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인간 (코로나19가 지나간 의료 현장에서의 기록)

바이러스와 인간 (코로나19가 지나간 의료 현장에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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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장 의사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써내려간 병원의 기록이자
호흡기 질환자들의 불안과 다툰 나날
감염병이 일상이 된 시대에
바이러스와 인간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인천 나은병원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중환자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이낙원은 지난 몇 달간 병원 일선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선 병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대응은 1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병원 건물 밖에는 일찌감치 임시진료소인 천막이 설치되었고, 병원 입구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발열 체크를 했으며, 중국 여행력이 있거나 접촉력이 있는 사람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1월 27일부터는 임시진료소에서의 진료를 시작했고, 국내 진단 회사들의 노력으로 검사 키트가 개발되고 대규모 검사가 가능해지면서 2월 7일부터 선별진료소에서의 검체 채취를 시작했다.
그는 그 시점부터 현장의 변화와 느낌을 글로 담기 시작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회 내로 침투했을 때 의료진의 대응과 감정을 조금이나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동시에 미생물과 질병의 관계에 대해 알기 쉽게 쓰고 싶었다. 그 결과가 『바이러스와 인간』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에는 1월 29일부터 3월 27일까지 쓴 총 40편의 일기가 실려 있다. 1부에서는 현장감 있는 일기를 모았고, 생물학적 지식이나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은 2부에 담았다.
특히 의사가 직접 현장과 맞닥뜨리며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응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 고된 업무에 따른 인간적인 갈등,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펼친 학구적 노력,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

이낙원

의사가되어호흡기환자를돌보며살아가는길을천직이라생각한다.현재인천나은병원의호흡기내과의사이며중환자실장으로근무하고있다.
‘병이났다’는말은곧몸에‘미생물이들어왔다’는의미여서저자는지난10여년간수많은환자및미생물들과함께병원생활을하고있다.‘바이러스’와‘세균’은몸만아프게하는것이아니라,몸밖으로드러나는감정,몸과몸이맺는관계들에까지커다란영향을미친다고보기때문에미생물과함께살아가는몸을소재로글을쓰는것을좋아한다.
저서로는생물학적인몸의경이로운신비를다룬『몸묵상』,죽음을앞둔환자와가족들의이야기를담아낸『우리는영원하지않아서』,할머니의삶을통해삶과죽음의미를고찰한성장에세이『별,할머니,미생물,그리고사랑』이있다.

목차

머리말

1부코로나19일기I:의료현장에서
1월29일-오염지역|2월1일-바이러스의구원자나의손|2월5일-텐트치는연습|2월10일-바이러스와불안|2월13일-레벨D슈트|2월15일-타인의시선을몸깊이받아삼켰다|2월17일-눈내리는날,유전자가내리는봄생각|2월18일-이어둔하늘아래서|2월19일-우수雨水의우수憂愁|2월20일-선별진료소|2월21일-할만두한당직|2월22일-신을옹졸하게만드는자들|2월23일-바이러스의손가락질|2월24일-삶의템포|2월25일-이중은폐감염|2월26일-비루스와바이러스|2월27일-바이러스와세균|2월28일-목소리의음자리|3월2일-불쌍한눈알들|3월4일-뇌는최악의상황을자기증상으로확신하는경향이있다|3월5일-주변이온통바이러스얘기뿐이다|3월7일-절박한질문에답답한대답|3월8일-핵심단서는감춰져있다|3월9일-국내확진자수가7000명이넘다|3월10일-사이토카인스톰|3월11일-시신과코로나19|3월13일-장기유행을예감함|3월18일-민주주의로위기를극복한나라|3월20일-코로나블루

2부코로나19일기II:바이러스와인간
2월3일-미생물계의외모지상주의|2월6일-주둥이가변했어요|2월8일-앗!‘부리’들의공격이다:항원과항원수용체에대하여|2월21일-눈먼자들의도시|2월27일-어떤구조적문제에대하여|3월1일-감염병은왜발생하는가|3월6일-바이러스-인간-달|3월8일-영화냐현실이냐:『인수공통모든전염병의열쇠』를읽다가|3월16일-질병에대하여|3월25일-어떤구조적문제에대하여II|3월27일-마스크에대한단상

