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지금단눈치오를읽는가
이책은이탈리아파시즘을예고한인물을집중적으로파헤친다.그의이름은가브리엘레단눈치오.『쾌락』『무고한존재』등탐미주의문학가로저명한그는유럽을핏빛으로물들인광포한선동가이기도했다.그를조명할렌즈는너무나많다.문학인,정치가,여성편력의호색한,전쟁광,민족주의선동가,혼성모방자,비행기조종사……그것들의경중을따지고한쪽을강조하다가나머지면모들을배제해버린다면결코그를제대로드러내지못할것이다.파시즘의서막을연자로서,어린병사들을전쟁터로내보내목숨을앗아간장본인이고많은여성의몸을탐했거나엄청난빚을진낭비가로서그를비난만한다면세기를뒤흔든그의가장중요한면모를놓칠것이다.당대사람들은누구나단눈치오에게못마땅한점이있다는걸알면서도그의매력에빨려들어갔다.그는재능이있었고그재능은아름다웠다.단눈치오는자신의지성에양분을제공하는무언가가주위에어른거리기만하면,그것을창槍으로낚아채게걸스럽게소화한뒤더나은표현으로세상에내보냈다.
이책의저자휴스핼릿은단눈치오에대한조각들을모아거대한서사를만들어낸다.연대기적서술을따르지않고픽션적기법을택했다.저자는시간의보폭을다양하게취해수십년을빠르게훑어보다가도어떤주,어떤밤,어떤대화는세밀히들여다본다.
그러면왜지금단눈치오를읽어야할까.이책이쓰인시점에도아프가니스탄의전쟁을정당화하기위한사상이단속적으로터져나왔는데이는파시즘의서막단눈치오의사상과유사했다.그러니그런운동들의부활을막기위해서라도우리는그운동들의악폐를인지할뿐아니라그유혹의힘까지도이해해야한다.단눈치오는결코파시즘의지지자가아니었지만,1919년지도자(두체)로서그의피우메점령은이탈리아민주주의에결정적인상처를입혔고,3년후무솔리니의권력장악을간접적으로가능케했다.
그런점에서우리는과거로돌아가그의인생이흘러왔고또흘러들어간물줄기들의위치를그려보며,그것이얼마나먼데서발원했는지,또그수원水源이진흙탕인지맑은지가늠하며,종국엔피의바다로흘러들어가는양상을추적할필요가있다.
단눈치오의삶의이야기가아무리현란하고파란만장하다고해도그런이유로그의이야기를개인의놀라운재능과인생드라마의범위로한정시켜서는안된다.그의이야기는그순수한기원을고전고대에두고있는문화사의흐름을보여주며,르네상스의경이와19세기초낭만주의의이상론을거치되,궁극적으로는파시즘으로이어지는흐름을관통한다.그는한때는무시되었으나다시때를만난이념들을부활시키는데일가견이있었고,어떤흐름이막출현할때대세가될것들을분별해내는통찰력이있었다.19세기후반에서20세기초반의문화적유행가운데그가탐구하지않은주제는거의없을정도다.그러니무엇보다이전기는단눈치오라는한인간을통해19세기후반유럽의빛나는예술과문화가어떻게20세기의광폭한전쟁과학살로이어지는지를생생히보여준다는점에서그자체빼어난역사서다.
지린내풍기는노인네들이로마를다스려하수구처럼끔찍해졌을때시민들은총체적난국에서단눈치오에게빠져들었고,그를열렬히환호했다.그리고그의이념에따라전쟁터에서피를흘리거나몸을던졌다.그들모두평범한민주주의적제도하의시민들이었고,예술을사랑했다.다만어떤애정과애국주의는자기의도와상관없이파국을예고하기마련이다.
시인이면서전쟁광단눈치오,극단의동일인물
두명의단눈치오가있다.한명은자연과신화를서정적으로노래한‘안전한’단눈치오이고,다른한명은자신을추종하는이탈리아인들에게세상을피로흠뻑적시라고요구하면서불온한애국주의의서막을연‘위험한’단눈치오다.안전한단눈치오를칭송했던이들은그의위험한면모에대해눈을감았다.무솔리니가몰락한후단눈치오가여전히아름다운시를쓴걸보면그는파시즘과관계없는것아니냐는의견을내세우면서.하지만저자는일방적인찬미와비난모두에반대한다.두명의단눈치오는한명의동일인물이기때문이다.
