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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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것이 노년이고 노년의 열정이다!
노화라는 중력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나이듦에 협력할 때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한 환희에 찬 경험을 들려주는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스물네 편의 에세이와 여러 편의 시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여든 살의 저자는 나이듦에 대해 쇠퇴와 무기력이 아닌 발견과 참여를 통해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사회 활동가이자 영성 교육자로서 왕성한 에너지를 발산해온 저자는 생의 후반부에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노년에 깊이 다가갈수록 자기 삶에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타인의 위로와 포용도 별 의미가 없다고, 반드시 스스로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이 그릇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으로만 숨고 파고들다가 자신의 안에서 안으로 통하는 문을 하나 더 열게 된 저자는 노년을 발견했고, 현재 노년의 리듬에 따라 물감처럼 스미는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마음이 유연하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부서져 열리는데, 이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위한 더 큰 능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오직 유연한 마음만이 새로운 생명으로 열리는 방식으로 고통을 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마음 스트레칭을 위한 기회는 노화에 따른 상실들과 함께 늘어나며, 결국 그 핵심은 “그것을 받아들여라.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유연한 마음으로 노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비추는 프리즘을 바꿔가면서 각자의 경험에 그런 작업을 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나이가 들면서 배우는 것들을 탐구하고, 젊은이들에게 창조적으로 관여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영적인 삶에 대해 성찰하고, 우리에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리가 공유하는 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마음속으로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로써 하는 정도이든 필요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또 침묵과 고독 속에서 이뤄지는 내면 작업의 중심성에 관해 생각해보고, ‘죽음 이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답한다.
저자

파커J.파머

저자파커J.파머(ParkerJ.Palmer)
미국고등교육에서가장영향력있는인물이자,왕성한저술과다양한강연으로미국각계각층의뜨거운지지를얻으며시민들의멘토로추앙받는사회운동가.작가이자교사,활동가로서그의가르침은교육,의료,종교,법률,자선사업,정치,사회변혁등에서커다란영감을주고있다.UC버클리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취득한뒤워싱턴DC에서5년동안공동체조직가로활동했으며성인학습자와구도자를위한‘퀘이커삶-배움공동체’에서10년간일했다.저서로는『비통한자들을위한정치학』『가르칠수있는용기』『삶이내게말을걸어올때』『역설에서배우는삶의지혜』등이있으며‘용기와회복센터’의창립자다.

역자김찬호
성공회대교양학부초빙교수.사회과학과인문학을연결하는글쓰기와강연을해왔다.지은책으로『모멸감』『눌변』『문화의발견』『돈의인문학』『사회를보는논리』등이,옮긴책으로『비통한자들을위한정치학』등이있다.파커파머의책과그의‘용기와회복센터’로부터영감을받아국내에‘마음의씨앗’이라는단체를만들어‘마음비추기피정’을10년동안진행해왔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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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곡

1장가장자리의시선:여기서내가볼수있는것
2장젊은이와노인:세대의춤
3장리얼해진다는것:환상에서착각으로
4장일과소명:삶을기록하기
5장바깥으로손을뻗기:세상에관여하기
6장안쪽으로손을뻗기:당신의영혼에관여하며머물기
7장가장자리를넘어:우리는죽어서어디로가는가

후주곡

출판사 서평

맑은시선과유머로가득찬노년탐구
스스로를면밀히돌아보지않는삶은타인에게위협이된다
우리는우리삶을어떻게쓰고있는가
먼생애동안마구잡이로헤쳐온오르막내리막의길
그길들의가장자리에선한노인이써내려간에세이

