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기억하는 책

밥을 기억하는 책

$12.00
Description
‘밥’에는 우리 모두를 불러 세우는 힘이 있다
살아온 시간을 밥을 나눈 시간으로 펼쳐 보인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를 서른두 편의 에세이
내게 두부는 그런 이미지다.
뙤약볕 아래서 견디며 여무는 콩. 그 딱딱한 것이
액체로 흐물흐물 갈아졌다가 다시 팔팔 끓어 고체가 되는 과정,
수건을 쓴 뽀얗고 붉은 할머니 그리고 땀을 닦는 수건,
그것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아들을 사랑하는 내 일이 심장을 눈물에 담가 불려 천천히 갈아서
그것을 더 큰 사랑과 지혜와 노력이라는 연료로 다시 가열하고 가열해
눈처럼 하얀 형태로 다시 모양을 잡아가야 하는 일은
아니었는지 생각에 잠긴다. _ ‘두부요리’(p.65)
저자

윤혜선

경북봉화에서나고,옮겨다니며자랐다.지금은구미에서아들셋을홀로키우고,영어를가르치며산다.
벚꽃져서바닥에두툼하게깔린봄금오산,배롱나무꽃이붉게한들거리는여름금오산,메타세쿼이아가금빛기지개를켜는가을금오산,차고맑은물빛졸졸졸흐르는겨울금오산을좋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내소중한당신과밥먹는것을좋아한다.

목차

저자의말

연어초밥:사랑에는이유가없어요
티라미슈:그대가,또내가있을곳은
돼지불고기:사람은살려고태어나는것이지,인생을준비하려고태어나는것이아니다
달래된장찌개:시간은우리를기다려주지않아요
순대볶음:당신은몰라요.당신이무엇을원하는지,아직도
닭백숙:내날개를받쳐주는바람처럼
떡볶이:왜그때는몰랐을까요
두부요리:이해의선물
미나리전:운전은신체의확장이에요
닭개장:평화를나누는나눔
가지올리브유절임:나는당신에게신세를지고사네요
김치볶음밥:집같은곳이없듯,김치같은음식이없네요
딸기티라미슈:모든물은바다로흐르기마련이다
버섯전:날개가없어도하늘을사랑하는
쌀국수:양동이속물한방울찔끔
굴국밥:사랑은흔적을남긴다
단호박찜:그상자의밖에서생각해보세요
만두전골:추억으로의여행
고추잡채:내일은또다른날
참치비빔밥:한방향의깊은사랑은다른모든것들을더욱사랑하게만들지요
팥빙수:아이들은신이보여주는의지
어묵탕:배고픈사람은자유롭지않아요
닭볶음탕:알면,그병은절반은고친것
주먹밥:생은단한번뿐이지
해물카레스파게티:나만아니면돼
피시카레:사실,나를잡아끄는중력은나예요
가지두반장볶음:단점없는사람이어디있나요
귤잼:우리이시간을잘건너가봐요
냉이전:길은길로이어지는법
또띠아:평범한것을특별하게만드는온기
감자탕:타인의고통은곧나의고통
양미리조림:우리는알지요,우리가어떤사람인지

출판사 서평

돼지불고기,달래된장찌개,미나리전,가지올리브유절임……
인생극장을공연중인‘심야식당’

일본후쿠오카에서두시간남짓달려,다시택시를타고10여분들어가면오카와치야마라는자그마한마을이나온다.임진왜란이후끌려온조선도공들이터를잡은이곳은기술을전수받은이지역장인들이대를이어도자기를만들고있는장인촌이다.이색적이면서도친근감이가는소박한자기들중에서도유독눈길을오래붙잡은것이있었으니청색기운이도는투명한백자밥공기였다.저기에따뜻한쌀밥을담아명란을얹어먹고싶은마음에냉큼구입했다.햇살을받아투명해진도자기속에서김이모락모락나는하얀밥.그것만으로도사람의마음은따뜻해진다.

한편한편특별한레시피,특별한사연

『밥을기억하는책』은김이모락모락나는갓지은밥같은책이다.저자가특별히아끼는음식서른두가지에얽힌이야기를통해삶을돌아보고다시따뜻하게보듬는책이라고할수있다.한편한편읽을때마다눈을감게되고,눈을감고가만히글쓴이의마음을짐작해보게된다.음식만큼전염력이강한글감이있을까.어떤글에서든마음은이미현을튕겨소리낼준비를하고있다.
누구의인생이평범하랴만,이책의저자또한평범함과는거리가있는인생경력의소유자다.이혼후홀로남자아이셋을키우며학원을경영해왔다는사실하나로도소금1톤을삼킨것같은기분이지않은가.그간있었던남편과의전쟁,아들들과의지지고볶음,결연한삶의재건,여러가지것들과의피할수없는투쟁이강퍅하게감아들어온다.만약이책이하나의요리라면짠맛을내는기본조미료가이런부분들이다.사람에지친저자는음식을통해많은치유를받았기때문에여기엔여러가지달콤하고,구수하고,쫄깃하고,슴벅슴벅한맛도스며든다.외할머니와의추억,엄마와의해후를장식하는양미리조림,친한언니가비결을찔러준주먹밥,고교시화전에피소드의끝을장식한순대볶음등이그러하다.
타인의삶을단풍잎처럼꽂아둔자서전

