은왜필요한가
장인에이르는성실한적습은어떻게
영혼을생성시킬만큼존재를거듭나게하는가

‘열중’과‘집중’,그차이에대하여

우리시대개인들은제대로된집중의삶을살지못한채생을마감하기일쑤다.대부분이도시인인우리는이유없는피로에젖어삶에대한지속적인에너지를유지하지못한다.저자는한국인이매사에들떠부스대고,명멸하는하나의매력에도전체가쉽사리쏠려가도무지집중의미학을보여주지못한다고관찰한다.집중대신열중과몰입만이흔하게보인다.‘몰입학습’‘열중성공론’과같이집중은변질된형태로성과주의의중요한도구가된다.돈으로뛰고인기로먹고사는축구선수도열중하며,상가재건축을위해세입자들을솎아내는이들도열중한다.
하지만열중은집중과다르다.열중은도구적이고호흡이짧으며자기배리를보인다.따라서그행위들은언뜻순수하고멋있어보일지모르나,사욕에좌우되며어느새정신의진보를막는수렁으로작용한다는게이책의큰문제의식이다.그렇다면무엇이집중과열중을구분케하는가?저자는열중에비해집중은‘존재론적겸허’를갖춘태도라고말한다.그것은사람의마음과무늬를형성케한다.마음은뇌의활동에따라떠오르는것이며,뇌는몸의활동에의해내면화된것이고,몸은타자와의조응적활동에의해진화한것이다.그리고이모든단계에서집중이행위의중심을이루어야한다.
집중을이루려면어떻게해야하는가.말하자면그길은좁은데,남이보지않는곳에서차분하고견결하게이루어지는집중과정성이야말로달達과성聖으로가는길이다.그것이‘좁다’함은혼자만의공간에서에고와싸워이겨야하는난사이기때문이며,그래도그게‘길’일수있는것은여러틀로써그본을보여준학學의전통이있기때문이다.
집중을하기로하자면그행위만큼이나중요한것이바로방향이다.“사랑은영혼의상태가아니라방향”이라고시몬베유가말했듯,집중은무엇보다갖은정신적에너지의밑절미가되기에그방향에따라의미와가치가달라진다.죽쒀서개주어서는안되고,공들여오른산이엉뚱한곳이어서는곤란하며,호의가지옥으로안내하는길라잡이노릇을해서는파국이다.마찬가지로전념해서일군재능과성취가폭력과죽임의매체로전락하는것도비극이다.
그러므로집중하는사람이집중을통해무엇을지향하는지,그의집중이얹힌생활양식은어떤가치와의미를추구하는지,그리고그집중이이웃과세상을어떻게대접하는지하는문제가다시‘문제’가된다.이런뜻에서집중은문제의해결이아닌,가장중요한문제를발굴한것인셈이다.그러므로집중은구체적인여건과매체의조건에얹혀점진적으로개량되는극히인간적인과정으로봐야한다.
더욱이집중이라는행위는‘완전히순수한집중’,즉강도가중요하다.엄벙덤벙,데면데면하다면그것은이미집중이아니기때문이다.시장주의의상혼이인문적집중과버성길수밖에없는변덕과자의의시대에제나름의형식과강밀도를지닌집중의생활을유지하는일은어렵고또그만큼중요한생활정치의노력일것이다.요약하자면,집중은강도―지속성―방향이핵심이다.

인문학적존재―새로운말을배우며낯선감성에응대하기

인문학의토대는무엇보다문자학으로,그알짬은‘(새로운)말을배우는일’이다.그런뜻에서문학적감수성은중요할수밖에없다.‘인문학은곧문학’으로,어쩌면문학혹은문학스러운것들은철학이니과학이니하는근엄한인상의신사들이감히내뱉지못하는말과글을쉼없이흘리면서인간의앎과그의미를내내드러내왔는지도모른다.모든좋은문학은그글쓰기의의도를벗어나빛살처럼사방으로튄다.논리나추론보다빠르고,인정이나공감보다빠른곳곳에서독자들은인간및삶의진실과마주친다.진리와의미생성에서문학스러운표현들은논문처럼쥐어짜내지않아도오히려생생하게그취지를그려낸다.그리하여토대로서의문학은철학,경제학,법학등학문전영역에스며들어그실천적지평에서공감의기반을만들어내며배제와편향으로기우는이론들이해결못한빈곳들을채워나간다.그리고세계는이로써조금씩자기수정을가하게되는것이다.
인문학도로서의인간이즉자적동물성을벗어나는메타적순간마다피할수없이접속하게되는인문人紋의터는곧(낯선)말이다.가령사투리든외국어든한언어의세계는구조적으로하나의‘완결’된방으로기능한다.그방이복도로이웃방으로마루로마당으로고샅으로신작로로,그리고선창이나국경으로이어진다는사실을깨닫는데에는상당한실존적비용이든다.그야말로우연찮게들어가살게된자신의집은이처럼스스로의습관과환상속에서그세계를완결짓는데,공부,특히철학적사유는바로이세계의미결을실존적으로알아채는과정이다.이과정에서인간성과겹치거나어긋나는언어성의체험은매우중요하다.하나의방안에묵새기고있으면서그내부풍경이익숙해지면질수록다른방들의존재는잊혀가지만,다양한소통의망을통해운행되는인간의갖은말은이러한타성에균열을내고다른방,다른말,다른세계에대한비교적·메타적관심을촉발시킨다.

