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친필본『난중일기』와편지를모은『서간첩』,
『임진장초』를비롯한그의장계,
조카이분이쓴최초의이순신전기『이충무공행록』을
한권으로만나다
“지금신에게는전선이아직도열두척있습니다.
죽을힘으로막고싸운다면,오히려해낼수있습니다.”
대한민국국보제76호는이순신의『친필일기』뿐만아니라『서간첩』『임진장초』까지세가지기록물을일컫는다.특히일기의경우,『(국보)친필일기』외에도흔히알려진1795년정조에의해간행된『이충무공전서』속에「난중일기」라는소제목으로표시되어편집된일기,후대에『친필일기』를보고발췌해놓은『충무공유사』속에실린「일기초」도있다.그각각에는크고작은차이가있다.『친필일기』와편집된「난중일기」를비교해보면,『친필일기』는편집되지않은진짜일기이고,이순신의친필이기에가장중요한원본이다.그러나「난중일기」편집당시에는존재했던,「을미년(1595)일기」가현재는사라진상태이기에,「난중일기」에실린「을미년(1595)일기」는보완관계가된다.또한『충무공유사』속의「일기초」역시『친필일기』와「난중일기」에는보이지않는일기가실려있기도하다.때문에전쟁시기의이순신장군의일기와삶을이해하기위해서는국보인『친필일기』는물론『이충무공전서』속의「난중일기」,『충무공유사』속의「일기초」까지함께봐야한다.또한이순신장군의친필편지를모은『서간첩』과장계를모은『임진장초』까지도반드시함께살펴봐야한다.그의편지에는일기에미처다드러나지않은이순신의인간적인면모가나타나있고,그의장계에는임진왜란당시의전투장면,전쟁상황에대한객관적이고구체적인장면,경영자이순신의고뇌도상세히그려져있다.오늘날이미무수한『난중일기』의번역본이나와있지만이책을세상에내이순신장군순국7주갑(420주년)영전에바치는까닭이다.
『난중일기』,가장정확한번역을만나다
지금까지『난중일기』의원문을접할수있는가장대표적인방법은조선사편수회가1935년에간행한일제강점기의『조선사료총간제6집-난중일기초,임진장초-』혹은2000년대초부터문화재청국가기록유산웹사이트(http://www.memorykorea.go.kr/)에올려와있던『난중일기』였다.그러나문화재청국가기록유산웹사이트의『난중일기』는2017년12월29일,발견된오류를정정하기위해서라는공지와함께원문텍스트가내려졌다.조선사편수회의『조선사료총간제6집-난중일기초,임진장초-』도줄곧오류가있다는것이지적되어왔고,문화재청의난중일기친필본판독문에도심각한오류가있다는것이지적되었다.특히문화재청국가기록유산웹사이트의『난중일기』는오·탈자는물론한자를같은독음의다른한자로표기하거나,문장전체가누락되거나,심지어일본어가타가나(カタカナ)주석이친필일기의한자로둔갑되어등재되기도했다.이외에도『이충무공전서』에포함된『난중일기』의경우는한국고전번역원한국고전종합DB웹사이트에서원문을볼수있었지만,여기실린디지털화된한문텍스트에도몇글자의오류가있었다.
따라서많은오류를갖고있던문화재청국가기록유산웹사이트의『난중일기』초서판독문및조선사편수회의『조선사료총간제6집-난중일기초,임진장초-』를번역대상으로삼은지금까지의번역본들당연히오류들이있을수밖에없고,또한그오류를바탕으로한번역도정확한번역이라고할수없는것이우리의현실이었다.
