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는 힘 (상처투성이 세계를 다시 읽기 위하여)

응답하는 힘 (상처투성이 세계를 다시 읽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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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쟁의 그림자가 세상을 뒤덮고, ‘상처’가 만연하는 현재,
‘타자’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표현은 가능한가?
현대 사상의 최전선을 질주하면서도
늘 멈춰서고, 반추하며 ‘응답하는 힘’을 찾는 지성, 우카이 사토시
1980년대 후반 파리에서 유학하며 자크 데리다를 시작으로 프랑스 현대사상, 문학이 주는 충격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던 저자 우카이 사토시.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미 ‘권위’가 되어버린 지적 조류에 대해 탈중심화를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및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1996년에는 다카하시 데쓰야와 함께 영화 「쇼아」 상영 운동을 벌였으며, ‘민족학교 출신자 수험 자격을 요구하는 국립대학 교직원 성명’,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운동’ 등 각종 운동, 성명의 발기인으로 나섰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 노골적으로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문제 대응 방식에 대해서 “역사적 수치를 부인한 폭력적 행태”라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최근 도쿄도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위령의 공원에 사자에 대한 차별과 모독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예년처럼 추도식을 허가하라는 지식인 117명의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각종 사회 현안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 『응답하는 힘』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쓰인 글들을 묶은 오래된 책이지만,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타자화되고 소외되는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기 위한 표현을 모색하는 ‘행동하는 지성’ 우카이 사토시의 사상적 궤적은 2020년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여전히 눈여겨봐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저자

우카이사토시

1955년도쿄출생.교토대학대학원문학연구과를졸업했다.
프랑스문학및사상을전공했으며,파리8대학에서자크데리다에게사사師事했다.특히자크데리다와장주네연구를바탕으로실천적지식인으로서활발하게활동해왔다.현재는히토쓰바시대학명예교수이자같은대학원언어사회연구과특임교수다.
잡지『임팩션インパクション』편집위원이며일본에포스트신좌익행동주의를도입,‘민족학교출신자의수험자격을요구하는국립대학교직원성명’등다양한운동에앞장서왔다.1996년에는다카하시데쓰야高橋哲哉와함께영화「쇼아Shoah」상영운동을벌였다.지은책으로『속죄의고고학償いのアルケオロジ?』『자크데리다의무덤ジャッキ?ㆍデリダの墓』등이있으며,국내에『저항에의초대』『주권의너머에서』『반일과동아시아』(공저)등이번역되어있다.

목차

서장어리석음의우화

1부유럽의해체
칸트의손
니체의내일?
아름다운위험들:레비나스,데리다,일본국헌법
가설과우화:데리다와정치적인것
‘오해’에대한응답으로서의해체:다카하시데쓰야『데리다』
프로이트의독자,에드워드사이드

2부영상으로서의아랍:마라노
말을찍다:사파파티「데리다,다른곳에서」
응답하는힘혹은‘역사의역사’:장뤼크고다르의길위에서
기계장치의가톨리시즘:고다르「사랑의찬가」

3부다시찾은장주네
벌거벗음과눈멂
각양각색의『하녀들』
죽은자들의나라혹은모멸의피안:『병풍』

4부일본어의미래1
어떤‘시선’의‘경험’:이정화「넋두리의정치사상」
돌진하는비밀:양석일『죽음은불꽃처럼』
김시종의시와일본어의‘미래’
시간의탈식민지화:김시종『화석의여름』을읽기위해

5부일본어의미래2
구로다기오의동물지:‘변경의에로스’를둘러싸고
그림자를짊어진다는것,혹은저항의번역:다케우치요시미『루쉰』
역사를다시쓴다는것:다케우치요시미「중국의근대와일본의근대」
‘개척자’없는길에대한사고:사카이나오키『과거의목소리』
‘동시대’로서의한국:요모타이누히코『우리가‘타자’인한국』

