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삶 (탈북 여성 다섯 명이 말하는 도망쳐온 생, 다시 꾸려가는 생)

절박한 삶 (탈북 여성 다섯 명이 말하는 도망쳐온 생, 다시 꾸려가는 생)

$20.11
Description
탈북한 여성들의 생애사를 기록한다
그들이 남한으로 오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도망쳐온 삶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인가

이름을 바꿔가며 국경을 건너고
가족과 생이별하며 남한에 정착한 다섯 여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마음속 힘을 묻다
북한에 관한 이야기는 학계 연구와 미디어 기사 속에 가득하지만, 북한에서 건너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과연 어디까지 다루어졌을까. 분단 75주년을 넘긴 지금 북한이라는 주제는 이미 피로감을 줄 만큼 소진된 듯 보이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특히 점점 늘어나고 있는 북한 이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충분히 진척되지 못했다. 북한과 관련된 담론은 하나같이 우리의 일상과는 멀리 떨어져 정치 영역이나 학문 영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이 책은 다섯 명의 탈북 여성을 만나 그들의 삶을 묻는 인터뷰집이다. 두 저자는 북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연구자들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공유되기를 원한다면서, “대중과 담론을 형성해서 이들의 삶을 좀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이 책을 펴냈다. 연구자 대 연구 대상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그들을 만나고, 날것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전하는 것이다.

현재 보험 외판원인 북한 여성이 저자에게 보험을 들라기도 하고, 어떤 인터뷰이는 딸아이에게 주고 싶어 저자의 크레파스를 탐내기도 하며, 너무 외로워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놓는 이도 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게다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보다는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으로서의 시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덕에, 이 책은 마치 단편소설처럼 한 편의 긴 대화가 되었다. 그 대화에서 우리는 이들이 어떤 힘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 이 땅에 정착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전주람

1979년서울에서태어났다.현재서울시립대교육대학원심리상담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으며,서울가정법원에서상담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가족학,심리상담,북한이주민,사회통합등을주로연구하고있다.
「북한이주민들의남한사회에서직장유지경험에대한질적사례연구」,「북한이탈여성들의심리사회적자원에관한질적사례연구」,「북한이주민과근무하는남한사람들의직장생활경험에관한혼합연구」등의논문을썼다.
탈북여성들의생존기인『절박한삶』외에『북한언니들의남한생활에피소드』도집필중이다.

목차

머리말탈북여성들을만나기전

1장반듯하게걷는여인:“운좋게남편과딸내미두명가족모두탈북했습네다”
-이수린|56세여성|중국경유
2장돈안주고산별장에서즐겁습네다:“고통스런세월지나니지금은살만합니다예”
-백장원|58세여성|탈북중2회북송,구류
3장꺾이면꺾일지언정굽어들지않는다:“북한여군출신입니다”
-원민형|42세여성|중국경유
4장피나는노력이있기때문에무대가있어요:“북한있는아들쌀밥먹이려고부서져라일했지”
-마현미|50세여성
5장딸이라는에너지:“여동생과그집딸세명빼왔씨요”
-김미숙|50세여성|중국과캄보디아경유

연구노트
맺음말

출판사 서평

오징어를머리에이고두만강을건너다

“그당시장마철이라강이불어서그런상태에서발을헛디뎠단말이에요.그다음에는물을꼴딱꼴딱먹거나넘어지면죽어요.옷은머리위에이고,오징어,마른오징어머리에이고.내가오징어를좋아하거든요.중국에나가면오징어가비싸다는생각에내가오징어를달라고했지.”(이수린)

이수린씨는1998년에중국으로건너가2004년에한국으로들어왔다.오징어를이고두만강을건넌이야기를읽으면웃어야할지울어야할지알수없다.생사의갈림길에서기어코마른오징어를챙겨야만했던건어리석음보다는타고난생활력때문이었을것이다.그는탈북도중발각되어14개월동안구치소에수감되었다.환상과환청을겪을만큼혹독했던시간을버티게해준건얼음을팔아쌀을넣어준자식들의정성이었다.
백장원씨는탈북도중딸과생이별했다.중국에서공안에잡혀노동단련대에들어가기도했던그는남한에서받은신분증을남달리소중하게여긴다.그에게있어신분증은자유와안전의상징인것이다.북한에서여군으로복무했던원민형씨는스물넷의나이로중국국경을넘었다.그는브로커인신매매를당해현지에서결혼했고,이름을바꿔가며살다가십수년만에남한땅을밟았다.
각자다른경험과경로를거쳤지만,이들사이에는공통점이있다.바로생사를넘나들며얻은강인함이다.나라는존재가먼저있고서야가족등타인을도울수있다는백장원씨,내가행복하지않은이상세상의행복함은없다는원민형씨,내가소중하기때문에가족도있다고말하는마현미씨의이야기는,이들이새터전을마련하는과정에서‘자기를소중히여기는마음’을발견했다는걸보여준다.이들에게탈북의경험은체제든가족이든온전히나를위한삶을살지못하게했던것들에서벗어나굳은자아를찾는여정이었던것이다.