집중의사례―일본이라는내면

낯선말과낯선감성의세계의하나로서일본을들수있다.일본인은한국인과놀랍도록닮았지만기실둘사이엔공통점이라곤찾아보기힘들다고할만치서로낯설며,한국과달리일본의내면은‘집중’의한사례로서깊이들여다볼만하다.특히저자는여행자처럼건정건정스쳐가며보지않고한집한집에눈을머물러두면참다르다고말한다.(이는처음미국을접할때그표면은매우달라보였지만결국한국과닮았다고결론내리게된것과는정반대다.)
그다름은가령‘장소감’이란단어를내세워생각해볼수있다.일본의골목길이나가게나집주변이나정원혹은그내부는차분하고정갈하며작고미학적이다.그어디에나사람들의지속적이며알뜰한노동이일구어낸‘장소’들이빼곡하다.장소를지배하는존재의책임은사실무한한것인데,가령어떤장소를지배하는인간의책임은자기자손대에서끝나지않는다.길고양이는물론길섶의야생화와그마을의공기까지도다그의책임아래에있는것이다.
일본인은제장소를가꿀줄아는이들이다.그중저자에게일본의내면과생리를풀어내는데주요화두가된것은바로그들이청소하는모습이었다.집중이라는행위가낮은곳으로,작은것으로,숨은곳으로정교하게이뤄지는지속성이라면청소는그전형이될수있기때문이다.청소는비루하고하찮게여겨지지만,사실생활내용의길과테두리를짓고그형식을빛나게하며더러자기성찰력을품고있기도하다.
그래서한쪽무릎을땅에붙이고마치땅에흘린바늘이라도주우려는듯청소하는일본인의태도는차분한집중의전범이될수있다.일본인들이이곳저곳에서청소(소우지)를하는모습을보노라면타자를,이웃을배운다는게무엇인지새삼되돌아보게된다.청소가섬세하고도자신있게향하는바로그낮은곳으로부터,졸부주의적급속근대화에물든한국사회는자신에게필요한게무엇인지그배움의씨앗을얻어낼수있다.즉졸부들이갖지못한게,무엇보다‘장소(감)’라는사실을이처럼극명하게드러낼도리도없어보인다.
이책에서깊이탐색하는달인과성인도장소성의관점에서바라볼수있다.그들이유지해온지속적이며순도높은집중과정성은차츰그자신과주변을변화시켜자기자신을웅숭깊고으늑한장소로만들어내기때문이다.예를들어어떤사람이“수고하고무거운짐진자들아다내게로오라”고했다면,그는자기자신의장소성을의식하고있었을것이다.그리고그가존재하는곳에있는생명과물건들도그의정성의역사가깃든장소감에의해순해지고차분해질것이다.

인문학,사람의무늬
―자아의형식(자본제적삶)과창의적으로길항하기

인문학은말그대로‘사람의무늬人紋’를다룬다.사람이지금의삶의형식과무늬를얻게된내력을살피고,그것의문제점을비평하며,아름답고생산적이기까지한무늬를얻을방법을모색하고자한다.사람들이어울려살아가는자리에는당연히여러‘값price’을가진것들이오간다.그러나값의체계는흘리는미소에감동할뿐,의식의집중을넘어영혼을생성해내는인간적가치의세계를제대로해명하지못한다.사람은값이매겨지는차원을훌쩍넘어서면서고유한무늬를얻고,이에따라주변의값을지닌물건들은‘가치value’를띠게된다.
따라서인문학적초심이란‘아직아무것도아닌것’으로서가치와값사이를가르는심연을응시하면서그심연을가로지를도약을앞둔상태다.그러니까‘아직아무것도아닌것’이란값이매겨지긴했으나사람의무늬앞에서아직가치를얻지못한상태혹은이제막얻기위해움직이기시작한상태를가리킨다.
인문학적으로되려면공부가필요하며,인간의자아가문제의중심에놓이는것이그핵심이다.즉공부에형식이있을수있다면그것은곧자아의형식과창의적으로길항하는길일것이며,글쓰기가에고의죽음을거쳐생기는지경을바라보고자한다면우선은“칠십평생에벼루10개를밑창냈고붓일천자루를몽당붓으로만들었다”고하는추사식의절차탁마가무엇보다중요하다.
공부와수행의눈은특정대상을포착한다기보다자기자신의에고를깨고비우고넘어서려는공력의총체적집중을뜻한다.그러므로몸에근착하고있는버릇을손대지않고서는교양도기도도반성도결심도필경도로아미타불인셈이다.마찬가지로정작중요한것은‘주체화’과정이아니라사회적관계를스스로지며리지워나가는희생양적삶이며,자신을‘체제와창의적으로불화하는삶의양식’에따른제물로써주변을차분하게정화하는데진력하는삶의양식이다.
그러므로문제는시속時俗과제생각을닮은‘꼴’로살아갈것인지,아니면모든사람의사유와실천을바꿀수있는‘본’을얻어낼것인지하는선택에있다.자신의생각과이유와변덕과냉소와허영을죽이고이선택에조응하는좁은‘틀’속에서살아갈의지와실천력이있는지하는데공동체적삶의알속과요령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