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산 지 십 년 (레즈비언 부부, 커밍아웃에서 결혼까지)

같이 산 지 십 년 (레즈비언 부부, 커밍아웃에서 결혼까지)

$15.00
Description
타이완 퀴어 문학의 대표 작가 천쉐의 동성결혼 법제화까지 10년의 부부 생활
“우리는 당시 결혼할 때 했던 맹세대로 한결같이 상대를 지켜주고 곁에 있어주며 동고동락했다.
우리 결혼이 법적인 보장은 받지 못했을지라도 그 무엇보다 견고했다.”

1990년대 타이완 퀴어 문학의 경전으로 뽑힌 『악녀서惡女書』의 저자 천쉐의 레즈비언 부부 생활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5월 타이완 사법원의 이성 간 혼인제도 위헌 판결 이후 두 해가 흘러 2019년 5월 24일, 타이완은 비로소 동성 간의 결혼이 가능하게 된 동아시아 최초의 나라로 거듭났다. 저자는 2011년 짜오찬런과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우리는 2009년 두 친구의 참관 하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타이완에서 동성결혼이 마침내 법제화가 되었다. 이 책은 원제 『동성결혼 10년同婚十年』처럼 그 10년 동안의 기록을 담아 엮은 책이다. 천쉐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요리를 하고 식물에 물을 주는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기록하다가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동성 커플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천쉐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을 엮은 이 책에는 잔잔한 일상생활과 시간에 따른 다양한 변화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동반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뿐만 아니라 타이완의 동성결혼 법제화를 쟁취해내기 위한 험난한 분투의 기록물이다. 천쉐와 짜오찬런의 일상을 읽다보면 잔잔하고도 담백한 생활이 하염없이 부럽다가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사회를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피가 끓어오르기도 한다.
책은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별도로 페이지를 마련해 모든 성소수자의 하나같은 염원을 담아 녹였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차분히 들려주는 한편 사회를 향한 정치적인 호소도 담은 것이다.
저자

천쉐

1970년타이완타이중臺中에서태어나국립중앙대학교중문학과를졸업했다.1995년데뷔작『악녀서惡女書』가큰반향을불러일으키면서중화권의대표적인퀴어문학소설가로자리매김하게되었다.2011년제1회타이중프라이드퍼레이드홍보대사로활동하는등성소수자운동을꾸준히해왔다.타이완에서동성커플의혼인신고가허용된첫날인2019년5월24일짜오찬런과혼인신고를마쳤다.
지은책으로는『악녀서』『나비蝴蝶』『다리위아이橋上的孩子』『아무도모르는나無人知曉的我』『악마附魔者』『천사가사랑한생활天使熱愛的生活』『나같은레즈비언像我這樣的一個拉子』『친애하는공범자親愛的共犯』등이있다.
장편소설『다리위아이』는2004년중국시보中國時報10대우수도서로선정된바있으며장편소설『악마』는2009년타이완문학상진뎬金典상,2010년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올해의소설,제34회진딩金鼎상후보에올랐다.

목차

추천사

제1부출발
시작

만남
그냥너랑연애하고싶어
안개같은사랑
험난한연애의길
세뱃돈
이번에는꽉잡았어
천천히
전여자친구의메뉴
만들어보자
토스트같은너
일용품속에서
돌아왔구나
성실하게살다
바삭하게구울까아니면간장을더넣을까?
냉장고
육수
심플하게
양심
슬로라이프
커밍아웃,그이후
중년병
안경
우리
기침
너를위해노래할게

-왜동성결혼인가

제2부제와이프예요
제와이프예요
아이들은외롭지않아
세상이느리게변할지라도자신을위해노력하자
타인의호의
거리에서
2016년마지막날
진실
높은하늘광활한땅
우리는외롭지않아
밸런타인데이
점심에뭐먹었어?
요가수업
집안일
홀로선하나,자유로운둘
귀가의식
여정
잘만나고잘헤어지자
함께한지7년
빨래
둘만의언어를찾았다
아직늦지않았어
작은일의취사선택
오래오래
가족

