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속임수 (인공지능이 따라하지 못할 인문학적 뇌)

생각의 속임수 (인공지능이 따라하지 못할 인문학적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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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각’이 지배해온 삶, 하지만 그 아래에 꿈틀대는 ‘감각’,
이 이중 구조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 삶은 녹록지 않다
닳고 닳은 언어를 줄이고
친밀함의 감각을 키우며 느낌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인문학과 뇌과학의 아우름으로 터득된 요령!
삶은 어떻게 문학이자 과학이 되며 미적 경험이 되는가
저자

권택영

저자권택영
네브래스카대학에서영문학박사학위를받고경희대영문과에서가르쳤다.14권의학술저서,문학작품과비평이론에관한7권의번역서를출간했고,많은국내논문과국제1급논문(A&HCI)을게재했다.이청준소설에대한평론으로평론가로등단한바있다.
1990년대에국내에포스트모더니즘을본격적으로소개해반향을일으켰으며,라캉을번역해정신분석을소개했고,이후프로이트전집이번역·소개되는계기를마련했다.비평이론과한국문학평론을쓰는등활발한활동을펼치는가운데여성평론가로서최초로문학사상사가주관하는‘김환태평론대상’(1997)을수상했고,그해‘자랑스러운경희인상’을수상했다.
그간20세기소설이론의흐름과한국문학작품분석을연결한『소설을어떻게볼것인가』등을썼고,인문학과자연과학의융합에지속적인관심을가져『바이오휴머니티:인간과환경의경계를넘어서』등을집필했다.또한『나보코프의프로이트흉내내기:과학으로서의예술Nabokov’sMimicryofFreud:ArtasScience』를미국에서출간한바있다.
한국연구재단‘우수학자’(2012~2017)로선정되었으며,한국현대정신분석학회회장,미국소설학회회장,한국아메리카학회회장을역임했다.

목차

머리말
글을열며_나는누구인가

1장나는왜고독한가
2장나는왜착각하는가
3장나는왜후회하는가
4장나는왜집착하는가
5장나는어떻게공감하는가
6장나는왜알면서하지않는가

글을나오며:윤리적속임수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인문학적뇌와로봇의뇌

학문이지적세계를북돋우고세계를좀더명징하게보여준다는목적에서조금내려오면삶과학문은분리되기어렵다,학자든독자에게든.이런깨달음이일찍오면좋을텐데나이먹어내공이쌓인뒤에야툭터놓게된다.마침내공적인영역에서한계단내려온학문은학자개인의기억과경험,생각및추론과뒤섞여육화된면모를드러낸다.지난수십년간문학,심리학,철학,과학을차례로연구하다가그것들이서로다른차원이아닌한가지임을이책은입증해낸다.삶의본질을파고드는학문은한곳에고여있지않고시간과문제의식의흐름에따라진화하기마련이므로종국에는잘짜인내러티브가되고삶을통찰하는도구가된다.노년에다가서고있는이책의저자가마침내의식과감각의아슬아슬한균형속에서단련된문체로글을써내려간이유다.
포문은무엇으로여는가.소포클레스의비극이지만그문을닫는것은인공지능이다.이책을꿰뚫는주제는인문학적뇌와로봇의뇌(인공지능)를대결시키는것이기때문이다.
인간의뇌는한가운데에‘의식’을성배처럼품고시간의흐름을통과한다.그런와중에겪는경험은수시로망각과왜곡을일으키면서기억의넝마들을이어붙인다.기억의넝마는흔히왜곡을일으킨다.그러니나쁜가?그렇게말할순없다.기억과생각은모두사적인데,가령애착과절제,공포,기쁨의감정을겪으면서인간은미묘한허구성을키워가며대상과관계를맺는다.즉기억과인지와공감은개인의과거경험의흔적들에뿌리내리며그것의균형은삶의축복이되기도한다.
감각과의식은어느한쪽도쉽게물러나지않는쌍두마차다.감각은먼저자리잡은뇌의핵이고의식은이핵을둘러싸고진화해왔다.의식은곧자의식으로,‘내안의또다른나’를인식하는것이다.감각과의식의이중구조때문에나의뇌는이야기를꾸미는천부의능력을타고나며,성공적인삶역시이이중구조를존중해극단에치우치지않고얼마나지혜로운타협을하느냐에달려있다.
인공지능은어떨까.애착을알까?우선공감과인지공감이동시에있어야‘인간다움’의생각을구성하는데,이런이중마음을인공적으로만들수있을까.만약로봇의기능이효율성과정확성에있다면이중구조는효율성을낮추고허구성을높이는딜레마에직면하게될것이다.2년전숀갤리거가“우리가현재만드는로봇들은감각이제외된어떤상태,공감이라고는할수없는그런상태에직면해있다”고말한것을보면로봇의뇌는우리뇌의보조수단일뿐이다.

