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카와 고지로의 중국 강의 (오경·사서의 사회 지배와 중국인의 형성)

요시카와 고지로의 중국 강의 (오경·사서의 사회 지배와 중국인의 형성)

$17.03
Description
탁월한 논리와 근거로 가장 근본에서부터
중국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꿰뚫는 책!
국내에 저서가 여러 권 소개된 바 있는, 일본의 한학자 고故 요시카와 고지로吉川幸次郞(1904~1980)의 책이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중국 유학파이자, 평생 중국어로 논문을 읽고 쓴 원칙을 지킨 요시카와 선생의 전집에서 중국과 중국인에 관한 강의를 모아 한 권을 구성했다. 자세히 보면 『요시카와 고지로 전집 제2권』(지쿠마쇼보, 1968)에 실린 「중국인의 고전과 그 생활」 「중국인의 일본관과 일본인의 중국관』 「중국의 고대 존중 사상」 「중국의 지식인」 「사인士人의 심리와 생활」 등 다섯 편의 글을 엮은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1940년대에 초반에 이뤄진 대학 강연과 글 3편, 1953년에 발표된 글 1편, 마지막으로 1967년에 발표한 장편 논문 1편이다.
약 20여 년에 걸친 중국론을 하나로 묶은 것이지만 이 책을 일이관지하는 한마디는 “중국인 정신의 불변하는 특질은 무엇이고, 무엇이 그 특질을 만들었으며, 그 특질은 실생활에서 어떠한 특수한 형태로 표출되는가?”이다. 이런 질문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은 그에 합당한 매우 논리 정연한 설명과 풍부한 근거사례들을 제시해준다.
저자

요시카와고지로

吉川幸次郞(1904~1980)
현대일본의중국학을주도한세계적인한학자로일본의중국고전번역과해석·연구에큰획을그었다.고금의문헌에해박하고고증에뛰어났으며,직관력이남다르고문체가평이하면서도아름답다는평을받는다.일본고베에서무역상의차남으로태어나교토대학을졸업한후1928년선배인중국어학자구라이시다케시로倉石武四郞와함께중국으로유학을떠나1931년까지베이징에서공부했고귀국한후동방문화학원교토연구소(후일동방문화연구소로개칭,현재의교토대학인문과학연구소)연구원으로지내면서도중국고전은중국어로직독할것,논문은중국어로쓰는것두가지를철저히지켰다.
1947년교토대학교수가되었고1962~1963년컬럼비아대학객원교수를지냈으며1964년일본예술원회원이되었다.주요저서로『요시카와고지로전집(전28권)』『두보시주杜甫詩注』『도연명전陶淵明傳』『중국문학입문』『중국의지혜:공자에대하여』『진사이·소라이·노리나가』『한문이야기』등이있다.

목차

서문

1장중국인의고전과그생활
2장중국인의일본관과일본인의중국관
3장중국의고대존중사상
4장중국의지식인
5장사인士人의심리와생활:‘구체제중국’서설
1.특권의양태
2.특권을누리는이의자격요건으로서의언어능력
3.‘과거’를통한언어능력의인증
4.비특권자의소외
5.여론餘論

옮긴이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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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감각에대한신뢰:사후세계에대한냉담함

요시카와는중국인의정신의가진가장중요하고중심이되는특질이‘감각에대한신뢰’라고지적한다.중국인은감각을넘어선존재에대해서는그다지신뢰하지않았다.우선눈에띄는것은‘사후생활에대한냉담함’이다.『논어』에서공자는“아직삶도모르는데어찌죽음을알겠느냐”라고말했다.요시카와는인간은죽은뒤어떻게되느냐에대해서,중국인이지은책에는딱부러지게말한기록이전혀없다고말한다.사후세계에대한중국인의냉담함을요시카와는‘신화’와‘소설’이라는두채널을통해설명한다.우선중국엔신화가많지않다.‘하늘과땅天地’은어떻게해서생겼는가,해와달은어떻게생겼는가,인간이라는것은어떻게해서생겨났는가,그런것에대해대개의민족은신화적인설명을갖고있다.그러나중국인에게천지만물이나인간이어떻게생겼는지설명을듣는일은매우어렵다.또한중국에서는소설이활발히일어나지않았다.소설이라는것은본래부터감각에닿은세계를모방하여짓는글의갈래이며,만들어낸이야기라는점에서진짜로감각에닿는사실史實과는다르다.중국에서는소설을늘건전하지못한것으로간주했다.

