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철학 (서양 철학사 속 웃음의 계보학)

웃음의 철학 (서양 철학사 속 웃음의 계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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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웃음의 철학』은 웃음이 다시 철학사에서 메아리치게 된 계기를 추적하고 위트, 유머가 삶의 꽉 짜인 틀에 스며들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여느 철학책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플라톤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2000년간의 철학사를 써내려가면서 유럽 철학이 플라톤에 대한 각주로 이뤄졌다는 상찬 대신 그가 철학에서 웃음을 추방했다는 일종의 책망을 감추지 않는다. ‘웃음’은 시시한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이를 도덕적 진지함과 인식론적 엄격함의 훼방꾼쯤으로 치부했다. 플라톤이 생각하기에 스승 소크라테스는 “교양 없고 비천한 사람들”의 향연에서나 볼 법한 “시시한 익살과 시시덕거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고로 철학자는 술을 많이 마셨을 때조차 점잖아야 하는 존재이므로. 하지만 신적인 웃음, 해방적인 웃음은 삶을 실천적으로 이해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업 중 하나다. 플라톤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지대하다. 그런 까닭에 철학 안에서 ‘웃음’을 찾으려면 우리는 무척 애를 써야 하며, 그 탐색 과정에서 가끔은 철학사의 본류에서 벗어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흐름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저자는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데모크리토스와 디오게네스에서 출발해 칸트와 키르케고르를 넘어, 언어에 대한 철학적인 경탄을 해학으로 승화시켜 웃음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카를 발렌틴에 이르기까지 “근사하고 흔하지 않은 재능”인 웃음으로 서양 철학사 다시 쓰기 작업을 한다.
저자

만프레트가이어

저자만프레트가이어는독문학자이자저술가.프랑크푸르트대학,베를린대학,마르부르크대학에서독문학,정치학,철학을공부했다.1973년기스베르트케셀링의지도로놈촘스키의언어이론과미국언어학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은뒤,1982년마르부르크대학에서문화사적언어분석으로교수자격을취득했다.이후1982~1987년하노버대학에서언어학과문학을가르쳤다.1998년교수직을그만두고자유기고가와저술가로활동하고있다.주요저서로『비트겐슈타인과하이데거:마지막철학자들』『라이프니츠혹은가능세계중최고의세계』『탁월한생각들:다른철학사』『계몽:유럽의프로젝트』『훔볼트형제:전기』『나는할수없으나칸트는할수있었던것은무엇인가?』『마르틴하이데거』『칸트의세계:전기』『위대한철학자들의사소한것들』『모조품:인공세계에서의삶』『언어학의방향』『무관심의행복』『칼포퍼』『빈학파』『철학자들의언어활동』『언어학적분석과문학적실천,이야기』『저술과전통』『언어학과문학의방법론』『우부박사와나:부조리한만남』『문화사적언어분석』등이있다.

목차

짧은서곡또는‘철학이란웃음이다’

1장철학으로부터웃음의추방
아테네출신의플라톤이우스꽝스러운것에대해서사유했으나정작자신은웃지않은이유

2장웃는철학자에관한이야기
압데라출신의철학자데모크리토스가웃음을즐김으로써고향시민들로부터미치광이취급을당한이유

3장개처럼살던철학자의조롱하는버릇
시노페의디오게네스가위대한플라톤과알렉산더대왕을비웃은방법

4장횡격막의치유활동
이마누엘칸트가쾨니히스베르크에서웃을일이많았던이유와웃으면건강하다고생각한이유

5장교활한웃음을짓게하는문제
철학자들이2000년동안웃음의근거에대해서알아낸것들

6장웃음의쾌락
지그문트프로이트가스스로는우습다고생각하지않은위트를많이언급한이유

7장어느철학적인해학가의기우
카를발렌틴이뮌헨에서기발한말솜씨로관중을웃긴이유

8장형이상학의종막극
아무내용없는작은철학적인익살극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하하하,호호호,히히히,흐흐흐,킬킬킬……
플라톤은웃음을철학에서추방시켰다!

