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 길을 가며 길을 묻다

도道, 길을 가며 길을 묻다

$21.04
Description
동아시아 사상의 봉우리에 놓인 외로운 단어……
수많은 이가 의기충천하여 도전했던 도에 대한 사유의 탐색
그 치열한 계보를 역으로 더듬어 살펴보다

이 책은 서문에서 ‘철학 교수’였다가 ‘목회자’가 된 어떤 사람의 사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는 어떤 학생으로부터 “도道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답할 수 없었는데, 오랫동안 그 자괴감을 이기지 못해 엿장수, 넝마주의를 전전하다 결국 신학대학에 진학하여 목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프로필을 보면, 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목회자가 되는 것에 도움을 받기 위해 대학 철학과에 진학했으나, 그때부터 비판과 회의에 휩싸여 고민하다가 결국 목회자의 꿈을 접고 동양철학자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길 위에서 길을 묻고 또 다른 길 위에 올라선, 길을 사유하는 전형적인 근대인처럼 다가온다. 저자 장윤수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한 것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펴내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시리즈 18번째 권으로 나온 이 책에서 그는 도道의 삼천 년 역사를 계보적으로 훑어보면서 “무엇이 길인가”를 놓고 번민했던 선학들의 핵심적 사유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좀더 좁혀서 보자면 동아시아 사상사에 있어서 유가사상을 중심으로 한 ‘도’ 개념의 역사적 전개와 그 이론적 특징을 고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큰 원리’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

이 책은 크게 총론과 원문으로 구성되는데, 총론에서는 도 사상의 전개를 몇 갈래로 구획해서 알기 쉽게 풀어썼고, 원문은 주요 경전의 도 관련 대목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저자는 특히 총론을 정독할 것을 요청한다. 총론은 ‘도道’라는 것이 화두에 오른 시초를 “궁극 원리를 찾다”라는 장에서 살펴보고 “도 개념의 기본 의미” “동양적 사유 방식의 특징” “도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나”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먼저 동양과 서양의 사유방식의 차이를 언급한다. 서양 현대철학은 ‘도’와 같은 큰 원리나 거대 이론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보편적 원리에 집착하면 구체적인 것들의 의미를 억누르고, 원리 또는 중심을 벗어나는 ‘타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의 원리, 즉 궁극 원리는 그 자체로 일면성이 가져오는 힘과 기세를 느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폐쇄적인 구조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원리가 갖는 지적知的 억압성과 폭력성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원리의 보편성과 법칙성을 전적으로 부정만 하면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 삶에 대한 일반적인 가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철학사에 조금이라도 입문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들어온 개념, 즉 도道, 태극太極, 이理, 이데아, 모나드 등이 다름 아닌 원리를 표현하는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개념’이다.

저자

장윤수

지은이:장윤수
유교의영향이짙게배어있는경상북도안동에서태어나그곳에서고등학교까지다녔다.부계쪽의유가적전통과모계쪽의기독교적배경을갈등요소로안고있었으나,자라면서이러한갈등요인을점차기독교에대한열정으로바꾸어나갔다.

목회자로서의사역에도움된다는막연한조언만으로입학한철학과의생활이오히려끊임없는회의와비판으로인해견디기어려울만큼힘들어졌을때목회자의꿈을접었다.이후철학고전연구모임을통해조금이나마철학공부에맛을들이게되었다.어릴적그토록싫어했던‘태생적’전통문화의배경이오히려원초적향수를자극하며이후전공을선택하는희미한계기로작용했다.

