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없다’‘의식이깨어있다’고말할때의식이란무엇일까?의식이없는사람을바라볼때의막막함과인간의식의무한한가능성을이야기할때의경이로움사이에는분명한간극이존재한다.우리가꿈을꿀때,깨어서이런저런감각과생각에사로잡혀있을때……어느때에나우리머릿속에는‘말없는회색물질’인뇌가들어있을뿐이다.이사실을어떻게받아들여야할까?너무도생생한우리자신의의식경험과우리가결코알수없고가늠할수조차없는타인의의식경험,심지어는동물과식물의‘의식’까지도과학은물리적으로완벽히설명가능한대상이라고여긴다.또그에관한과학적(물리적)증거들도날로쌓여간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물리적으로구현될수만있다면과학이인간의식을만들어낼수있으리라는가능성,알파고가우리와같은의식을지닌존재가될수있으리라는전망에대해의심의여지없는명징함보다는신비감을,때로는회의감을더느낀다.의식의정체正體는사실,의식을두뇌활동의산물로설명하고그것을인공지능이라는기계적의식으로구현한과학의시대인지금보다더오래전부터인간의,특히철학의주된관심사였다.이책은의식에대한우리의그오랜관심이철학이라는학문속에서어떻게탐구되고논의되어왔는가를다룬다.
이야기의시작은깊은밤도서관.대학원생톨렌스와포넨스는지하실에서‘어떤’냄새를맡는다.두사람이숨막혀죽을뻔한냄새가‘알싸한단내’라는법대생톨렌스와‘쉰내’라는철학과학생포넨스.둘은동일한화학물질로구성된공기를두고서로다른경험을한다.‘냄새’라는객관적사실에대해이견이있을수없다고말하는톨렌스에게답하며,포넨스는(이책의원제인)‘의식에관한대화ADialogueonConsciousness’의포문을연다.“공기중에어떤화학물질이있느냐는객관적사실의문제이지만,그화학물질의냄새는우리마음이그물질을어떻게지각하느냐에달려있다는거야.네마음은이렇게지각하고,내마음은저렇게지각할수있다는말이지.네가냄새분자를말하는거라면,냄새자체는같아.하지만우리가냄새맡을때의느낌을말하는거라면,다르지.”톨렌스의생각은다르다.“우리가냄새를어떻게지각하느냐는객관적인문제여야한다고봐.그저뇌가정보를처리하는방식의문제일뿐이니까.…해답은전부뇌안에있어.”
마음과몸,영혼의존재
책에는두주인공톨렌스와포넨스외에,의식에관해각기다른이슈를들고대화에참여하는등장인물들이등장한다.그첫인물은“누가뭐래도영원한영혼의존재를믿”는다고말하는‘누스’.그는몸과마음을영혼과구분지으면서,몸이썩으면서생각하고,느끼고,개성을나타내고,감정을품는뇌(마음)도함께썩었을때,그래서영혼이텅비게되었을때조차그영혼은자신이라고주장한다.누스와의대화는의식문제를본격적인철학논의로끌어오며그유명한17세기데카르트의상상가능성논증을소환한다.
데카르트의상상가능성conceivability논증
1.나는내마음이내몸없이존재하는것과내몸이내마음없이존재하는것을맑고또렷하게상상할수있다.
2.X가Y없이존재하는것과Y가X없이존재하는것을맑고또렷하게상상할수있으면,X는Y없이존재할수있고Y는X없이존재할수있다.
3.그러므로,내마음과몸은제각기독립적으로존재할수있다.
4.그러므로,내마음과몸은다르다.
세사람은데카르트의논증,우리가상상할수있다는사실(자연적/법칙적가능성과대비되는형이상학적가능성)을죽어서마음없이관에놓인몸,스키타기,슈퍼맨이된클라크켄트등의상상가능한사례를들어알기쉽게설명한다.그러나상상가능성이존재여부를결정하는가는또다른문제다.영혼이존재한다는누스의주장,데카르트의상상가능성논증은신학자앙투안아르노의반론과데이비드흄의명저로꼽히는『인간본성에관한논고』,보헤미아의엘리자베스공주가지적한공간관계에의해재차반박되면서그모순을드러낸다.
과학이마음을다루는방식
누스에이어등장한인물은과학도서관에서온벨라.그녀는신경과학,인지과학에서기술공학까지광범위한영역에서의식에관한과학의설명을대변한다.벨라에따르면과학자들은이미‘생각하는기계’,즉컴퓨터를만들었다.알파고가등장하기한참전인1997년에이미컴퓨터디프블루는인류역사상최고의체스선수인가리카스파로프를이긴바있다.20세기중반이후마음은줄곧과학적으로탐구될수있는대상이라고여겨져왔다.심지어마음은물리적으로기술하는세계의일부에불과하며,우리의모든감각과우리가경험하는모든현상은과학적으로증명되고설명될수있다는사실도어떤이들에게는당연하게받아들여진다.