플라톤당신때문에내가이리경직됐습니다

우리의이야기는미술관의한작품에서출발한다.헤이그의잦아들줄모르는폭우를피해저자는마우리츠하위스미술관으로몸을피했다.우연히찾아들어간이미술관은알고보니매우유명한곳이었다.그는루벤스나할스등거장의작품들을감상하다가한작품에시선을완전히사로잡혀꼼짝않게된다.바로이책의표지그림!회화속젊은남자는웃음을지으며지구본위로몸을숙이고있다.새끼손가락과검지를내민그는마치세상을농락하려는듯약간의조소와장난스런비웃음과유쾌함이뒤섞인표정을짓고있다.그의작품은단번에저자가‘웃음의철학’을탐구하도록이끌었고,그리하여소크라테스철학부터다시쓰게된다.
철학이란무엇인가?미,덕,진정한앎이란무엇인가?플라톤은선의이데아라는목적에도달하기위해철학의새로운길을걸었고,특정한양식의철학함과특수한유형의철학자를특징지었다.플라톤과같은유형의철학자는웃지않는다.그는모든것을진지하게받아들인다.진지함은진정으로지혜를사랑하는자의본질적인특징이다.웃으면서거리두기도,유희적인즐거움도,가볍게살아가는유쾌함도이데아를인식하는데는어울리지않는다.
한일화에따르면플라톤은어린시절“예절바르고규칙적인아이였기때문에”과도한웃음은절제했을것이라고한다.스무살쯤부터맺어진스승소크라테스와의두터운관계역시삶의흥을돋우는것과는거리가멀었다.아테네시민들또한“영혼의상태를돌보도록”끊임없이호소했던이철학자의엄격함에대해감히웃을수없었다.약간괴팍한이런인물은일단피하고보는쪽이편하기때문이다.가령소크라테스의대화상대였던메논은‘소크라테스,당신은다가오는사람들을얼어붙게만듭니다.전기메기처럼.그렇지않고서는어찌내가이리경직되었겠습니까’라고반문했다.
세간에는플라톤이세운아카데미아에서웃음이금지되었다는소문이돌기도했다.아카데미아의수업분위기를전하는몇몇대화록에웃음에대한언급이있긴하나,애써참아야하는것으로기술되어있다.플라톤은『국가론』에서“웃음에대한욕구의해로움”을비판하며깊이생각하는진지함을주문했다.자유롭고정직한남자가되려면비탄에빠지거나통곡해서는안되며,문학이손짓하는웃음의유혹에넘어가서도안된다는것이다.웃음은왜그렇게꺼려지는가.아테네의현자인플라톤은“웃음의친구로서욕망에몸을맡긴다면그런사람에겐격렬한변화가찾아오는데”,‘변화’란곧주관적인심경의변화뿐만아니라객관적인정치적전복까지포함하므로플라톤은둘다달가워하지않았다.
플라톤은철학에서웃음을추방했을뿐아니라우리를울리고웃기는문학작품을쓰는시인들을그의이상국가에거주하지못하도록했으며,익살꾼과재담꾼도발을붙이지못하도록했다.진지한남성들이어려운문제에대하여철학적으로사유하는곳에웃음을자극하는사람들이설자리는없었다.그들은플라톤이주도하는학술대회와논쟁을방해하는우스꽝스러운존재일뿐이다.게다가선또는최선을알지못하며단지안락함만추구하는존재들로여겨졌다.
이처럼쓸데없는장난에시간을낭비하고싶지않았던플라톤이라도세상과동떨어진사람으로취급받는건꺼려졌기에웃음이라는현상을완전히무시할순없었다.그래서내놓은해법역시플라톤다웠다.그는‘우스운’이라는형용사를‘우스꽝스러운것’으로명사화하여선의이데아로부터한참떨어진서열상가장낮은단계의이데아에자리잡게만들었다.

