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와인:시대별와인의탄생과변천
그렇다면인간은언제,어디에서최초로와인을주조하고마셨을까?‘1장역사속와인산책’에서는원시시대부터르네상스시대에이르기까지시대마다의와인을다룬다.잘알려져있지는않지만,최초의와인은조지아에서탄생했다.고고학자료에따르면인류역사상최초로와인을마신건신석기초기의트랜스코카서스지역에거주하던동굴인들로,오늘날흑해연안의조지아와아르메니아다.당시신석기인들이발효라는개념을알았을리없고,인류최초의와인은발명의산물이기보다는우연에의해‘발견’된것으로짐작된다.이후와인제조기술은메소포타미아로건너가게되고,바로이곳에서인류최초의와인관련상법인함무라비법전이탄생한다.함무라비법전에는농경사회에필요한법제도외에상법과사법에관한내용도있었는데,특히맥주와와인,술집출입등에관한규제가상세히서술돼있다.“수도원에기거하지않는여사제혹은여제사장이술집을열거나맥주를마시려고술집을찾으면화형에처한다”등의내용이실려있으며,와인에관해서는특히용량과생산지역을속여판매할경우중벌에처한다는조항이있다.
이집트로넘어가보자.이집트인들은최초로와인에대한기록과그림을남겼다.나일강을통해팔레스타인으로부터와인을수입해서마셨다고전해지며,기원전3000년경부터는나일강가에서포도를재배해와인을주조하기시작했다.피라미드의벽면과천장에는놀랄만큼많은와인관련그림이남아있다.정원가운데에자리한포도밭,포도수확에서와인주조및보관까지그상세한그림들은,유럽의중세시대의포도수확과정과거의흡사하다.게다가당시이집트에는와인의품질을평가하는전문가까지있었다고하니당시와인의맛은짐작불가능하지만오늘날과비슷한과정을거쳤으리라생각된다.생산지,주조및보관법,주조한사람의이름등을기록한암포라(토기)는오늘날와인레이블과유사하다.또한와인은당시이집트에서파라오와제사장등사회최고엘리트들이즐겨마셨던술로,귀하고신성한음료였기에와인을마시고취한다는건곧자신의사회적신분을드러내는일이었다.
그리스는유럽에서처음으로와인을주조하고,그문화를지중해연안에널리전파하는등본격적인와인문명이시작된곳이다.전적으로신을찬양하기위해혹은극소수의엘리트만이즐길수있는특별한술이었던와인은그리스시대에와서는신들의음료를넘어인류역사상처음으로인간정신의고양을위해대중에게사랑받는음료가되었다.또한고대그리스에서는신성화된휴머니즘의발전과더불어심포지엄symposium이라는와인향연이성행했다.심포지엄은저녁식사후디오니소스를기리는의식을시작으로와인을질펀하게마시면서토론과유흥을즐기는밤의회합이었다.그리스의자유로운성인남성들은각자생각이나정치적성향을토로하며와인의취기를만끽했다.
와인과함께한사람들:문학·신화·역사속인물과와인
신화와문학작품에도와인과관련된인물이여럿등장한다.그런가하면,철학자와작가등지식인들에게도와인은큰영향을주었다.와인은플라톤에게철학을하는데도움을주었고,히포크라테스를비롯한수많은서양의사에게는‘진정제혹은치유제’의역할을했다.보들레르나이태백과같은시인에게는‘창조적취기’를준동시에괴로움을익사시키기위한방편이었으며,파스퇴르에게는‘가장신선하고위생적인음료’였다.또한오펜바흐에게는‘뮤즈의샘’이었고,롤랑바르트에게는‘토템음료’였으며,와인생산자들에게는단순한알코올음료가아니라‘문화적산물’이었다.괴테는“와인은인간에게기쁨을주고,기쁨은모든미덕의어머니다”라고했다.페니실린을발명한플레밍은“페니실린은병을낫게하지만,진정인간에게기쁨을주는것은와인이다”라고덧붙였다.
-와인을사랑한당나라시인,이태백
특히음주시를많이지은것으로유명한이태백이사랑했던술에는와인도포함되었다.당시당나라의수도장안에서는사람들이와인을즐겨마셨다고전해지고,특히페르시안계여인들이운영하는일종의와인바가성행했다고한다.이태백의시(「소년행」)에도호희(호녀)라불리는와인(술)을파는페르시아여성이등장한다.그는페르시아의무희와어울려와인을마시며본향의그리움과자신의불운한처지를함께삭였던것으로보인다.
-영원불멸을상징하는와인,오시리스
이집트에서포도와와인을관장하던신인오시리스는사후세계와더불어생명의재생과출산까지관장하는역할을했다.사람들은죽음과부활의의미를지닌오시리스의피를상징하는와인이사후세계에서영생불멸을보장해준다고믿었다.그런까닭에이집트에서중요한축제나의례는이구원의신에게와인을제물로바치는의식으로시작했다.이는기독교에서와인이그리스도의피와생명을상징하는것과도유사하다.
-클레오파트라가즐겨마신브라게토와인
이집트의여왕클레오파트라도와인애호가였다.빼어난미모를자랑했던클레오파트라는와인을즐겨마셨을뿐만아니라자신의미를위해와인을화장수로도사용했다고한다.이탈리아피에몬테주아퀴지역에전해지는전설에따르면,클레오파트라가이지역에서생산되는브라케토brachetto레드와인을특히즐겨마셨다고한다.브라케토와인이14세기이전기록에등장하지않는걸로봐서그야말로전설일가능성이높지만,어쨌든클레오파트라에게배신을당한안토니우스가스스로목숨을끊기로결심하고클레오파트라에게마지막으로와인을한잔가져다줄것을간청하여받아마시고나서비통하게숨을거두었다는이야기가전해진다.
와인을제대로즐기는법
1부에서와인에얽힌역사·신화·문화·사회학·경제학등와인을인문학적관점에서살펴봤다면,‘2부와인의기쁨’에서는주로와인을마실때도움이되는실용적인이야기들을실었다.와인의종류와와인병,와인잔,시음법,좋은와인과나쁜와인구별법,와인의선택하는방법,와인과궁합이좋은음식등와인을마실때알면좋은기초적인정보들을제공한다.한걸음더나아가빈티지(포도수확연도),와인레이블,테루아,세파주(포도품종)등와인에대해조금더깊이파고들어간다.특히‘7장와인제대로알기’에서는세파주를집중적으로다룬다.“와인의특성은세파주에들어있다”고할만큼세파주는와인의고유한특성을파악할수있는바로미터다.세파주의특성에대한파악은전문가들에게는두말할나위없이중요하며,초보자들에게는와인에대해어느정도체계적이며전문적인접근을가능하게해준다는장점이있다.
마지막으로저자는와인에주목하는이유에대해문화적측면에서이렇게덧붙인다.“와인문화는‘위하여문화’와비교할때,거의모든면에서대척점에자리하고있다.천천히음미하고,모두함께마시는집단행동이아닌함께하지만각자알아서마시며,위계가중요시되는것과다르게수평적소통이가능하고,소속감과동질성보다개인의개성이중시되는것이와인문화다.”우리사회에서와인이어느정도대중화되었다고는하지만여전히맥주나소주에비하면알코올음료중와인이차지하는비중은낮은것이현실이다.저자는와인애호가로서,와인이라는지평을넓히는데조금이라도도움이되고자이책을썼다.저자에게와인은“기쁨의나눔이고,나눔의기쁨”이다.저자에게누군가와나눠마시지않는와인은진정한의미로서의와인이아니다.와인은누군가와함께마실때그진가를발휘하는알코올음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