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카페 (트라우마의 유산 그리고 기억의 미로)

생존자 카페 (트라우마의 유산 그리고 기억의 미로)

$21.12
Description
부헨발트 수용소 생존자 2세의
역사와 기억과 트라우마에 관한 걸작 논픽션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는 잔혹 행위,
그 파멸적 유산을 품어낼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부헨발트 수용소 생존자 2세인 유대인계 미국인 작가가 부모 세대의 기억이 망각되는 것이 두려워 독일의 노쇠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부모의 트라우마를 물려받아 자기 몸속에도 불안과 두려움이 삶의 순간순간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괴롭혀왔다는 것을 자각하며 2세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인터뷰어가 되어 생존자들의 기억을 파고들어간다. 작가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신의 부모 이야기와 자랄 때의 가정환경이 얼룩처럼 덧칠되는 것을 느끼면서, 이 집단적 고통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몸에 새겨 넣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에 대해서는 프리모 레비나 파울 첼란 등 생존자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이미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엘리자베스 로즈너의 책은 희생자 1세의 자식 세대인 2세가 그 기억과 마주하고자 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로즈너는 자신이 이 기억과 고통의 유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3세대, 4세대로까지 이어질 문제임을 상기시켜준다. 한편 저자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만나는 와중에도, “우리는 가해자를 비판하려는 본능을 되도록 억제해야 한다”면서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듯 가해자의 사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곧 가해자일 수 있고, 또 가해자들 역시 우리처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안아야만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무슨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에 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

엘리자베스로즈너

뉴욕주스케넥터디태생의소설가이며시인이자수필가로,지금까지세권의소설과한권의시집을출간했다.『생존자카페』는로즈너의첫논픽션이다.이책은전미유대인도서상결선작으로선정되었을뿐아니라,『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과『모먼트』지가선정한2017년최고의책목록에이름을올렸다.스탠퍼드대학을졸업하고캘리포니아대학어바인캠퍼스에서예술학석사과정을밟았으며,호주퀸즐랜드대학에서도수학했다.
대학에서30년넘게창작과작문을가르쳤고,홀로코스트생존자부부의딸로서자신의생각과경험을바탕으로픽션과논픽션,시와산문을넘나들며솔직하고울림있는작품들을꾸준히발표해왔다.현재전업작가로캘리포니아주버클리에살며,글쓰기워크숍과문학강좌연사로도활동중이다.『뉴욕타임스』와『엘르』를비롯한여러매체에글을기고했다.
데뷔소설인『빛의속도TheSpeedofLight』는9개국어로번역되었고,엘리위젤이심사위원으로참여한해럴드U.리발로상과프랑스블뢰지롱드상을비롯해미국과유럽에서유수의문학상을수상했다.특히2003년에는프랑스어번역본이높은권위를자랑하는페미나상의최종후보작에오르기도했다.두번째소설『블루누드BlueNude』는『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선정한2006년최고의책목록에들었고,평단의찬사에힘입어베스트셀러반열에올랐다.또한세번째소설『일렉트릭시티ElectricCity』는미국공영라디오NPR가선정한2014년최고의책목록에이름을올렸다.자전적시집『중력Gravity』역시평단의찬사를받았다.

목차

작가의말
부적절한언어의알파벳
프롤로그
1장너도밤나무숲III
2장금기어
3장어머니가여덟인여인
4장그들은유령처럼걸었다
5장너도밤나무숲I
6장3세대그리고망각의반대말
7장걸림돌
8장너도밤나무숲II
9장사후기억그리고책략의역설
에필로그
감사의글
주註

출판사 서평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최고의책
모먼트2017년최고의책
전미유대인도서상결선작
베이에어리어작가들이뽑은가장주목할만한논픽션

트라우마라는유산

“이유산은나를전세계수백만의타인과연결시킨다.누군가는전쟁으로,누군가는제노사이드로,누군가는국적의부재로참혹한고통에시달린다.(…)내개인적유산의실체에더깊이다가갈수록,나는전세계의폭력과박해,강제이동,몰살이세대간에반향을일으키고,또한회복으로이어지는모습을더뚜렷이확인하게된다.”

최근의후성유전학연구는의미심장한결과를알려준다.아직정확한메커니즘은발견되지않았지만,부모세대의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자손들에게유전적으로대물림된다는것이다.트라우마에시달리는부모의자녀들은우울증과불안증에걸릴확률이대조군에비해3배더높다.심지어생존자의손녀들까지,직접경험하지않은고통을끊임없이마주하고치유해나가고있다.저자또한생존자의딸로서슬픔과불안,분노,혹은“우리에게속한듯속하지않은경험의망령들”과함께살아왔다.
그러나저자는이유산을결국끌어안고있다.그리고이는베트남전쟁,킬링필드,아르메니아학살등다른시간과공간에서벌어진비극의생존자와그자녀들에게연결된다.폭력의시대를살아낸사람들이점점사라져가는지금,이유산을통해세대와세대사이여러가닥의복잡한밧줄이생기는것이다.“과거를파헤치고그것의가닥들을하나로엮는과정속에서미래를새롭게고쳐쓰고,어쩌면새롭게설계하는일까지가능해지기를”저자는소망한다.
저자는6장에서그가능성을공들여이야기한다.이를테면현재생존자3세들은부모가수용소에서받았던일련번호를문신으로새기는등고통의유산을자기정체성이나자긍심으로받아들여보존과기억의새로운방식을만드는중이다.또는독일전범세대3세와홀로코스트생존자3세들이관계를맺어과거에관해대화를나누며미래를준비하고있다.저자는복잡한밧줄로엮인연대에주목한다.이‘미래를향해나아가는가지들’에새로운열쇠가있다는것이다.

