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와 나 (도무지 나일 수 없었던 삶에 대하여)

나의 엄마와 나 (도무지 나일 수 없었던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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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제 노년에 막 들어선 저자가 도무지 나일 수 없었던 삶을 기록하며 엄마와 나의 관계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회상하는 『나의 엄마와 나』. 장례를 치른 지 수많은 세월이 흘렀고 작가는 이제 엄마가 죽은 그 나이에 들어섰지만 열 살 때 생을 포기하려고 갔던 한강의 물결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생과 사는 어떤 경우 결코 삶의 매듭점이 되지 못한다. 마음이 그걸 흘려보내지 못하는 데다, 몸 구석구석에도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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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문음

1958년서울달동네에서실향민의딸로태어났다.1982년어린이독서권장프로KBSTV〈꿈나무〉로방송구성작가일을시작한후,KBS〈인간가족〉〈르뽀사람과사람〉〈생방송여성〉〈한민족리포트〉〈낭독의발견〉〈다큐3일〉〈걸어서세계속으로〉,MBC〈이제는말할수있다〉〈명시기행〉〈우리시대의명인〉등에참여하며밥벌이를해왔다.2009년〈수요기획〉‘예지가인도로간까닭은?’으로방송문화진흥회구성작가상을수상했다.1인제작사등록을하고수요기획성탄특집‘다시보는예수’‘동무생각,청라언덕위에백합필적에’를직접제작하기도했다.〈현絃의대화〉〈나비여행〉〈김교신,우리가가보지못한길〉〈명지의노래〉등제작에까지이르지못한아이템이훨씬많다.

구멍이숭숭뚫린채멀쩡한척하며버텨오던삶이10년전쯤부터흔들리기시작했다.첫책〈나의엄마와나〉를써내면서나의내부와바깥세상을연결할수있기를바랐다.앞으로더탄탄하고새로운글쓰기의걸음마를이어갈것이다.

목차

머리말

1부
나이제어떻게해야돼
미워하는병
사라지고싶어요
열살의한강
사랑하고‘싶음’
열살의글짓기

2부
떠돌이들
어머니의집을떠나다
가출시대1
가출시대2
가출시대3

3부
팬티사건
라일락이야기
얼굴
나를밟아라

4부
두부장수아줌마
엄마목소리
엄마의눈물

5부
성찬식聖餐式
삼키다
빚과빚과빛
얼굴2
가만한눈빛

맺는말:피어라꽃

출판사 서평

덫,수치심,유폐,그리고빛……
어떤삶은짓밟히면서자라난다
난폭한엄마를겪어야했던딸의투명한기록
엄마의말한마디에,우리는피어난다

엄마는25년전에죽었다.첫딸인작가는그후엄마에대한글을쓰고지우고계속다시썼다.애초에초고는이책의세배분량이었다.하지만여행이란겉옷을둘러입고마음속엄마를만나러간다는설정은엄마때문에아팠고슬펐고무서웠던시절을직면하지못하게했다.똑바로직시해야만엄마를,그리고어린아이인나를털어낼수있을것같아겹겹의이야기를지우고다시썼다.
여러작가가자기부모에대해기록할것을다짐하며,내가겪은일이고디테일이니저절로풀려나올거라생각한다.하지만어떤부모는서슬퍼런눈빛으로한때는자식을집어삼키려했던존재다.자녀인나의마음은그와달라끝끝내미워하지않고이해해보려하지만,그집요한사랑의마음은내상처를먹고자라난것이기에쉽게내보일수없다.
엄마는실향민으로북에서내려와서울의공동주택단칸방에정착했고,일없이‘밥만축내는’남편을원망하며삼남매를키웠다.아득바득일구는삶은쩌렁쩌렁동네를울리는목소리와남의집도내집드나들듯하는몰염치,‘다라이’를이고두부장수를하며밤에는시장사람들상대로일수놀이를했던거친돌덩이에비유할수있으려나.하지만죽고나서염을할때자식들은알게된다.조선백자같이아름다운여인이죽어서그온전함을증명하고있다는것을.
이책은이제노년에막들어선저자가도무지나일수없었던삶을기록하며엄마와나의관계를시간을거슬러올라가며회상한것이다.장례를치른지수많은세월이흘렀고작가는이제엄마가죽은그나이에들어섰지만열살때생을포기하려고갔던한강의물결을아직도잊지못한다.생과사는어떤경우결코삶의매듭점이되지못한다.마음이그걸흘려보내지못하는데다,몸구석구석에도흔적이남아있기때문이다.
저자는지난30년간방송구성작가를하면서여러다큐프로그램의대본을쓰고제작도했다.타인의삶은내삶이아니니좀쉽게쓰고만들수있었다.하지만내삶에관한한그렇게안된다.울고,지우고,다시썼다.이책을내놓는이유는결국그런엄마지만사랑했다는것,그리고그런엄마와얽혔던나를한번정리해내지않고는내삶의더큰한발짝을내딛을수없기때문이다.

