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외부자들이낮은곳에서펼치는
분투의이야기,그저항의기록
·탈영웅적저항자들의양반세상뒤엎기
푸줏간주인,목수,품팔이,화전민,머슴,병작농민,초군,문지기,성균관하인,노비,관노,거기에무뢰배와도둑무리까지.역사무대에서자신의목소리를갖지못한채조선사회의뒤안길을서성거린이들이뛰쳐나와반항하고싸우며양반세상을흔들고지배체제에균열을낸다.
·불온한자들이행하는전복과반란의한판굿
승려와무당,몰락양반과유랑지식인,불만과저항의비판지식인.지관이자술사이며때로는훈장이자의원인이들은신분제와지주제에기반을둔사회체제모순의희생양이었다.지배세력권으로의진출이차단된정치투쟁의탈락자였다.조선사회의아웃사이더이자불온분자인이들이마침내지배세력에반기를들었다.미륵과진인眞人을앞세우며새세상을꿈꾼조선이단아들의투쟁의굿한판!
·역류의반란과꿈-누가진정한의병인가?
땀흘려생산하고창들고나라지킨자들은비하와조롱의언어아래주류담론의바깥으로밀린채차별받고무시당한무명의백성이었다.이들이이제자신의목소리와몸짓으로반항과항쟁의역사를써나간다.의義와도道를행하라며,그렇지않으면우리가의와도를행하겠다면서역사의중심무대로전진한다.
‘지배와저항으로보는조선사4부작’중제3권인『조선에반反하다』가출간되었다.시리즈의제1권인『두얼굴의조선사』와제2권인『모멸의조선사』가모두문체부세종도서교양부문에선정될정도로양질의콘텐츠를인정받은저자조윤민은이번의『조선에반反하다』에서“이탈과불온,역류의이야기를깊고넓게다루고저항과항쟁의세계를본격적으로펼치고”있다.
어가에돌던지고,궁궐에불지르고
서울창의문밖에사는조만준은떡을팔아생계를유지하는평민이었는데,왕실사당에행차하는어가에느닷없이돌을던진다.관아에서잡일을하는하인박중근은지엄한궁궐마당에서칼을빼들어자살을기도하고평민장득선은아들과함께능에불을지른다.
절치부심하며아버지의복수를준비해온이명과이가음이李加音伊형제는13년째되던해마침내옛상전을죽인다.충주주민들은수령을대신한인형에화살을쏘며욕설을퍼붓고,경희궁을수리하던목수들은포도청에난입해관리를구타한다.농부와떠돌이노동자로살아온백성이의적의이름으로당당하게부잣집재물을취한다.
그시대에도불온한자들이있었다.지배세력과사상이나신념을달리한인물들이다.임진전쟁을계기로집안이몰락한길운절과서얼출신소덕유는제주주민을선동해반란을기도한다.승려여환은무당,지관과함께북한산에서대홍수의날이오기를빌며변란을도모한다.
『정감록』예언을퍼뜨리며10년동안반란을준비해온문인방은유배지에서역모를꾀한다.권력투쟁에서밀려정계진출이좌절된이들과함께말이다.관아노비인김재묵은10만병사가난을일으킬것이라는괘서를성문에붙이며민심을어지럽힌다.유랑지식인김치규는홍경래무리와합세해조선을멸망시킬것이라는유언비어로하층민을선동한다.
저항의파편들이모여거대한역류를이루다
벗어나고거스르던,파편과도같은이런저항의흔적은결국지배층에전면적으로맞서는역류의항쟁으로거듭난다.19세기들어백성은평안도와삼남에서,마침내조선전역에서대규모무력투쟁에들어간다.몰락한양반가문과한미한집안출신의지식인이앞장서고,안목을갖춘개혁성향의평민이의로움을외친다.지주의토지를빌려농사짓는병작농민과땔나무를해다파는초군이동참한다.머슴과임금노동자가항쟁대열에합류한다.가구만드는장인과소금파는행상도뛰어든다.뜨내기와광대가창과총을들고,노비도관리와토호를징치하는관아마당으로진군한다.
백성의이러한저항행위는대부분대역부도나역모등나라를위태롭게하는극히불충한소행으로단정됐다.도덕과사회윤리측면에서도도道에어긋나는짓거리로매도당했고말이다.목숨과집안의미래까지걸어야하는매우위험한선택이었다.
지배세력은강력한제재에나섰다.무력과폭력을동원했으며,제도와관습의틀을공고히하고,때로는사상을주입하거나교화정책을펴며그소행과짓거리를억누르려했다.이는위력과사회자산을모두동원해지배체제를지키려한사실상의총력전이었다.그럼에도조선시대내내그소행과짓거리는끊이지않았다.이들은대체왜그랬던걸까?무엇이이들로하여금자신의생명과혈육까지내던질수있게했을까?
모멸감을느끼는삶에대한성찰과반추
벗어나고투쟁한백성또한인력이자생산자로조선사회를유지하는데없어서는안될존재였다.하지만쉽게무시당하는존재이기도했다.지배층의눈에는무지몽매한자였으며무뢰배이자흉포한잡배였다.때로는도적과화적,폭도로불렸고기껏해야가르치고이끌어주어야할모자라는백성이었다.지배층의권력투쟁와중에명분을쌓기위한민본의대상으로종종등장하지만그건말의성찬일뿐,이들을위한정책은제대로실현되지않았다.이들은지배를가능하게해주는자원인관직과토지를갖지못했으며신분과사회지위도미미한편이었다.지배계층의이념이나사회경제적영향력아래종속돼차별과억압을받는백성이대부분이었다.지배층으로의진입이인정되지않거나아예지배세력권에접근할수있는길이차단된자들이다.자신의목소리를낼통로를갖지못한채오랫동안사회주변부를떠돈이들이다.