금기어들,재현의가능성과불가능성

하지만고통을재현하고증언하는일은간단하지않다.고통은경험자들의신체에개별적으로새겨지기때문이다.이를테면저자의어머니는식사를마치고얼마되지도않아배고픔을호소하거나,닭을먹을때면뼈다귀를쪼개골수까지빨며게걸스러움을보였다.그허기에는학살을피해숨어살고굶기를밥먹듯이했던어머니의경험이새겨져있다.또한같은사건에대한경험도사람에따라다르게기억되곤한다.1995년에가족과함께부헨발트를방문했던일을회고하면서,저자는한사건을공유하고공동의기억으로보존한다는게얼마나어려운일인지를발견한다.어떤공산당원들에게부헨발트수용소는유대인제노사이드가아니라파시즘에맞선수감자봉기의상징이었던것이다.
특히9장에서저자가인용하는엘리위젤의말은중요하다.“홀로코스트는반드시기억돼야한다.그러나한편의쇼로서기억돼서는안된다.”20세기중반의잔인한역사를재현하는작품들은셀수없이많다.하지만몇몇훌륭한작품을제외하고는생존자들의몸에새겨진언어를‘누가’‘어떻게’전유할수있는가하는거대한문제에부딪힌다.학살에서살아남은창작자들에게도어려움은마찬가지였다.엘리위젤은해방후10년동안펜을들지못했다.샤를로트델보는전쟁이끝나고몇년만에원고를완성했는데도1965년이되어서야책을출간했다.프리모레비또한그폭력의실체를온전히그려낼수없었다고고백한바있다.
사건을직접경험한생존자들에게조차어떤언어들은‘금기어’인것이다.이를테면홀로코스트생존자들은‘이야기를들려달라’는저자의요청을받자‘이야기’라는단어에거부감을드러내곤했다.그들에게수용소에서의경험은‘이야기’라는단어보다훨씬무거운의미를담고있었다.하지만저자는이불가능성앞에서멈추지않는다.우리는언어의한계에부딪힐수밖에없지만,우리가가진것또한언어뿐이기때문이다.

상처를이야기하는법

이책후반부에는다양한작가와조각가와극작가는물론이고희극배우까지자기만의방식으로홀로코스트를이야기하고역사를예술로승화하는작업이소개되고있다.상처를가리지않고아름답게꾸미는작업이다.증언의어려움은쉽사리해소되지않지만,저자가주장하듯이예술작품을창작하고공유하는것은분명인간의가장심오한능력중하나다.클로드란즈만의「쇼아,홀로코스트의구술역사」,토니모리슨의『빌러비드』,엘리위젤의『밤』처럼폭력의역사를성공적으로조명해낸사례도있다.
결국끊임없이대화하는것이중요하다.3장에서저자는유대인청소를피해살아남은폴린과의만남을회고한다.그녀에게는‘여덟명의어머니’가있었다.한명의생모,그리고그녀를숨겨준또다른어머니들이었다.저자는그만남에관하여이렇게썼다.“생존자카페는따로있지않았다.그동안내가수없이참석해온이런자리가결국다생존자카페였다.”저자는폴린에게서충분한대화를나누지못하고세상을떠나버린어머니를떠올린다.이야기를통해세대와세대가,상처와상처가겹쳐지는대목이다.

기억을계속하기위하여

“짐작건대아버지는이야기하기의힘과무한한가치를알아차린듯했고,그증인은내가될것이라고입이아닌마음으로말하고있었다.”

저자는아버지와함께세번부헨발트를방문한다.수용소에서풀려난후미국으로이민해한번도고향을쳐다보지않았던아버지는처음에선뜻여행에나서지못했다.독일은그를잉태한땅이지만,동시에죽음의잿빛처럼기억되기때문이다.그럼에도힘겹게떠난여행에서아버지는그간입밖으로꺼내지않았던과거를꺼내기시작하고,저자는자기삶에드리워져있던홀로코스트라는그림자에좀더가까이다가가게된다.그것은과거로끌려들어가는것이면서동시에앞으로한발내딛는것이었다.
이렇듯이책은저자의사적서사이기도하다.홀로코스트는수많은사람이죽은역사의한장이지만,생존자2세들에게는자기가족의삶인것이다.저자는아버지와어머니에게물었던것과묻지않았던것들을복기하며그들의기억을온전히물려받기위하여고군분투한다.그과정은길을잃기도하고새로운답을발견하기도하는,‘기억의미로’에서의여정이다.시인의필치로써내려간이글에는움켜쥐려할때마다흩어지는기억들에관한깊은사유가가득하다.
사건은살아남은자들의기억에의해대대로전승된다.더이상대화할수없게될때고통은잊히고폭력은반복될것이다.저자는그사실을우리에게상기시키고,동시에스스로실천하고있다.말로형용할수없는것들을말로써전달하는어려움을가볍게지나치지않으면서도,언어를통해어떻게든적절한기억의방법을탐색한다.물려받은트라우마에잡아먹히지않고대화와연대로,치유와미래로나아간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어떻게기억할지고민해보자고우리에게대화를걸어오는,종이로된한권의‘생존자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