지금까지국내에서나온『난중일기』의최초한글번역은흔히알려진것처럼1953년,설의식이펴낸『난중일기초』가아니다.설의식이1951년이충무공기념사업회소속으로펴낸『민족의태양』이었다.『민족의태양』은비록일부발췌번역이기는했지만,최초의한글『난중일기』번역본이라할수있다.이후1955년북한에서홍기문이조선사편수회의『조선사료총간제6집-난중일기초,임진장초-』를바탕으로『이충무공전서』속『난중일기』전체를처음으로한글로옮겼고,우리나라에서는이은상이1960년에『국역주해이충무공전서』란이름으로『이충무공전서』속『난중일기』전체를한글로옮겼고,1968년에야이은상에의해친필일기까지반영한진짜최초의한글번역본『난중일기』가등장하게되었다.이이은상의번역본은이후50년동안나온수많은번역본『난중일기』의모태가되었다.
그런이유때문인지는몰라도『난중일기』번역의역사가오래되었음에도이순신의친필초서체『난중일기』의원문을정확히탈초한사례는거의없었다.극소수탈초본사례중에서도특히서울대고故박혜일교수,고배영덕박사,최희동교수,김명섭박사의작업은역사속에서『난중일기』를텍스트화하며생긴오류들을바로잡는치밀하고도위대한작업이었다.이책은그분들이이뤄낸성과에추가로발견된오류를정정함과동시에역사적사료들을보태어대중에게잘못알려진오해와오독을바로잡고자했다.
이책을엮은이는다년간『난중일기』의원문및다양한판본,번역본들을비교하여새롭게번역하는작업을진행했다.원본에서판독하기어려운글자는여러번역본과당시시대상을알수있는사료들을기반으로이순신장군의의도와가장근접한해석을찾으려노력했고,각판본에서중복되는날짜나추가·삭제된내용을비교해서로어떤차이를지니는지한눈에알수있도록했다.특히16세기의모습을최대한그대로반영하기위해풍부한역사적사료들을활용해각주를달았다.현대에는쓰이지않거나쓰임새가달라진한자가많았고,같은단어도맥락속에서달리활용되는경우를모두찾아기록했다.
따로떼어볼수없는이순신의기록을한데묶다
총5부로이루어진이책은제1부에서이순신의일기(난중일기와일기속메모),제2부이순신의보고서(장계),제3부이순신의편지(서한첩),그리고제4부이순신의조카이분이쓴이순신전기(이충무공행록)와제5부참고자료로이루어져있다.
1592년부터1598년까지7년동안작성된이순신의일기는삶의기록인동시에그를성웅聖雄으로만들었던힘이무엇인지알려주는기록이다.친필본만을번역하지않고『이충무공전서』속의「난중일기」와『충무공유사』속의「일기초」까지반영해최대한자세하게이순신장군의임진왜란기7년을복원해냈다.또한군인이자행정관으로서의이순신이작성한보고서‘장계’는당시정황을구체적으로추측해볼수있는중요한역사적사료인동시에이순신장군의전략가,행정가,경영자로서의면모를보여준다.백성에게사랑받고부하에게신뢰받았으며선조의신임을받은이순신의리더십은장계에서직접적으로드러난다.그런반면이순신이친척현건이나그의조카,아들에게보내는편지에서는세상에대한무거운짐을벗어던지고자하는인간이순신의솔직하고나약한면모가드러나기도한다.이세가지기록물을함께읽어야만온전한충무공이순신의모습을복원할수있다.이세기록을한권으로묶은이유다.
이순신의일대기와주변인물의평가까지함께실은조카이분의전기『이충무공행록』은이순신의탄생부터사망까지일목요연하게드러낸실질적으로최초의이순신전기라할수있다.『이충무공행록』은이순신의삶을개괄적으로조망해그가세운업적을역사적측면에서평가하는한편,인간이순신이가족과부하,나아가백성과나라에게어떤인물인지논한최초의전기라는점에서중요한의의가있다.마지막으로역자가사료에서발굴·고증해낸자료인제5부참고자료는독자들에게이순신과난중일기를이해하는데에도움이될수있도록선별하여엮은것이다.『난중일기』만으로는알기어려운판옥선이나거북선의성능,이순신이애용하던척자점보는법등구체적정보를더해『난중일기』속이순신의모습을생생하게이해할수있도록했다.아울러『난중일기』에등장하는주요해전을연표로정리해한눈에볼수있게했으며,본문에서자주등장하지만오늘날『난중일기』를읽는현대인에게는낯선조선시대관직명등을현대의공무원·군인직급에비교해이해를도왔다.
