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회

폭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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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리와 형체 없이 다가와 우리의 목숨을 빼앗고 있는 폭염을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비극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1995년 7월, 시카고에서는 기온이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돼 7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 무더위는 사회적 문제로 취급된 적이 없었다. 폭염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는 것도 아니고 홍수나 폭설처럼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희생자는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노인, 빈곤층, 1인 가구에 속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폭염 사회』에서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그 당시 치명적인 폭염에 의한 죽음을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비극의 관점에서 접근, 정치적 실패로 규명한다. 폭염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전적으로 몸이 약하고, 나이가 많고, 쓸쓸한, 혼자서 더위를 견뎌야 했던 이들이었다. 희생자들의 거주지는 하나같이 사회 취약계층이 모여 사는 아파트나 싸구려 호텔들이었다. 오랜 기간 조사하며 이 사안을 깊숙이 파고든 저자는 폭염에 의한 사망이 사회 불평등 문제라고 진단 내렸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취약계층 주민들을 더 심각한 사회적 고립으로 이끌고, 폭염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또 정부의 폭염 사태에 대한 부인과 침묵의 태도는 폭염 당시에 재난에 긴급히 대처해야 할 공공 기관의 대응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고, 폭염 이후에도 재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극단의 도시에 나타날 디스토피아적 징후가 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경고한다.
많은 환경학자에 따르면 더욱 파괴적인 여름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력은 1995년만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끔찍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자는 폭염으로 인해 공동체의 누군가가 사망한다면, 이런 사회적 조건을 조성하고 더위가 지나가기만 하면 이들의 죽음을 쉽게 잊히도록 만든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고, 공공재화를 잘못 다룬 정부의 문제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공학기술적 대처의 실패일뿐더러, 시민사회가 서로를 보살피지 못한 공동체 부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향후 이런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당연시하고 숨기려 했던 사회적 기반에 생긴 균열을 조사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

에릭클라이넨버그

지은이:에릭클라이넨버그(Klinenberg,Eric)
뉴욕대사회학과교수이자같은대학교공공지식연구소소장이다.『미국사회학회지AmericanSociologicalReview』『이론과사회TheoryandSociety』『민족지Ethnography』등학술저널에연구를발표했고,『뉴요커』『뉴욕타임스매거진』『롤링스톤』『타임매거진』『포천』『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등수많은대중매체에기고했으며,『디지털시대의문화생산CulturalProductioninaDigitalAge』과『대중문화PublicCulture』를편집하기도했다.지은책으로『고잉솔로,싱글턴이온다』『전파전쟁FightingforAir』『국민을위한궁전PalacesforthePeople』등이있다.여러언론에서‘올해의책’으로꼽힌첫작품이자대표작『폭염사회』는전미출판협회사회학·인류학분야최고의책,영국사회학회건강·질병분야최고의책으로선정되었으며,극작품으로각색돼연극무대에올려지기도했다.  

옮긴이:홍경탁
카이스트전기및전자공학과를졸업하고대학원에서경영과학을전공했다.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며,『데이터자본주의』『공기의연금술』『멈출수없는사람들』『기억의세계』『투명정부』『마지막사자들』등을옮겼다.
  

목차

서문

프롤로그:도시의지옥
죽음의도시

머리말:극단의도시
사회적해부|도시의사회적역학|전형과극단|이책의개요

1장고독사:고립의사회적생산
혼자되기|고립의사회적생산|혼자늙어가기|"죽음에가장가까이갔던순간"|폭력과고립|공포의문화|최악의조합|원룸주거시설의위기|경고신호|고립과성

2장인종,장소,취약성:도시의이웃과지원의생태학
짝짓기|빈곤의사회환경변화|버림받은커뮤니티|반전|일상의폭력|"여기사람들은모두대단히신중합니다"|불안정한지역의사회적유대|교회와자치방범대|사우스론데일:리틀빌리지의성장|"이곳의거리는늘붐빕니다"|중앙집권화된교회|