6부이름붙일수없는열도
도마쓰쇼메이·이마후쿠류타『시간의섬들』
이마후쿠류타『크레올주의』
수전손택『타인의고통』
사와노마사키『기억과반복:역사에묻는다』
서경식·다카하시데쓰야『단절의세기증언의시대』
히라이겐『폭력과소리:그정치적사고로』
가자마다카시·키스빈센트·가와구치가즈야엮음
『실천하는섹슈얼리티:동성애·이성애의정치학』
니시타니오사무『‘테러와의전쟁’이란무엇인가:9·11이후의세계』
미나토오히로와소시에테콩트르레타
지넨세이신『인류관』
‘샤히드,100인의목숨’전
‘시작’의사이드
종장상처가되는것

옮긴이의말|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테러리즘과역사수정주의의욕망에맞서는
‘현재’에대한문제의식과비판적사고

제1부‘유럽의해체’에는칸트,니체,하이데거,레비나스,들뢰즈,데리다등의텍스트를심층적으로분석하며1989년동유럽사회주의붕괴,1991년걸프전쟁과그연장선상에놓인9·11이라는사태,아프간·이라크전쟁등전쟁과테러라는현실문제와마주하는글들이수록되어있다.
「칸트의손」에서저자는‘인간이란무엇인가?’라는물음에대해“인간이란손이다”라고답한칸트의텍스트를독해한다.자연은인간이기술적동물이자도구를사용하는동물,그리고도덕적동물이되기를원했고이러한‘자연의의도’가새겨져있는기관이‘손’이라는것이다.하지만그렇기에‘손’은타자의신체와접촉을거부하는일에도,타자의신체에위해를가하는일에도,타자의소유물을훔치는일에도사용될수있다.거부나가해,착취등의가능성은인간의‘손’에주어진원조나악수,애무의가능성과동시에주어져있는것이다.저자는글로벌리즘과신자유주의의현대적위상은인간의‘손’이지닌특성에서인류의‘완전한시민적결합’까지전망하는칸트의‘보편사의이념’과합치되는지,상반되는지되묻는다.칸트의텍스트를통해세계시민주의적인여러국민의결합이일국의패권에의해수립될제국적세계질서와양립할수없으며,‘팍스아메리카나’는칸트적영구평화가아님을분명히한다.저자는현재주어져있는것들을새로운‘시작’으로삼아역사에대한사고를끊임없이재개하며우리의‘손’이지닌운명속에서기술과윤리의새로운관계가능성을발견하기를촉구한다.
「니체의내일?」은1972년‘니체의오늘?’이라는컬로퀴엄을실마리로삼아20세기니체해석사의전환을촉구한거대한일격이라할수있었던하이데거의『니체』와데리다,들뢰즈의논의를바탕으로역사수정주의의욕망과니체사상과의관계,니체와민주주의및사회주의와의관계를검토한다.이에이어지는「아름다운위험들:레비나스,데리다,일본국헌법」은2002년프랑스스리지라살에서열린컬로퀴엄‘도래할민주주의’에서의발표를텍스트화한것인데,전쟁과테러가만연하는현세계에서‘안전’개념과‘평화’개념을어떻게변별할것인가라는실천적인과제를다루고있다.어떠한위험으로부터도완전히방어되는‘절대적안전’이라는면역상태는평화가아니라그정반대이기때문이다.저자는이를위해레비나스와데리다의텍스트를독해하고,일본국헌법의성립과정을되짚으며전후일본의헌법평화주의가타자를환대하는평화주의가될수없었던까닭을고찰한다.

