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조 작은 마을의 유랑책방

몬테레조 작은 마을의 유랑책방

$15.07
Description
문화의 밀매꾼이자 책이라는 산소를 이탈리아 곳곳에 퍼뜨린 모세혈관, 몬테레조 사람들의 이야기!
밀라노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평야를 한참 달려, 한 번 더 열차를 갈아탄 후에도 자가용으로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도착하는 산간벽지인 몬테레조. 1816년, 이상기온으로 농작물이 전멸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몬테레조 주민들이 일을 하러 나갈 농지도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배고픔과 고달픔에 익숙했던 마을 사람들은 주저앉지 않고 장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몬테레조의 특산물인 밤, 밤 가루 그리고 성인의 축성이 들어간 성화와 생활달력을 짊어지고 길을 떠났다. 이것이 도붓장사의 시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책까지 팔게 된다. 당시의 출판사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인쇄도 겸했는데, 재고를 떠안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그러자 몬테레조 사람들이 출판사의 재고나 파본을 모아 대신 팔러 다니기 시작했다. 도붓장수들은 새로운 지식을 향한 소시민들의 욕구를 들었고, 움직였다.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전했다. 그렇게 이탈리아 문화와 정신이 흐르는 길을 확장했고, 밑바닥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냈다.

몬테레조 사람들에게 책은 먹고살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민족의 호기심의 방향을 예견하는 망원경이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잘 때도 일어날 때도 책이 있었다. 밥을 먹을 때조차 작가들의 신작이나 미회수된 책 대금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광주리에서 시작해 금전적 여유가 생기자 손수레로 바뀌고, 말이 끄는 수레가 되고, 서점이 되기까지, 책과 인간의 역사를 짊어지고 떠돌았던 몬테레조 사람들 기적 같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우치다요코

1959년고베시출생.도쿄외국어대학이탈리아어학과를졸업했고,통신사UNOAssociatesInc.의대표다.저서『까사디지노』로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2011)과고단샤에세이상을사상최초로동시수상했으며,2019년에는이탈리아일본재단으로부터최우수저널리즘상인움베르토아?리상PremioUmbertoAgnelli을수상했다.그외에쓴책으로는『밀라노의태양,시칠리아의달』『이탈리아의서랍』『카테리나의여행준비』『접시위의이탈리아』『그래도좋아』『이탈리아의꼬리』『이탈리아에서이탈리아로』『로베르토에게서온편지』『볼로냐의한숨』『12장의이탈리아』『강건너베네치아』가있다.옮긴책으로는『활기차게,하지만적당히』『이탈리아를먹는다』『파파의전화를기다리며』등이있다.

목차

1.그것은베네치아의고서점에서시작되었다
2.바다신과산신
3.도대체여긴어디란말인가
4.돌의목소리
5.가난덕분에
6.날아가라,내마음이여
7.중세는빛나는시대였던가!
8.천천히서두르게
9.여름이없었던해
10.나폴레옹과도붓장수
11.신세계에구세계를알리며
12.베네치아의유랑책방
13.다섯사내가시대를열다
14.마을과책과유랑책방상
15.책장사이의사연들
16.창너머로

에필로그
부록:‘유랑책방상’역대수상작목록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읽고쓰는것도몰랐던가난한마을사람들이책을팔러다녔습니다.
설명이필요없습니다.기적같은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토스카나주의작은산골마을몬테레조,
그곳에헌책을짊어지고전국을유랑한도붓장수들이있었다.
이들에게책은어둠속촛불이었고험한파도너머로보이는등대였다.
출판의새벽이밝아왔다.단테가있었다면함성을질렀을것이다.

특산물이라곤없는이탈리아산골마을몬테레조.인구는남자14명,여자18명으로32명뿐이다.그중4명이90대노인이며취학아동도6명있지만마을에유치원이나초중학교는없다.수세기동안이곳의생계를책임진이들은헌책을파는도붓장수였다.출판사나제지공장,서점도없는깊은산골주민들은어떤사연으로책을팔게된것일까?베네치아의고서점에서몬테레조의존재를알게된저자는“몬테레조사람들이여,대체무엇이당신들로하여금책을지게만든건가요”라는의문을품고이마을로들어간다.직접발품을팔아전국에책을전했던유랑책방이었기에도붓장수들의흔적을따라갈수록새로운길들이거듭나타났다.중세활판인쇄부터단테,나폴레옹,이탈리아독립운동,헤밍웨이에이르기까지.굽이굽이길에서이탈리아문화라는거대한숲이펼쳐진다.그리고“저마다의짙고연한녹색으로”펄럭이며하나의숲을이루는나무들처럼,오랜세월이탈리아문화와정신을채워온유랑책방의이야기가대담하게뻗어나간다.이책으로저자우치다요코는2019년11월,이탈리아일본재단FondazioneItaliaGiappone으로부터최우수저널리즘상인움베르토아?리상PremioUmbertoAgnelli을수상했다.