여섯개의질문

저자가던지는질문은여섯가지다.고독,착각,후회,집착,공감등을차례로다뤄나간다.이들주제는기억과인지라는뇌의작용,문학과영화이야기를통해삶의신비를푸는열쇠가될것이다.즉프로이트와윌리엄제임스의심리학은책의기반이되며,헨리제임스와나보코프,피츠제럴드,멜빌,조이스는우리삶에서사를부여하는기폭제로서역할한다.니체와하이데거등자의식과시간의중요성을논한철학자들이빠질리없다.그런가운데뇌과학을학문의최전선에내세운다마지오,에덜먼,캔델등은이책이심리학에서뇌과학,인공지능의주제로넘어가는데가장든든한지원군이된다.
내가본것,기억하고생각하는모든것은객관적이지않고‘속임수’를품고있다.게다가나를가장정교하게속이는것은바로나자신이다.이책은속임수를중심에두고서속임수를모르는이유,알아야하는이유,그리고그것의긍정적힘을모색하지만끝내베일을걷어인간의파충류적면모를드러내지는않는다.다만속임수를모르는것보다는아는게힘든삶을조금쉽게,덜후회하며살수있게만들므로,잘만하면창조력의근원까지돼주기에베일을조금만들춰보려는것이다.

기억이라는넝마를끌어안고사는늙은이

생각하기는기억하기다.기억한다함은과거의사건을정확히되새기는게아니며추억을더듬는것과다르지않다.경험의저축에서끄집어내는기억하기는허구가깃들기에문학의행위이며생각하기도문학이다.생각하는것은추억을더듬는것과다르지않으며,그만큼허구는더늘어난다.이처럼강력한현재의나를구성하고있는‘기억’이라는신비한문을이책은문학,심리학,뇌과학을통해열어젖히려시도한다.기억은비유하자면,이색저색이어붙인넝마를꼭끌어안고먹을것을내던지는미친늙은이,물구덩이고진흙바닥이고아무데나철썩주저앉는개,쓸모없는지푸라기다.
그런데이런기억에서‘아는것’보다‘느끼는것’의힘이훨씬더강력하다는점을놓치지말라고저자는강조한다.즉뇌의하부구조,바로감각을담당하고있는부분에주목해야한다.저자의경험하나를들어보자.그녀는결혼하고얼마간시부모님과함께살았는데,어른들이아무리다정하게대하고깊은배려를해줘도늘변비를앓았다.그러다가남편과주말에근교야산을나가면언제나급한신호가찾아왔다.의식은편안하다고나를속이려하지만몸은결코속아넘어가지않는다.아는것과느끼는것중어떤게더강한가.진정으로안다는것은느끼는것일테지만,의식은몸을억누르고자신이더강하고순수한것처럼행세한다.
그러니뇌의하부가상부보다더강하다는것은여러면에서아주중요하다.감각을억압하면생각이맑고판단이뚜렷해지는것이아니라반대로생각이끝없이지연된다.예컨대제임스조이스의단편「애러비」를보면주인공소년은한누나를사랑하게된다.그런데자기의식이,그가사는사회가머릿속에서사랑을단념하라고말하자그의몸은반대로더활활타오르고눈에는눈물이고인다.사랑이그토록힘든것은내가하는말과내몸이원하는감각이다르기때문이다.「애러비」의사랑에빠진소년은그것을표현할길을찾지못한다.언어는해답이못된다.여러사람이오랫동안사용하다보니닳고닳아누더기가되어버렸기때문이다.반면내가너를보는것은언제나느낌이다.너를사랑할때도느낌이고너를증오할때도느낌이다.다만생각이라고착각할뿐이다.
한편일상의수면위에서우리를지배하는것은견고한의식이다.의식은감각보다늦게진화했는데도원래부터있던몸의감각들을베일로감추고혼자일을다처리하는척한다.진화는진실을감추는방식으로이루어져왔다.땅속은부글부글끓는용암으로가득차있다고진실을알려주어도금방잊는다.그것을매순간의식하면서어찌땅에발을굳건히딛고그위에집을짓고살겠는가.의식의속임수가생각의속임수를낳는이유다.

