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배후 (춘추,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 | 양장본 Hardcover)

고전의 배후 (춘추,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 | 양장본 Hardcover)

$18.93
Description
리징쩌의 춘추전국시대 욕망 읽기
나약하고 추악한 인간에 대한 쾌설
『춘추春秋』는 기원전 5세기 초에 공자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역사서다. 춘추시대 노나나라 은공 원년(기원전 722)부터 애공 14년(기원전 481)까지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유학에서 오경五經의 하나로 여겨진다. 『춘추』는 노나라뿐 아니라 동주시대 제후국들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책이지만 극도로 간략해 겨우 1만6000여 자로 24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후대인들은 이 책에 대해 끊임없이 보충과 해석을 가했고, 그중 가장 유명한 책이 『춘추좌씨전』이다. 줄여서 『좌전』이라 불리는 이 책은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는 『춘추』에 구체적인 살을 붙인 작품으로 중국 문명의 청춘 시대를 대단히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리징쩌가 펴낸 『고전의 배후: 춘추,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은 바로 이 『좌전』에 등장하는 여러 역사 에피소드 중 흥미로운 사례를 골라서 저자의 독특한 해석을 자유롭게 펼쳐낸 역사에세이다. 제목을 ‘고전의 배후’라 한 것은 이 책이 문맥상 드러나지 않는 역사 인물들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고 부제를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이라 한 것은 때로는 신하들에 의해 허수아비로 세워지거나, 자신의 비루한 욕망에 얽매여 비명횡사한 권력자에 대한 신랄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리징쩌

李敬澤
1964년태어났고산시山西성루이청芮城이본적이다.어린시절부모를따라바오딩保定,스자좡石家莊등으로옮겨다니며살았고1980년베이징대학중문과를졸업했다.『소설선간小說選刊』편집자를거쳐『인민문학』에서편집자,제1편집실부주임,주임,부편집장을역임했다.문학평론가로활발히활동했으며『색의이름』『종이의현장』『강변의나날』『아무리봐도비밀교류』『차가운향락』『세월을읽다』『천일야를간증하다』등다수의평론집과산문집을펴냈다.중국작가협회당위원회서기처서기를지내고있으며2021년중국작가협회제10기전국위원회위원으로도선출됐다.

목차

한국어판서문:춘추에펼쳐진고대의풍경

1.오생의두세가지사건
2.같은배를탄두아들
3.월나라의토끼몰이
4.거짓말이키운왕
5.푸줏간에숨다
6.새울음소리
7.마부와차부,하이힐
8.바람의저작권
9.진리의탄생
10.공자제자들이행한좋은일들
11.군자의수면문제
12.과인에게한가지문제가있으니
13.인간의본성과물
14.순의울부짖음
15.용기
16.수학자의도시
17.맹자의선택문제
18.성인병聖人病
19.맹자가이상주의자를만났을때
20.세난
21.전국책
22.장기한판
23.송宋양공에관한한가지상상과다양한문제
24.중이외전
25.거래침사건
26.조씨고아
27.대중목욕탕에서싹튼유혈사건
28.마구움직이는식지
29.기둥을끌어안고사랑의노래하다
30.변호사등석을기리며
31.규칙의붕괴
32.물고기와검
33.영웅요리
34.누구를먹지못하겠는가?
35.초영왕전기
36.뽕나무전쟁
37.오자서의눈
38.진나라조정에서울다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역사의벽돌밑장빼기