3장재난의상태:권력이양기의도시의복지
재난의상태|폭염이닥쳐오다:책임의정치학|어울리지않는부서할당:사회적보호와지역경찰|악의적인방치:빈곤을감수하려는정치적의지|분권시대의서비스선택|일상의에너지위기|복지정부와기상이변

4장홍보에의한통치
부인하고회피하고변호하라|위기에서벗어나기

5장스펙터클한도시:뉴스조직과재난의재현
뉴스와재난|뉴스란무엇인가?|재난의발견|누구의뉴스?공식적인정보원과보도의일상|대안적인목소리와반대의견을위한공간|이야기의할당|빠르게사고하기|헤드라인과시각이미지|이야기,이미지,뉴스의배치|독자의구분과선별적뉴스|재난의뉴스로서의가치:주요이야기의흥망성쇠

결론:도시환경에나타나는위험
재난해결책,일상적인도시극단의전형적인위험|사회적해부

에필로그:마지막은함께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천천히,조용히,눈에띄지않게사람의목숨을앗아간폭염
우리는그러나목숨걸고폭염을무시하고있다


·폭염으로인한사망은정치적·구조적실패를의미한다
·폭염사회에서가장중요한것은이를극복할정치적의지가있느냐다
·폭염은자연재해가아닌사회비극의관점에서접근해야한다

폭염은자연재해가아닌정치적실패의문제

1995년시카고에서는기온이섭씨41도까지올라가는폭염이일주일간지속돼700여명이사망하는참사가벌어진다.구급차는모자랐고,병원은자리가없어환자를거부했으며,시민들은갑자기죽은이웃때문에충격을받았다.사실이일이있기전무더위는사회적문제로취급된적이없었다.그이유는폭염이막대한재산피해를내는것도아니고홍수나폭설처럼스펙터클한장면을연출하지도않을뿐더러그희생자는대부분눈에잘띄지않는노인,빈곤층,1인가구에속한사람들이었기때문이다.
사회학자에릭클라이넨버그의현지조사는폭염사망자들이실려온한부검소에서시작됐다.하지만검시관들이의학적부검을실시하는동안,그는희생자들이생전에살았던집으로발길을돌렸다.거기에이들의생을앗아간단서가돼줄사회학적요인들이있을것이기때문이었다.희생자들의거주지는하나같이사회취약계층이모여사는아파트나싸구려호텔들이었다.저자는이들지역에머물며수시로현지조사를나갔고차츰안면을트게된이웃들은클라이넨버그와의인터뷰에응한다.한편그는경찰보고서를분석하고,시체안치소의기록들을파헤치며,통계분석을하는방법으로이사안을깊숙이파고든다.
이조사는오랜기간차분히,여러스펙트럼을따라이뤄졌고,기존사회학이간과해우리시선에붙잡히지않았던이들을분석의망으로끌어들인다.주의깊게살펴봐야할것은‘보이지않는사람들’이다.저자는폭염에의한사망이‘사회불평등’문제라고진단내린다.물론이렇게단순한결과만을도출하는것은아니다.이것은또한공공재화를잘못다룬정부의문제이며,기후변화에대한공학기술적대처의실패일뿐더러,시민사회가서로를보살피지못한공동체부재의문제이기도하기때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폭염때문에죽은사람들은전적으로몸이약하고,나이가많고,쓸쓸한,혼자서더위를견뎌야했던이들이다.이점이바로사회학자가기후문제를파고들게된계기다.
그러므로폭염은일종의사회극이다.그것은미처우리가살고죽는조건을드러낸다.폭염으로인해공동체의누군가가사망했다면,이런사회적조건을조성하고더위가지나가기만하면이들의죽음을쉽게잊히도록만든우리의문제이기때문이다.따라서우리가관습적으로당연시하고숨기려했던사회적기반에생긴균열을조사해야만향후이런참사를방지할수있을것이다.