감각신뢰가선례先例에대한집착으로

‘감각의세계를신뢰하는’성향은생활의법칙을이미발생한사실,즉선례先例에서찾으려는경향이있다.과거의생활,즉선례는옛사람들이살면서감각했던것이고그점에서확실한느낌을준다.이와는반대로자신의이성으로생활법칙을발견하는방법에대해서는불안을느낀다.이성으로발견한법칙은늘‘이러이러해야한다’는형태이고,미래와이어져있으며그저상상의세계에서만존재한다.그런점에서실제로과거에존재했고,감각에닿았고의식안에들어온생활만큼확실한느낌이들지않는다.
또한감각을신뢰하고집착하는입장은사람으로하여금사물이통일되는방향보다오히려통일되지
않는방향에더욱민감하게만들었다.즉감각이파악할수있는한계안에서이세계의사물이드러내는모습은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따라서감각을존중하는민족은당연히사물의다양성에민감하며,이렇게다양성에민감한세계관에서는자신의이성이라는것은늘아주작게보인다는게요시카와의설명이다.‘자신의이성’의보편타당성에대해늘의심을품는다.『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사람의마음이같지않은것은,그얼굴과같다人心之不同如其面焉”는말이있다.이것은중국인이생각에도달하는과정에서겪는감정을잘표현한말이다.이렇게사람의마음이사람의얼굴처럼다르다면,제혼자서생각한생활법칙,그것이과연얼마만큼타당하겠는가,그보다는차라리이미발생한선례에서자신의생활을기댈만한규범을찾자,그러한방향으로기우는것은당연한일이된다.

선례의성지聖旨,오경의탄생

‘선례를존중하고선례에집착하는’성벽이하나의주장단계에도달하여굳어진것이생활규범을고전에서구하는,‘오경’에서구하는태도라고요시카와는이책의핵심테마를꺼내든다.그런데여기서하나의의문이든다.중국인이다양성에민감한민족이라면,과거에발생한모든생활이제생활의규범이라는생각에끌릴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그런데왜하필오경에만그토록매달린것일까.사실사마천의『사기』이후각왕조의방대한역사책인‘이십사사二十四史’는과거의모든행동을경험으로써존중하려는중국인의태도를드러내는것이라고저자는말한다.
하지만생활속에서모든선례를보전하고간직하려노력하다보면,수많은선례가존재하게되고선례의천차만별과마주하게된다.차이가많고다른것들이동시에생활속에존재하면거기에는혼란이일어나기마련이다.인간이선례를기억하는능력에는한도가있고,기억한것을실행하는능력에는더더욱한도가있다.그결과,그러한수많은선례를통일하는무언가를찾는단계가당연히찾아오게된다.그렇다면무언가형이상形而上에속하는것,즉모든선례의배후를관통하며흐르는것을구하는게자연스러운후속흐름이다.사실중국에서도그러한것을구하려했다고저자는말한다.예를들어노자가말하는‘도道’또는‘오경’자체의사상으로말하면‘천天’이나『역易』에보이는‘태극太極’등이다.또한송나라주자朱子가주장한‘이理’등은모두선례의배후에있으면서그것을지배하는것이고,형이하形以下에속하는것이아니라형이상에속하는것이다.그렇지만이렇게제출된‘형이상에속하는것’,그것을확실히파악하는것은중국에서는잘되지않았다는결론을내린다.중국의문헌에서는‘도’란무엇인가,‘이’란무엇인가,‘천’이란무엇인가에대해분명한설명을들을수없기때문이다.
관련하여저자는노자의예를든다.노자는‘도’에대해“물物이있어혼성混成하여천지에앞서생겼다.나는그이름을모른다,그것에이름을붙여도라한다有物混成,先天地生…吾不知其名,字之曰道”라고했다.‘자지왈도字之曰道.’즉이름을붙여도라한다는이표현은매우재치있는태도이지만역시형이상에속하는것을파악하는데서투른,익숙하지않은성벽을보여주는것이라는게요시카와의입장이다.그래서중국인은차라리다양한선례모두를지배할만한절대적인것을,차라리선례그자체에서구한다는태도로나아갔다.즉선례가운데서선례를구하고그것이다른선례를지배하게한다.이렇게찾고구한‘선례중의선례’가바로‘오경’이라고요시카와는주장한다.

