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감정 - 정의를 위해 왜 사랑이 중요한가

정치적 감정 - 정의를 위해 왜 사랑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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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국가라는 틀 안에서 정치적 분투의 감정들을 풀어놓다!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게 시민들의 감정을 끌어안아 품위 있는 사회로 발돋움하겠는가에 대한 대담한 프로젝트 『정치적 감정』. 흔히 이성의 영역이라 일컬어져왔던 국가와 법에 감정이 스며들어야 하는 이유를 그리스 고전과 (법)철학, 문학과 예술, 인류학, 심리학, 영장류학을 통해 부드럽고도 끈질기게 설득해온 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저서 중 최고라고 꼽히는 작품으로, ‘어떻게 하면 사회가 루소의 방식처럼 반자유주의적이거나 독재적이지 않으면서도 로크나 칸트가 시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안정성과 동력을 가질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풀어보고자 한다.
저자

마사누스바움

저자:마사C.누스바움
세계적으로저명한법철학자,정치철학자,윤리학자,고전학자,여성학자로서뉴욕대학교에서연극학과서양고전학으로학사학위를,하버드대학교에서고전철학으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하버드대학교와브라운대학교석좌교수를거쳐,현재시카고대학교에른스트프룬드법윤리학종신교수겸철학부교수다.놈촘스키,움베르토에코등과함께미국외교전문지『포린폴리시』가선정하는‘세계100대지성’에선정되었다.
『나라를사랑한다는것』『공부를넘어교육으로』『시적정의』『혐오와수치심』『감정의격동』『역량의창조』『혐오에서인류애로』『학교는시장이아니다』『인간성수업』『분노와용서』『지혜롭게나이든다는것』등수많은책을썼다.
미국철학학회의헨리M.필립스상,아스투리아스공상,프레미오노니노상,교토상,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의돈M.랜들상,최고의철학가와사상가에게주어지는베르그루엔철학상등세계각국에서철학및법학분야의저명한상을수상했다.

역자:박용준
고려대학교철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영국케임브리지대학교고전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인디고서원에서국제프로젝트팀장으로활동하고있으며,현재케임브리지대학교교육사회학박사과정에재학중이다.지은책으로『꿈을살다』,『불가능한것의가능성』,『희망,살아있는자의의무』,『가능성의중심』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시적정의』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1장자유주의역사의문제

1부역사
2장평등과사랑:루소,헤르더,모차르트
3장인간종교1:오귀스트콩트,존스튜어트밀
4장인간종교2:라빈드라나트타고르

2부목표,자원,문제
5장우리가바라는사회:평등,포괄,분배
6장동정심:인간과동물
7장‘근본악’:무력감,자기애,오염

3부공적감정
8장애국심교육:사랑과비판의자유
9장비극축제와희극축제:동정심형성,혐오감극복
10장동정심의적들:두려움,시기심,수치심
11장사랑이정의에중요한이유

부록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완벽함을동경하지않는사회

모든사회는감정으로가득차있다.그중국가라는틀안에서정치적분투의감정들을풀어놓는이방대한책은모차르트의<피가로의결혼>에서시작된다.프랑스혁명에서핵심적역할을했던선구자보마르셰의연극에기반을둔이오페라는정서의구축에초점을맞추며봉건주의에서민주주의로의전환을그리고있다.누스바움은이오페라를공적문화의논의를한단계끌어올린철학텍스트로평가한다.새로운질서는마음속의혁명적변화없이는안정성을획득할수없는데,이오페라는남성중심의앙시앵레짐이갖는규범을깨부수는동시에새로운시민개념까지흡수하고있기때문이다.그런면에서루소나헤르더의저작에견주어도손색없는텍스트다.
작품에서주목할만한인물중한명은백작부인이다.앙시앵레짐의권위적인목소리를대변했던남편과달리,동정을구하는요청에부인은‘좋아요’라고답하며새로운체제를위한분위기를조성한다.“저는훨씬더다정해요.그리고제대답은‘좋아요’예요.”음악의각마디는마치무릎꿇고있는남편을어루만지듯부드럽게곡선을그리며음이높아졌다가다시낮아진다.
누스바움은인간존재의허약함에대해보이는이런동정적이고너그러운태도가공적문화의핵심이라고말한다.타인에게너그럽게“좋아요”라고말하는것은엄격한규범에앞서유연함을보여준다.이는불완전한것들을증오하기보다는있는그대로포용함으로써우리로하여금목표를향해나아가기를요구한다.그녀의“좋아요”는바로누스바움이이책에서논하려는정치적사랑의유형을이해하는핵심열쇠다.
<피가로의결혼>에서듀엣곡은불안하며아무것도정해지지않은자유의모습너머로우리를끌고간다.그곳에서사람들은완벽함을동경하지않는다.오히려사랑과광란의사건들속에서호혜,존경,조율을구한다.사람들은현실에서점증적으로자유,박애,평등을추구하면서그이념들이요구하는것에“네”라고화답한다.완전함을바란다면이새로운체제는실패할것이다.오히려환상을갖지않고얼마간냉정한시선으로박애라는희망을유지하려면사랑의가능성에대해비뚤어진신뢰감과같은것이조금필요하다.이러한신뢰,수용,화해와같은개념은텍스트에있는것이아니라음악안에담겨있다.