오독과곡해를바로잡아참된이순신의모습을찾다
1596년9월12일여진.
1596년9월14일여진20.
1596년9월15일여진30.
위의세날짜의일기는『난중일기』와이순신에대해가장많이곡해되어있는사례다.인터넷에흔히왜곡되어퍼져있는위날짜에대한번역사례로다음과같은것이있다.
1596년9월12일여진女眞과잤다.
1596년9월14일여진과두번관계했다(혹은함께했다).
1596년9월15일여진과세번관계했다.
여진과잤다,관계했다,함께했다등표현은다를지라도이순신이여자와의잠자리를즐겼다고번역한사례가일반적이지는않지만분명히있고,그런영향이오늘의인터넷에떠도는황당한번역사례다.이세날짜의일기원문은각각“女眞”“女眞卄”“女眞?”으로,여색을했다고보는경우는여진을여자의이름으로보았거나,卄와?을성관계한횟수의표시로해석한경우다.그러나이는근거가매우희박한오역으로,『난중일기』에는이순신이여자를가까이했다는다른사례가없을뿐더러이시기여자와관계를의미하는한자는보통‘압狎,압押,근近,동침同枕’등이었다.해당부분을이순신이여자를가까이한사례라고번역하기는어렵다.이책에서는원문에가장가깝도록“여진”으로번역하고,각부분에주석을달아오역의사례와올바른번역의근거를함께제시했다.
『난중일기』에는관료나장수의개인적성품으로인한,혹은당시의관습·관행에따라전쟁터에서도기생을가까이하는사람들의모습이등장하기도한다.(1594년1월19일“원수(수사원균)와공연수,이극함이좋아하는여자所眄와함께모두들관계했다”)
그러나이순신은그들과달리늘올바른정신과엄격한자세로군중에있었고“여자를멀리했다.”(이항복「고통제사이공유사」,이분『이충무공행록』등)
몇몇번역가의열정어린상상력으로빚어진오해가충무공이순신의참모습을가리지않도록바로잡고자했다.
충무공이순신순국420주년,『난중일기』를읽어야하는이유
우리서구인은아시아사람들가운데몽골제국의칭기스칸을비롯해몇몇위대한스승과지도자를알지만,일반적으로이위대한바다의영웅이이룬업적에는무관심하다.그러나이한국의다윗(이순신)에게얻어야할리더십교훈이있다.그가어떻게히데요시의골리앗일본해군을패배시켰는지배울만하다.(…)우리는어떻게그의삶에서이시대에적용할만한리더십과우리가계발할리더십을배울수있을까.다행히이순신장군은자세한기록을남겼다.그의일기와그가조선정부에올린장계는특별하다.게다가그의개인적기록을보완해줄만한객관적인역사적증거도있다.
_짐프리드먼,TheMorrisInstituteWeeklyWisdom에서
한국인이존경하는인물1위로꼽는위인이이순신장군이라지만,정작『난중일기』를읽었다는사람은그리많지않다.만만찮은분량과한문번역본이라는장벽도있지만16세기의인물을현대의시선과맥락으로이해하려는데서오는거리감이더큰원인일것이다.그러나우리주변에산재한사회일부의지나친사심과사익추구,그로인해비롯되는부조리와불합리는420년전『난중일기』에도고스란히반복되고있다.이책은충무공이순신의영웅적인면모가아니라‘어떻게’영웅이될수있었느냐를그려내고자했다.자기자신을사랑하고,가족과부하를사랑하고조국과백성을사랑했던이순신의자세야말로난세에서나라를구할수있었던원동력이다.청렴한삶을추구했으나주변의시기로인해파직과복직을반복했던이순신의삶,이념과당파를넘어서공익을추구하는충무공의정신이어느때보다필요한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