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흙 (후쿠시마,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다)

소와 흙 (후쿠시마,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다)

$15.89
Description
『소와 흙』은 원전사고 후 죽음의 땅에서 소와 함께 살고 있는 농민들을 추적한 르포다. 농민들은 소들을 좀더 잘 먹이고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방사능의 반영구적인 공포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과 이에 맞서는 강인한 의지는 이 르포를 끌고 나가는 심리적 내러티브다. 안락사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아 사람들이 사라진 푸른 초원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소, 점점 야생화하여 스스로 교배하고 자식을 낳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소들의 몸 안에는 방사능이 축적되고 있다. 그런지도 모르고 소들의 몸엔 윤기가 흐르고 눈빛은 초롱초롱하며 흙냄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러한 소의 야생화 과정과 방사능 생체 축적을 동반하여 추적하는 이 책은 한 편의 동물문학이라 불러도 될 만큼 소의 입장에 선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명은 그것에 맞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제한된 조건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인류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저자

신나미교스케

논픽션작가.1951년오사카이바라키시에서태어났다.홋카이도대를졸업하고출판사,편집프로덕션등을거쳐1992년에출판사라이브스톤주식회사를설립했다.주로의학,의료분야
잡지와책을편집하고출판한다.2002년부터『마이니치신문』오사카본사특약기자로활동하기도했다.저서로는『세러피도그의자장가:치매환자와개들의3500일』등이있다.

목차

서장안락사라는이름의살처분

제1장경계구역의소들:아사도안락사도아닌
제2장이타테촌의소들:사람도소도자취를감췄다
제3장흩날린방사성물질:흙과동물의피폭
제4장방치된소와소사육사의도전:울타리의안과밖,소의삶과죽음
제5장고향에서멀리떨어져:소의시간과인간의시간
제6장소가계속살아가는의미:소사육을지원하는연구자
제7장피폭의대지에서살다:가축과야생의틈에서
제8장귀환곤란구역의소들:소가지키는고향
제9장검문을넘어소의나라로:소가가르쳐준것

종장소와대지의시간

출판사 서평

비참함과강인함의이절묘한간격!
2015고단샤논픽션상수상작

무인지대로바뀐후쿠시마방사능오염구역,
살아남은소의생태와소를살리려는인간들의모험

2011년3월11일후쿠시마제1원전사고발생직후,피난의지옥이돼버린이곳에저자는고양이와개를뒤쫓으려고발을들여놓았다.그런데예상치도못하게그의시선을사로잡은게있었고,그는4년간이들의삶을쫓게된다.바로피폭됐지만안락사당하지않고살아남은소들과이를돌보는소사육사들이다.폭발현장에자위대가투입돼위험을무릅쓰는와중에돈뭉치로원전을추진해온도쿄전력직원들은이곳에서재빨리빠져나갔다.한편소를남겨놓고발을떼지못하는농민에게국가는“정리해라,죽여라”라는지시로만일관했다.
워낙에순종적인도호쿠지역농민들은구제역이발생했을때는국가의명령에토달지않고가축을모두살처분했다.하지만이후그들에게남겨진건외상후스트레스장애뿐.이번에도국가는제1원전에서20킬로미터내에있는가축은모두죽이라고말했다.하지만주민들사이에선뜻밖의목소리들이퍼져나오기시작했다.그래도소를계속키우겠다,내몸의피폭은내가알아서감수하겠다,방치된가축을돌보는건우리늙은수의사들몫이다,라는결연한태도였다.
이책은원전사고후죽음의땅에서소와함께살고있는농민들을추적한르포다.농민들은소들을좀더잘먹이고추위로부터보호하기위해더오랜시간그곳에머물게해달라고정부를상대로지난한협상을벌이고있다.방사능의반영구적인공포에짓눌린채살아가는사람들의비참한상황과이에맞서는강인한의지는이르포를끌고나가는심리적내러티브다.안락사의칼날을피해살아남아사람들이사라진푸른초원을마음껏뛰어다니는소,점점야생화하여스스로교배하고자식을낳고적응하며살아가는소들의몸안에는방사능이축적되고있다.그런지도모르고소들의몸엔윤기가흐르고눈빛은초롱초롱하며흙냄새도여전히살아있다.이러한소의야생화과정과방사능생체축적을동반하여추적하는이책은한편의동물문학이라불러도될만큼소의입장에선관점을보여주고있으며,모든것이끝났다고생각해야마땅한상황에서어떻게생명은그것에맞서자신의영역을구축하고제한된조건에서상황을반전시킬수있는가에대한인류학적질문을던지기도한다.

