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최현숙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최현숙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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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현숙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뉜다. ‘이런 삶은 모른다고 하는 당신에게’ 말을 거는 1부의 첫 글은 <좋은 여자와 미친년 사이>다. 한국 사회에서 ‘좋은 여자’는 ‘좋은 엄마’라는 막중한 이데올로기와 겹치는 문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과연 어떤 삶을 걸었을까. 그녀의 작은아들은 17세에 가출을 했다. 좋은 엄마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남편은 아들을 찾아 나서지 않는, 혹은 자기처럼 걱정하지 않는 그녀를 향해 심한 비난을 했다. ‘자기 발로 나간 아이가 자기 발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이 생각을 정리해내는 동안 그녀는 많이 힘들었고, 그런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힘들었다. 그녀는 사실 훨씬 더 독한 각오까지 했다. ‘아들이 주검으로 돌아오는 것까지, 그리하여 내 남은 삶이 자책과 주변의 원망에 짓눌리는 것까지도 나는 감수하겠다’는 각오였다. 이것이 당시 그녀가 작은아들의 가출을 마주하고 홀로 정리해낸 감성과 이성의 경합물이었다. 그때의 불안과 이질감과 죄책감은 이후로 그녀 안에 계속 남아 있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끌어내져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울 구실을 해왔다.
저자

최현숙

구술생애사작가.저서로『할배의탄생』『막다른골목이다싶으면다시가느다란길이나왔어』『천당허고지옥이그만큼칭하가날라나』가있고,공저로『이번생은망원시장』이있다.
천주교로인해사회운동을시작했고,민주노동당여성위원장과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을지냈다.이후요양보호사와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서노인돌봄노동에몸담아왔다.
노인들을만나면서구술생애사작업을본격적으로하게되었다.근간으로경상도산골우록리마을노인들의구술생애사작업이있고,엄마와아버지의막바지노년기를지켜보며기록작업을하는중이다

목차

1부이런삶은모른다고하는당신에게
‘좋은여자’와‘미친년’사이
속도와효율에대한강박
두려움과혐오를티내지않고감춰서문제에휘말리지않은날에대한되새김질
빈곤을견디는힘
퀴어환갑쟁이의미풍양속
도벽의퇴로
금연13일차
장애여성구술생애사작업에들어가며
천주교회의내일은얼마나걸려야올까
덜불행한삶을위한불가피한선택-아이를낳지않는다는것
사회의기본단위는가족이아닌시민

2부치열하게중심을잡고살기
중하위계층5060세대여성들이나누는세월호이야기
새끼의통곡소리를들으며자기통곡을삼킨에미가밑불을놓았다-‘비온뒤무지개재단’창립총회에참석하고와서“내살은거럴우예다말로합니꺼?”
엄마의일기를읽으며
밀려난삶:근로자로도자궁으로도쓸모없는
혁명의징후를보여주는출산파업

3부비하와경멸은당신들몫이다
“선생님들요,듣고계십니까?:『숫자가된사람들』을읽고
모든개인은구구절절각별하다:가난속으로들어가는구술생애사
한만삼을빼돌린형들조직
최근일련의기억투쟁들
예수는세상의모든지옥속에있다:교회에갇혀모독당하는예수
가슴에올라타망치로내리찍어

4부사적이고정치적인늙음과죽음
그래갱년기야,내몸안에서놀아라
“너희끼리잘살고우린내버려둬”
복귀불가능한하강
나이듦에대한두려움은소문일뿐이다
자기가뭐라고울분에서러움까지
죽음의경로를결단해야:노인을집에둘수없는세상에서
엄마노릇딸노릇사람노릇

5부나의가족에관하여
하루세끼니꼬박64일간192개를모은쿠폰:엄마,이번여행이마지막은아닐거야
그러고나서담배이야기는서로간에처음이다:2015년5월친정식구들과부산여행
서자춘섭과양반집셋째여자서당골댁
안가네막내시누이와둘째큰올케
두번째책을아버지에게선물하다
두아들의결혼식에참석하지않은엄마
엄마의해체를관찰하며