사랑,미적인경험

독자는이책이처음부터끝까지‘사랑’의감정을깔아놓았다는데감탄할지도모른다.노년이되었는데도여전히가장중요한것하나만꼽으라면사랑이라고말하는것같다.저자는자식을둔지오래된어머니의정체성을갖고있지만,남녀간의사랑은그에게도,독자에게도여전한관심사다.이책이끊임없이되새기는것은근대가강조했던‘이성’과‘사고’에서벗어나그밑에꿈틀대는‘감각’을더존중하자는것이다.생각이세상을지배하는것같지만그것은속임수이니친밀함의감각을키우며느낌의영역으로들어가자고.저자는잘짜인형식을갖춘사랑은예술작품이라고말한다.그것은주관적보편성이며,사적인정의에이르는미적경험이다.
나는사랑에빠졌을때내가누구인지가장정확하게안다.그동안숨어있던키작은감각이자라나서내눈의콩깍지를두껍게만들면비로소나를파악하게되는데,곧내가생각하는곳은순수사유가아니라는것을잘드러내기때문이다.사랑은생각과는아주먼거리에산다.라캉은데카르트를뒤엎으면서“나는생각하지않는곳에서존재한다”고말했다.그러면서언어뒤에달라붙은감각이라는잉여때문에끝없이계속되는대화가사랑이라고말한다.
사랑은감각의영역을언어로표현하기에모호하고,그렇기에지속된다.거기엔참모습이아닌오직내가보는너가있다.사랑이끝날때동물적감각은낮아지고대신언어의힘이커진다.동물적감각은언어에달라붙어다니며사랑에빠졌을때는몸집을불리고사랑이끝나면몸집을줄인다.

