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독서 (질병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감염된 독서 (질병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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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장 의사가 정리한 문학에 담긴 감염병의 기록!
에세이면서 서평 모음집이기도 하고 질병, 특히 감염병과 관련된 책만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이색적인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최영화 교수의 『감염된 독서』. ‘질병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라는 부제 아래 감염병과 관련된 책들을 한자리에 집합시켰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와 급성출혈결막염이 연결되고, 《닥터 지바고》와 발진티푸스가 연결되는 등 문학과 역사 속 감염병 및 인간 곤경의 기록을 담았다. 책들에 등장하는 관련 대목을 인용하면서 전문 지식으로 더 풍부하게 그 내용을 풀어냈다.
저자

최영화

연세대를졸업하고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감염내과전공의,전임의과정을마친뒤아주대학교병원에서재직중이다.감염내과의사로서사스의심환자를진료했고(2003),그와관련하여보건복지부장관표창을받았으며미국NIH에연수했다.아주대의과대졸업생들이선정해서주는‘황금분필상’(2010,2014)을받았고,간이식환자의이식후균혈증과관련한논문으로대한감염학회학술상(2013)을받았다.2015년메르스유행때즉각대응팀일원으로활동하면서‘메르스환자임상증례분석’‘대한민국중동호흡기증후군유행결과임상DB구축’과제의책임연구자를맡았다.감염관리의공로를인정받아아주대학교총장상(2015)을받았다.
대한감염학회연구기획이사와학술이사를역임했고,대한에이즈학회의재무이사,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연구이사이며‘전국중환자실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운영위원장을맡고있다.진료에서는전국에서여섯번째로많은HIV감염환자를진료하고있으며불명열환자를진단하는데정열을바치는중이다.
대한감염학회에서발간한『감염학』『성인예방접종』『항생제의길잡이』,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의『의료기관의감염관리』에저자로참여했으며,지금은아주대의과대학에서감염과면역,의료인문학,환자-의사-사회과정에서강의하고있다.

목차

머리말

1부인간곤경의기록

우리는패배자가아니지요?
죽음을읽다:『안나카레니나』와폐병
이병이안겨주는수치심:『캉디드혹은낙관주의』와매독
엄마를떠나보내며:『서울·1964년겨울』과급성뇌막염
병문안:친구를떠나보내며
지상엔너의자리가없다고생각했다:죽음을기다리며
버려진사람들:『까레이스키,끝없는방랑』과공수병
장질부사와3등인간:「제3병동」과장티푸스
몸살을치르는봄:『몸살』
한줌의온기:『개인적인체험』과장애아
젊은이의병앓이:「병상록」「병에게」
나도준이형님처럼

2부책으로떠나는감염병오디세이

부처님손바닥위:『굿모닝버마』와인플루엔자
중동에서온그바이러스때문에:『태양속의사람들』과열사병
온몸에울긋불긋옴이:「옴」
동정,분리,혐오,도망:『푸른알약』과에이즈
죽음은누구에게나필연이지요:『데카메론』과페스트
성홍열과홍역사이:「형제」
사악한병원균:「양파에바치는송가」
피를파는이야기:『허삼관매혈기』와헌혈
음산한콧소리:『이것이인간인가』와디프테리아·장티푸스
메말라스러지다:『인생의베일』과콜레라
내가좋아하는남자:『삼국지』와이질·독감
내가앓고싶은(?)감염병:『무서록』과말라리아
바닥까지고통을맛봤는데이까짓몸뚱이야:『낙타샹즈』와임질
분홍벚꽃:「전라도길-소록도가는길」과한센병
얼굴이얽고애꾸눈이되고:『위험한관계』와천연두
예순살에우리는:『나는걷는다』와아메바이질
죽을때의후회:「시황제의임종」과결핵성수막염
닥터봉,당신은도대체어느대학을나왔소?:『닥터노먼베쑨』과폐결핵
나를살찌운것들:만화책과성홍열
맞선:『이인간이정말』과O157대장균
이에대하여:『서부전선이상없다』
황달에라면을?:『바람의딸걸어서지구세바퀴반』과말라리아
안과병은없니?:『압록강은흐른다』와급성출혈결막염
밑천이떨어져갈때

3부의사와책

저도결핵을앓으며배웠지요:『선방일기』와결핵
의사가기뻐할때:『인턴X』와『성채』
의사가된시인:『닥터지바고』와발진티푸스
이름을남기지않는사람들:『반고흐,영혼의편지』와항생제의역사
확신만가득한의사라니요:『김수영전집』
피를계속빼노라면:「농부들」
상사병과콜레라:『모파상단편선』과『콜레라시대의사랑』
환자를본다는것:「인디언캠프」
병력을듣고쓰다:『아내를모자로착각한남자』
가난한자들은어떻게죽는가:『나는왜쓰는가』
환자가어떤지모른다고말해야할때:『젊은이의변모』
손소독의선구자:『나라없는사람』
말대꾸하는여자:『태백산맥』과『조동관약전』
나를기쁘게하는것들:『웃는경관』
나도때로는명의가된다네:「술집」