완전한것은‘과거’에있다:상고주의尙古主意

중국에서는오경에기록된생활,그것은인간의생활로서완전한것이므로인간생활의절대규범으로인식되어왔다.완전한것이지상에있다고보는이런사고방식은,동시에완전한것은과거에있다고보는사고방식이기도하다.대체로선례를존중하는,즉과거에발생한사실을생활규범으로삼으려는생각은현재생활보다과거생활에서가치를찾으려는,‘옛것을숭상하는尙古’감정을이미전제로서갖고있는것이다.이윽고이러한과거생활중에서도특히존중할만한것을선택하고,즉선례중의선례를선택하고그것을완전한것이라인식하면,상고주의尙古主義는더욱확고부동해질수밖에없다.왕희지를완전한서예가라의식하는것은왕희지이외의서예가모두를불완전하다고보는,즉왕희지이후에왕희지만한서예가가없었다고본다는말이다.비슷한논리로,두보이후에두보만한시인은없었다는말이고,오경이후에오경에견줄만한생활이없었다는말이다.그리고이렇게옛것을숭상하는사상은당연히더욱오래된것일수록더욱가치가있다는결론에도달한다.

‘절대긍정’은있어도‘절대부정’은없다

그렇다면‘오경’이외의책은중국에서어떤위치를차지했을까?가령이슬람의경우를보자.이슬람교回敎의『코란』은중국에서오경이존재하는방식과는다른것처럼보인다.『코란』은『코란』만이도리이고이외에는모두도리가아니다.오히려없는편이좋다,그것이이슬람교의사고방식이이다.또한이슬람교의경우만큼강렬하지는않지만,단하나의도리가존재하는것외에나머지일체는무익하다고보는불교의사고방식도이와가깝다.그런데중국은그렇지않았다.
오경은가장높은도리이고어쩌면도리그자체이겠습니다만,그외의다른책도어떤의미에서는도리를드러내고있다,불완전하게나마드러내고있다고인식했다.중국인의정신에는모든선례를존중하려는면이한켠에있었다.그것들은불완전하지만절대로부정해야할대상은아니다.다시말하면,중국엔절대적으로긍정할만한것은있어도절대적으로부정해야할것은없는것이다.중국에서는흔히완전한것을원으로나타낸다.이는매우중국적이라는게요시카와의생각이다.원이라는것에는그반대가없다.원이아닌것으로는삼각형도있고사각형도있다.그러나그것은원으로귀착될수있는것이다.하지만다른민족의경우를보면중국과는달리완전한것을빛으로나타내고,그반대를어둠으로나타내는데익숙한민족들이많다.이런문화에서는어둠은어떻게해도빛에도달할수없다는사고방식이자연스럽게형성된다.그러나중국인의사고방식은그렇지않았다.이렇게따지고보면요즘세계각국의질타를받고있는중국의‘중화사상’이단순한우월주의가아니라그보다훨씬근본적인차원에서자라나서강화된정신적태도라는점을유념하게된다.

이번『요시카와고지로의중국강의』는이런차원의설명에서시작해오경과사서가점차적으로중국의지배이데올로기가되어,사상적·문화적·제도적으로펼쳐지고그에맞서사람들의습성과사고관이정립되고,이러한정립들이강고하게묶여물샐틈없는무의식으로까지장착되는과정을유감없이그려보이고있다.싫든좋든,중국을알기위해서는,중국의영향을받은한자문화권속의우리를이해하기위해서도필독서라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