가난이책을불렀다

몬테레조는밀라노에서완행열차를타고평야를한참달려,한번더열차를갈아탄후에도자가용으로가파른언덕을올라야도착하는산간벽지다.중세엔적의침입을감시하는요새역할을했다.예로부터마을사람들은여름엔주변의농장에품을팔아돈을벌고,겨울엔마을로돌아와자급자족하며지냈다.그러나1816년,이상기온으로농작물이전멸하는사태가일어난다.‘여름이없었던해’로불리는그해에는유럽과북미각지에서5~6월에서리와눈이내리고,섭씨30도였던기온이몇시간만에영하로떨어졌다.몬테레조주민들이일을하러나갈농지도사라져버렸다.하지만배고픔과고달픔에익숙했던마을사람들은주저앉지않고장사에나서기로결심한다.몬테레조의특산물인밤,밤가루그리고성인의축성이들어간성화와생활달력을짊어지고길을떠났다.이것이도붓장사의시작이었다.
그로부터얼마지나지않아이들은책까지팔게된다.당시의출판사들은대부분소규모로인쇄도겸했는데,재고를떠안고있을여력이없었다.그러자몬테레조사람들이출판사의재고나파본을모아대신팔러다니기시작했다.아내와어린자식까지데리고길을떠났기에도붓장수아이들은‘책광주리에서태어나자랐다’고할수있다.
“저는열한살이었어요.어머니를따라멀리낯선마을까지책을팔러갔습니다.부모님은밀라노에서노점을하고있었는데장사가잘되지않았기때문이죠.”“열살이되던여름에아버지가광주리를주셨어요.얇고값싼책들이가득들어있었죠.광주리를메고해변으로가서해수욕을하고있는사람들한테팔아오라고하셨어요.”“초등학교저학년이었을때집에가면바로창고에서손수레를꺼내균일가의헌책을넣어팔면서돌아다녔어요.”
출판사입장에서는처치곤란한것을대신판매해주니고마웠고,서민들의경우접근이어려웠던책을싼값에사볼수있어반가웠다.그때까지도책은두껍고비쌌으며,무엇보다지식인들을위한것이었다.반면꾸준히현장과접촉하는도붓장수들은온힘을다해손님의눈과손,취향을쫓으면서친절하게응대했다.게다가이들이파는책은저렴했다.밤이면손수레아래들어가노숙을했기에숙박비도들지않아책이쌀수밖에없었고,도둑맞지않게책을품에안고잤기에창고비용도들지않았다(이건책에흠집이나지않도록해준방법이기도했다).도붓장수들은어느덧신의가호를전하고정보를전달하는전령이되었다.“현대의서점이책을팔기만하는장소가아닌것처럼유랑책방은책을파는것만이아니었다.”

