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리는 마지막 결정에 대한 이야기)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리는 마지막 결정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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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겪게 될 일들은 무엇인가?
아직 많은 사람이 존재를 모르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심지어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조차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이 경험하게 될 병원에서의 임종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펴낸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2018년 2월 이후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한국인의 죽음에선 자기결정권이 커지게 되었다. 의사와 가족이 결정해오던 일이 상당 부분 환자 본인에게 넘어오면서 환자와 그 가족의 가치관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그에 따라 부담도 커지게 되는데, 두렵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30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서 의료 현장에서 무수한 갈등 상황을 겪어온 저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기를 촉구한다. 저자는 연명의료결정법의 가장 큰 관건은 다른 무엇도 아닌 환자의 가치관과 자기결정권 문제라고 이야기하면서 환자가 자신의 임종과 관련해 병의 진행 상태를 알고, 연명의료 결정 여부와 완화의료 문제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만 우리의 죽음의 질이 한 단계 올라설 것임을 강조한다.
저자

허대석

저자허대석은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서울대학교병원에서내과전문의를취득했다.진행기암환자를항암제로치료하는종양내과학을세부전문분야로30여년간서울대학교병원교수로일하면서많은환자의죽음을지켜보았다.말기암환자가족상담모임을1990년대초반
에시작해‘등불모임’이라는봉사조직으로발전시켰고,1998년부터2010년까지12년간서울대학교병원호스피스실실장을맡았다.현재서울대학교병원의료기관윤리위원회위원장을지내고있다.
저자는우리나라호스피스·완화의료의제도화를위해1998년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창립에기여했으며,회장직을맡아활동했다.의료의사회적역할에관심을가져2005년부터‘사회속의의료’블로그에다양한글을올리고있다.서울대학교병원암센터소장,대한종양내과학회회장,한국의료윤리학회회장을역임했으며,2008~2011년에는보건복지부산하공공기관인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을맡아사회적가치에기반한근거중심보건의료를확립하는
데노력했다.
이책은기술중심으로발전해온한국의료가직면한문제점중임종과관련된의료및사회제도적측면에대해저자의체험을바탕으로쓴것이다.

목차

머리말

제1장죽음을맞는어떤풍경
우리는어디서죽는가|죽기힘든세상:연명장치에의존한마지막삶의의미|나의죽음과가족의권리:환자와보호자가죽음을받아들이는방식에대하여|병원에서삶을마감하는것에대하여

제2장분쟁―존엄사인가,안락사인가
시발점:보라매병원사건판결|그들의죽음은존엄했는가:한국사회의비극적인사건들|논쟁이먼저점화된서구사례|의료집착|연명의료결정

제3장나의죽음은내가결정한다:자기결정권을어떻게반영할것인가
내삶의마지막을결정한권리:말기환자의자기결정권|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연명의료결정과정에서가족의역할|한국의사전의사결정현황|한국에서의연명의료결정법제정|다른나라제도와의비교

제4장연명의료결정법,무엇이문제이고어떻게해결할것인가
연명의료결정,선의를믿을수있어야|대상환자의범위|무의미한연명의료기술이란무엇인가|복잡한법,현실적인문제들|어떻게대응할것인가

제5장돌봄의가치:호스피스와완화의료를받는사람들
호스피스,치료와돌봄|생의마지막고통에직면하여:한국호스피스의방향|의료사각지대:말기암환자진료|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정착의전제조건|환자를보살피다|환자와짐을나눌보호자|가정간호,또다른고통|의료는‘환자돌봄’에서시작된다

제6장삶은어떻게마무리되는가
환자의수기|존엄한마무리|이토록소중한삶의모든순간|품위있는죽음,누가가로막는가

부록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누구나언젠가는아프며
죽음은곧삶의마지막모습이다
그런데우리는왜자신의마지막을결정하지못하는가

환자들을치료하기도하고숱하게떠나보내기도한
종양내과학권위자허대석서울대교수가30년간의체험을담았다
죽음을둘러싼가치관과그모든갈등!
그것은윤리적사안일뿐아니라우리가냉정하게직면할문제다

우리는어디서죽는가?

