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가능한기호의사진’에서
‘꿰뚫으며상처를파헤치는푼크툼’의사진으로
바르트의사진론과글쓰기에대한비평적조망
프랑스의기호학자이자철학자,문화연구자,문학비평가인롤랑바르트는끊임없이여러담론을오가며학문적입장을변경해나갔고이를글쓰기에실천적으로도입하고자한20세기의사상가다.그의저술은기호학,언어학,문학비평등다양한분야에걸쳐있는데,그의살아생전마지막저술인『밝은방』(1980)은사진에관한책이었다.기호학자로서커뮤니케이션이어떤구조로이루어지며어떤메시지를전달하는지를이해하려했던롤랑바르트는1950년대부터사진에관한짧은텍스트들을남겼다.1839년사진발명후근한세기가지나도록진지한이론적논의가없었던사진이론분야에서많은논자가바르트에의지하여사진론을전개해나갔다.
그러나사실바르트가사진에대해쓴글은많지않다.얇은책1권과길지않은3편의논문,그보다더짧은3편의문화단평이전부다.그런데도사진이론의역사는롤랑바르트를기점으로전과후가구별된다.롤랑바르트이전에는사진에대한이론이다양한분야의‘일반’저술가들에의해띄엄띄엄제시되었을따름이라면,롤랑바르트이후사진이론은주로미술계와사진계의전문담론으로등장하게되었고비평과이론의양역시압도적으로늘었다.바르트는사진의‘의미론’과‘존재론’을개척하며그의저술에서이두영역을두루다루고자했다는점에서사진이론에서빠질수없는이름이되었다.
1950년대『신화론』에서사진에대해구조주의적이고기호학적관점을취하던바르트는,1960년대「사진의메시지」와「이미지의수사학」에서사진의신화적성격을강조하며그것의외시적메시지,내포적메시지를구분하여분석하려했다.그러나1970년대??기호의제국??과?제3의의미?에서부터그는이미지가주는즐거움에매혹되기시작한다.『밝은방』은이경향의정점에있는책으로,기호학적분석의방식과는달리사진의노에마는그것이과거에실재했던현실의발산물이라는점을강조하며,꿰뚫으며상처를파헤치는사진의‘푼크툼’을복잡하고규정되지않은제3의방식의글쓰기를통해구현한책이다.사진에관한바르트의이전의저술들과달리분석적이고추론적인것과는거리가먼이책에대해많은논평자는실망감을표했고,여전히『밝은방』은역설적이고알기힘든텍스트로남아있다.사진이론에서바르트의중요성이무색하게『밝은방』은다소고독한위치에놓여있었으며,사진계는『밝은방』을선뜻수용하지못하고꾸물거렸다.
이번에글항아리에서출간되는『롤랑바르트의사진:비평적조망RolandBarthesonPhotography:TheCriticalTraditioninPerspective』은사진에관한바르트의초기저술들과,그저술들에서보이는바르트의변화를따라가면서최종적으로는바르트의마지막책??밝은방??을이해하는방법을제공한다.『밝은방』은다양한상호텍스트들이겹겹이쓰여있는양피지와같다고할만큼복잡하고다층적인텍스트이며,환원적인체계를적용해분석하기어렵다.바르트는『밝은방』에서‘제3의형식’의글쓰기를시도했는데,이는기호를해석하는것을넘어최종적으로는기호를교란하려한,그러면서바르트자신을의미로부터해방시키는‘사진’매체를재발견하고탐닉하게된과정과맞물린다.바르트는사진을혐오했지만점차매혹되었고,종내에는모든환원적체계에저항하며사진을통해‘의미가면제된유토피아’를본다.이책은정통한문학비평의방식으로바르트의사유의변화를짚어낸다.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영문학및비교문학교수인저자낸시쇼크로스는바르트의텍스트를풍부하게인용해바르트의문학적연대기와사진론을새로구축한다.
이책의번역은현대미술의미학적기원과전개를밝힌『현대미술강의』(글항아리,2017)의저자이자,사진을중심으로현대미술과동시대미술이연접또는이접하는지점을연구하고있는미학자조주연이맡았다.옮긴이해제로실린「비포앤애프터:사진이론의약진과롤랑바르트」는롤랑바르트이후사진이론이약진한이유를포스트모더니즘미술이대두한맥락에서설명하는동시에바르트가사진이론에남긴유산을살펴본다.바르트의개인적사유를따라가는것을넘어사진이론과미술이론의맥락에서바르트의족적과영향력을넓은관점에서이해하도록돕는맺음말이될것이다.