제2부‘영상으로서의아랍:마라노’중이책의제목에해당하기도하는글「응답하는힘혹은‘역사의역사’」는「스타비스키」「여기그리고다른어딘가」와같은장뤼크고다르의작품을중심으로알랭레네,미셸클레이피,클로드란츠만의작품과들뢰즈의『시네마』,데리다의『눈먼자의기억』등의텍스트를함께다루며고다르가영화라는매체를통해드러내려했던정치성과역사성을되짚는다.저자는고다르의영화에서역사를독자적인방식으로분석해종합하는영화의힘을느끼며,영화란역사와관계하고역사를분석하고,역사의비전그자체의변경을촉발하는것이라정의한다.제3부‘다시찾은장주네’에서는주네의작품에서나타나는‘벌거벗음’‘눈멂’‘부끄러움’이라는세모티브를중심으로사르트르와데리다의텍스트를함께살펴보며“타자,즉다른민족,다른성,나아가서는다른계급에속하는사람들의부끄러움에대해서조차근원적으로열려있고민감”했던주네의작품세계를탐색한다.장주네의작품은좌우진영의격렬한찬반양론에시달리기도했는데,알제리독립운동을배경으로하는장주네의희곡『병풍』또한1961년출판된후오랜망명끝에1966년이되어서야프랑스에서상연할수있었다.하지만이작품을프랑스국가와군대에대한모독으로간주했던우익단체가연일방해활동을펼쳤는데,저자는이상황을일본에빗대어상상해본다.“『병풍』이라는이희곡이만일도쿄의국립극장에서,일본의식민지지배내지침략전쟁의맥락하에새로번안된대본(무대는조선이나중국)을바탕으로상연되었다면,우리사회에서어떤반응을일으키게될지를리얼하게상상함으로써.『풍류몽담』도『세븐틴』의제2부도읽지못하는사회,『교과서에서가르치지않는역사』가수십만부나팔리는사회,영화「나눔의집」상영회가항상협박을받고,유미리柳美里사인회가중단되는사회에서…….이런리얼한상상을통해서만일본연극에서의포스트콜로니얼을말하는의미가도출될수있는게아닐까?어쨌든우리는이점에서1966년프랑스의훨씬뒤에머물러있다.”(195쪽)

타자의호소에,부름에,
‘환대’와‘요구’에응답하기위해

제4부‘일본어의미래1’에서는이정화,양석일,김시종등재일교포출신작가들이일본어로쓴산문,소설,시를중점적으로다루고있다.「김시종의시와일본어의‘미래’」,「시간의탈식민지화」는재일조선인이라는정체성을가지고일본어로작품활동을했던시인김시종이어떻게자신의내부에서식하는일본어와대치했는가를탐색하는글이다.「어떤‘시선’의경험」에서저자는이정화의산문「넋두리의정치사상」을독해한다.이정화는숨죽이며살수밖에없었던종군위안부할머니들의증언을,그들의슬픔을줄곧두려운마음으로응시한다.저자는“증언의현재,그것은기억과망각의모든힘들이맞붙어싸우는삶의현장이다.‘이일’을말하지않았던,말하지않은채살아왔던,경우에따라서는말하지않았기때문에지금껏살아올수있었던그과거의시간과결별하는순간이다.남은삶을,장래의시간을,‘이일’을말한자로서살아가겠다는결단의순간이다.그것은‘특수한체험’의당사자만이아니라우리모두의생존에관련되는사태다.따라서기억,망각,증언에대해생각하는것,말하는것은늘어떠한의미에서‘살아가기를배우는’것으로이어진다”(211쪽)고말하며,이정화의텍스트를통해우리가‘기억암살자’역사수정주의자들과공범자가되지않고,자유주의사관과역사수정주의에맞서기위한의미를발견하고자한다.
제5부‘일본어의미래2’에서는한국독자에게는낯선이름의시인구로다기오의작품세계를다루며그의기아飢餓사상이정치적ㆍ사상적으로어떤위상을갖는지파악한다.또한다케우치요시미의『루쉰』해설과그의논문「중국의근대와일본의근대」독해를통해다케우치의‘저항’을둘러싼사고를파악하며그의사상의유산을역사수정주의적인‘역사다시쓰기’에저항하기위해계승해야함을강조한다.
마지막으로제6부‘이름붙일수없는열도’에서는저자의폭넓은독서편력을통해일본사회및유럽등에서‘타자’라는이름으로늘소외와배제의대상이되어온이들의호소를외면하지않고정면에서응시하고자하는의지를엿볼수있는서평들이수록되어있다.

***

2020년현재,코로나19바이러스의전세계적인확산으로사회의폐쇄성,자국중심주의는더욱강화되고있다.아시아인에대한인종차별이노골화되고,조지플로이드사망사건에항의하며촉발된반인종차별시위가미국을넘어세계각국으로확산되는등,우리는어느때보다차별에,평화에,안전에민감한세상을살아가고있다.흑백,선악을멋대로단정하는어리석고태만한결정론자에게저항하기위해,‘목소리없는’자의절규에응답하기위해,상처투성이세계를다시읽기위해,10여년의시차를뛰어넘어찾아온저자의메시지는여전히선명하고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