내가사는곳
우리병원남자들관찰기
나무

출판사 서평

사람과사람사이에‘병病’이있다

감염내과의사가읽어낸문학과역사속감염병및인간곤경의기록
서로를격리시키지않고생사에대한통찰을낳는다

현장의사가기록으로남긴‘인간곤경의기록’

전염병은인류사회에큰상처를입혀왔다.14세기부터대유행한흑사병(페스트)은유럽인구의30~40퍼센트를잡아먹고서야진정되었다.20세기초엽에발생한스페인독감은불과2년만에전세계에서2500~5000만명의목숨을앗아갔다.이러니전쟁보다무서운게전염병이란말이나온다.현대사회도예외는아니다.수십만,수백만마리의가축을살처분하는광경을미디어를통해지켜보며“언젠가는저가축이사람이될수도있다”는생각을해보지않은사람이있을까?불과한달전쿠웨이트를다녀온60대남성이메르스양성반응을보여온미디어가들썩였다.병원체를통제해야할관련자들은신경쇠약에걸릴정도로괴로웠으리라.미생물은과학이발전한요즘에도이렇듯진화하고또진화하여인간을위협한다.아직그위협의정도가우리가실감할정도는아니지만말이다.
전염병은문학과예술에도많은흔적을남겼다.도스토옙스키와톨스토이의작품들은전염병에걸려고통스럽게죽어가는인간의모습을길고자세하게묘사하고있다.장티푸스(장질부사)는우리근대문학속가난한자들의삶의끝자락과함께하는질병으로자주등장한다.2000년『영혼의산』으로노벨문학상을수상한가오싱젠은문학이“인간곤경의기록”이라고말한바있는데,인간의가장비참한때와함께하는감염병은인간곤경의양상에대하여우리에게많은것을알려주곤한다.
『감염된독서:질병은어떻게이야기가되는가』는아주대병원최영화교수가쓴독특한책이다.에세이면서서평모음집이기도하고질병,특히감염병과관련된책만다룬다는점에서매우이색적이다.저자는국내에이즈최고전문가로알려져있다.잠시저자에대해설명하자면감염내과의사로서사스의심환자를진료했고(2003),그와관련하여보건복지부장관표창을받았다.아주대의과대졸업생들이선정해서주는‘황금분필상’(2010,2014)을받은성실한선생이기도하다.또한간이식환자의이식후균혈증과관련한논문으로대한감염학회학술상(2013)을받았으며2015년메르스유행때즉각대응팀일원으로활동한공로를인정받아아주대학교총장상(2015)을받기도한인물이다.
이러한현장전문의가“질병은어떻게이야기가되는가”라는부제아래감염병과관련된책들을한자리에집합시켰다.이미륵의『압록강은흐른다』와급성출혈결막염이연결되고,『닥터지바고』와발진티푸스가연결되는식이다.『데카메론』은페스트,『나는걷는다』는아메바이질,『이인간이정말』과는O157대장균으로이어지는목록을보면감염병의종류가이렇게많았나싶을정도다.저자는이책들에등장하는관련대목을인용하면서전문지식으로더풍부하게그내용을풀어낸다.

프리모레비가묘사한‘음산한콧소리’

수용소에서겪은‘인간이하의일’을들려주는『이것이인간인가』를펴낸프리모레비는아우슈비츠생존자다.이책을읽은저자는고통스러운삶만이인간에게줄수있는깨달음의한구절과만나게된다.프리모레비는나치에체포되어이탈리아에서폴란드의아우슈비츠로끌려가는폐쇄된기차간에서자신의배설물과함께구타,추위,갈증을견디며깊은절망에빠졌다.하지만그는말한다.“우리를압도하는불행으로부터끊임없이우리의관심을돌려놓음으로써삶을견딜만한것으로만들어준것”은결코“살려는의지나의식적인체념”같은것이아니었다.“살려는의지,그런것을가질수있는사람은소수였고,대부분의사람을끝도없는절망의나락에서건져낸것은바로이런불편함,구타,추위,갈증이었다”고말이다.
수용소에서는이질,발진티푸스,성홍열,디프테리아,결핵이창궐했다.프리모레비는수용소에도착하기직전성홍열에걸려감염병동으로옮겨졌는데정신이돌아오자병동에있는환자들을하나둘살펴보기시작한다.“그는상태가좋아보였지만하루하루목소리가음산한콧소리로변해갔다.(…)점점더콧소리가심해지는것외에도음식물을전혀삼키지못했다.뭔가목에걸린듯,약간의음식만삼켜도목이막히려고했다.나는앞쪽막사에환자로남아있는헝가리인의사를찾아갔다.그는디프테리아라는말을듣자내게서몇발짝물러섰고,나에게나가라고명령했다.”
이장면이전형적인디프테리아증상이라는것을저자는이론적으로아주잘알고있다.“하얀막이생기는인후염으로목이심하게붓고후두부까지부어서콧소리가나며목의림프절이부어서황소목처럼될것이고후두마비가와서삼킬수없다가결국엔질식해서숨지는경과입니다.독소때문이지요”라고설명해준다.하지만그도직접디프테리아를경험해보진못했다.이미역사속으로사라진질병인탓이다.우리나라의경우과거기록으로는보고된것만해도1960년대엔한해1000건정도였고1970년대엔수백건이었다가급감하여1985년에2건이보고된이후로는사례가없다.예방접종이1950년대말부터도입된덕분이다.1977년11월8일자『매일경제』에는디프테리아주의보에대한기사도있다.“보사부는8일최근환절기를맞아1종전염병인디프테리아가크게번질우려가있다고지적,전국에디프테리아주의보를내리고특히10세이하의어린이들은디프테리아예방에주의할것을당부했다.”