경북대철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으며,신라대철학과교수를거쳐현재대구교대윤리교육과교수로재직중이다.‘장재기철학연구’를통해박사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는한국성리학과동양교육사상방면에학문적관심을두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1장풀이하는글

1.궁극원리를찾다
2.도개념의기본의미
3.동양적사유방식의특징
4.도는역사속에서어떻게전개되었나
5.천도天道와인도人道,상관적균형관계
6.도와길,그영원한물음

2장원전과함께읽는도

01단계『주역』『서경』
02단계『노자』『장자』
03단계『논어』
04단계『중용』
05단계『맹자』
06단계한유(「원도」)
07단계주돈이
08단계장재
09단계주희
10단계육구연
11단계진순(『북계자의』)
12단계왕수인
13단계왕부지
14단계대진(『맹자자의소증』)
15단계중국근현대의철학자들
16단계한국의선비들1:천도론
17단계한국의선비들2:인도론

3장원문

함께읽으면좋은책들

참고문헌
후기

출판사 서평

이책은서문에서‘철학교수’였다가‘목회자’가된어떤사람의사연으로이야기를시작하고있다.그는어떤학생으로부터“도道란무엇입니까”라는질문을받고답할수없었는데,오랫동안그자괴감을이기지못해엿장수,넝마주의를전전하다결국신학대학에진학하여목사가되었다고한다.
이책의저자프로필을보면,또이런내용이나온다.저자는독실한기독교인어머니밑에서자라고목회자가되는것에도움을받기위해대학철학과에진학했으나,그때부터비판과회의에휩싸여고민하다가결국목회자의꿈을접고동양철학자가되었다.
어떻게보면두사람은길위에서길을묻고또다른길위에올라선,길을사유하는전형적인근대인처럼다가온다.저자장윤수교수가이책을집필한것은그래서인상적이다.한국국학진흥원이펴내는‘오래된질문을다시던지다’시리즈18번째권으로나온이책에서그는도道의삼천년역사를계보적으로훑어보면서“무엇이길인가”를놓고번민했던선학들의핵심적사유들을도출해내고있다.좀더좁혀서보자면동아시아사상사에있어서유가사상을중심으로한‘도’개념의역사적전개와그이론적특징을고찰하는것이주된목적이다.

‘큰원리’에대한동서양의차이


이책은크게총론과원문으로구성되는데,총론에서는도사상의전개를몇갈래로구획해서알기쉽게풀어썼고,원문은주요경전의도관련대목을발췌번역한것이다.저자는특히총론을정독할것을요청한다.총론은‘도道’라는것이화두에오른시초를“궁극원리를찾다”라는장에서살펴보고“도개념의기본의미”“동양적사유방식의특징”“도는역사속에서어떻게전개되었나”등으로이야기를풀어나간다.
이책은먼저동양과서양의사유방식의차이를언급한다.서양현대철학은‘도’와같은큰원리나거대이론에대한거부감이있다.보편적원리에집착하면구체적인것들의의미를억누르고,원리또는중심을벗어나는‘타자들’은소외될수밖에없다는이유에서다.하나의원리,즉궁극원리는그자체로일면성이가져오는힘과기세를느낄수있지만,그렇기때문에폐쇄적인구조의형식을띠고있는것도사실이다.하지만원리가갖는지적知的억압성과폭력성을충분히이해한다하더라도원리의보편성과법칙성을전적으로부정만하면세계에대한폭넓은이해,삶에대한일반적인가치를기대하기어렵다.철학사에조금이라도입문해본사람이라면익숙하게들어온개념,즉도道,태극太極,이理,이데아,모나드등이다름아닌원리를표현하는철학자들의대표적인‘개념’이다.

