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철학이 아닌 역사로 밝힌 18세기 계몽사상 | 양장본 Hardcover)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철학이 아닌 역사로 밝힌 18세기 계몽사상 | 양장본 Hardcover)

$18.81
Description
20세기의 위대한 역사가인 프랑코 벤투리는 이 짧은 책에서 역사학자로서 그가 지닌 탁월함을 입증한다. 벤투리는 18세기 유럽 전반의 계몽사상에 덧씌워져 있던 철학적·마르크스적 해석의 옷을 벗겨내고 계몽사상이 실제로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밝힌다. 계몽사상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유혹, 즉 유구한 로마와 그리스의 영광을 빌려오려는 욕구에 저항하고, 역사를 수치화하려는 경향에서도 벗어나 계몽사상의 진정한 출발점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벤투리는 정치와 역사의 관점에 서서 실제 공화국들의 경험이 계몽개혁가들에게 어떤 자양분을 주었는지, 이 개혁가들이 유럽 대륙에서 교류하며 어떻게 ‘계몽된’ 새 시대의 정신을 만들어나갔는지 보여준다.

철학이 아닌 역사의 관점

“철학자들은 수원지에 이를 때까지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유혹을 느낀다. 역사가들은 그 강이 어떤 장애물과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길을 트고 흐르는지 우리에게 말해줘야만 한다.”

이 책은 프랑코 벤투리의 1969년 조지 매콜리 트리벨리언 강연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 강연은 케임브리지대학의 유서 깊은 강연으로 E. H. 카가 맡은 1961년 강연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출간돼 널리 읽힌 바 있다. 벤투리는 ‘17·18세기의 왕들과 공화국들’ ‘영국 공화주의자들’ ‘몽테스키외에서 혁명까지’ ‘처벌할 권리’ ‘계몽사상의 연대기와 지리적 분포’ 등 총 다섯 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이 강연에서 18세기 유럽의 공화주의 전통과 계몽사상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그가 지적하는 사상사 연구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잘못은 계몽사상에 대한 철학적인 해석에서 기인한다. 계몽사상에 대한 철학적 해석은 종종 18세기 현실에서 사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보다 그 시작점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리하여 위대한 철학 체계들을 받침대 삼고 유구한 로마의 고대세계로 회귀해 근원을 찾았으며 여기에 신화적 가치를 덧씌워버렸다. 이런 ‘근원’에 대한 욕망은 지성사에서 오래된 것이지만 철학 체계 자체와 철학 체계의 유효성을 거부하던 계몽사상의 근본 성격과 맞지 않을뿐더러 당시 18세기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벤투리는 당시 계몽사상은 먼 로마나 고대세계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었던 공화국들, 즉 베네치아 공화국, 루카 공화국, 제네바 공화국 등으로부터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18세기 군주국들과 공화국들이 짠 국제관계의 판 속에서 계몽사상이 어떻게 교류하고 발전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마르크스적 해석에 있다. 이런 해석들은 계몽사상을 이해하기보다 계몽사상을 마르크스주의적 전망의 일부분으로 간주하곤 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추종자들은 계몽사상과 그 역사를 그들의 도식에 끼워 맞추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계몽사상에 관여했던 결코 동질적이지 않은 여러 집단과 세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들의 계급적 관점은 중앙 집권 정책에 반대하는 귀족들이 벌인 ‘프롱드의 난’이나 밀라노 귀족들이 주축이 된 ‘주먹학회’의 계몽사상 등을 설명할 수 없다. 또한 계몽사상의 중요한 지식인 세력이었던 백과전서파를 비롯해서 당시 중요한 주체들이 했던 힘겹고 심지어 극적인 선택,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서사를 숫자 및 도식으로 단순화해버린다.
프랑코 벤투리는 위의 두 가지 관점으로는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이 계몽사상에 분명히 있다고 여겼다. 철학적 관점이나 마르크스적 관점의 문제는 결국 당대의 투쟁과 역사를 하나의 거대한 체계 속으로, 혹은 총체적인 사상이나 방법론 속으로 환원한다는 데 있었다. 벤투리는 역사가로서 이 시기의 역사를 철학이나 마르크스주의적 사회경제학과 결합시키기보다는 역사 그 자체와 경제 및 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그렇게 하여 이 관점을 보여주기 위한 가장 선명한 주제로 채택된 것은 유럽의 ‘공화주의 전통’ 혹은 ‘공화국들’과 계몽사상의 관계다. 이 문제를 포함해 이 결국 이 책의 논의는 ‘계몽사상의 정치경제사’로 수렴한다.
벤투리의 이 강연이 선보인 계몽사상의 짧지만 거대한 서사는 후속 세대의 학문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후 18세기 지성사를 다루는 학계는 당대의 정치경제학적 논쟁에 더 주목하는가 하면 개혁가들의 국제적 움직임과 조응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저자

