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열여덟 살의 성착취, 그리고 이어진 삶)

악취 (열여덟 살의 성착취, 그리고 이어진 삶)

$13.50
Description
열여덟 살 미성년자 성착취의 기록들
‘지난 10년간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

여고생의 교복은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그날부터 내게선 악취가 났다
미성년자 성착취, 그 첫 기록
“18세 여고생. 학원비 때문에 구직 사이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이력서 공개. 1시간에 3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음. 20대 남성과 첫 만남에서 얘기 상대만 해주고 돈을 받아 만남을 지속. 생애 첫 성관계(성폭력). 6개월간 2명의 남성과 조건만남을 함. 이후 10년간 그 폭력의 기억과 자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함.” 이것은 한 여성의 지난 10년의 삶을 한 단락으로 압축한 것이다. 『악취』는 미성년자의 성착취에 대한 자전적 기록물이 없는 상황에서 거의 첫 책으로 쓰인 것이기에 단연 주목을 요한다. 저자는 성착취를 당한 고교 시절에 일기를 남겼고, 10년 후 고통스런 기억을 되살리며 책을 썼다. 시작은 차에서 옷 위로 몸을 조금 더듬는 것이었지만, 이후 장소는 남자의 집과 모텔로 바뀌었고 마침내 성관계까지 갖게 된다. 일을 겪을수록 울음과 원망과 자기비하의 폭풍 속에서 허우적거렸지만 한편 무감각과 체념도 생겨났다.

접근해온 두 남자는 체형과 외모가 달랐고, 소유한 차의 기종도 달랐다. 한 남자는 햇볕 가림막까지 친 반면, 다른 남자는 선팅조차 하지 않았다. 한 남자는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를 사줬지만, 다른 남자는 일식집에서 정성스레 스시를 포장해왔다. 한 남자는 크리스마스 날에도 선물을 주지 않았지만, 다른 남자는 평범한 날인데도 액세서리를 선물했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교복 입은 고등학생을 원했다. 두 남자 모두 손에 지폐를 쥐여줬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 저자를 성욕 쓰레받이로만 이용했다. 그 결과 저자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걸레년. 넌 걸레일 뿐인데 울긴 왜 울어?’라는 커다란 목소리와 불결한 냄새였다!

인간은 사건과 상황 속에서 자기합리화를 해야만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성착취에 어리석게 이용당한 사람이라도 매일 밥을 먹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도 꿈꿀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있는 자기합리화의 기제 때문이다. 저자는 집에 가서 더러운 흔적들을 씻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점점 몸과 마음에서 악취가 진동하자 ‘저들이 나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저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먹기까지 한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저자에게는 거짓 존재였고, 저자 스스로도 자신을 속이는 일에 지쳐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 조건만남을 중단했지만……

어떤 경험의 흔적들은 나를 지난 시간으로 되돌려놓지 않는다. 그 경험은 ‘폭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뺨을 맞는다거나 주먹세례를 받는 식의 폭력은 즉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것으로, 권력자-피해자의 관계가 선명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성추행과 성폭력에는 복잡한 기제들이 뒤섞여 있다. 게다가 미성년자는 아직 이것을 폭력으로 인식하도록 제대로 학습받은 적이 없고, 경험해본 적도 없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기억은 과거로 흘러가 되새김질 속에서 폭력을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이유다.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또래 남학생이 만지고 도망간 일부터 떠올리며 이 책에서 자기 생의 사건들을 재인식한다.

이 모든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고통을 엄청나게 증폭시키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게 늘 강요하는 일이다. 고통을 재차 떠올릴 것, 자기 피해를 입증할 것, 자기 과오는 정말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것, 사적인 경험을 공개적으로 나열할 것, 각종 혐오와 비난을 감수할 것……. 이런 강요를 스스로에게 하면서 저자가 기록을 한 이유는 자기를 되찾기 위함이고,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며, 잘못은 우리에게 있지 않고 저들에게 있다고 큰소리로 말하기 위함이다. 오늘도 인터넷 사이트를 열면 이런 문구가 도처에 있다.

“~ 할 여고생, 고딩, 고등어를 구합니다.”
저자

강그루

과거에,가정폭력을,성추행을,학교폭력을,성매매를,성폭행을,데이트폭력을,겪고,당하고,지켜보고,저지르고,다시당하고,당한사람.
지금은,겉으로투명하게내보일수있을만큼좋은것들로채워가는삶을꿈꾸고있습니다.
예를들면오랫동안좋아할수있는사람을,추억을,바람을.
첫책『악취』는제첫번째바람입니다.
저와같은아이들이더이상생기지않길바라는마음으로글을썼습니다

목차

추천서문악취를기억하고봉인하는이유·신박진영‘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정책팀장
프롤로그

1장은밀한삶
2장악몽
3장난도질
4장추락과구원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그날부터내게서악취가났다