‘체험성’‘자기명증성’을갖춘도논의에집중


이중에서도‘도道’는동아시아철학사에서가장널리사용되어온원리개념으로서,시대의변천과학파의분화에따라그의미가더욱풍부해졌다.‘도’개념은특히‘주체적체험’의표현이기에더욱다의적多義的이다.‘도’를다룸에있어서직접체험을한사람과그렇지못한사람사이에는엄청난차이가존재한다.직접체험이없는사람들에게존재는다만설정된논리적인장치속에서은닉적인존재로떠오르게된다.그러므로도에대한논의에서가장중요한요소는바로‘직접체험’‘자기명증성’‘생생함’이다.
‘도’의어원적의미에서“곧바로쭉통하는한갈래의길을도라고한다”라는구절이중요하다.이말에는일관성·지향성·과정성·반복성등의뜻이담겨있다.도가사상에있어서‘도’의기본의미는우주의근원또는본체를가리킨다.그래서노자는도를‘만물의근원萬物之宗’이라하고또한‘만물의어머니萬物之母’6라고했다.반면우리가보통한자단어의어원을탐색할때자주언급하는『설문해자』의저자허신許愼은후한시대의유학자다.그는도의기본의미를도가학파와달리인도人道로해석했다.이것은공자를비롯한유가학파의공통된견해다.
이러한초기논의를살펴본저자는도를본체론적의미,우주론적의미,인륜적의미,정치적의미등으로유형화해서우리의인식을돕는다.

도道와진리Truth의차이점


서양철학에서‘진리’가차지하는위상을동양에서는‘도’라는개념이차지하고있다.일반적으로서양철학에있어서진리는존재와사유의일치를의미한다.서양의진리개념이면裏面에는생각의힘을긍정하는서양인들의무의식적인태도가전제되어있다.그런데동아시아사상,특히유가사상에있어서도는서양의진리개념으로만규정되기에는부적절하다.도에는진리뿐만아니라‘실천’이라는의미가함께포함되어있다.『노자』첫머리에서도는말로표현될수없는것이라했다.그렇다면어떻게해야할까?도는오직실천을통해서드러날수있을뿐이다.

도사상의역사적전개


‘도道’라는글자는본래사람이통행하는‘길’을나타냈지만,의미가발전하여인간이나사물이반드시통하게되는도리,법칙,규범을뜻하게되었다.‘도’는동아시아사상사에있어서줄곧중요한개념으로사용되어왔다.철학적개념으로서의도는『좌전左傳』이나『국어國語』에최초로등장하는데,주로천도天道와인도人道의형태로나타난다.정鄭나라의점성술사가천상天象을근거로커다란화재가일어날것이라고예언했을때,자산子産은“천도는멀고인도는가까우니,알수있는바가아니다”라고하며그를비판했다.여기서의천도는다분히신비성을띠고있다.그리고그것의안티테제로서인도가제기되었는데그내용에대해서는구체적인규정이없다.어쨌든여기서말하는‘도’는천天이나인간에부속되는개념이었다.
인도人道의내용에구체성을부여한인물이바로공자다.『논어』에서도는두가지의미로사용된다.“아침에도를들으면저녁에죽어도좋다”라고할때의도는대상의한정을받지않는보편적인진리를가리킨다.반면,“나의도는하나로꿰뚫었다”라고했을때의도는대상이인간에한정되는당위當爲로서의도를가리킨다.두번째의도는존재개념에서가치개념으로전환하고있다.맹자나순자의경우에는‘선왕先王의도’혹은‘예禮는인도의표준’등과같이한층사회적차원에한정시켜서도를탐구했다.즉유가학파에서는시대가흘러갈수록도의의미가존재개념보다는가치개념의측면이강화되었다.
이에반해도가학파에서는도의존재적의미를강조한다.노자는도의개념에다시존재개념을강화한학자다.그는‘도’를‘만물의근원萬物之宗’으로여겼으며,또한‘만물의어머니萬物之母’에비유하기도했다.노자또한공자와마찬가지로인간존재의규범을추구했지만,노자는존재의근거를인간자체가아니라대자연에서찾으면서세계의본질을‘도’로삼았다.
그런데이러한노자의도관념에는두가지의관점이있다.첫번째관점은,우선시간의축에서우주의시작을더듬어가서만나게되는최초의상태를‘도’로본다.두번째관점은반복성의함의가가역성可逆性의이미지와결합하여나타난다.
중국사상사에있어서도론道論은당나라말기한유韓愈에이르러본격적인논의가이루어진다.한유는이른바‘참된도의학문道學’을제창했다.그는이러한도학운동을통해유가의도를계승하고도가와불가의영향을극복하고자했다.한유는우선개념적측면에서도덕과인의를대비시켜“인仁과의義는확정된내용을갖지만도道와덕德은빈자리다”라고했다.한유에게이르러도는인의를핵심내용으로하는철학개념이되었다.그렇지만한유는형이상形而上과형이하形而下라는우주론적차원에서도를해석하지는않았다.