한국에서는매년28만여명이죽는다.이중74.9퍼센트는집이아닌병원에서삶을마감한다.집에서임종하는이는단15.3퍼센트다.30년전으로거슬러올라가보자.1990년대이전만해도한국인대부분은집에서죽었다.집이아닌다른데서죽는것은‘객사客死’라하여꺼렸고,병원에서오랫동안투병했더라도집으로모셔와최후를맞게했다.
의료기술이발달하면서아이러니하게도상황은역전됐다.병원은사람을살려내는곳이자죽음을맞는장소가되어버렸다.그렇다면우리는정말로병원에서마지막을장식하길원하는가?이질문에‘그렇다’고답한사람은16.3퍼센트뿐,대다수는집에서삶을마무리짓길원했다.나는내가죽고자하는곳에서결코죽지못하는게한국인이생의끝자락에서맞닥뜨리는경험이다.
이런흐름은혹시선진국의전형적인패턴일까.해외사례를살펴보면결코그렇지않다.미국은9.3퍼센트,영국은54퍼센트가병원에서죽고나머지는집이나호스피스시설등에서편안한최후를맞는다.이것이시사하는바는명확하다.임종에다다라서연명의료를어느정도까지해야하는가의문제로직결되기때문이다.따라서사회적으로새로운죽음의문화를논하고합의점을찾는일을더는미룰수없다.

사례1.인공호흡기에의존한할머니의마지막삶:보호자와의료진사이의갈등
82세할머니의사례를보자.한겨울할머니는빙판길을걷다가미끄러지면서오토바이와부딪쳤다.그로인해양쪽골반뼈와대퇴골골절이생겨입원했고,응급수술을받았지만결국폐렴이생겼다.호흡곤란은점점더심해졌고,폐색전증도의심할만했다.할머니는사고를당하기전에이미만성호흡기질환,당뇨,만성신부전증을앓았었다.2주넘는기간동안항생제가투여되었다.하지만호전될기미는없었고,저산소증까지발생해고농도의산소를공급받았다.의사표현도거의못해중환자실로옮겨인공호흡기를달아야만했다.
이런상황에처해가족은평소건강이좋지못한할머니가회생할가능성은희박하다고판단했다.게다가그녀는평소TV나신문을보면서자신은연명장치에의존해삶을연장할생각은전혀없다는의사를밝혔었다.반면의료진의입장은조금달랐다.환자는아직‘말기’에접어들지않았을뿐더러일시적으로만나빠진것일수있어적극적인치료를시도해볼만했다.인공호흡기를적용하면일시적이나마상태가좋아질지몰랐다.즉‘회생가능성이있다’고해석한것이다.
2018년2월부터시행되는‘연명의료결정법’에따르면,환자가회생할가능성이없다는명확한판단을전제로연명의료결정(유보혹은중단)을논의하도록되어있다.따라서할머니의사례는연명의료중지를결정하기엔몹시어려운상황이다.환자의가족은“남의도움없이스스로자신을돌볼수준까지회복할가능성”을의료진에게물어보며환자의뜻을존중해연명의료를반대했지만,의료진조차정확한회생가능성을판단하기란어렵다.의학엔언제나불확실성이있고,의료진과보호자의입장차는언제든생길수있다.따라서이것은의료현장에서언제든불거질수있는갈등사례중하나다.

사례2.40대가장의최후:나의죽음을둘러싼가족의권리
마흔세살의사내는위암진단을받았다.암은이미뼈와폐로번져수술이어려웠기에항암치료에들어갔다.1년간치료효과가있었지만그뒤약에내성이생겨암은서서히악화되기시작했다.뼈전이는통증을유발했기에마약성진통제로도잘조절되지않았고,폐전이로늑막에물이고이자호흡은점차어려워졌다.환자는과거호스피스자원봉사자로활동한경력이있으며,많은사람의최후를지켜봤던터라더이상의치료를원치않았고호스피스에서편안한최후를맞길바랐다.
그를놔주지못한것은가족이었다.그렇게보내기엔남편이,아버지가,아들이너무젊다는게부인,외동딸,그리고부모님의생각이었다.“이제40대초반인데치료를포기하고호스피스로가는건도리에맞지않아요.”가족은이렇게말했다.특히아내는“치료를멈추면한이될것같다”며끝까지치료하길원했다.의료진이보기엔확률이높지않았다.그럼에도일시적으로호전될가능성은있어치료를계속하기로했다.
죽음을맞는것은환자본인이지만,많은이에게이것은가족과얽혀있다.그는생의끝자락을사랑하는사람들과함께하며호스피스에서보내고싶어했지만,가족은강하게저항했다.이런일에맞닥뜨리면환자는반대의견을물리치고자기가원하는방향으로만결정을내리기어렵다.최선을다하고싶어하는가족의진심이읽히기때문이다.하는수없이가족의뜻을따랐던그는치료도중9일후사망했다.그렇지만마지막수개월동안받았던항암치료는환자에게과연어떤의미였을까.