책을산다는것은독립으로가는첫걸음

19세기,로마제국분열이후오랫동안외부세력의침공을받아온이탈리아반도에민족독립의바람이불기시작했다.나폴레옹과오스트리아로부터독립해통일국가를수립하고자한것이다.이에민중은혁명가주세페마치니,독립주의자마시모다체글리오등의사상을다룬책을찾았다.민중의결기를두려워한지배자들은출판사와서점등을검열하고수상한책을몰수했지만,그럼에도수요는이어졌다.이흐름을읽고발빠르게움직인것은유랑책방도붓장수들이었다.그들은시시때때로이동하는데다,산길에도훤하고,담력도있었다.금서를운반하기에적임자였다.금서출판사들은그들에게책을맡겼고,도붓장수들은돌과성화,재고처분하는책에섞어각종금서를퍼뜨렸다.당시이탈리아를지배하던오스트리아가몬테레조유랑책방장수들을“무엇보다위험한무기”로본이유다.
밀라노의노포출판사봄피아니의창립자는이렇게말했다.“몬테레조의도붓장수들에게책을산다는것은독립으로가는첫걸음을뗀것이었다.”이탈리아독립뿐만아니라한사람의독립또한포함된것이었으리라.이전까지책은식자층의전유물이었다.그러나도붓장수들은새로운지식을향한소시민들의욕구를들었고,움직였다.하지만좋은일을하는데는비난도뒤따르기마련이다.“책파는일은교양있는사람이할일이다.”“쉬지않고일하다니신의가르침에어긋난다.”“저렇게파격적인가격에팔면우리는파리날린다.”하지만이런비난에도굴하지않고책을필요로하는사람이있는곳이면어디든가서전했다.그렇게이탈리아문화와정신이흐르는길을확장했고,밑바닥에서부터변화를만들어냈다.몬테레조의도붓장수들은“문화의밀매꾼”이자,책이라는산소를이탈리아곳곳에퍼뜨린“모세혈관”이었다.

이탈리아책유통의새바람이되다

당시독자들의소설사랑은대단했다.과격한애정소설의경우바티칸의검열을피해귀부인들이치마폭에책을숨겨살롱에가져가기도했다.이런다양한수요에맞춰도붓장수들은소설,동화책,고전문학,실용서등여러장르의책을모두취급했다.유행에따라큐레이션도달리했다.크리스마스시즌이면선물하기좋은동화책을,오페라가상연되는날에는원작소설을가져다극장앞에서팔았다.진격은멈출줄몰랐다.〈현모양처〉나〈가정의학〉같은일상생활과직결된책도판매하기시작했고,판매율은폭발적이었다.
도붓장수들은이로부터출판사들로부터신뢰를얻으면서신용거래를할수있었다.재고외에신간까지유랑책방주인에게위탁하고판매된만큼만대금을치르도록했다.이후에는판매가를설정하고차익을남기는것까지모두도붓장수들의재량에맡기는경우도생겼다.연말이면몬테레조마을로출판인들이방문하기도했다.이듬해장사에대해논의하거나신간기획에참고하기위해서였다.시간이흐르면서도붓장수들중에출판사나서점을차리는사람도생겼다.유랑책방출신의에마누엘레마우치는남미로건너가서점을열었다가몇년뒤스페인으로돌아와출판사를차린다.“전성기인1927년에는매주2만7000부를간행”할정도로크게성장했으나스페인내전으로인해흔적도없이사라졌다.이외에도현재까지가업을잇고있는몬테레조의후예들이이탈리아곳곳에남아있다.몬테레조와인연을맺게해준베네치아의고서점,비엘라의서점,노바라의서점…….처음엔광주리에서시작했지만금전적여유가생기자손수레로바뀌고,말이끄는수레가되고,서점이되었다.

책과인간의역사를짊어지고

이탈리아에는‘유랑책방상’이라는것이있다.1952년부터줄곧이어져온상으로매년이탈리아에서출간된책중국내서?외서,분야를불문하고가장잘팔린좋은책을꼽아시상한다.심사위원은오로지서점사람들이다.이름에서유추할수있듯,몬테레조에서탄생한상이다.책부록에실린수상작품을보면제1회수상자인헤밍웨이에서부터보리스파스테르나크,움베르토에코,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등저명한작가들의작품이많다.업계의정치적의도와는먼,순수하고정직한평가로국내외애독가들에게신뢰를받고있는이상은,발품을팔아독자들의반응과판매의흐름을파악했듯,세월을넘어여전히이탈리아출판의지표가되어주고있다.
몬테레조사람들에게책은먹고살기위한수단만이아니었다.이탈리아민족의호기심의방향을예견하는망원경이기도했다.이들에게는잘때도일어날때도책이있었다.밥을먹을때조차작가들의신작이나미회수된책대금이야기로꽃을피웠다.이들은말한다.“책이있어서태어날수있었다.”이것은대자본이위에서아래로만들어내는흐름과는다르다.밑바닥저기서솟아오르는대중의목소리이고,시대가변해도그골격은변하지않는다.가난했던덕분에,목숨을건용기덕분에,돌처럼견고한의지와체력,호기심덕분에이들은오늘날에도책속에서먹고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