신유학의시대,도사상의격변


유종원柳宗元에와서도道와기器,도道와물物에대한관계가정식으로논의되었다.유종원은구체적인명실名實관계를도기道器의관계로보고,도와기는서로떨어질수없다는관점을제기했으며,이러한기본관점에서도와사물의관계를논의했다.유종원은전통유가의도덕주의적입장을견고하게지켰다.그가말하는도는한유가말한것처럼인의를근간으로한다.한유와유종원의견해는송대신유학자들에게상당한영향을끼쳤다.신유학자들이논하는도또한유가적인의仁義의도를근간으로하고있다.
송나라는중국역사와학술사에서특기할만한시대다.송대이후의사회가근세인가아니면중세인가하는시대구분상의논쟁이있기는하나,송나라이전의사회와이후의사회가정치·사회·경제·문화등전반에걸쳐뚜렷이구분되는특징을지녔음은중국사연구자들의일반적인견해다.유학사에있어서도송나라는매우중요한시기다.유학의철학화시대가바로송나라를배경으로하고있다.그러한의미에서송나라의유학을제2기유학의시대혹은신유학의시대라고부른다.
‘도’관념의역사적전개과정에서도송나라시기는의미가크다.이시기에이르러‘도’는형이상학적존재의원리인이理와같은뜻으로쓰이기도하고,또는현상세계의질료적측면을이루는기氣와동일시되기도했다.우선기철학자인장재張載는‘기의운동변화氣化’그자체를‘도’라고보았다.이러한관점에따른다면,끊임없이운동·변화하는‘기’가실재로여겨지고,기의세계에내재한질서나법칙은부차적인것으로여겨지게된다.이와반대로정이程?와주희朱熹계열의성리학에서는기氣에앞서존재하는근원적실재로이理를상정하고,기의운동변화는이의통제를받는것으로본다.

근대로넘어와‘생물진화의법칙’이돼버린‘도’


청나라의저명한유학자대진戴震은송대유학자들의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비판했다.그는이理란모든사물,심지어욕구속에도들어있는내재적인구조라고이해했으며,이에따라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주장했다.그는기화氣化를도라고여겼다.
도의이론은근현대시기에이르러서도지속적인발전을하게된다.무술변법戊戌變法의대표적인물이었던캉유웨이康有爲는본체론적천도의의미에대해서는크게주목하지않고,근대적인민주정치사상으로서‘인도진화론’을피력했다.옌푸嚴復는다윈의『종의기원』을언급하면서생물의도는생물진화의법칙을말한다고했다.그런데그는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자연진화의도가동식물의법칙일뿐만아니라인간또한그러하다”라고했다.
‘도’는명확한이론분석의대상으로파악하기힘들다.그이유는도란것이동아시아전통사회의발전과맥락을같이해온역사적개념이기때문이다.도가실천적·사실적개념이든아니면순수하게이론적·사변적개념이든간에사회적상황과개인적체험을위시한여러여건을충분히고려하여생겨난다의적인개념이기때문에‘도’이론의완성혹은종말이란말은그자체가모순이다.‘도’란인간자신과대자연을체계적으로해석하는데에있어서하나의종합적이고유기적인안목을제공해주는일종의세계관이다.즉도에대한논의는인류의사유가계속되는한지속적으로이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