사례3.연명의료를택하지않은18세남학생:가족사이에견해가다르다면?
아직학생인열여덟살의소년은육종진단을받았다.항암치료와방사선치료를하자처음에는차도를보였지만1년뒤부터는더이상반응이없었고병세는점점더나빠지기만했다.급기야암은폐로전이됐으며,늑막에물이찬그는입원치료를하게되었다.늑막의물을조절하려고흉관을삽입했지만뜻대로되지않았다.게다가세균감염까지발생해항생제를썼지만나아지지않았고,소변을잘보지못할뿐더러혈압까지떨어지기시작했다.담당의사는부모에게아들이임종과정에접어든것같다며회생가능성이희박하다고알렸다.또한심폐소생술이별도움이안되니시행하지않는게낫다는의견이었다.이에아버지가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에서명을했다.
반면어머니의입장은달랐다.그녀는아들의죽음을받아들이지못했다.생명을연장할수있다면뭐든다하겠다는의지를내비쳤고,의료진이이를시행하지않으면진료거부로법적문제를제기하겠다고나섰다.의료진은혈압을상승시키는약제를투여했지만반응이없었다.밤11시,소년의호흡은멎고심장박동도중지됐다.
이처럼가족간에의견이일치하지않을때는과연누구의의견을반영해결정하는것이가장타당할까?

나의죽음을어떻게결정할것인가
죽음을둘러싼자기결정권존중은누구에게나쉽지않은일이다.문제는한국의경우대부분의선진국과비교했을때말기환자에게과도한연명의료가이뤄지고있다는점이다.이것은아이러니하게의료기술의발전,방어진료,의료보험저수가정책과도관련되는데,회생가능성이없는많은이들이‘무의미한’연명의료를받고있다.
더욱이한국과같이가족이모든문제를대리결정해온사회에서는환자가자기죽음에대해서도의사를제대로표명한적이없어임종기에들어선환자의가족들은당사자의생전가치관을확인하지못한채우왕좌왕하기일쑤였다.연명의료결정법은연명의료여부에대해우선환자의자기결정권을존중하자는취지다.하지만말기환자에게죽음을직접적으로알리는것은결코쉽지않은일이라가족들이그의사를존중해대리결정하는문제까지함께고려하고있다.
이번연명의료결정법이시행되기까지는분기점이될만한커다란사건두가지가있었다.첫째,1997년보라매병원사건이다.당시한환자가뇌수술을받고중환자실에서인공호흡기로연명하게되자그의부인은남편을퇴원시켜달라고요구했다.의사는‘퇴원하면환자가사망할수있다’고알렸지만보호자는퇴원을강행했고이로인해환자가사망하자,보호자에게는‘살인죄’가,보호자의요구에따라환자를퇴원시킨담당의사에게는‘살인방조죄’가적용돼실형을선고받았다.이사건으로인해병원의료진들은법적으로실형을받을것을우려해방어진료를하게되었고,이것은질적인죽음과병원운영시스템등에서여러문제를야기했다.두번째는2009년연세대학교병원김할머니사건이다.2008년2월15일폐렴증세로병원에입원했다가사흘뒤폐조직검사중과다출혈이일어났다.환자가의식불명상태에빠지자인공호흡기를적용했는데,가족은할머니의연명의료를중지해달라며3개월후가처분신청을냈다.2009년5월대법원은이를인정해6월23일김할머니의인공호흡기를제거하도록했다.이일로인해한국은무의미한연명의료는중지할수있다는법원의판결을받게됐지만,그이후에도방어진료의관행은나아지지않았다.

호스피스와완화의료의문제

연명의료결정법은호스피스·완화의료까지포함한법안이다.인생의마지막에있어중요한것은자신의삶을되돌아보고가족이나지인들과의관계속에서삶을마감할시간을갖는것임은여러사람이증언해왔다.따라서말기환자의경우더이상치료로호전되거나회생할가능성이없다면,호스피스기관으로옮겨고통을덜받는가운데생의마지막을꾸미는것을바랄터이다.하지만한국은호스피스시설이부족하다는것을지적하기에앞서,환자에게말기로접어들었다는병황통보를제대로하고있지못해커다란어려움을겪고있다.이번연명의료결정법의가장큰관건은다른무엇도아닌환자의가치관과자기결정권문제다.환자가자신의임종과관련해병의진행상태를알고,연명의료결정여부와완화의료문제까지결정할수있도록해야만우리의‘죽음의질’은한단계올라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