도시에서혼자,가난하게,늙어간다는것

시카고폭염의피해양상중에서가장주목할만한점은아무도모르게방에서홀로죽어간사람들이많았다는것이다.폭염으로인해수백명이고독사했고,심지어사망한지며칠이지나서야발견된이도많았다.홀로죽어간사람들은대부분1인가구,노인,빈곤층등사회의취약계층이었다.이들은또한유품을찾아갈친척이나지인이거의없는무연고자였다.
당시미국전역에서는독거노인수가증가하고있었고,시카고도이점에있어서는예외가아니었다.독거노인,특히남성노인들은인간관계가매우제한적이며,사회적접촉이적고,대부분의시간을집에서TV를보며지낸다.가족과의교류는뜸하거나아예관계가끊긴경우가많으며,몸이불편하여외출을하는데에도어려움이있다.더욱이이들대부분은노인임대주택이나원룸주거시설에살고있는데,대부분냉방장치등의시설이노후화되거나부족하고관리가허술하며,범죄의위험또한높다.
시카고의일부원룸호텔은‘인간축사’라고해도될정도로시설과환경이형편없었다.노스이스트사이드지역의한호텔은합판을사용해건물을재구획하여침대하나,옷장하나,의자하나만들어갈수있는공간을만들어수백가구를수용했다.외벽에는창문이몇개있고층마다비상구가있었지만,건물내부의환기구역할은거의하지못했고,1층에있는어두침침한로비에는냉방장치가없었다.이러한열악한주거환경은취약계층주민들을더심각한사회적고립으로이끌고,폭염에취약하게만들었다.

서로를보살피지않는사회에서산다면

저자가현지조사때만난폴린잰코위츠의사연은폭염기간에독거노인이흔히처할수있는상황을보여준다.폴린은리틀빌리지지역에사는여성독거노인이다.그녀는1층보다더안전하다는이유로아파트3층에살고있었고,방에는에어컨이있었지만낡아서제대로작동하질않았다.이웃은낯설고,몸은불편하고,거리에혼자나가는것은위험하다는인식때문에그녀는외출을꺼렸다.외출을하지않는그녀에겐정기적으로통화하는‘전화친구’와텔레비전,라디오등이일상의낙이었다.너무더울땐밖으로나가야한다고말해준전화친구덕분에폴린은폭염기간중가장더웠던날,일찍일어나에어컨이있는동네식료품점으로향했다.가는길은힘들었지만식료품점에서더위를식히고신선한과일을산폴린은기분이좋아졌다.하지만집으로돌아오는길이더문제였다.집으로가기위해그녀는3층계단을올라야했다.계단을올라겨우방에도착한그녀의몸은더위때문에한껏달아올라있었다.그때갑자기손이마비되고붓기시작하더니곧다른부위로까지번졌다.바닥에쓰러진폴린은겨우일어나머리를물에적시고젖은수건을몸과얼굴에올린후선풍기를쐬며몸을뉘였다.가까스로열을식힌그녀는곧몸을회복했다.
폴린의이야기는범죄에대한두려움,열악한주거환경,불편한몸,갑작스런위기에도움을줄주변사람의부재등현대도시에사는독거노인들이폭염에취약할수밖에없는이유를보여준다.폴린은운좋게살아남았지만,수백명의시카고노인들은그러지못했다.