타인의운명에서나자신의운명을보다

누스바움이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끊임없이강조하는자질은공감력과동정,연민이다.즉,품위있고안정적인민주주의를건설하는과제는나르시시즘과맞서싸우면서이들감정을확장하는데달려있다는것이다.불행에직면한옆사람을봤을때인간은대개타인을자신과거리가먼존재로여긴다.그에게벌어진일이나한테도일어날수있다거나타인만큼나도취약하다는사실을떠올리지않는다.인간은쉽게자아도취적기획들에갇히며,자신의협소한굴레바깥에존재하는이들의요구는금세잊어버리곤한다.이로써생겨나는거리감은계급,인종,성별을비롯한여러정체성을구획짓는다.
이것들은종종혐오나낙인을만들어낸다.특히혐오는타인을이른바순수하고초월적인자아와는완전히다른미천한동물로표상하면서드러내는감정이다.혐오는신체적허약함을종속적인집단에투사하면서,그리고그런투사를더견고한종속의이유로이용하면서,지배집단의몸의진실을부인한다.
물론우리가꼭“비슷한일이내게도일어날수있다는생각”을가져야하는것은아니다.하지만누구에게나유사한일이일어날수있다는생각에이르는데실패하면행복주의적사고에도실패하게된다.‘나와같지않다’거나미천한동물성으로타자를머릿속에그리면서그를내삶의테두리밖으로추방해버리기때문이다.
그러니인간은자라면서삶의여러곤경에대해비극적이거나희극적인관찰자가되어야한다고누스바움은말한다.비극적인관점은인간의상처받기쉬운연약함을이해하게하며,희극적인관점은증오보다는유연함과자비를통해껴안는다.우리는타인의운명속에서나자신의운명을볼수있어야하며,그것이곧내운명의또다른면이라고생각할수있어야한다.

우리의관행을매만짐으로써현실의비극을없앨수있는가

누스바움은시민들이상징과은유의텍스트를감상하며딱딱해진마음을부드럽게하길권유한다.비극은직면하기버거운사건들을다루지만,시,리듬,멜로디를활용해비위약한청중에게다가간다.그러면서타인의불행에눈감지말자고,따뜻한연민을품자고어른다.
소포클레스의<필록테테스>는신체적고통에대한공포와그에따른사회적고립을극명하게보여주는작품이다.필록테테스는항상먹을것을구해야하는처지다.생존을위한수고가너무힘들면다른모든생각은여기로집어삼켜진다.고통과굶주림에처해있는가련한그는늘불안하다.고통과고독은그의생각을거칠게만든다.그는자신을“다큰미개인”에비유한다.통증이그를맹렬히덮쳐오면인간다운생각과말은그에게서발빠르게달아나버린다.
필록테테스는얼마나큰과오를저질렀기에이런불행에빠진걸까.이작품은그에게잘못이없었음을끊임없이밝힌다.즉필록테테스는제잘못보다는우발적사건들에얽혀들었다.여기서우리는무엇을간취해야하는가.당신과나도필록테테스가될수있다.그와같은불행은누구에게나일어날수있다!그역시선한의도를가졌고죄가없기때문이다.필록테테스는왜고통을겪는가?그를보살핌없이버려둔사람들의냉담함때문이다.트로이의여성들은왜고통을겪는가?강간과예속이정복당한민족의공통된운명이기때문이다.
그런데비극작품은몸서리쳐지는장면을관객들이지켜볼때약간의거리를두고서그신체적고통에다가가도록이끈다(통증의엄습을비명보다는운율이있는외침으로격식있게묘사한다).이로써관객은모든인간은똑같이노쇠하며,필록테테스에게완전히결여돼있던음식,안식처,통증완화,대화,속이지않는우정,정치적목소리같은삶의요소들이그에게도똑같이필요하다는것을인정하게된다.
우리는잠시멈춰서서비극관람을통해형성된감정들을떠올리며헤겔처럼질문해야한다.우리의관행을매만짐으로써현실의비극을없앨수있는가?