올해일흔이된소설가김훈은“삶에의미가있는가라는질문은무겁고무섭지만,게으른자들이억지로만들어낸”혐의가짙다고말한다.의미가무거울때우린이런불평을해봐도좋겠다.“노년이라고다강태공이되는건아니다.우럭과감성돔에환호하는노년의평범한낚시꾼이더많다.그게인간의삶이다.”
김훈보다딱열살이많은미국의구루파커파머역시‘나이듦’의무거움을말하지않는다.사회활동가이자영성교육자로서왕성한에너지를발산해온파머는생의후반부에극심한우울증을겪었다.안으로만숨고파고들다가그는자기안에서안으로통하는문을하나더열어버렸다.그렇게발견한노년,그는현재노년의리듬에따라물감처럼스미는글을쓴다.아름다운글을.
삶의가장자리엔절벽이있다.그건놀랍지않다.놀라운건‘나이드는걸’을좋아하는감정이다.삶의끝자락에서삶을바라보는시선은놀랍도록매력적이다.삶의가장자리에서그동안의경험이폭넓고도깊은감정을느끼게하면서바닥을차고뛰어오르게한다.세상은다시열리고,마음은젊어진다.타자의마음에자유자재로침투하면서몸은강물처럼유연해진다.이것이노년이고노년의열정이다.
파머는이책에서이런놀라운풍경을보여준다.저자는노화라는중력에맞서싸우기보다는‘나이듦에협력’할때얻게되는것들에대한경험을들려준다.노인들만대상으로하는말이아니다.오히려이책은젊은이들을향하고있다.젊음에게노년은낯선것이고,낯선것을향해발걸음을내딛을때마다대부분의사람은못보는아름다움을느낄수있다.
스물네편의에세이와여러편의시로이루어진이책은나이듦에대한안내서가아니다.대신저자의경험을비추는프리즘을일곱번바꿔가면서독자들도그런작업을해보도록북돋운다.여기에삶을붙잡고놓아주는그속에자신을풀어놓는얼마나놀라운힘이스며있는지,느끼고생각하는건우리몫이다.쇠퇴와무기력이아닌발견과참여를통해프레임을바꿀필요가있다.경험에열린눈을뜨고올바른질문을던지는것이가장긴요한덕목이될것이다.

노년,부서지는존재를끌어안는

노년에깊이다가갈수록머릿속에자주떠오르는질문은‘내삶에의미가있는가’이다.자기삶에의미가없다고느낀다면타인의위로와포용도별의미가없다고,반드시스스로가이질문에답할수있어야한다고파머는생각했었다.불과2년전까지만해도.하지만이제는그런질문이그릇된것이라고말한다.이질문은고통스런세상이펼쳐질때아무리곱씹어도답을낼수없고,스스로에게‘좋아요’를누르든‘싫어요’를누르든거기엔우쭐대는자아가만들어낸결함이있기때문이다.인정할것은이것이다.“나는태양계의중심에있지않다”는것.만물가운데하나인나는삶의의미를지시하거나통제할수없고,태양아래서서자신과타인들이성숙해가도록도울수있을뿐이다.
“나는무엇인가.내가대수롭지않게여기는것,내가주의를기울이는것모두가나자신이다.어둠으로내려앉는것,빛속으로다시떠오르는것모두나자신이다.배반과충성심,실패와성공모두나자신이다.나는나의무지이고통찰이며,의심이고확신이다.또한나의두려움이고희망이다.”
완전함과는거리가먼생애동안마구잡이로헤쳐온오르막내리막길에서삶은여전히최고속도로거칠게펼쳐지고있다.붙잡고싶은욕망과그로인한결핍은공포를자아낸다.하지만주위를둘러보면아름다운것이둘러싸고있고,늙었다는것은더이상잃을게없다는뜻이므로공공선을위해자신을내어주고싶다는욕망도자아낸다.이제나이든저자는너그러움을품고그안으로시들어가고싶다고말한다.