저자는비난의언어를아껴둔다.‘남성성의극치를보이는시인’에대한글을쓰는여성이자전쟁광에대해글을쓰는평화주의자로서단눈치오에게동의하지않는다하더라도,강한비난만으로는자기소임을다했다고할수없었기때문이다.단눈치오는그저혐오스럽거나광적인인물로치부될수만은없다.그는자신의조국을불필요한전쟁에끌어들이려는선동에골몰했고,평생에걸쳐그가표명한견해는역겨움을불러일으키곤했지만,그의생각이역겹다고말하는것은그가제시한문제의위중함을오히려무시하는것이돼버린다.
단눈치오의정치는시학의정치였고,그의시학은감각의시학이었다.단눈치오의소설은반짝반짝빛났다.그는대중에게인기를바랐지만,그렇다고대중과타협하면서그취향을그대로가져오진않았다.가령단눈치오의『쾌락』은비타협적으로실험성이강하면서도대중적으로성공을거둔,문학사적으로드문작품이다.특히19세기에모든사상가를괴롭힌문제는평등주의와미의숭배가양립불가하다는점이었다.하지만그는조금의과장도없이미에대한찬미를도덕성의차원으로승화시킨탐미주의자였다.
단눈치오의공적인삶은,가까이에서보면전제적인윤곽을가늠할수없는모자이크조각처럼미세한관계들을포함한사적인삶과공존했다.
정치적연극의대가,스펙터클의정치
20세기초,의회민주주의가절망적일정도로불안해지자이탈리아인들은전제군주적인남성을갈구했다.단눈치오또한당시의회를혐오하며“농부의입에서나오는트림처럼천박하고역겨운하수구”에빗댔다.그런그는시대의흐름을잘타1919년9월186명의이탈리아군출신폭동자들의지도자가되었다.그가곧점령하게될피우메에도착하니그의추종자는186명에서2000명이상으로불어나있었다.그는실지회복주의의대표자로서한때이탈리아땅이었던곳을모두탈환하기를바랐다.그는피우메라는작은땅에원대한전망을투사했고이곳에서칙칙한세계전체를압도해버릴무언가를창출하리라꿈꿨다.그곳에선모든불순물이깨끗이헹궈지지않을까,그는기대했다.하지만단눈치오는격정적이되일관성없는정치적견해를지닌지도자였다.그는닥치는대로이념들을사냥했지만,그걸비판적으로성찰할능력은결여되어있었다.그는무언가와거리를두는인물이못됐기에,이념들의세례속에서극도로절충적이고현학적인인물로변질되어갔다.
단눈치오를비방하는사람들입장에서보면그는안방에서나와남성들의거친세계로나아간정치가가아니라거꾸로정치를자기안방으로옮겨버린사람이었다.즉그의정치는타락하고외설적인면이있는데다사적인방식으로그만의유혹을내뿜었다.즉피우메에서단눈치오는새롭고도위험천만하게강력한스펙터클의정치를발전시켰다.
이때중요한역할을한것은연설이었다.단눈치오는점점더선동적인수사를구사했다.“선거로뽑힌정치꾼들은나약함,무기력함,나태함,이기주의로점철돼있으니이탈리아의승리를훼손하는이기생충들에맞서무기를들자!”하지만언젠가그의수사학에서도독설과트림이분출하기시작한다.조국에대한희생을강조하는그의말은외설적인표현들로덧칠되었다.
단눈치오의가장비인간적인면은자기사상과연설에도취해전쟁의역겨움을민중에겐전하지않았던데서드러난다.그는부대원들에게연설하는와중에도죽음이라는불쾌한육체적사실은빼놓았다.오히려대량학살로초인이비상할수있는공간이열린다는것이다.“여러분은부와권력을갖췄지만지루한대중이었습니다.그러나이제보십시오,여러분은뜨겁게타오르는활동적인영혼으로변모했습니다.”즉그는위로의연설,혹은수치심이나영감을불어넣는연설을했다.
피우메는단눈치오가점령한동안에는수천명의출연자와전세계의관객을거느린,특별한리얼리티드라마의무대였다.1년남짓점령하고종막을고하던때,이상사회에대한그의꿈은인종갈등과폭력의식으로점철된악몽이되었다.
목숨과감정:파시스트폭도의양산
단눈치오의수사학은곧현실로도치된다.오늘날파시즘연구에서파시즘을‘정치종교’로보는견해가유력한데,이세속종교의기원은다름아닌단눈치오로거슬러올라간다.단눈치오는숱한젊은이들에게죽고죽이는일,피를쏟아붓는일을촉구했다.문제는그의이런언설에오로지극소수사람만이반대했다는사실이다.