데모크리토스라면귀를막고외면한플라톤
웃음금지령이압데라의철학자에게입힌상처

플라톤은의심할여지없이가장중요한사상가다.하지만다음과같은가정을해보자.만약플라톤의저작이모두미완성으로전해지고2차,3차문헌으로만파악할수있다면?반면데모크리토스가300여개의개별적인용문으로흩어지지않고온전히저서가보존돼온철학자였다면?그랬다면아마도플라톤의관념주의는데모크리토스의물질주의에자리를내주었을지도모른다.또한철학은이데아라는초월적인세계에둥둥떠다녔을지도모른다.그리고철학에서웃음의점하는위상도꽤달라졌을것이다.
데모크리토스는상당히생산적이며창조적인인물임에틀림없다.그럼에도불구하고압데라출신의이현자는플라톤이라는거대한인물에완전히가려져그윤곽만겨우알아볼수있을정도다.수많은일화에서그는플라톤의적대자로그려진다.그는왜플라톤에게경멸을받았을까.아마도디오게네스라에르티우스가시인했듯이,플라톤은데모크리토스가“최고의철학자중최고임을인식했기에”이이방인을두려워했던것인지도모른다.사실데모크리토스는플라톤의우상소크라테스와는전혀다른유형의인물이었다.즉그는어떤학파도만들지않고사회적인정을갈구하거나정치에참여하지도않았으며,“표상의유희를여러방법으로시험하기위해”고독을즐기곤했다.그는스스로를세계시민으로이해하고언제든지농담하며웃을준비가되어있는,세상을향해열린사람이었다.
잠깐만훑어봐도데모크리토스의이념은훌륭하다.상당히냉철한근본기획으로서그는제1원인을발견하고자하는소망을품었고,만물의근원인‘원자’에대해훌륭한사유를남겼다.특히우리가주목할것은이성적인절제로부터“명랑한태연함”을이끌어낸웃는철학자로서의그의모습이다.
데모크리토스의웃음은어딘가모르게“인간적인”경향이강했다.그의웃음은마음속깊은밤을알고있었다.그런데도그것은더행복한삶에대한인간의갈망을포기하지않는자세로어두운밤에맞서웃었다.데모크리토스의웃음은울음의동기까지포함하기때문에,가령헤라클레이토스의울음보다더복잡했다.웃고있는그의눈에서는사실한방울의눈물이흘러내리고있음을알수있다.

“웃음은약보다좋다”

웃음의계보는데모크리토스에서시작해근대의탁월한철학자들로이어져내려온다.하필이면아무런활기도없이머리로만살았다는평판으로자자한칸트도웃음의철학자로주목해야한다.“웃는사람을기쁘게하는것은웃으면서드는생각이아니라,웃음에의한내적인운동이다.그것은나무를톱으로자르거나말을타는것보다더좋은운동이다.”칸트는웃음의신체적인쾌활함을높이샀고,언제나투덜대는이들에게웃음을치료제로권장했다.그것은“약보다몸에좋다.우리영혼은결코혼자서는생각할수없으며신체라는실험실안에서움직인다.”
희화화도근대웃음의맥락에서살펴볼흐름중하나다.키르케고르가희화화한대학교수의모습을보자.“탁월한기량에도불구하고불쌍한녀석처럼살아가며,개인적으로는혼인을하면서도사랑에빠지는힘을알지도느끼지도못해서부부생활이사유만큼비개인적이다.개인적인삶에는정열이없고열정적인투쟁이없어서그저속물처럼어떤대학에서가장높은봉급을받을수있을까만고민하는사유자의모습은실로우스꽝스럽다.”
근대의다단한웃음의계보학을거쳐이제우리가경계해야할웃음은우월감에서나오는비웃음이되었다.타인의감정을고려하지않는무정한유머와조롱말이다.조지프애디슨에따르면,사교적인성격의영리한사람들은다른사람들을비웃지않고조소대상으로여기지않는다.교만한익살로타인의명성을먹칠하는사람은그에게“독이묻은화살을쏘는것이다.그화살은상처를낼뿐만아니라그상처는영원히치유되지않는다.덕과인간성으로순화되지않은위트는그만큼혐오스러운것이다.”
말하자면‘위트’안에숨겨진사악한가시를제거하고인간의‘선한본성’에적합한유머를구사하는것이중요하다는게우리가고대에서근대계몽주의철학을거쳐배운웃음의철학이다.우월성이론은한물갔다.중요한것은호감이가는위트와유머러스한웃음의새로운형태를찾아가고그것을설명할수있는새로운철학적근거를추구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