리징쩌가춘추시대를독해하는방식은어떤면에서지극히세속적이다.마치누군가의비밀을들춰내서그가만인앞에부끄러움을느끼게하거나극도의허탈감을주는방식이다.가령「거짓말이키운왕」을보자.제나라민왕?王이주인공이다.그는기원전300년부터16년간통치하면서막강하던제나라를말아먹은왕이다.그는말년에이르러연나라장군악의가육국연합군을이끌고쳐들어오자위나라로도망갔다.임치왕궁에남은금은보화는깡그리약탈당했고백성도뿔뿔이흩어졌다.망명지에서멍하게앉아있던왕은신하공옥단公玉丹에게물었다.
“내가이렇게된이유를알지못하겠다.원인이무엇인가.이대로끝나는건가.말좀해주게.고칠게있으면고치겠네.”그러자공옥단은의관을갖추고앞으로나아가대왕이망명하시게된것은현명하기때문이며,천하가어리석어그현명함을싫어하기에연합공격한것이이유라고답한다.이말을들은제민왕은하늘을우러러탄식하며“현명함이란이렇게힘든것인가”라고했다.
여기서재미있는것은왜공옥단이그시점에굳이거짓말을했을까다.당시제왕은이빨빠진호랑이에지나지않았다.몇마디솔직한말을해도쫓겨나거나목이달아날일은없었다.리징쩌는공옥단의심리를파고든다.제나라왕이간절한태도로진실을알려달라고했을때공옥단은참지못하고거짓말을이어나갔다.이를통해즐거움을얻을수있었기때문이다.당시공옥단은무척즐거웠으리라는게저자의해석이다.그는자신의총명함때문에즐거웠다.더은밀하고달콤한즐거움은왕을괴롭히는것,아무것도모르고아무것도할수없는이사람을괴롭히는것이었다.엉덩이를다드러내고거리에나가도아무도그사실을말해주지않는것,이것이어리석은왕들의현실이라는얘기다.그리고사람들이거짓말하는이유는두려워서이기도하지만즐겁기때문이기도하다는게리징쩌의해석이다.

공자는약점이있어귀엽다
맹자는너무완벽한것같다

「순의울부짖음」을보자.순임금의이야기에서가장아득하고심오한장면은“순이밭에나가하늘을우러러울부짖곤했다”는것이다.우리가아는순임금은요임금의선양으로왕이된성군이다.왜그는밭에서울부짖었을까.
리징쩌는맹자가기록한순의일대기에의문을제기한다.순이왕이되는과정은결코순탄치않았다.아버지와동생의집요한방해가있었다.순을불에태워죽이려하고우물에묻으려시도하기도했다.그때마다순은간신히살아났다.게다가복수하지않고포용함으로써두사람과의관계를회복했다.공자와맹자는이것이순의선함,너그러움,인내때문이라고해석했다.반면저자의입장은다르다.“선은우리에게아무런현세적이익도제공하지못한다.선은뭔가를획득하고취하는것에관한이야기가아니라,포기하고버리는일에관한이야기다.”그래서순의이야기는선에대한보응으로읽혀서는안된다.리징쩌는“그가고난을당하고극도로연약했을때,하늘은말이없고거친들판도말이없었다.그의영혼만흔들리고있었을뿐이다”라고말한다.선을지키는사람은끝내고독하고스스로굳셀뿐그에대한리워드는우리의상상일뿐이라는것.이것이순임금의이야기에서끌어낸그의결론이다.
「맹자의선택문제」에서그는『논어』읽기와『맹자』읽기의차이점에대해말한다.『논어』는노인을상대로뭔가상의하는느낌을갖게한다.“이거는아닌거같은데요”하면서말이다.반면『맹자』는상의할것이없다.그가곧진리이자정의이기때문이다.뭔가를상의하려하면맹자는탁자를내리치며혼낸다.
예컨대맹자는가장이상적인세제는십일제什一制라며열근의수확이있으면한근을세금으로내야한다고주장했다.강의를듣던송나라관리가훌륭하긴하나시간이촉박하니내년에다시얘기하는게어떻겠냐는의견을냈다.관리입장에서는현실을모르는이상적인얘기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그러나맹자는“그건닭을훔치는자가훔치는양을한달에한마리줄여내년에그만두겠다는것과무엇이다릅니까?옳지않은일이라는걸안다면당장그만둘것이지무엇때문에내년을기다리겠습니까?”라고벼락처럼소리를높였다.리징쩌는이대목에서“내가맹자를진정으로좋아할수없는건,생존의문제를닭의문제로치환하고넘어가기때문”이라고말한다.
서양에서는하나님의이름으로십일조를바치게했다.하층관리들이칼을차고돌아다니며임의로“네수입은대강얼마이니얼마를내놓아라”라고했으며유럽백성은가산을탕진하고도십일조세금을내지못해자식들을팔기도했다.물론맹자는이런상황을생각하지못했다.그는이미‘큰옳음’과‘큰그름’의문제를해결했기때문이다.