소와함께피폭되는사람들,“제아이랑똑같으니까요”

흰색의방호복을입은남자들이사고이후덤불로뒤덮인마을에며칠간격으로계속나타난다.이들은큰자루를칼로찢어울타리안에먹이를듬뿍놓아두고떠난다.짙은냄새가울타리를넘어바깥으로멀리퍼진다.며칠후사내들은또다시나타나향기로운건초와강한냄새를풍기는사료를두고사라진다.그동안제대로된사료와물을먹지못한한마리소가울타리에접근하다멀어지기를반복한다.하지만선뜻울타리안에발을들여놓진못한다.그런데갑자기어디선가세마리의소가나타나울타리안으로돌진해먹이를정신없이먹는다.망설이던소도경계태세를풀고무리에합세한다.이때나타난검은그림자들.“와,포획작전대성공!싱거울정도로일망타진이네요!”국가가명했는데도여태껏살아남은소들은안락사감이었다.안락사는진정-마취-근육이완의3단계로진행된다.진정제를근육에투여해얌전하게만든뒤,정맥에마취제를주입해잠들게한다.마지막으로소들이주사기의근육이완제를빨아올리게함으로써영원히깨어나지못하게한다.
2011년3월11일사고당일.두려움에떨며피난행렬을이룬이들과달리한발짝도움직이지않은이들이있었다.“신이시여,집은무너져도상관없지만외양간만큼은무사하게해주세요.”소사육사들은빌었다.하지만국가는이곳을피난지시구역으로정했고,사람은한명도예외없이피난할것을,동물은전수안락사시킬것을지시했다.
경계구역의소3500마리중2015년1월20일현재안락사처분한소가1747마리,소유자가동의하지않아계속사육하는소가550마리다.결국국가의명을따르지않고이땅에들락거리며먹이를준농민들이있다.지진이났을당시이들의머릿속에농가를떠나는일은단한번도고려되지않았다.사고가난지5개월째.국가는피폭당하는걸본인책임으로한다는전제하에일주일에한두차례고방사선량의지역으로농민들이드나들수있게끔허가증을발급한다.가령시간당30마이크로시버트의방사선량을나타냈는데,이는하루반을체류하면국가가일반인에대해규정하고있는연간1밀리시버트의피폭선량한도를넘어서는수치다.하지만외양간과목장으로되돌아온농민들은피폭된존재가살아가는의미를끊임없이찾으며아직도이곳에살고있다.
“우리는원전때문에피폭중이고방사능으로병에걸릴가능성도높지만결국소를선택했어요.”위험한경계구역에넘나들며사고이후에도계속소를키우고있는기미코씨의말이다.“남편한테서나랑소랑어느쪽이더중요하냐는핀잔을듣지만,소는제아이랑똑같으니까요.”

단한번도피난을생각하지않았다

2010년7월17일새벽,나미에정오마루에있는외양간한귀퉁이볏짚에서향기가감돌았다.동이터오지만아직엄마뱃속에있는태아는아침공기를들이마시지못했다.진통은이미시작된터였다.어제부터볼록해진외음부가젖어있다.와타나베후미카즈는수의사없이혼자출산을치를준비가돼있다.마침내1차파수가일어나막이찢어지고붉은물이흘러나왔다.30분뒤태아의앞발이나오더니곧이어2차파수.머리가쏙나오고순식간에온몸이땅에서솟아난것처럼나타났다.와타나베는고생한어미소를쓰다듬고초유를먹인뒤자리를떴다.잠시후돌아온와타나베는눈앞의광경을믿을수없었다.아까어미소가송아지를다핥았는데반쯤양막을쓴채송아지가누워있는게아닌가.알고보니쌍둥이가태어난것이었다,야스이토마루1호와2호!
2011년3월11일오후2시46분.와타나베후미카즈가외양간에서슬슬작업을시작하려는데맹렬한흔들림과동시에천장에서굉음이들려왔다.소들은이상한울음소리를냈다.구모,우웃,구모,우오온……발정할때나배고플때가아닌,인간에게포획될때궁지에몰려내는소리였다.그가기르고있던것은쌍둥이야스이토마루형제를포함해어미소10마리와송아지10마리.
인공수정에의한번식이널리보급되면서수컷99퍼센트는생후2~5개월에거세되고육우가되는비육송아지로길러진다.가축시장으로가는송아지의출하월령은8~10개월.일부암컷만번식용으로내보내지고,나머지암수컷은모두비육송아지로거래된다.비육되는농장에서18~20개월머문뒤육류시장에출하되므로,사람입속에들어가는건생후26~30개월무렵이다.한편번식용암소는만1세에수정을해,9개월반동안임신하며2세쯤초산한다.이후10여년간출산을계속해15산까지가는소도드물지않다.하지만이런일상은이제잃어버린세계가되었다.모든것은원전사고와함께물거품이돼버린것인지모른다.
후쿠시마제1원전에서서북쪽으로14킬로미터지점.M목장을운영하는무라타준은소사육사이면서대규모목장의경영자다.매일아침5시반에일어나자택인근목장에서450마리의소를돌보는데서일과를시작하는그는후쿠시마현내일곱군데에서1200마리의육우를사육하고있다.3월11일사고당일,무라타와함께농장을운영하는요시자와는시내마트에있다가지진이발생하자농장으로핸들을돌렸다.오던길에쓰나미가덮쳐사람들이바다속으로삼켜지는모습을보면서도그는가까스로농장에도착했다.피난행렬의지옥이되어버린그곳이지만,그는단한번도소들을남겨놓고떠날생각을해본적이없었다.