“미물단지같은년,써먹을데라곤눈을씻고봐도없구나”

엄마는한국전쟁중남으로휩쓸려내려와무능력한남편과자식셋을먹여살리던여자였다.거친삶의파괴력은애초그인간의형상이어떠했는지짐작도못하게끔위력을떨친다.아무도엄마에게태초엔부드러운과육이나생명의씨앗같은게있었으리라상상도못했으리라.가족과주변사람들이목격한것은괴물처럼변해가는한여인이었으니까.
엄마가유년시절자기첫딸에게가장많이지었던표정은‘치를떠는’것이었다.치를떤다.위아래입술을약간앞으로내밀고,소름끼치는듯고개를좌우로부르르떤다.그리고말한다.“네머리를깨서,가루를만들어마셔도내분은안풀린다.”그러면서때린다,자기울화가풀릴때까지.거기엔이런뜻이담겨있다.“애비닮은년.”“미물微物!”“약맞은파리같은년.”어려서부터살림을돕고,여섯살아래여동생을거둔큰딸이지만,엄마에겐써먹을데라곤아무데도없는존재였다.
어쩌다큰딸이공부나글짓기를잘해서상이라도타오면,엄마는코웃음을치며지나가던개가웃겠다고말했다.잘하면잘하는대로아이에게그건창피하고죄스러운일이었다.그건덫이었다,하나의존재를옭아매는.딸은기록한다.“엄마의절망,엄마의붉은울화,나의슬픔,깊이를알수없는슬픔,시간도증발해버리는새하얀공허,그리고슬픔.”
“내가분명히말하는데,넌평생사람구실못한다.알간?니가사람구실하게되면내손에장을지져라이!”어느날이말을듣는순간저자는자신을버렸다.그냥‘어떤나’이길포기한채투명인간,허수아비가되었다.알맹이는버리고쭉정이가되었다.그런채로육십평생을살아왔다.

나를밟아라!그래야네가산다

이에세이의첫부분은암투병으로몸져누운엄마가자식들의정성으로비행기에태워져연변의용하다는의사에게보내졌고,그엄마를문병하러가는여정으로시작된다.여행은저자를과거로이끌어열살전후의유년시절로데려다놓는다.저자는성장기에경멸하는엄마의눈빛을피하며,짓밟히는가운데피어나는자기생을그리는가운데,엄마와함께한결정적순간들을빛나는글로써낸다.
엄마에게어느날‘담낭암’이라는병이난입했고,그증세는가팔랐다.단두달만에천하여장군같던엄마는알갱이빠진마른옥수수대처럼변했다.엄마는스스로는그사실을받아들이지못하고있었다.
어느맑고투명한가을날이었다.멀쩡한대낮에엄마와딸단둘이있게되자결연한어조로엄마는불쑥말했다.“내가널평생무서워했다.”아니이게무슨소리일까?엄마,길을막고물어봐.내가엄마를무서워했지,그게무슨말이야?“니가잘난사람이다.이걸명심해라.내가머리털나고여태까지너처럼대센사람을못봤다.”그러더니믿을수없는말을입밖으로흘려보냈다.“문음아,나를밟아라.나를밟으라고!”
이건물리적으로엄마를폭행하라는뜻이었고,딸은울기시작했다.밟으라니?엄마,몸도안좋은데왜그래?“빨리날밟아라.그래야니가산다.”“엄마나행복하게잘살테니까걱정하지말아요.”엄마가다시말했다.“문음아,꿈속에서라도!내가나타나거든눈딱감고나를밟아버려.알겠니?”
엄마는이말을뱉은뒤맥을탁놓았다.평화로운얼굴이었다.작가는그후세월이흐르면서‘니가잘난사람이다.명심해라’라는말한마디에대롱대롱매달려있는자신을발견했다.딸이자기삶을헤쳐나가는데‘나를밟아라’라는이한마디는지난수십년에걸친엄마의저주의에너지에맞설만큼힘이셌다.

어여쁜아낙이연탄짊어지고걸어온다,장차자신이어떤모습이될지도모른채

꽃같이예쁜젊은아낙이머리에까만연탄을이고사뿐사뿐걸어온다.아직생떼같은새끼삼남매,무능한남편과오빠,남동생을부양해야하는생존의압박에치여자신이장차얼마만큼괴수처럼변해갈지모르는얼굴이다.그저한가닥불안을머금고,입술을꼭다문채행여라도정신이흐트러질세라한곳만을응시하는,골몰한얼굴이다.목을꼿꼿이세우고있다.
작가는이미미래의엄마모습을아는전지적관점에서젊은날의여인이어떻게삶의마수에걸려흉측하게변해갈지짐작한다.그러나그런엄마를사랑한다.엄마를저세상으로떠나보내고서적는다.

엄마.
버리면버리리라.
밟으면밟으리라.
엄마를짓밟아주리라.
짓밟아버려주리라.
엄마.김은덕金銀德여사님.전주김씨.여성무사님,어디내게와보시지요.
미워할수있나?
나는그럴수가없다.
미워하라고하는당신들의알량함이싫다.
내엄마의과부하를알겠는가?
광증과싸워가며
너무나외롭게
자기과업을감당해야했던
운명을모르겠는가?
생生이란,
우리가
태어나겠다고
맘먹고태어난게아니듯이.
그렇게쉽게
판단될수있는게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