3부사이토카인사회
맺는말
대화하는몸|단한가지의생물학|생각하는사람|미래

출판사 서평

저자가근무하는인천지역은코로나19바이러스의감염증이확산된곳은아니었기때문에일기에는생사를넘나드는환자들을치료하느라사투를벌였던긴장감보다는코로나의일상적인의료현장이담겨있다.코로나19의보편적일상을담고있는셈이다.특히전국적으로549곳이운영되고있는선별진료소가어떤메커니즘으로운영되는지자세히들여다볼수있다.3부는일종의과학에세이라고부를수있는데,감염병의출현에대응하는우리사회의모습과미생물의침입에대응하는우리몸의면역반응을비교해보고있다.저자는“생각보다여러가지로유사한점들을보게되었다”며몸과질병,그리고사회의모습을유기적으로연결시켜살펴본다.
누군가말했듯이,“우리곁에누가있느냐에따라삶을보는시선과깊이는달라지게마련이다”.저자의경우의심환자들과접촉하고격리및음성/양성반응과의사투를벌이면서바이러스의실체를더파고들게되었고,사태에좀더과학적으로접근하게되었으며,증상자들의삶을마치자기삶처럼느끼게되었다.의료진의에세이가대개삶의본질을파고드는깊이를갖는이유다.
저자는지난몇년간의학적관점에서미생물과바이러스에관심을갖고글을써왔다.이번팬데믹사태에서도바이러스의정체를과학적메커니즘으로설명하고있다.자신이키우는앵무새의부리(항원)를통해항원과항원수용체의개념,돌연변이의발생과그것을막기위한면역계의대응을그림을그리며자세히설명한다.얼굴만따지는‘외모지상주의’가어떻게바이러스와연관되는지그의글은흥미롭게묘사한다.또한외부항원이들어왔을때면역계와림프구,백혈구등몸속세포들이전쟁에나선병사들처럼서로정보를주고받으면서일사불란하게대응하는모습을손에땀을쥐게그려내기도한다.
그외에호흡기구조의해부도를통해인간이감염병에취약할수밖에없는‘생물학적특징’을알려주고,인간의몸을구성하는부분중유일하게바깥으로열린‘호흡기계’와‘소화기계’의이야기를통해역대인류를위협한전염병의경로를정리해서보여준다.바이러스는무엇보다눈에보이지않는다는특징이있다.저자는코로나의크기를가늠하면서달과사람을나노미터로환산해서비교하는데달이3,400,000,000,000,000나노미터라면사람은300,000,000나노미터이며코로나는100나노미터다.사람의크기는달과코로나크기의딱중간쯤에있는셈이다.저자는“인간이달에도착하기위해투자한지적·물적노력을생각해본다면,바이러스가인간에게도달하는것이얼마나어려운지합리적으로추론할수있을것”이라고말한다.바이러스도중력의지배를받기때문이다.
미생물이우리몸에침범하여병을일으키고사망에이르는과정에서발생하는사이토카인스톰cytokinestorm에대해서바이러스에대한사회의대응이진행되어가는과정과나란히놓고다룬부분은이책의백미라할수있다.‘생명’의눈으로바이러스를인식하고,‘의사’의눈으로그구조를해부하며,‘사회학자’의눈으로바이러스와인간의관계를종합해본것이다.
독자들은낮에는환자를돌보고밤에는병원내의간이침대에서밤잠을설치며기록을남긴결과물인이책에서바이러스에대한지식은물론따뜻함과위로를건네받을수있을것이다.

·2월15일-타인의시선을몸깊이받아삼켰다
발열증세가있는중국국적의중년여성을진료하는데,자세히들어보니지난달중국인들모임이있어다녀왔다는것이다.모임에다녀온뒤13일째증상을나타내는상태여서선별진료소로보내야했다.그녀가실제로코로나19감염일가능성은희박했지만,환자를검사장소로보내고다른의료진으로투입되어야하며,환자의검체를기관에보내는등의일은몹시번거로웠다.만약양성이라고보고된다면그때는이사태를어떻게감당할것인가.그렇다면나와가족들은2주간꼼짝못하고자가격리대상이된다.나뿐만이아니라오늘환자와만난의료진과그가족들은또몇명인가.집에가는길에내가식당에들른다면그식당은당분간영업을접어야한다.생각만해도아득해나도모르게아주머니를쏘아봤나보다.옆에있던따님이추궁하듯엄마에게말했다.“그러게거길왜가!평생안다니던데를왜하필이시국에가냐고!”