출판사 서평

예순두살의여자가있다.그는24년간혈육인가족과살았고24년간스스로만든가족과살았으며또14년간이리저리떠돌면서살았다.그렇게예순두살인그녀는지금수원에위치한원룸에살면서근처실버타운에있는어머니를찾아뵙고있다.그녀는노숙자,시골노인,시장상인등주로가난한사람들의삶을기록해온구술생애사전문작가다.『할배의탄생』이란책도펴낸바있다.지금은“교양을부리며”살아온가난하지않은실버타운의나이든노인도삶을관찰하고있다.그들의삶을기록하기위해서.
구술생애사전문작가라고하지만한손에모아지지않는삶을살아온최현숙작가의에세이집『삶을똑바로마주하고』는제목처럼힘차게자신의삶을한지점에모아내고있다.똑바로마주한다는건누구에게나쉽지않다.두렵고,괴롭고,지루하거나아프거나아무튼굉장히힘들다.하지만똑바로마주한자만이깨달을수있는것들이있다.이책에담긴것은그러한깨달음들이다.동성애,가난,종교,장애등“한국사회의지뢰만골라밟아온”그녀가자신의“사적이고정치적인”에세이속으로독자를초대한다.우리는그곳에들어가려한다.
이책은크게4부로나뉜다.‘이런삶은모른다고하는당신에게’말을거는1부의첫글은<좋은여자와미친년사이>다.한국사회에서‘좋은여자’는‘좋은엄마’라는막중한이데올로기와겹치는문제다.저자는이대목에서과연어떤삶을걸었을까.그녀의작은아들은17세에가출을했다.좋은엄마라면어떻게해야했을까?남편은아들을찾아나서지않는,혹은자기처럼걱정하지않는그녀를향해심한비난을했다.‘자기발로나간아이가자기발로들어오기를기다리겠다’는것이그녀의생각이었다.이생각을정리해내는동안그녀는많이힘들었고,그런태도를견지하면서도아이가돌아올때까지힘들었다.그녀는사실훨씬더독한각오까지했다.‘아들이주검으로돌아오는것까지,그리하여내남은삶이자책과주변의원망에짓눌리는것까지도나는감수하겠다’는각오였다.이것이당시그녀가작은아들의가출을마주하고홀로정리해낸감성과이성의경합물이었다.그때의불안과이질감과죄책감은이후로그녀안에계속남아있었고,기회가있을때마다끌어내져스스로를들여다보는거울구실을해왔다.
저자의글은삶의굽이마다패여있는,옹이가되어있는지난날의자책과상처로가득하다.그것들은불쑥불쑥튀어나와독자를불편하게한다.자신의이성과감성을검열하게만들기때문이다.그래서독자도‘똑바로마주할수밖에’없다.

엄마이면서퀴어이면서어릴적자기와맞서는

태어나보니가부장적가족과사회한가운데였고,타고난성정또한고분고분하지않아지뢰밭같은세상에서피하기보단치열하게맞서살아왔다.그것들은안팎으로생채기를내기도했다.하지만삶을똑바로마주하고공공적자아로서의자기삶도잊지않으며테두리를잘지어온생애라그삶은가장사적이면서도윤리적의미까지적잖이내비치고있다.결혼생활24년.좋은엄마가되고싶은시절이있었다.그걸못다했기때문일까.예순이넘은지금30대의두아들이꿈속에서갓난아기로나온다.아이들은칭얼대며엄마한테보살핌을바란다.기저귀갈아준지오래됐는데그녀는다른일로무척바쁘다.‘이러다간누가미친년이라고하겠어.’죄책감과조바심이바닥에서치고올라오지만그러면서도계속아이는먹이지못하다가꿈에서깨어난다.
<좋은여자와미친년사이>를계속살펴보자.약간함몰된젖꼭지라아이를낳았을때주변사람들은우유수유를권했지만그녀는모유수유를했다.살갗이찢어질것같았지만그땐‘좋은엄마’가되고싶다는욕구가강했기때문이다.30년도더지난지금,이런꿈을꾸는건왜일까.그녀는의심한다,모성애의명확한의미와유래,쓸모와그공공성을.하지만딱잘라규정하기어렵다.모성애는본능적인것이라서아무리‘모성이데올로기’를벗겨내려해도죄책감과뒤엉키고나면통곡을자아내고그래서그녀는이성과감정사이에서자기분열적이되기때문이다.저자는“자폐적이고자기중심적모습을드러내는모성애,그학습된수치심에서벗어나”자고말한다.물론이런엄마는보통엄마와는다른이물감을일으키는존재지만그것이한여자가자기자신이되어가는과정일것이다.
엄마로서의그녀는퀴어로서의정체성을발견해24년의결혼생활을마감하게된다.이는한정당의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이라는직과도연결되어성소수자관련정책에목소리를내왔다.개인적으로는두아들과힘겨운시간을보낼수밖에없었다.<두아들의결혼식을모두참석하지않은엄마>라는글에서아들들과의단절된관계,그걸회복하고싶은바람,아들결혼식당일눈물을터뜨린이유,그렇지만후회하지않는선택이이야기된다.
결혼전저자는원原가족과24년을살았다.맏딸로서오빠와의차별을감내해야했던그녀에게세상은지뢰밭이나다름없었다.큰딸을양반집규수에현모양처로키우겠다는아버지와,그아버지를미워한힘으로자기길을만들어올수있었다고말하는그녀.지뢰를밟지않으려하기보다는치열하게맞붙는삶을택했고,거기서무수한갈래길이만들어져공적/사적자아로서제자신을잃지않을수있었다.거기엔타고난성정도있으리라.이젠아흔이다된아버지와예순이넘은딸은서로무릎사이의간격을좁히며때론언어로,때론눈물로서로를이해해보려시도한다.사무쳤던기억들은하나의물줄기를이루며같은방향으로흘러가려하고있다.