그렇지만이들또한무시당하면모멸감을느끼는사람이었다.무뢰배와도적이라매도하는모욕에가슴아파했다.울분과의분을가진분노할줄아는사람이기도했다.의義와도道를주창하고자신들만이이를수행할수있다고한지배층의허위가드러나자마침내이분노한사람들이들고일어났다.그토록당당하게외친그의를행하라며,그토록근엄하게설파한그도를실현하라며,그렇지않으면이제자신들이그의와도를이루겠다며나선것이다.이들의입장에선자신들이조선사회에의로움을세우고시대의도를높이는의병이었다.
이책은조선사회의주류흐름과지배세력에맞서이탈하고전복하고봉기한자들에대한사연을담았다.양반중심의신분질서를흔들고,통치체제에균열을내며,지배이념을거스르며맞서싸운자들에대한기록이다.앞서펴낸『모멸의조선사』에서지배세력의통치에대응해회피하고반항하는양상을보인백성을단편적으로다루었는데,이책에서는이탈과불온,역류의이야기를깊고넓게다루고저항과항쟁의세계를본격적으로펼침으로써이전책과는형식과내용모두에서분명한차별을꾀했다.
역사의난장판에외부자들의발언무대를마련하다
저자는이들이외치는절규의목소리를들어보고거칠지만정직한그몸짓을겸허하게짚어본다.욕심일수도있지만가능하면이들의생각과꿈까지헤아려볼것이라고[책머리에]에서밝히고있다.그렇지만이들의부르짖음을두둔하고행위를미화하려는의도는아니다.선과악의잣대만을들이대거나호불호의구도에도얽매이지않는다.이것만이조선역사의큰줄기라여기지도않으며이들만이변혁의주체라고고집하지도않는다.
다만,명징과미혹이교차하고진전과좌절이함께하는역사의난장판에서제대로발언할기회를갖지못한이들에게외칠자리하나를마련하려합니다.압제의대상에서저항의주체로거듭난이들의몸짓을헤아리면서조선지배층이구축한억압과착취의사회구조한자락이나마,천리와윤리의얼굴뒤에숨은그속내를들여다보았으면한다.
어찌보면이책에서들을수있는목소리와만날수있는몸짓은힘없는자들의한풀이나넋두리로여겨질수있다.이들의저항이결국은좌절되지않았나하는자조의평가를내릴수도있고말이다.설령그렇더라도,역사의유산에서실패를되새길때다가올역사의도전에당당히나설수있다고한말을또렷이기억하고싶다.시대의부조리와지배의야만에맞섰던조선백성이행한그역류의바람이오늘이시대를질타하는칼이되었으면한다.
1부“일어서는자벗어나는이”의핵심개념은“반항(혹은항거)”이며,드러난행위측면에서보면“피지배층의이탈과일탈”이다.떡장수,목수,떠돌이노동자,품팔이,관노,사노,성균관노비,농부,화전민등하층민이주인공이다.
1부에서는권력행사의부당함과상전의억압,관료의수탈에대응해기물파괴와방화,복수살인,상전살해,폭력대응,소요,난동,도적질등으로맞서나간행위와사건을다룬다.대체로개인단위로행해진저항으로,여기에는가족과집안구성원규모의저항도포함된다.민란규모에는이르지못한관아난동과도시폭동,군도등소규모무리의소요와일탈행위까지다룬다.
2부“불온한자거스르는이”의핵심개념은“불온”이다.현실에서는“정권탈취를위해변란을기도한불온한자들의모반”으로드러난다.몰락양반,유랑지식인,평민지식인,저항지식인등으로불리는이들이그주인공이다.
2부에서는집권세력의부당한통치행위와민생정책실패,관료의억압과수탈등을바로잡는다는명분을기치로일으킨정치변란사건을다룬다.임진전쟁과병자전쟁뒤에일어난백성들의변란,미륵신앙과생불신앙에기반을둔민간신앙성격의변란,정감록을중심으로한민간사상에바탕을둔역모사건,괘서유포와같은유언비어사건(커뮤니케이션반란)등을살핀다.
이들정치변란은전투를치르거나지배층과실제로맞서는봉기단계에는이르지못하고모의와기도단계에서발각돼실패했다는특징을갖는다.
3부“역류-풀과바람과칼”의핵심개념은“대규모항쟁”이다.이들항쟁은실제로봉기에성공한민란과변란성격이강한반란사건이며,지배체제에큰타격을주었다.항쟁을이끈몰락양반과평민지식인등저항지식인과봉기군의주축을이룬기층민중이주인공이다.
3부에서는19세기에일어난대규모민중항쟁과기층민중을동원해봉기한변란성격의반란을다룬다.먼저,1811년평안도에서일어난홍경래를위시한백성들의봉기(홍경래의난),1862년삼남에서일어난백성들의항쟁(임술민란)을살핀다.이어,1869년에광양읍성을점령한광양변란과1871년에영해읍치를장악했던이필제의변란을알아본다.하층민의무력에의한정권교체라는성과를이뤄낸1882년서울하층민의반란사건(임오군란)도살핀다.마지막으로1894년동학농민전쟁에접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