참대처럼굳세게

“사람이세상에태어나서자기에대해서,내가내자신에대해서자존심이없다면누가나를좋게보겠나,남들이나를좋게생각안한다.내가내자신을항상자존심있게생각해야지.내가나한테정말자존심이라는거까지없으면내몸에서남는게뭐겠냐.”(원민형)

특히여군출신인원민형씨는그강인함을여실히보여준다.중국에있던시절그는메신저프로필에‘쯔신더워’라는말을적어뒀다.한국말로하면‘자존심이넘치는나’라는뜻이다.단순히원민형씨의성격이라고만은할수없을것이다.어린딸아이를데리고이름을바꿔가며국경을넘어온그의삶에는단단해지지않으면안될이유가가득했다.
이런면모는다른탈북여성들에게서도찾아볼수있었다.마현미씨는2005년남한에온뒤로10년동안식당과웨딩홀에서일했다.5년차되던해에는‘나는이제야다섯살’이라는마음으로살았다고한다.지금버티지못한다면앞으로남은날들을버틸수없을거라는,악착같은자세였다.이수린씨는‘내가상상하는것을실천으로옮기면꼭현실이된다’는믿음으로하루하루를살아나가고있다.탈북도중수감되었던구치소에서매일같이자유를상상하다가실제로새삶을얻었다는경험이,그에게있어강한추동력이되어주었다.
그들을바라보는남한사회의편견어린시선탓도크다.다섯명모두자리를잡는과정에서북한억양때문에어려움을겪었던이야기를풀어놓고있다.또한북한에서왔다는이유만으로신뢰를받지못하거나얕보이고적대감을느낀경우도많았다.우호적이라고할수없는이런환경에서그들은스스로를지키지않으면안되었고,살아남기위해서악착같이강해져야만했을것이다.이들의강인함은이주민들을환대하지못하는우리의모습이비치는거울이다.

엄마라는정체성

“삶자체?에너지죠.나한테는우리딸이에너지다생각해요.그에너지중에서도살아갈수있게하는이유라고봤거든요.”(김미숙)

함께탈북한자식들에대한애정은당연히각별하다.이수린씨는자기새끼를위해몸의모든것을뿜어내고말라죽는거미에자신을빗댄다.원민형씨는자신이참대처럼곧게살아갈수있는힘이바로딸에게서나온다고말한다.백장원씨는생이별한딸때문에절을찾아가불상앞에서펑펑울곤했고,마현미씨는지금도북한에있는아들을위해꼬박꼬박돈을벌어부쳐주고있다.
특히김미숙씨는딸이야말로자신이살아갈수있게해주는에너지라고말한다.그는어린딸을남한으로데려와함께성장했다.딸이해주는질문에답하기위해공부를했고,이제는그딸이대학생이되어엄마에게새로운것을보여주고있다.아무런기반없이정착해야했던이땅에서모녀는서로에게의지하며자라났고,지금도계속그렇게자라는중일것이다.
‘엄마로서의정체성’은이들을한정짓는다기보다굳게지탱해주고있다.이들에게자식은단순한돌봄,부양의대상이아니라동료이자동력이며희망이다.이정도키웠으면저들알아서살아야한다며자립심을요구하는대목도있지만,그렇게자식들이자라기까지겪었을희로애락이야말로이들의생애를채우는커다란부분일것이다.

3인칭이아니라1인칭,연구가아니라대화

“우리는여기서관객을정면으로향한인터뷰이의얼굴뿐아니라그의말에귀를기울이는저자의옆모습을볼수있다.(…)전지적작가시점에서1인칭관찰자시점으로의전환이라고할만한이런선택을통해저자는인터뷰이한명한명을소설의주인공처럼생생하게부각시키는데성공한다.”(김현경추천사)

인류학자김현경의추천사는이책을정확하게묘사한다.저자는자기에게보험을영업하는이수린씨때문에적잖이당황하기도하고,자전거도잘못타면서어떻게교수가되었냐는원민형씨의농담을얄미워하기도한다.탈북여성들의이야기구석구석에자신만의주석을달기도하며,혹은여러차례인터뷰를진행했음에도그들을이해하고받아들였다고함부로말하지않는거리감각을보여주기도한다.이런요소들을통해드러나는것은인터뷰이들을바라보는인터뷰어자신의모습이다.
드러나지않는관찰자,중립적인연구자라는환상은인터뷰이들을대상화하기쉽다.어떤시선도완전히중립적이고객관적일수는없다.이책은김현경의말마따나,우리에게이야기를들려주는인터뷰이들의모습뿐아니라‘그의말에귀를기울이는저자의옆모습’을함께보여준다.그래서책은조사나연구가아니라대화가될수있었다.저자는인터뷰이들을바라보는스스로의모습또한숨기지않고드러내놓음으로써,이전에는없었던방식으로그들에게말을건다.
이는‘대중과담론을형성해서이들의삶을좀더가까이에서살펴보는’것,즉이책의애초목적과도상통한다.여기서탈북여성들은하나하나의생생한인물로우리에게다가온다.그들은외따로떨어져있는특별한타인이아니다.탈북민이라는평평한정체성이아니라,우리를놀리기도하고아픈이야기로끌어들이기도하는입체적인정체성을가지고있다.책을덮고나면희미한실루엣에불과했던이들의모습에서선명하고구체적인얼굴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