『삼국지』에나오는전염병은무엇일까

시리즈전체가천만부넘게팔렸다는이문열의『삼국지』는한국사람이가장많이읽은책중하나다.다들책에등장하는영웅적인인물의일화나전쟁속의전략과모략에열광하지만『삼국지』에도전염병이등장한다는사실은잘모를것이다.적벽대전이벌어졌을때조조의근대는손권과유비의군대를만나대패한다.승패를가른것은제갈량의전략이전부가아니다.당시조조의군대는소화불량과악성독감에시달리고있었을가능성이크다.행군을오래했고,식사도불규칙했으며겨울이었기때문이다.조조를이긴유비는221년4월제위에오르지만이듬해6월에이질에걸려죽는다.세균성이질인지아메바성이질인지는사료만으로는알수없다.
아메바성이질의격렬한모습은베르나르올리비에의『나는걷는다』에서찾아볼수있다.퇴직하고60세가된프랑스인올리비에는1년에6개월씩4년동안1만2000킬로미터를걷는다는계획을세운다.터키이스탄불에서이란의테헤란을거쳐실크로드가있는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을통과하고중국시안까지가는여정이다.그의여행을중단시킨건고된일정도,식량부족도,마적떼도아니었다.아메바성이질이었다.설사로시작된증상은이내격렬해져서,구토와갈증설사를반복했다.뱃속에서아메바가들끓고,토하고피와점액을배설하며그는사흘도안돼몸무게가11킬로그램이나빠졌다.비행기에실려집으로돌아간그는이질을치료한뒤다시길을나서서원래의목표를이뤘으며그과정은『나는걷는다』라는세권의책으로출간되었다.

진시황의목숨을앗아간‘결핵성수막염’

진시황은순행중에죽었다.과연병명은무엇이었을까?궈모뤄의『역사소품』에「시황제의임종」이라는글이있다.“머리의아픔은점점심해져갔다.구토하는횟수도점점많아졌다.열또한점점높아져갔다.(…)목도점점굳어져갔다.이빨만계속해서갈고있었다.양무릎은구부러져서곧장펼수가없었다.그는조용히늘어져있을때가많았으나별안간헛소리를내뱉기도했다.”역사학자궈모뤄는26세에일본규슈제국대학의학부에입학해의학을공부한적이있다.그래서그는사료에바탕해상상력을덧붙임으로써이런글을써낼수있었다고저자는본다.위의증상은전형적인‘결핵성수막염’증상이다.저자는말한다.“결핵성수막염은어려운병입니다.결핵균이척수액검사에서금세확인되는것은드물며배양에서나오는데는한달이상걸리기때문에척수액소견과여러정황을살펴감을잡아야합니다.좀더신식검사법이있긴하지만시원스레예,아니오를대답해주진못하지요.결핵약을쓴다고그순간부터좋아지는것도아닙니다.열이오래가고후유증도남습니다.사망률은‘모두사망’에서이제는‘20퍼센트이하’로감소했지만신경학적후유증이적게는10퍼센트,많게는80퍼센트까지남습니다.시황제이후로2000년도더지난오늘이지만신경과의사는때로저를붙잡고이런환자를어찌할까같이고민하자고괴롭히는병입니다.”

이책에실린글들은잔잔한문체로인해여백이느껴질정도이지만글을쓴지난5년간저자는한가롭고여유롭지못한처지였다.오히려병원일과환자를보는일과요구받는일사이에서옴짝달싹못하는숨막히는시간이었다.그런시절은다시겪고싶지않을정도였다.어깨에지워진본연의업무를달리누구로대체할수없었다는점에서견뎠고세월이흘러갔다.꾹꾹견디기만하는것은매우위험하므로저자는죽어가는화분을살리거나,책에서자신과같은의사혹은감염병을찾아내거나,글로신세한탄을하는데서탈출구를찾았다고한다.그러니이책또한‘인간곤경의기록’이기도한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