점점더많은이탈리아인이단눈치오의생각에자신을동화시켰다.가령루이지페데르초니는“하나의문명이비옥해지려면사랑못지않게증오가필요하다”고썼다.이것은이탈리아가이세상에서차지할공간을확대하기위한투쟁으로연결된다.피로에찌든십대농부들은베네치아공화국의용감무쌍한선원들과로마군단병에비견될수있었다.이탈리아의영광스런과거에대한그의비전은섬뜩한현대전의실상을덮어주는얇은천과같았다.
하지만그들은삶을예술화하려고만했지삶을수단화하는단눈치오의무심함은눈치채지못했다.단눈치오의공감능력결여는악덕중의악덕이었다.그는사랑하는연인과성관계를가진후무정하게등을돌리는것은물론이고,전쟁에지친병사들이그에게항명하자총살형에처하며그모습을무덤덤하게지켜본다.즉그의공감의결여는그를괴물로만들어가고있었다.
그의일기장에서죽음의현장은무미건조하게기록될따름이다.“바람한점없는열기.종달새들의노래.시체들이얼굴을땅으로향한채나란히정렬되어있었다.비극적인돌담들사이에나있는쐐기풀.”
전쟁은단눈치오에게모험과삶의목적,남성다운명성,그리고지속적인죽음의위협속에서생존해있다는자극을안겨주었다.그리하여전후에민간인으로돌아갈때그는이렇게쓴다.“평화의악취가난다.”
단눈치오는팸플릿뿐아니라폭탄도투하했다.그는이점을공적연설에서나사적기록에서전혀언급하지않지만,그가수많은살인행위에책임이있다는사실은틀림없다.그리고군단병들은단눈치오의이상적인무대에서스타살인자가될것이었다.단눈치오는인간의목숨과감정이라는자신이제일좋아하는매체를이용하여린치를행하는폭도를양산해내고있었다.
단눈치오와무솔리니:파시즘의상승
이책의중반부에등장하는무솔리니는이탈리아파시즘의통치자같지않은,별로보잘것없는인물로그려진다.특히단눈치오의마성과비교하면무솔리니가그렇게세기를휩쓸만한인물이될지눈치채기란쉽지않다.하지만단눈치오는서서히가라앉고무솔리니는수면위로점점고개를내민다.이두상반된궤도사이에수많은정거장이있었다.시대의흐름은단눈치오를무대에서퇴장시킬준비를하며,무솔리니는폭력의물결에제대로올라탈수있었다.
단눈치오는파시스트인가,아닌가.그를옹호하는이들은단눈치오가뚜렷한신념의소유자라기보다그저정치적으로순진한행위를했다고주장할것이다.확실히단눈치오는파시즘과관계를맺길원치않았다.그는사석에서이렇게말했다.“파시스트후보들은불꽃놀이와같은것이다.”“그들은소리는요란하지만남는것은자욱한연기뿐이다.”하지만이것은파시즘에대한과소평가이며,그가검은셔츠군단과나란히발코니에등장한이미지는파시즘의예후같은분위기를내뿜었고,대중은그에열광했다.
단눈치오와무솔리니는가깝고도먼사이였다.두사람은최고의요리를즐기는와중에전쟁이끝난후느끼게된불안감,다시뭔가를시작하고싶다는모호한희망,그리고담대한계획을공유했다.
파시즘의흐름은점점무솔리니에게유리하게흘러간다.무솔리니역시책에서파시즘의영감을얻었다.소렐을읽으면서는‘폭력의사도’가되길자처했고,『이탈리아민중』의편집장직을맡으면서는전쟁으로분출된‘도덕적힘’을찬양했다.하지만적어도무솔리니는‘초인적’이지않고현실적인정치가였다.단눈치오에게현실정치라는맥락이결여되어있었던반면,무솔리니는자신이현실정치의무대에서무엇을하고있는지,무엇을해야하고또해서는안되는지알고있었다.
단눈치오는자신이파시즘의발명가역할을했다고주장했지만,이제는무솔리니가최고위급파시스트들을대동한인물이된다.그리고단눈치오가무덤에몸을누이는날이온다.그리고무솔리니는“이시인이살아서는모호한입장을취했지만,죽어서는파시즘의대의를확고하게지킬것”이라고장담한다.단눈치오는살아생전자신이파시스트임을부정했지만,죽은뒤결국파시스트로강제“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