바람의저작권

『시경詩經』은일종의민간문학이라고전해진다.고대의노동인민이집단적으로창작한것이라는뜻이다.이는중국과한국이대체로비슷하다.대학에서는왜『시경』을민간문학이라고가르쳤던것일까?리징쩌의선생님은그것이고대노동자들에대한칭송이고,그들을칭송하는것은절대로잘못된일이될수없다고생각했기때문이라고말한다.그래서옳든그르든칭송부터했다고말이다.하지만『시경』의시편들중에서왕후장상과자신들의조상을칭송하고찬미하는「아雅」와「송頌」은묘당의노래라할수있고「국풍國風」은대부분귀족계층의무병신음無病呻吟혹은유병신음有病呻吟이라고할수있다는게저자의생각이다.『시경』안에어떻게남녀의사적인사랑이야기만있을수있겠는가.당시엔귀족계층만이읽고쓸자유를누렸고,백성은그저먹고사는데바빴을텐데말이다.생각해보면설득력있다.그런데왜귀족들은시를쓰면서이름을남기지않았던것일까.당시는아직고대사회라서대다수라는집단에섞여들어가는것의장점을알지못했을것이다.그들이서명署名을하지않은것은그들에게는서명이아무의미도없었기때문이다.그들은짧은글을한편쓰거나간단한노래를부를때자신의이름으로표시해두는것이얼마나멋진일인지알지못했다.사실생각해보면이것이더자연스러운일인지도모른다.문명의청춘기에살았던사람들은인세를받을곳도없었기에저작권의식이전혀없었던것이다.“진리는바람과같다.시가바람과같은것과마찬가지다.긴머리가바람에펄럭인다고해도바람이자기것이라고생각하는사람은없을것이다.”

‘장기판살인사건’부터‘대중목욕탕유혈사건’까지

이책은여러차례의살인사건을소개하고그배후를치밀하게추리하는글을여럿실었다.대부분왕과신하,왕족들사이에서벌어진일이다.
첫번째사건은‘장기판살인사건’이다.송나라민공閔公이대장군남궁만南宮萬과장기를두고있었다.둘은그리친한사이가아니었다.사실껄끄러운사이였다.2년전남궁만은노나라와의전쟁에져서포로가됐다풀려난사실도있다.장기판세는남궁만우세였다.그가그만안해도될소리를해버렸다.자신이포로시절겪어보니노나라왕이참훌륭하다는것이었다.이말이송민공의귀에꽂혔다.참한가한말이고경우없는소리다.게다가상관앞에서적의상관을칭찬하는하극상같은발언이다.민공은이기분나쁜놈에대한적개심에사로잡혔다.그래서그도해서는안될말을했다.미녀들이시중들고있는앞에서“노나라왕은아주훌륭하지.그래서이자가죽지않고포로가됐던것이지.”이말에남궁만은폭발했다.그는손을뻗어왕의목을잡아단숨에비틀어버렸다.일격에살해한것이다.남궁만은즉시진陳나라로도주했다.진나라는이골치아픈자에게술을잔뜩먹여서수레에묶어송나라로되돌려보냈다.
두번째는‘대중목욕탕에서싹튼유혈사건’이다.제나라의공懿公은참으로경우없는호색한이었다.그는저잣거리의얼굴이예쁜유부녀를자기여자로삼았다.더놀라운건아내를빼앗긴남편을자신의마차를모는일에고용해입을막았다는것이다.이름이용직庸職인이사내는억울했지만주어진직에적응하며점차아픔을잊어갔다.그런데그가의공의다른마차를모는병융丙戎이라는이름의젊은이를알게됐다.그는의공이무덤에서꺼내다리를부러뜨린과거싸움상대의아들이었다.둘다의공의원수지만둘은별문제없이마차를몰았다.문제는두사람이목욕탕에서만난것이다.둘은이야기를주고받다가급기야이문제가거론되었다.한쪽이“야,이다리부러진놈의자식아”라고하면다른쪽은“마누라를빼앗긴놈주제에”라고응수했다.둘은주먹다짐을했고머리끝까지화가치밀었으며그화의근원을더듬다생각이왕에게미쳤다.이후둘은칼을준비해숨어있다가의공이마차를타고죽림깊은곳에산책갈때살해해버렸다.얼핏보면두사람이오랜시간와신상담하며복수의칼날을간것같지만,저자리징쩌는결코그렇지않다고주장한다.원인은바로목욕탕이라는것이다.
이책은춘추오패중하나인진문공,전쟁에서도양보를한것으로유명한송양공등많은역사적사례를곱씹으면서그들의행위에숨어있는인간의욕망을읽어낸다.저자는춘추시대가인간이아직순수함을잃지않았던때라고본다.그런입장에서인간의순수한욕망과마주하는것,그것이역사읽기의또하나의방법이라고책은여실히말해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