폭염에운명이엇갈린지역들

시카고의노스론데일과리틀빌리지는서로인접한지역으로,폭염당시유사한위험요소들을공유하고있었다.독거노인의수와빈곤층노인의수가거의동일했고,폭염당시의기후또한유사했다.그런데이상한점은노스론데일과리틀빌리지의폭염피해자수가현격한차이를보였다는것이다.노스론데일은폭염으로19명이사망한반면,리틀빌리지는그10분의1수준에그쳤다.저자는폭염사망률에영향을미치는장소기반의조건을연구하기위해두지역을현지조사해나간다.
우선노스론데일지역은흥성했던공업이1950년대이후쇠퇴하면서지역의환경이악화되기시작했다.버려진건물과공터,폭력범죄,낙후된기반시설,낮은인구밀도,가족의분산등위험한환경이노스론데일지역에자리를잡았고,이러한환경은주민들의유대관계와지역공동체의역할을약화시켰으며주민들의사회적고립을심화시켰다.거리는범죄의위협요소로넘쳐나주민들은밖으로나가길꺼렸다.지역의낙후된환경은노인들에게특히더위험했다.깨진인도와삐걱거리는계단,조명이없는공터로인해노인들은불안을느꼈고그결과거리에자주나가지않았다.
이에반해리틀빌리지는번화한거리와왕성한상업활동,밀집된주거지역,상대적으로낮은범죄율등비교적안전한환경이조성되어있었다.이러한지역환경안에서리틀빌리지의주민들은사회적접촉과공공활동을활발히할수있었고,노인들또한주변의생활편의시설을마음편히이용할수있었다.
노스론데일주민들이거리의위험때문에밖으로나가지못하고방에서폭염을홀로견딜때,리틀빌리지의주민들은거리로나와쇼핑을하고이웃과교류할수있었다.이처럼두지역의사례는폭염같은재난시에마음놓고외출을하고,거리를돌아다닐수있는지역환경이얼마나피해를줄일수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

공공시스템의실패:기업가적인정부모델의폐해

시카고의공공기관들은1995년폭염에대처하는데에실패했다.폭염기간에응급환자를수송할구급차와구급대원이부족했지만시정부는제때인력과차량을지원하지않았다.환자를수용할병원또한부족하긴마찬가지였다.병실이이미꽉찬병원에서는긴급한상태로병원을찾은환자들을다른병원으로돌려보내야만했다.노인문제를전담하는노인경찰제도또한제대로운영되지못했다.
이처럼시카고공공기관의폭염에대한대처가실패한데에는1990년대시카고시가추구한기업가적인정부모델의영향이컸다.기업가적인정부모델은효율성을중시하며시민을소비자로대하고,민간단체에많은분야를아웃소싱하는정부운영방식을말한다.시카고시는저소득층의에너지비용을지원하는정책의예산을삭감하고,주민들이능동적으로신청해야만혜택을받을수있는서비스전달체계를만들어수동적이고고립된취약계층을방치했다.이는모두폭염의피해를더욱치명적으로만드는한가지원인이되었다.
이러한대처의실패에도불구하고시카고시는홍보캠페인을통해폭염기간뿐만아니라폭염이지난뒤에도재난에대한정부의책임을회피하는데힘을쏟았다.폭염피해에대한책임을면하고대중의분노를다른곳으로돌리기위해시카고시장데일리는정전사태를초래한전력공급기업을비난했다.또한폭염피해의심각성을가볍게취급하는발언을하고,사망자수가과장되었다고선전하기도했다.심지어한관료는죽음의책임을사망자들개인에게떠넘기는발언을해물의를빚었다.
시정부의폭염사태에대한부인과침묵의태도는폭염당시에재난에긴급히대처해야할공공기관의대응을늦추는결과를가져왔고,폭염이후에도재난당시의상황에대한제대로된조사와분석을할수없게만드는부작용을낳았다.

더위가물러가도문제는사라지지않는다

많은환경학자에따르면더욱파괴적인여름날씨가나타날가능성이크고그영향력은1995년만큼심각하지는않더라도끔찍할것이라고한다.이를테면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최근최고기온이더높아지고,더운날이더많아지며,폭염이거의육지전체에서나타날가능성이90~99퍼센트라고예상했다.그결과노인과도시빈곤층의사망사건및심각한질병이증가하고폭염과지구온난화의원인가운데하나인냉방장치에크게의존하게될것이다.기상학자폴더글러스는“1995년시카고대참사는앞으로다가올일의예고편에불과하다”고주장한다.
폭염도문제이지만독거노인과1인가구수가전세계적으로증가추세를보이는것도주의깊게살펴야한다.경제·문화적으로양극화된도시구역의사회적분리현상은현대사회의대도시가가지는공통된특징이다.여름이자나간다고해서폭염의사회학이던지는메시지는중요성이덜해지지않을것이며,취약계층의문제를해결하지못한다면극단의도시에나타날디스토피아적징후가될것이라고사회학자가경고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