읽다보면음식으로읽는한개인의파란만장한자서전인데,단풍잎처럼접혀있는타인들의삶을꺼내읽는맛이아주옹골차게좋다.권위있는셰프가알려주는공식같은레시피는이책에없다.이책이아니었다면우리가평생존재했는지도몰랐을사람들,저자를키워낸사람들로부터자연스럽게후대로전이되어온실시간음식조리법전수의역사를목도하는재미도좋다.
아무리좋은식재료라도정성과손맛이없다면평범해진다.자신만의방식과도전이없다면내놓을만하다고할수없다.이두가지철학이믹싱되어서이책의음식들이탄생했고,그와어울리는배경의삶이펼쳐진다는게매력이기도하다.특히식재료에대한독특한해석과의미부여는이책의커다란특징중하나다.앞에도인용했지만저자에게두부는“뙤약볕아래서견디며여무는콩.그딱딱한것이액체로흐물흐물갈아졌다가다시팔팔끓어고체가되는과정,수건을쓴뽀얗고붉은할머니그리고땀을닦는수건,그것으로깊이각인되어있다.”
저자에게김치는안개꽃과같다.어디에나잘어울리고홀로접시에담겨있어도단아하고그윽하다.아침에밥솥을열었더니“생쌀들이팅팅부은얼굴로메롱”했던날이있었다.취사버튼을누르지않고잔것이다.김치볶음밥은그럴때구원투수처럼등장한다.김치볶음밥에서가장중요한게뭘까?김치볶음밥은저자에게음식을할때중요한것이“적당한시간과온도”라는걸알려줬다.

요리는삶을되새김질하는시간

만날때마다새로운느낌을주는사람이있다.음식도그렇다.저자에게요리할때마다새로운느낌으로다가오는식재료가있다면단연버섯이다.그중에서도느타리버섯!탱글거리면서도아삭하고아삭하면서도쫄깃하다.어떻게요리할까?저자는기름을두르지않고달군팬에노릇노릇구워기름장에찍어먹는걸선호한다.
음식이치유라는걸,이책을통해우린어떻게알수있을까.꼭알아야하는건아니겠지만‘닭백숙’(p.52)과‘굴국밥’(p.114)과‘고추잡채’(p.128)챕터를보면어렴풋이그작용의섭리가그려진다.저자의삶에아직도많은그늘을드리우고있는전남편은이책전반에걸쳐등장한다.가령“전남편은군인이었다”“전남편이외도를해서내신뢰를깬것은아니었다”는식으로서두를열고사연이펼쳐진다.그와의관계를되씹고따져보는시간은고통스럽다.하지만되새김질은고통을소화시키기위한것이다.고추잡채는“결혼시절살던감옥같았던군인아파트에서배운것”이다.

“나라는나무를땅에서억지로파내뿌리를싹뚝잘라외딴곳에갖다박아둔듯쓸쓸하고외롭던시절배운요리가지금은여러사람에게맛나다는인사를듣는요리가되었다.고추잡채를먹을땐그러니항상웃는다.오늘울었다고내일도울라는법이없다는것은이것만봐도확실하다.”(p.132)

만두전골은“외손주가너무이뻐서나까지이뻐하신”전남편의외할머니를생각나게하는요리다.절에다니시던그분은어느날성경책을꺼내읽으셨는데빵터진가족들이이유를묻자“천국갈라고그런다!”고외치듯대답하신분이었다.집에가면텃밭에서따준생강잎에쌈을싸주신할머니가저자에게어느날건네주신것이전골냄비다.뙤약볕을걸어마을회관을지나버스를탈탈탈타고장에나가사왔을이냄비를저자는버릴수없었다.저자는백숙을할때만두전골을따라붙인다.그닭육수를사용하는게가장좋기때문이란다.

모든좋은영양분은아이들에게간다

팝콘처럼톡톡튀는세아들과의이야기는이책구석구석에떨어져있는데저자가하는음식의팔할이저아이들을먹이기위한것이다.귀갓길에큰아들이문자를보내주문한‘참치비빔밥’(p.133),1000밀리리터우유곽을통째로얼려뒀다가깍둑썰기로만드는여름간식‘팥빙수’(p.138),“뜨거운데시원하다는게무슨말인지알것같아요”라고아이들이외치게만든‘어묵탕’(p.146),다큰성인인척하는아이가아이다움을드러낼때그런아이가사랑스러워지는엄마가살이통통오른하지감자를써서만든‘닭볶음탕’(p.157)등누군가를먹이기위해고민하는사람들이공감할내용이많다.
이책을읽다보면어딘가의물줄기들이한곳으로모이는듯한느낌을준다.마음에깊은수원지를가진사람은퍼내서베푸는데익숙하지만그수원지는말라사라지지않는다.엄마와아내로서,자식으로서,친구와선후배로서살아오면서만들어진‘나’는비록세상을향해도드라지진않았지만자신만의깊고아늑한세계를만들어타인을초대할수있는품을갖게되었다.이런것이우리에게필요한소중한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