고등학교2학년,친구들은모두입시공부에여념없었지만,저자(이후‘나’로지칭)는자격증을따서취업해빨리돈을벌어야겠다고생각했다.아침부터밤까지친구들은대학이면대학,전공이면전공을목표삼아한발한발앞으로나가는데,나는‘무슨학과를선택해야돈이덜들고빨리많은돈을벌수있을까’를고민했다.아빠는어렸을때부터귀에못이박히도록말했다.“돈이없으면반드시불행해.”그래서학교도서관에가서두꺼운직업백과사전을빌렸다.수많은직업리스트에서눈에띈건기술직이었다.100만원만있으면학원에다니면서자격증을취득한후성인이되자마자바로돈을벌수있다고설명돼있었다.
학원비가필요했는데문제는엄마아빠가이직업에반대한다는것이었고,그시절부모님의수입이변변찮았을뿐아니라딸에게아르바이트조차허락하지않았다는것이다(고깃집아르바이트를구했지만,부모동의서를받지못해할수없었다).몇달동안나는엄마아빠에게아르바이트를하게해달라고애원했지만들어주지않았고,결국조용히혼자해결하기로결정했다.‘몰래주말저녁아르바이트라도구해서해야겠다.’
나는구인사이트에이력서를공개로올려놓았다.하지만그곳에는생각지도못하게이력서를염탐하며들락거리는남자들이있었고,그것이내삶을완전히바꿔놓았다.그곳을통해나는돈을더빨리벌수있었지만,내몸과마음도더빨리폐허로내팽개쳐지는진창길로빨려들어갔다.
첫조건만남상대였던Z는20대의덩치큰남자였다.“안녕하세용그루양맞나요?구인사이트에서이력서보고연락했어용*^^*”이것이Z가보내온첫번째문자였다.두려움에답변을보내지않았다.하지만이후문자가계속왔고,Z가대학생오빠들과데이트만해도몇만원을벌수있다는말에나는빨려들어갔다.어느토요일7시에만나기로하자Z는“그루양,그날은데이트니까치마입고와요.교복도좋구요”라는문자를보내왔다.첫만남에그는고급승용차를끌고나왔고,손에들고있는지갑과신고있는신발,차키에걸려있는키링과운전석아래있는클러치모두명품이었다.누군가에겐교복이방패가될수있지만누군가에겐교복이표적이될수있다는걸그때는몰랐다.그렇게열여덟겨울,몹시추웠던날,오랜세월악취를풍길그길로빠져들었다.
첫날받은액수는3만원.바나나우유를사주길래먹었고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두번째만난날,Z는“오빠손따뜻해요.어서줘봐요”하며손만잡았고어른스럽게진학상담도해줬다.그런데헤어지면서한마디했다.“그루양,3만원너무적지않아요?잠깐애무만하면5만원받을수있는데어때요?학원비모아야하니까요.”
나는남자친구를사귄적이있지만그가말하는‘애무’가뭔지는몰랐다.나는다시기어들어가는목소리로뭘하는거냐고물었다.Z는그냥나를만지고싶다했다.‘그러니까어딜,어떻게?’
이렇게나는만날때마다질문을했고,그는행동으로보여줬으며,나는돈을받았고,집에돌아와몸을빡빡문질러가며씻었고,다시돈이필요해서만남을이어갔다.만남은주로공사장쪽에서이뤄졌다.그러던어느날Z는내가앉아있는의자를힘껏뒤로밀고힘겹게내앞으로넘어왔다.그런Z의모습은기괴했다.그큰몸을잔뜩구부려건너오더니이곳저곳을더듬는게꼭괴물같았다.자신의손으로자기부위를주무르고,낮게헐떡이며숨을몰아쉬고,휴지를꺼내며우윳빛액체를쏟아냈다.
이후Z는‘나’라는사람을게임으로생각했다.하나하나미션을달성하듯이.자기소개,손잡기,애무,삽입시도,섹스.차,집,모텔.Z는나만만난게아니고다른여고생들도만났다.내가가만히누워있기만하자그는다른여고생들과비교하기도했다.하지만일상이되자이런일에무감각해졌고,나는두번째대상인W까지만나면서점점더비참하고,외롭고,죽고싶었다.

내가자란환경은도처가위험했다

저자는조건만남에서빠져나오고난후에야이것이미성년자성착취임을인식했다.스스로도떳떳하지못했지만,가해자는분명그남성들이었다.이런인식의전환속에서저자는자신의경험을글로쓰기로결심했다.더러운과거로돌아가서똑바로직면하면빠져나올출구도찾을수있으리라.그런데시곗바늘은10년전이아닌열두살여름으로거슬러올라갔다.어느날길을걷던나를어떤남자중학생이쫓아왔다.당황한나머지집에빨리가려고걸음을서두르자그남학생의걸음도빨라졌다.두려움에휩싸였던나는아파트입구에도착해재빨리경비실안쪽을들여다봤다.하지만경비실에걸려있는것은“순찰중”이라는팻말.그틈을노려그중학생은한손으로내입을막고양팔을이용해나를끌어안았다.그다음나머지한손으로가슴을쥐어짰고,내반바지안으로손을넣어마구쑤셨다.첫성추행경험이다.
20대에서빙아르바이트를하면서식당손님들이함부로대하고성희롱을한일,잠깐만났던남자애가술취한나를길에눕힌일……이책은뉴스나신문에등장하는수많은일이한사람의인생곳곳에서벌어지고있음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누구는이글을보고똑같이비난의손가락질을하거나낙인을찍을지모른다.하지만저자는용감하게고백하고비판한다.겉으로투명하게내보일수있을만큼좋은것들로꽉채워진삶을살고싶어서.과거의나를용서하고나와같은아이들이더는생기지않기를바라는마음에서.
이책의추천사를쓴신박진영작가는자신이만나온수많은여성의목소리가이한사람의이야기에집약돼있을뿐아니라저자에게서강력한힘을느낀다며응원과연대의인사를보냈다.나도너처럼약하고무수한실수와실패를반복하지만악취는결코나의탓도너의탓도아니라고.악취를숨기지않고끝내추적이이글을완성해냄으로써수많은가해자가바로악취로인해괴로워해야할당사자임을가리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