노인임을무릅쓰고발언하는이유

내가태양이아니라면,노인인나는찬란한젊은이들을가로막으면서그림자를드리우지말아야할것이다.특히파머는인종,계급,성차별이여전한미국사회에서중산층의백인남자로서생계걱정이없었다.이런행운아는기성세대이자기득권이므로목소리를내지말고가만있어야하는가.파머는노년에안전하게제목소리를감추는것은‘책임회피’라고말한다.노년은쭈그리고앉아보낼시기가아니다.‘분노’와‘항의’는그때에도지속적으로갖춰야할태도다.
열권의저서와수백편의에세이를써온저자는자신이쓴문장가운데가장중요한것은“됐어”라는한단어라고말한다.나이들면서이말은쉽게나왔다.생명을주지않는것들에대해주저없이“됐거든”이라말하고,광란,과로,개인적편견,건강하지않은관계,사회적잔인함이나부정의,종교나정치에서의무모한권력행사,인종주의,성차별,외국인혐오에대해‘됐다’고말한다.
젊은이들로하여금스스로가부족하다고생각하도록만드는사회를향해그는분노한다.카페의옆테이블을보자.여기있는여성들은사랑스러운엄마로서,친구로서,파트너로서,이웃으로서놀라운일을하고있다.파머는“이런여성들이스스로목적을지니지않는다고생각하는사람들은제정신이아니다”라고말한다.
당신들눈에는젊은이들이현명하지않은것같은가?그건당신의마음이‘고물’이됐기때문이다.파커는노년에정말로버리고싶은것은오래된확신같은거라고말한다.“우리가했던실수를젊은이들이되풀이하지않도록해야한다”고말하는노인들에게그는동의하지않는다.그들은실수를할테지만,우리와같은실수를범하진않을것이다.그들은우리가아니고,그들의세계는우리가살아온세계가아니며,그들은우리의젊었을적보다더현명할수있기때문이다.

스스로돌아보지않는삶은타인에게위협이된다

누구나자기삶을‘쓰고’있다.탄탄한서사를구축하면삶은그제야의미의그물망으로들어오고더단단하고응집된삶을살게된다.따라서자기삶에대한작가적구성력은누구에게나중요하다.그러면어떻게쓸것인가.
중요한덕목으로는여러가지가있지만,이방인을환대하는것보다더중요한일이있을까?사르트르는‘타인이지옥’이라고말했다.파머는이문장을수정한다.“나의지옥은대학학위와재정적안정성을가진50세이상이성애자백인남성들(즉나같은사람들)만이거주하는곳이다.”그는다양성이삶의즐거움보다훨씬더중요하다고말한다.이것은온전하게잘사는삶의기본구성요소이기때문이다.
인종,민족성,종교,성적지향등에서‘타자성’을무서워하는사람들은국가가필요로하는재생renewal을일으키지못할거라고파머는말한다.그들의두려움때문에,생기넘쳤던미국은뒷걸음질하면서정체상태에머물러있기때문이다.바깥세계에있는생경한모든것은반갑게맞아들여야한다.나와타자의경계를허무는이방인담론의출발점은바로타자의낯섦을끌어안고자기방어를해제하는데서시작되기때문이다.이방인이때론불쾌하고기이하며무서운존재로여겨지더라도.
사실이것은매우도전적인과제다.타자에대해열린마음을지닌이는‘환대’의결과가아름다울거라상상하지만,어쩌면당신의집을난폭하게쓸어버리고가구를몽땅내갈지도모른다.하지만이런곤란한상황,감정들은우리가온전한인간이되기위한,전체성으로나아가기위한끝없는여정중하나다.그여정에서우리는수많은동반자를만나게된다.
타인을자기삶으로끌어들이려면스스로를돌아봐야한다.자신을면밀히돌아보지않는삶은타인에게위협이될것이다.저자는백인의특권과거기서비롯된불의및비인간성에자기도모르게공모했던것,백인우월주의를무의식적으로받아들였던것,그독성에오염돼왔던것을고백한다.그것은자기우월감이었고,올바른렌즈로세상을보지못했다는의미다.
따라서죽음을향해한걸음씩나아가는우리는삶을어떻게쓸것인가,어떻게편집할것인가에대한능력을발휘해야할것이다.