프랑코벤투리

미술사가이자미술비평가인리오넬로벤투리의아들로로마에서태어났다.아버지가파쇼정권에충성하기를거부하면서,토리노에서학업을시작했던그는프랑스로옮겨가소르본에서공부했다.또한부친을따라반파쇼운동인‘정의와자유’에참여했는데,이는계몽사상과자유주의및사회주의사상의역사라는주제를일생동안연구하는동기가되었다.1939년드니디드로에대한책을출간했고,1940년피에몬테의개혁가달마초바스코에대한연구를학위논문으로제출했다.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한후에스파냐와이탈리아에서억류되었으며,토리노로돌아온뒤에는사회주의·자유주의·민주주의진영의다양한운동가들이집결한‘행동당’에참여하고피에몬테에서정당지『자유이탈리아L’Italialibera』의편집인으로활동했다.이런경험을통해예리한정치적감각을닦은그는계몽사상에대한문학적이고철학적인접근을더욱비판적으로바라보게되었다.1947년주모스크바이탈리아대사관의문화담당관으로임명되어19세기러시아인민주의운동을다룬『러시아인민주의Ilpopulismorusso』(1952)를출간했다.벤투리를위대한역사가로자리매김한대표작은1969년부터1990년까지지속적으로출간된그의『18세기의개혁가들Settecentoriformatore』이다.총5권8책으로구성된이대작은벤투리의죽음으로출간되지못한마지막책을제외하고3869쪽,150만단어에이르는웅장한분량을자랑한다.

목차

옮긴이서문

서론
1장17세기,18세기의왕들과공화국들
2장영국공화주의자들
3장몽테스키외에서혁명까지
4장처벌할권리
5장계몽사상의연대기와지리적분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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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유럽공화국들의정신이계몽사상의고향프랑스에도달하기까지

“무언가새로운것이탄생하고있다.종교적·도덕적문제가
경제적문제에자리를내주었다.철학적체계가실험에자리를내주고,
피론회의주의가자연에대한새로운믿음에자리를내주었다.”

벤투리가그스스로비판한‘사회경제적설명’혹은‘철학적근원을찾는설명’으로부터벗어나제시하는관점은그럼어떤모습일까.벤투리는18세기유럽이공화주의·경제학·개혁이라는파도에직면하고있었다고보고이를통해서전유럽적인변화를읽어내려고했다.그가본18세기유럽에서는종교적·도덕적관심이사회적·정치적관심으로전이되고경제학이라는분야가새롭게떠올랐으며현실개혁적기획들이주목받았다.이는이전세기들과는다른18세기만의독자적인특징이었다.이파도는정치적변화로이어졌으며그파장은전유럽으로확대되었다.
벤투리가이파장의확산을그리며펼쳐보이는‘유럽적인시야’도주목해볼만하다.그가말하는‘계몽사상의정치경제사’는뚜렷하게유럽중심적이다.하지만이것은그전르네상스의피렌체-17세기잉글랜드-18세기미국으로이어지는‘대서양공화주의전통’과는뚜렷하게대별되는시각이다.벤투리는네덜란드,제네바,이탈리아,프랑스등을공화주의전통의중심에놓았다.물론이들지역은각각고립적이지않다.18세기당대까지살아남은유럽의고대공화국들이자신의생존을놓고근대군주국들과어떤관계를맺었는지,백과전서파가펼쳐보인새시대의정신은유럽각지역에서자생하던움직임과어떻게교류하며영향을주고받았는지등을통해18세기유럽사와각국사가단절적이지않게드러난다.그마지막은코르시카에서시작된혁명의고리가미국독립전쟁,네덜란드연합주반란을거쳐혁명을앞둔계몽사상의고향프랑스에도착한경로를그려보이는것이다.
이책의제목인『계몽사상의유토피아와개혁』에서‘유토피아와개혁’은‘유토피아에서개혁으로’로볼수도있다.이짧은책이보여주는투쟁이며교류의서사는결국18세기유럽의빼어난지성들이유토피아를현실땅에개혁으로옮겨심기위해고민하고헌신하는과정에서파생된것이다.벤투리는현실에맞닥뜨려개혁을구상하던이들의목소리를사상적토대를비교해무시하는학계의관행에반대목소리를냈으며이다양하고발산하며교유하는목소리들을하나의구조아래환원하기를거부했다.그결과이책은그의말대로계몽사상이라는강의“수원지”를살피기보다는“그강이어떤장애물과어려움속에서어떻게길을트고흐르는지”알려주는더욱생생한역사서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