타인과너무어울리지않으면:친밀함이삶을구원한다

나이들어갈수록시간은쏜살같이지나간다.그렇다면시간을길게늘려사는방법이있을까?사실삶의밀도는객관적시간의길이와큰상관관계가없다.우리뇌는양적으로풍부했던어떤기간들은전혀기억못하기도하고,친밀했던어떤시간들은뇌에깊숙이새겨넣고회상하며자꾸만부풀려간다.이책은몇몇문학작품속으로들어가타인과의거리조절에실패한인생들이어떻게부서지는지그과정을보여준다.
허먼멜빌의「필경사바틀비」에나오는바틀비는타인과자아사이에서균형이깨진인물이다.오랜고립에처한그에게같은사무실에있는변호사는무언가를해보고다가가보려시도하지만“차라리하지않는편을택하겠어요”라는혼잣말만중얼거리는그를자아라는우물속에서구원하기란불가능했다.고립은인간의내적에너지를밖으로들락날락하지못하고한쪽에고이게하면서인생을사막같이만들어버린다.
필요한것은오아시스이고,오아시스는바로타인이다.만약타인에대한따스한친근감이없다면,그날일어난일들은기억에저장되지않고흩어져버린다.헨리제임스의단편「정글속의짐승」에나오는마처도바틀비만큼고독한성에갇힌인물이다.가족이나친척,친지도없는그는10년전함께시간을보낸여인을우연히맞닥뜨린다.지난10년간그녀이후단한명의사람도사귀지않았던그와그녀(메이)는서로에게사랑을느낀다.다만상대방은물론자기자신에게조차그런감정을숨긴채.마처는두려움에압도당해어떤것에도다가가지못하는불행한인물이다.그가다가가지못하는것은무엇인가.헌신,열정,희생,용기,사랑,시간,그리고죽음……소설속에서그접근불가한대상의의미는계속달라진다.
따스한친밀감이없는마처에게는과거의기억이나다른사람들과이추억이결여되어있다.과거의기억이없으면현재가없는것은당연하다.그의현재는언제나미래의알수없는염려에자리를내주기에경험은종잇조각처럼얇고마음의저장고는텅비어있다.왜친밀감이없으면기억에남지않을까?심리학자윌리엄제임스는친밀감이강할때주의력이집중되고이런일이더기억에남는다고말했다.감정에의해기억이좌우된다는것은판단역시감정에의해좌우됨을의미한다.경험이개인적이기때문에생각도개인적이다.
이를뇌과학적으로따져보자.진화를뜻하는뇌의상부는의식이기억을저장하고인출하는곳이다.기억,판단,인지가일어나는곳이다.그리고하부는진화의계열에서상위에속하는동물들과공통되는부분으로감각과슬픔,두려움,기쁨,공포등감정이자리잡은곳이다.그런데하부의감정emotion은반드시상부를거쳐야느낌feeling으로의식된다.상부와하부에서정말중요한부분은하부다.그부분은생명에관계되는뿌리이기때문이다.상부는손상을입으면판단이나인지에부분적장애가일어나지만,하부가손상되면몸전체가부서진다.그만큼감각이더중요하다.
마처라는남자는생애전체에걸쳐마음이흩어지는것을거부하며한쪽경향으로스스로를몰고갔다.하지만그런감정의결핍으로인한삶의피폐함은사랑하는그녀가저세상으로떠나버린이후에야깨달아진다.그녀는이제이세상에없다.그리고마처는삶의화려한잔치에서쫓겨난느낌에서벗어나지못했다.
우리는이런경험이없는가.저자는기억속을더듬어가슴아픈이야기몇개를꺼낸다.지금은치매로대전의어느요양소에계신어머니를그전에더자주찾아뵙지못했던것,아버지를잃고혼자산긴시간들이어머니에게얼마나두렵고외로웠을까미처느끼지못하는후회,그긴시간속에서그녀는오히려뇌종양으로세상을일찍뜬아버지만을그리워했던것……

타인과너무어울릴때어떻게망가지는가:자의식과집착

나는그러나사랑하는타인과거리를두어야한다.가령사랑하는여자에게폭행을하는이는타인을인정할관용이나사회적자신감이없을때그런양상을보인다.타인과거리감이없으면집착을낳는다.저자도거리두기에실패한경험이있다.그녀는자기곁을졸졸따르던딸애가초등학교4학년때방문앞에‘노크’라고써붙이자꽤충격을받았다.순간적으로아이에게분노했고,그녀는이것을두고두고후회한다.프로이트가논하듯이,유아기몸은보살핌을원하지만(애정성향)사춘기가되면성본능으로다시찾아온다(관능성향).이제아이는부모와의밀착에서벗어나성적욕망으로옮겨가는단계다.이것은비로소아이에게자의식이싹트고타인에대한호기심이생겼다는증거인데,부모된자들은섭섭해한다.
부모의사랑은책임감이나소유욕보다는자식의경험수준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