우울증의늪

그늘없는영혼에는삶이비밀을감추는걸까.삶이산산조각나는것을파커는세차례나겪었다.수개월동안차양을내린채어두운방에머물자,친구는그에게외출을좀자주하는게어떻겠냐고조언했다.그때파머가한대답은우울증을겪어본사람이라면누구나공감할것이다.“그럴수없어.세상이칼로가득찬느낌이야.”
40년동안그는‘더위로더멀리’가는것이옳은방향이라고생각하며살았다.그가추구한것은네가지인데,이것들은그자체로서는좋은가치다.하지만이를뒤쫓다보면인간능력의오용을불러일으키게된다.네가지는이렇다.첫째,지성(생각하기)의능력에가치를두었다―즉가슴으로사고하지못했다.둘째,자아의힘을과신했다―신경증적두려움을위장하면서.셋째,지상을넘어선비상하는영성을추구했다―그러나그것들은일상의자잘한요소들과연결되지못했다.넷째,도달할수없는윤리를추구했다―그러나그것들은타인들의이미지로형성되는윤리였을뿐이다.이네가지당위에도달하는데실패하자파머는죄의식을갖게됐고,스스로를나약하고미덥지못한사람이라고여기게됐다.
이때우울증이라는친구가나타나파머의이름을부르며,관심을끌려하면서계속쫓아왔다.그목소리가두려워파머는애써무시한채계속걸었다.그러자친구는더가까이다가와그의이름을큰목소리를불렀고,급기야소리를질렀다.묵묵부답이계속되자그친구는돌을던지며막대기로파머를치기시작했다.막대기와돌로도안되자그친구는우울증이라는바위를파머에게떨어뜨렸다.‘너는무엇을원하는가?’친구가바위로친것은그를죽이려는의도가아니라돌려세우기위함이었다.
“저는높은성취들을위해열심히일했습니다.왜냐하면,음,낮은곳보다높은곳이더좋으니까요.”그런가?틀렸다.이제야지상으로내려온파머는높은곳에서살아가는것은위험하다고말한다.누구든넘어질때가있다.높은데서넘어지면멀리떨어질것이고,그런추락은죽음을가져올수도있다.반면땅에서의삶은(우리본성과더불어,세상과진짜맺고있는땅에발딛고있는삶은)우리가발을헛딛거나넘어져도큰상처없이스스로일어나툭툭털고다음발걸음을내딛도록해준다.

내면과외면에관여하면서살아가기

마음이부서지는것(비통함)은인간적이라불리는영역과함께나타난다.사랑과신뢰가우리를저버릴때,한때의미를지녔던것이메말라버릴때,손이닿지않는곳에서꿈이표류할때,치명적인병을앓게될때,소중한사람이죽을때,우리는비통함에빠지고괴로워한다.
우리는어떻게고통을끌어안으며무엇을할수있을까.그것이새로운생명의힘으로바뀔수있을까.고통은우리마음을부서지게하지만,마음은전혀다른두가지방식으로부서질수있다.우선마음이메마르면조각조각파편나기쉬운데,그폭발력은고통의당사자를산산이부숴버린다.그리고고통의표면적인원천을향해수류탄처럼던져지면서다른사람을쓰러뜨리기도한다.반면마음이유연하면산산이부서지는것이아니라부서져열리는데,이는여러형태의사랑을위한더큰능력으로성장할수있는마음이다.오직유연한마음만이새로운생명으로열리는방식으로고통을품을수있다.
그렇다면어떻게내마음을더유연하게할수있을까?파머는육상선수가부상을입지않기위해다리근육을스트레칭하듯이,마음의스트레칭훈련을권한다.규칙적인훈련을하면마음이파편들로부서질가능성이줄어들고,부서짐으로써더넓게열릴가능성이높다.노년에들어선자들에게는갖은상실이늘어나면서마음스트레칭의기회도함께늘어난다.파머는이렇게요약한다.“그것을받아들여라.모든것을받아들여라.”
마취제없이인생의작은죽음들을받아들일때마다파머의마음은스트레칭이되었다.틀어진우정,그의글에대한비열한비평,중요한과제의실패같은것말이다.이때더큰의미로찾아오는것은인생의작은즐거움들이다.낯선사람의작은친절,유년기의기억들을불러일으키는것들,두살배기아이의깔깔웃음소리…….
그렇지만개인이모든것을해결할수는없다.우리삶을가장큰규모에서직간접적으로규제하는국가도과연유연해질수있을까.확신할순없다.하지만확실히모르기때문에그는냉소주의에굴복하지않는다.우리가실재세계에가능성과희망을품고계속질문을던져야하는이유다.
우리는개인적,정치적삶속에서고통에대해다른방식으로반응할수있다.고통을이용할것인가.이는우리에게고통이일어날때그것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