우리안에서불거지는갈등

“소들을풀어놓고철수하는수밖에없다.”“아니다,끝까지돌보자.”위험지역에서의철수를놓고농민들의의견은서로달랐다.도쿄전력과국가가입히는상처에더해,농가사람들은자기들끼리주고받는말로생채기투성이가됐다.국가의안락사지시를둘러싸고도반응은둘로나뉘었다.그중피폭을감수하고계속사육을하는농민들은사회로부터괘씸하다는소리를들었다.“너네는왜국가에서보상금을받고도안락사를하지않는거냐?”하지만보상금은농가가입은경제적손실을보전해주는것이지안락사와는관계없다.안락사에찬성한농가들로부터도비난의손가락질을받았다.“너희들소가평등하게죽어주지않으면안락사에동의한우리만손해본다.”
한편사고지역에서개와고양이를살려내야한다고말하는동물애호가들도이들의눈에서눈물을한방울떨구게했다.주인이울타리안에소를가둬두고일주일에한두번먹이를주러오는사이,동물애호단체들이울타리의잠금장치를풀어소들을방출해버린것이다.다른외양간에서소들이굶어죽은걸본애호가들이소들을풀어준듯싶다.하지만다른누구보다소를아끼는건소사육사들이다.소가야생으로나가면상상도못할난관들이도사리고있다.어떤곳에서는소들이물을먹으려고늪에발을디뎠다가무리전체가빠져죽은일도있었다.
한편안락사에반대해소사육을계속해온요시자와등은피폭된소들을관찰하면방사능이인간에게미치는영향을밝혀낼수있으리라여겼고,이로써소들을살려둘명분이되리라는희망을가졌다.하지만반대는예상치도못한데서나왔다.‘학술연구에협력한다는것은결국동물실험을한다는것아니냐’며동물애호단체에서항의해온것이다.이런일들로소사육사들의마음에새겨진멍자국은쉽사리지워지지않았다.
무라타와요시자와는안락사처분에맞서소를계속키운다는것은‘삶의의미’를둘러싼투쟁이라고말한다.“소의경제적가치는이미사라져더이상가축이아니다.여기있으면피폭하고,앞으로먹이값이들어갈뿐만아니라,손도많이간다.거기에무슨의미가있을수있을까.그것을찾아내야한다.”
소는점점더야생동물이되어가고버려진마을들은야생동물의낙원이되어가고있다.여기서어떻게든자타가인정할만한의미를발견해야한다.무라타와요시자는국가및도쿄전력과도싸워야하고,눈에보이지않는방사성물질,나아가얼굴이없는사회의평판과도싸워나가야한다.이들은무력함에의욕을잃기도하고,귀에들려오는말에마음이상하기도한다.잘못된비판과분별없는아유는흘려넘길수있겠지만,지진피해자끼리,소사육사끼리헐뜯는것은참기힘들었다.
요시자와는“소도피폭했고,나도피폭했다.그러나소사육사의마음은꺾이지않는다.여기서소를사육하면서내가경험한것,실제로일어난일은전하는것이내남은20년인생의의미라고생각한다”.즉그스스로가소와함께피폭의산증인이되는것,이야기꾼이되는것이그가찾아낸인생의의미다.

답은흙이쥐고있다

열심히소를살리려는사람들이있는가하면,흙에주목하는사람들도있다.원전사고가미치는피해의실태를알려줄뿐아니라이를최소화하는열쇠또한흙이쥐고있기때문이다.오사카대학핵물리연구센터의한연구실.2011년3월15일에서16일로넘어가려는시점,후지와라마모루교수는전국의핵물리학자들에게원전사고에대응하자는메일을발송했다.16일오후연구센터에70여명이모였고,후지와라를중심으로핵물리학자들이할일이정해졌다.이들은후쿠시마제1원전에서80킬로미터범위는약2킬로미터씩,80~100킬로미터와그바깥은사방10킬로미터씩한곳에서,도합2200개소,한곳당사방3미터의다섯지점씩표층5센티미터의토양을채취했다.이로써토양에침착한방사성물질별농도분포를나타내는지도를작성할수있었다.한시라도빨리현지흙에서나오는방사선의종류와양을측정하는것이중요했다.토양의피폭선량으로부터계산하면몇년후어느정도로방사능이줄어들지예측할수있기때문이다.
저자가취재한마을들역시사람도소도모두흙에의지하며살아왔다.이땅의흙이키운벼는사람과가축에게나뉜다.소에게볏짚은식량이며,잠자리도된다.흙이키운풀을소가먹고,소가배출한배설물은퇴비가되어흙으로돌아간다.그런데그흙이오염돼버렸다.소사육마을에서사람과소는사라지고,방사성물질만남은것이다.
그렇더라도단한오라기의희망도없는건아니다.이곳에서과학자들이할일은대규모생물의피폭상태를계속조사하는것이고,소들일할일은이곳이덤불이되지않도록여기저기흩어져풀을뜯는일이다.이두가지일을외면한다면미래에도움이될과학적진실과자연이자연을스스로정화할수있도록만드는기회를스스로저버리는것과마찬가지다.
소들은가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