과학이마음이작동하는방식혹은의식과정,나아가의식자체를남김없이설명하는것은과연시간문제일뿐일까?의식을인식과동일시하는벨라에게포넨스는또다른의식개념이있음을상기시킨다.“마이크로프로세서가과열될때,컴퓨터가일자리를못구하는실직자처럼느낄까?컴퓨터가뭐라도느끼긴할까?자기점검을포함한컴퓨터의활동에느낌이따라다닐까?난의심스러운걸.”이것이단지복잡함의문제일뿐,현상이추가된것은아니라는벨라에게포넨스는다시신경과학의‘맹시blind-sight’와토머스네이글이자신의유명한논문「박쥐가된다는건어떤느낌일까?」에서제시한반향정위개념등을들어‘물리적인것’이전부가아닐가능성을제기한다.
네이글의논증
1.어떻게주관적으로보이는현상적속성이사실은객관적이며물리적인속성일수있는지를설명하는이론적틀이있을경우에만,물리주의가어떻게참일수있는지를이해할수있다.
2.우리에겐그런틀이없다.
3.그러므로,우리는물리주의가어떻게참일수있는지알수없다.
네이글의논증에따르면과학은물리주의가참인지여부를결정할틀을제공하지못한다.포넨스는과학의객관적정보로부터현상적성질의주관성을뒷받침하는틀을어떻게만들지,만들수있기나한지조차알기힘들다고말한다.프랭크잭슨은물리주의의문제점을드러낼사례로서가상의인물‘메리’를끌어온다.평생흑백방에갇혀흑백강의로색시각에관한‘모든물리적사실’을배운메리가자신이살던방에서나와난생처음빨간장미를본다면,물리적진리외에새로운무언가를알게될까?메리가방을나가빨간색을보는순간,모든것이달라진다고말할수있을까?지식논증은이를그럴듯하게설명한다.
지식논증
1.물리적진리로부터연역할수없는진리가있다.즉,메리가흑백방을나갈때새로알게되는진리가있다.
2.물리적진리로부터연역할수없는진리가있다면,물리적진리가함축하지않는진리가있고,따라서물리주의는
거짓이다.
지식논증에서본격화된물리적사실및물리적속성과의식에관한세사람의대화는메리사례에서현존하는심리철학자들의주요개념을아우르며잭슨의지식논증,차머스의좀비논증등구체적인반물리주의논증으로나아간다.마음이세계를표상하는방식,경험의투명성,설명간극,인식론적간극,(과학의객관적용어로기술할수없는)경험의주관성등은물리주의를주장하는벨라의예리한반박들에의해서도쉽게격파되지않고,심지어우리가아직무지無知하다는사실로도속시원히반박되지않는다.이책의묘미는바로이치열한논증과정에서확연히드러난다.
한철학자의긍정식은다른철학자의부정식이다
‘한철학자의긍정식은다른철학자의부정식이다.’책의시작에붙은이철학격언은포넨스와톨렌스,누스,벨라,아니무스,에피스타인등여러등장인물이나누는대화를따라가며그논증의엄격함을들여다보다보면좀더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이들은각자뚜렷한입장과그것을드러내는말하기방식을갖고있다.누군가무엇을주장하면,다른사람이이를반박하고,그반박은또다시반박된다.포넨스와톨렌스를중심으로한이들의대화는매일밤의식의세계를집요하게파고든다.
책은현상적의식의주관성을완벽하게설명해내지못하는물리주의의문제에대해다루면서도,조건부로물리주의입장을취하는톨렌스와끝까지다른가능성을열어둔채반물리주의논증을펼치는포넨스를화해시키지않는다.독자가과학을절대적으로신뢰하는벨라의편에있든,그보다는회의적인물리주의에다가서있는톨렌스의편에있든,반물리주의쪽에서다른주장들을두루이해하는포넨스의입장에가까이있든,이책의엄격한논증방식은‘의식’이라는까다롭고신비로운주제에관해저마다의자리에서생각해봄직한논의를제공한다.『심야의철학도서관』은의식이라는심오한주제를젊은대학원생들의농담,심지어인간이아닌트롤의입까지빌려대화형식으로알기쉽게풀어내지만,의식을다루는심리철학에서중대한기여를한저자들이쓴책인만큼그논의가결코가볍게다루어지지는않는다.의식문제에오랫동안깊이천착해온두심리철학자토린얼터와로버트J.하월이대화체로써내려간심야철학토론은‘의식이란무엇인가’라는단순해보이는질문이우리자신에관해얼마나많은물음을던질수있는지를일목요연하게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