·2월17일-눈내리는날,유전자가내리는봄생각
바이러스유전자도살고자하는욕망이있었을뿐이다.다만욕망에행운이깃들어그들은크게번성할수있었는데,바로숙주가기침하고콧물이나는것이었다.숙주로서는이물질을배출하려는생리기제일뿐이지만,기침과콧물은바이러스가다른숙주로전파되는유용한방법이되었다.스스로움직일줄모르는바이러스는언제나이동을위해다른생명체의도움을필요로했다.이런행운이주어졌을때바이러스는인간세계에서뉴스가될수있었다.
…병을일으키는질환몇가지를나열하다보면세상이유전자전쟁터에있는것처럼느껴지지만,실상은그렇지않다.유전자의활동범위는‘병원미생물’그이상이다.…우리생명은그들의노고위에얹혀있다.

·2월18일-이어둔하늘아래서
이어두운엑스레이를내가왜보고있어야하나.뭐,이런심정이랄까.스마트폰을열면포털뉴스의상위권은바이러스이야기고,TV를틀면무시무시한바이러스의위력을다시한번확인하게되는시절.생각해보니나는상시로이런위험에노출된삶을살아가고있지않은가말이다.기자들이되도록자극적인단어를선택하고싶어하는것을이해못하는바도아니나‘비상’‘재앙’‘우왕좌왕’등거슬리는단어가너무많다.내가이런격앙된단어를특별히더싫어하는이유가있다.만일이런보도들이현실을정확하게반영하고있다면나처럼바이러스환자를보는사람은어떻게사냐,이런항변이올라오는것이다.이‘어둔하늘’아래서말이다.

·2월21일-할만두한당직
등도배기고,목도아프고,도저히잠이안와서일어나앉았다.물한잔마시고나니지금이순간을짧게라도글로남겨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어쩌면내인생에다시없을시간일수도있다.늦은밤11시7분이지나는시간에진료실에서누웠다앉았다를반복하는일이또있을까.(…)밤11시반이지나고있다.아직여기서세시간을더머물러야한다.당직도아닌시간에병원을지켜야하는이유가있다.응급실응급의학과과장님들및의료진이모두격리된까닭이다.저녁에119구조대가환자한분을데리고왔다.환자는심장이정지되어응급실의모든인력이동원되어심폐소생술을했으나소생하지못하고사망했다.환자의흉부CT촬영에서는폐렴이발견되었고,소견상바이러스폐렴이의심되었으며,역학관계상코로나19의가능성을배제할수없었다.그래서뒤늦게바이러스검사를진행했고,검사결과가나올때까지접촉자전원은격리되었다.

·2월27일-바이러스와세균
치료현장에서보면바이러스와세균은활동방식이많이다르다.적어도세균성폐렴은전염성질환이아니어서유행하지않는다.치료할공간으로격리실이나음압병실이필요하지않다.침대사이에적당한간격을유지하고손위생만잘준수하면된다.게다가세균은항생제라는적절한치료제가있다.항생제抗生劑는말그대로살아있는것을없애는물질이다.이것을팔이나다리에연결한정맥주사를통해서투입하면,항생제는피를타고몸을한바퀴돈다.그러다세균이있는부위를지나가면서세균을공격한다.여기서핵심!세균도살아있고,우리몸을구성하는세포들도똑같이살아있는것인데항생제는우리몸이아닌세균만을공격한다.몸의세포들에게는없지만,세균들에게만있는무엇을공격하는것인데,대표적인것이세포벽이다.그리고인간과세균의경우세포소기관중단백질을만드는리보솜이라는것도조금다르게생겼다.뿐만아니라유전물질복제과정의다른점을공략하는항생제도있다.하여간세균은여러면에서인간의세포와는다른점을가지고있다.
문제는바이러스의경우이처럼구별짓는것들을가지고있지않다는것이다.세포벽도없고,세포소기관도없다.자신의유전자를복제하는과정도숙주세포의것들을빌려쓴다.오죽하면아무것도없는이것을‘생명’이라고정의할것인가에대한논의가분분할정도다.그런데다너무작다.크기가세균의10분의1,100분의1밖에되지않는다.그러니항바이러스제를만들기가어려울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