이책은사진에대해바르트가쓴마지막글『밝은방』을분석하면서,이를통해사진에대한바르트의생각들을해명한다.『밝은방』은사진매체를다룬글을읽고자하는이들에게복잡하고역설적이며알기힘든텍스트로머물러있다.그러나사진에관한바르트의초기저술들은광범위한평가를거쳐사진매체에대한비평의담론으로통합되었다.(…)『밝은방』에대한이책의해명은초기의저술을되짚지만,이는엄격한연대기의순서로바르트가쓴글들을살펴보는논의에서는금지되었던방식으로이루어진다.―「서론」에서
연접하고교차하는바르트의글쓰기와사진이론
발명초기의사진은매체의특성상존재하는대상을환유적으로복제한다는점에서,은유나변형을사용해초월적이고추상적인가치를표현해내는예술의반대항으로여겨졌다.바르트역시사진에대한그의초기의저술에서예술형식으로서의사진을인정하지않았지만,이후??밝은방??에서는사진이포착하는생생한현존성에매혹되며이를사진의노에마로인정하는방향으로나아간다.
『롤랑바르트의사진』은『밝은방』을구성하고그에영향을미친겹겹의상호텍스트중다섯가지의요소에주목했고,이요소들을분석하는다섯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
1장?기호를넘어서는사진?은『밝은방』이전바르트의텍스트를분석한다.기호학이라는문화연구의방법을따르고장려하고자한1950년대바르트의사진론은구조주의적이며기호학적인관점을따랐다.1957년??신화론??에실린에세이?오늘날의신화?에서바르트는사진을해독가능한기호로보는입장을취한다.특히바르트가주목하는것은사진이도상학적증표를사용함으로써대중에게반지성적가치관을전달하는이데올로기로사용된다는점이다.그러나1960년대바르트가기호학에대한입장을변경하면서사진의이데올로기에주목했던그의관심도다소간변화한다.?사진의메시지??이미지의수사학?에서바르트는시각매체에서메시지가구축되고전달되는지점에좀더집중하기시작하고,있는그대로의현실을그대로복제한다는점에서‘사진은현실의완벽한아날로곤’이라는점을강조한다.사진은현실을수학적으로변형시키지않으며,따라서대상과이미지사이에코드라는중개자는설정될필요가없다.이때부터바르트는사진이“사물이거기있었다”는의식을강렬하게일으킬수있음을인식하기시작하지만,여전히바르트에게사진은주어진외양안에서내포적인메시지를‘자연적’인것으로꾸며내는신화myth를조성할수있는위험한것이다.그러나1970년대의??기호의제국????S/Z???제3의의미?에이르러바르트의비평적입장은상전벽해처럼변한다.기호학에대한환멸과더불어바르트는더이상기호학자로서기의를해명하려분투하지않으며,의미를쥐고있는것의근원으로돌아가려한다.글쓰기의스타일도분석적인것에서벗어나소소한단편이나단상을기록하는방향으로전향된다.1978년바르트가빌헬름폰글뢰덴남작의사진집에관해쓴짧은에세이에서이전환이단적으로드러난다.사진에대한바르트의입장변경은그가단장스타일의글을선호하게된것과비슷한결을따라가는데,단장이‘결정적인해석’없이여러단상과성찰을흩뿌리듯사진역시의미로부터해방될가능성이발생하는곳이기때문이다.
2장?사진의신화?는사진이공식적으로존재하게된처음20년동안사진이구가한참신함과이를통해형성된사진의신화를논한다.이신화를가지고바르트는사진이본질적으로무엇인지를알아내고자하는‘존재론적탐색’을시작한다.50년대와60년대의저술에서바르트는사진의실증주의신화에의존하며사진의외면적객관성이대중에게꾸며낸메시지를자연스러운것으로인식하게만들수있다는일관적인입장을보이는데,그는사진매체가만들어내는신화적입지에의심을표하면서도사진매체에대한서구사회의여러신화,즉사진은진실을역사적으로증명할수있는기계적매체라는신화로부터벗어나지못했다.