국가적이상은강렬한감정을필요로한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공공성을향한시민들의아량,연민,공정한마음이먼저나타나야할까,아니면법제도의확립이먼저이뤄져야할까.한나아렌트의경우차별금지법을통과시키기에앞서사회의인종간의조화가먼저이뤄져야한다고말한바있다.하지만누스바움은아렌트의이런관점이오류라고말한다.
법은매우중요하다.법과제도는나쁜시민적열정이끼치는손해로부터우리를보호한다.법은종종품위있는정서가조성되기에앞서지표를제시한다.우리가취약계층의시민들을미처보호하기전에법이이미그렇게하고있다.법은,너무느리긴하지만,우리의정서적변화를북돋우는데필수적이다.미국남부의대학들에서인종차별철폐를위해젊은이들이위험한투쟁에나섰을때법은이미정서적변화보다앞서있어이들을보호해줬다.
누스바움은여기서그치지않고오히려대중의전략이대중문화의정서에깃들어좋은법에도움이될수있는방향으로까지나아가고자한다.이프로젝트의바탕에는,정서적뒷받침없이는좋은법이나타나기어렵고안정적으로유지되기도어렵다는생각이깔려있다.따라서어떻게법으로소수자들의권리를보호할것인가를이해하는동시에,감정적기류가좋은법과제도를뒷받침하도록하는방법을모색해나간다.

타락한감정인애국심을포기할수없는이유

누스바움은이책의한장을‘애국심’에할애한다.애국심은민족주의,국수주의와흔히연동돼비판적합리성을지닌이들에게비아냥거리가된다.가령베트남전쟁의상흔으로얼룩진미국인들은공적영역을혐오하게되었고,모든세대가‘애국심’이라고하면외면했다.하지만누스바움은애국심을무시하거나저버린다면,역사적사상가들이굳건한토대를놓았던통찰력을놓칠우려가크다고말한다.사실상애국심은타인에대한희생을포함해소중한기획들을위한버팀목이될수도있기때문이다.
물론자신의국가를사랑하는것이그자체로좋은일은아닐지도모른다.사실대부분의경우그것은아주나쁜것이다.국가적이야기가나쁜방향으로구축되게만들수도있고,심지어원래좋았던이야기마저나쁜방향으로경도될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누스바움은상징과수사,감정적기억과역사를끌어내는방식으로조국에대한사랑을호소해야한다고말한다.워싱턴,링컨,킹,간디,네루가이작업을성공적으로해낸인물들이다.이들은자기앞에놓인공동의과업에대해사람들의강렬한감정을불러일으킬필요가있음을깨달았기때문에탁월한정치지도자가될수있었다.가난의구제,소수자를위한정의,정치적자유와종교적자유,민주주의,전지구적정의에관심을두고있는사람들이감정과상상에대한호소를회피하고상징과수사를활용하지못한다면,민주주의는목표의식이낮은사람들에게독점되고말것이다.

진짜사랑이없어도사랑이있는것처럼행동하라

모든시민은자기삶의한계내에서감정들을점진적으로확장시키기때문에아무리덕성을함양한다해도자기모순과타인의경멸에직면하게된다.쌓아온교양이타인에게상처주는걸가끔가로막긴하지만,그래도겉과속이다르다면민주시민은위선자라고볼수있지않을까.여기서누스바움은영국의소설가아이리스머독을중요한사례로거론한다.인간덕성에관해머독이던진질문은정치적삶과관련해서도중요하기때문이다.
머독은며느리에게화가난시어머니를가정했다.시어머니는며느리가당돌하고저속하고짜증난다고생각한다.하지만교육을잘받은부류인시어머니는이런느낌을성공적으로숨기며,꼭며느리를사랑하는것처럼행동한다.사실그녀마음속에는사랑이없다.그렇더라도며느리에대한판단이자신의결코바람직하지않은점들,가령계급적편견,개인적시기심에의해촉발된다는것을깨달은시어머니는며느리를공평한감정으로바라보도록스스로를다그치며,마침내성공적으로이런태도를갖게된다.
머독과같이누스바움은내면의도덕적노력이차이를만들어낸다고주장한다.시어머니는적극적이었고,도덕적으로가치있는어떤일을했다.누스바움은정치문제에서이런노력이만들어내는차이가중요하다고본다.그러면어떤경우에시민들은감정이라고는없이마치텅빈로봇같을테고,아니면처음에시어머니가그랬던것처럼좋지못한감정을품지만이내올바른행동을하고충실하기처신하며자제력을발휘할것이기때문이다.
머독은상상력과감정이개입되는노력을통해서내적으로풍요로운삶을살아가는시어머니를설득력있게옹호한다.그녀는며느리를편견없이보려고애쓰면서도덕적으로적극적이었기때문이다.그와비슷한사례를우리는현실에서그려볼수있다.예를들어비록완전히성공하지는못하더라도세상을좀덜편향적으로보려는내적노력에동참하는인종차별주의자가있다.시민들의경우도진정타인에대한사랑을느끼는자가있는반면,그저법준수에충실한시민이있다.하지만마음으로완전히동하지는않고그저법을준수하기만하는시민이라도우리는그들을칭찬하고보호해야할것이다.이런시민은그저무기력한시민보다훨씬더호소력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