치열하게중심을잡고사는사람들에게

이책에등장하는자기고백적이야기는단순한개인의고백서사가아니다.사적인삶을정치적으로살아내려는세월속에서나온자기성찰적결들을띤다.저자는자기자신에관한한‘사회적쓸모’라는공적자아에커다란의미를부여하고있다.처음에천주교운동을통해가난속으로자발적으로들어간그녀는진보정당운동,요양노동,구술사작업등을통해빈곤을견디는힘을발견하고목소리를함께내왔다.
노인들과의만남은특히나각별하다.마지막에전생애를되돌아본다는건볕들지않았던삶에서사를구축하면서제의미를찾아주는일이다.이야기는힘이있다.꿰어지지않았을땐몰랐던삶을지탱하는것들의정체성을드러내주기때문이다.상처로버무려진관계투성이였다면그것을희석시키는힘도기억과재해석속에서발견하게된다.
전작『할배의탄생』에서어떤독자들은그리도덕적이지도않고타인에게열려있지도않은존중할만한가치가없는삶들을왜기록해야하는가라는의문을던졌다.하지만저자는되묻는다.유부남에게속아스물다섯에낳은딸하나를혼자키웠고아직도밥벌이를하는70대의간병인할머니가왜비정상이란말인가?홀아비목수가노가다로번돈을술집여편네들한테퍼주며평생공사장을떠돌았기로서니,그게대체누구에게죄이며피해란말인가?화신백화점을구경왔다삼팔선과임신으로끈이떨어진열아홉평양처자가남의나라전쟁에팔려온미군에게몸을팔며새끼를목사로키웠기로서니,뭐가어쨌다고왈가왈부들인가?“빈곤에대한동정은혐오이자자기불안이다.”빈곤과무엇이든할거면그것을견디는힘을직시하면된다.고단한노동으로세상을떠받치며되는대로나눠먹으며질기게살아온삶들이다.혹세상의희망이있다면,바로이들에게서나올것이며,걸고넘어지자면가진자들이사회에,지구생태계에끼친해가훨씬막대하다.
또다른치열한삶에시선을옮겨보자.여기평범하지않은자식과부모가있다.고등학생아들은자기가아무래도여자인것같다고털어놓는다.부모는그런아들을어떻게든이해해보려고한정당의소수자위원회를찾아왔다.부모는자식을통속적으로대하지않았다.통념에근거하여서로를대하고규정지을때예민한존재들은상처입기마련이며,새로운삶은잘열리지않는다.그아이의엄마가새끼의통곡소리를들으며자기통곡을삼킨채밑불을놓아‘비온뒤무지개재단’이란것이창립되었다.
속도와효율의돈맛이지배하는세상에서‘근로자’로서나‘자궁’으로서도쓸모없는여성장애인들또한가장치열하게사는부류다.저자는이들의활동보조로거리를따라나섰다가느리기만한장애인들속에서자신의속도와효율강박을되돌아본다.근로자와자궁으로배양되는비장애인들의세상에서,이들여성이노는판에끼어든경험은반역의꿀맛을알게해주었다.

늙음과죽음은사적이고정치적이다

세월을어느정도흘려보내면서는누구나제나이를성찰의대상으로삼는다.저절로먹어지는나이는없기에저자는나이테를확실히새기면서한발한발나아간다.주변에서죽음을자주목격하게되는요즈음,그녀는말한다.“산자들만쑥덕대는죽음에관한소문은믿을만한게못된다.무섭다느니외롭다느니슬프다느니하는것은모두산자들의느낌이다.”늙어죽음은거듭되는소멸과해체,노쇠와병증,통증과느려짐과불가능해짐에이어오는것이어서마침내죽음에닿음을마음으로치하하게된다는것.
2008년4월총선에출마했던그녀.하필이면선거운동기간에갱년기가찾아왔다.후보는당의마이크인데목소리가쉬어잘나오지않았던것이다.방광염통증에이어월경은거의끝났고,시도때도없는발열증상과질내건조증상이나타났다.불평하자면안할수없는게,발열로감기가들락거리고성관계도편치않다.하지만갱년기를사적인몸의퇴락으로규정지을수만은없다.그건알고보면매우정치적인단어이고장해,우울증,울병,여성문제등의용어와붙어다니면서마치성적존재로서의여성이끝난다는의미로사용되기때문이다.이를확장하면남성중심의성이데올로기안에서한여성이인간으로서의존재가치가끝나는시기라는의미다.
노년을관찰하는한대상으로서엄마의해체되어가는몸을지켜보는요즘,저자는“사적관계만넘어선다면늙어죽음은감사하고필수적인일”이라고말한다.빈곤가구의절반을노년이차지하는현시대에는죽음근처까지불평등이이어지지만,그럼에도죽음은위안이자희망이될수있다.그것에다가갈수록욕망과일상은단출해지며,삶의테두리를더단속하게되기때문이다.
“나이는오는대로먹어질테고,그에따라늙음과질병과장애도따라와서나를이룰것이다.그끝에죽음이오거나잡을테고,그다음은이승의일이아니다.”그래서그녀는오늘도최선을다할작정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