사진술은1839년영국의탤벗,프랑스의다게르에의해거의동시에발견되었다.다게르와탤벗은사진술을상이한방식으로바라봤는데,탤벗의사진이과학과예술의협력을지지했다면다게르의사진은예술과환영의세계,오락의세계를대변한다.이입장차이는사진의신화의거대한양대산맥이라고할수있는데,??밝은방??에서사진의존재론을이해하고자하며이매체의창조자를찾고자하는바르트는탤벗이아니라다게르와동류가되어다게르의신화에가담한다.바르트에게사진의잠재력이란살아있는한영혼을이미지속으로끝어들이는힘이다.
바르트는이제사진의잠재력이란구경꾼을,즉살아있는한영혼을한이미지속으로,즉구경꾼의영혼과동등하게살아있는한영혼또는실체로서존재하는이미지속으로끌어들이는힘이라고본다.사진은“분리로서의역사”보다더많은것을줄수있다.사진은“유토피아적으로,유일무이한존재에대한불가능한과학”을성취할수있는것이다.─2장에서
3장?상응:보들레르와바르트?는샤를보들레르가쓴글들과사진에대한그의복합적인견해를바르트의것과비교해본다.보들레르는은판사진술이예술의‘아우라’를감소시킨다고우려하며사진이보유할수없는예술만의독창성,새로운것을강조한다.회화나드로잉이충실하게실물을묘사하는것은훌륭한미덕이지만,상상력이나픽션적인요소가없이그저복제만한다면보들레르에게그것은예술이아니다.보들레르는사진의본질이나목적이예술바깥에있다고생각했다.그러나바르트는보들레르와다른입장을취한다.바르트역시사진이꿈을꾸게하는매체가아닌것은인정한다.그러나사진에서발견할수있는마법과각성은회화에서발견할수있는‘예술가’의마법과각성이아니라,물리적시간의전통적경계나좌표너머에서살아남는‘빛’의마법과각성이다.
『밝은방』과바르트의맥락에대한섬세한비평
4장???밝은방??의맥락:“제3의형식”?은바르트의사유가에세이와소설의성격을겸비한‘제3의형식’을통해맥락화되는배경을살핀다.1970년대가되자바르트는새로운글쓰기의유토피아적형식을창조하려드는데,이형식이란모든환원적체계에서벗어난글을말한다.이장르는에세이의방식과소설의방식을통합한미결정상태의장르다.문장과문장은반드시논리적으로혹은정합적으로굳게연결되어있을필요가없으며,오히려이연결고리를건너뜀으로써분석하고해부하는작업에서벗어날수있다.이장은??밝은방??의난해하고해석하기어려운형식이학문과글쓰기,사진에대한바르트의생각과어떻게조응하는지를조망한다.??밝은방??은1부와2부로이루어져있고,각부는24개의절로되어있다.이절들은단장형식을취하는데,한절에서다른절로의이동이무작위적이거나비약적이기까지하다.그럼에도??밝은방??이바르트의책중가장완결성이있는이유는바르트의저술전반에산재한실마리들을끌어모으기때문이라는것을분석한다.
『밝은방』의생산은대칭적인두부와각부별24개의절로나뉘어있다.하지만개개의절은단편(전체또는좀더큰실체가조각나떨어져나온부분이라는의미의)보다는모자이크―현재더큰작품속에들어있지만,작품보다앞서존재하는것처럼보이는조각들―구실을한다.이런비유와비슷한것이“모자이크시각”이라는관념인데,여기서는시야가단순하고독립적인많은시각단위―체스보드식틀들로,서로약간씩만다르고,본질적으로동일한장면또는대상에대한관점을동시에여러개준다―의혼합물이된다.─4장에서
5장?시간:사진의푼크툼?은시간이사진의푼크툼이라는점을시간과빛에대한현대물리학의논의를통해이해하는작업이다.19세기에는우주에대한뉴턴식이해,특히절대적이고균일한고전물리학의시간에대한이의가제기되기시작했다.20세기에는운동과시간에대한새로운개념들이과학에서등장하기시작했는데,객관적인시간을부정하는아인슈타인의특수상대성이론,객관적관찰자의가능성을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