-고마워,포기하지않아줘서

제3부10년후
진지한사랑
사랑이가져온변화
흰죽
거울
2017년11월어느날
진심
절친
왜나야?
너를만나지못했다면
다시연애를
드디어이해하다
고요하게
같이여행가자
반쪽
출구
이상적인휴일
다시태어난소녀A
축복
평화롭고조화로운동거상태
나는로맨틱하지않아
서명운동
사랑은단지좋아하는감정이아니야
악몽
고향으로돌아가투표하다
국민투표의밤
누군가너를사랑해
글쓰는일
2018안녕
2019시작
도서관에서의여정

-천천히동성결혼의길로

출판사 서평

험난한연애를끝내고

‘짜오찬런’은천쉐가지어준별명으로‘아침식사인’이라는뜻이다.짜오찬런은야간근무를자주나가는지라둘이함께하는아침상을항상거하게차렸다.책에는서술되지않았지만짜오찬런의원래직업은편집자로,퇴직한뒤카페에서일을하며간간이윤문작업을한다.짜오찬런이라는생활밀착형별명과달리이들의첫만남은소설가와편집자의관계였고업무적인성격이짙었다.2002년의첫번째만남을시작으로천쉐와짜오찬런은인연이되었다.천쉐의연애생활에서험난함이끝나고순탄함이시작된다는신호탄과도같은만남이다.그러니이책의기록은동성결혼에대한묘사일뿐만아니라더나아가저자자신의내면적인극복기라고도볼수있다.
어쩌면천쉐는짜오찬런의밥상으로고난을극복했다고볼수있을만큼이책의많은부분이짜오찬런의요리로채워져있다.스스로자신은덤벙대는스타일이라고평가하는천쉐는장보기부터상차림까지순식간에뚝딱해치우는짜오찬런을보며끊임없이경탄한다.

생선을굽고있던짜오찬런이부엌에서나와욕실로들어가는모습을봤다.
“굽는동안일단씻어야겠다.”
“내가생선보고있을까?타지않도록.”
나는다급히물었다.생선이프라이팬에서지글지글구워지는소리가들렸다.
“그냥잠깐만봐줘.건드리지는말고.”
그녀는세수를하고나와생선을예쁜모양으로뒤집었다.
‘구울동안얼른로션을발라야겠다’하고는다시주방을떠났다.
“시간잘활용하네!”
감탄이절로나왔다.만약나라면부엌에내내붙어있어도생선을다태워버렸을것이다(그나저나나는생선을구워본적이없다.너무자극적이라내심장이못견딘다).
“이건아무나할수있는게아니야.어린애는배우면안돼.”
그녀는웃으며말했다._50쪽

세월정호-평안한생활과안정적이고건강한것이최고다

요리하고식물에물을주고글을쓰는일상속에서서로의평형점을찾아나가는부부.이들은바쁜현대사회를살아가는사람들의로망을그대로실현시킨다.천쉐는힘든젊은날을지나안정적인생활을만끽하고있다.험난한연애생활에마침표를찍고배곯는시절을지나적게벌고적게먹고적게쓰는라이프스타일을찾아냈다.
가족에게커밍아웃하는행위는대부분의성소수자에게가장큰난관이다.그래서짜오찬런의가족이천쉐를진정한가족의구성원으로인정하는부분을묘사하는대목은유토피아적이기까지하다.1부에수록된‘세뱃돈’에는짜오찬런의사촌오빠를시작으로소문이난짜오찬런연애소식에총출동한세고모와시어머니를볼수있다.조카며느리인천쉐를환대하고천쉐에게따뜻한포옹을건네는네어르신들의모습을보면푸근해진다.심지어저자자신도모르는음식취향을집어내는천쉐의시어머니는두커플의든든한지지자다.요리를주로하는사람은짜오찬런이지만이부부의식탁에가장자주올라가는재료는바로‘천쉐시어머니’의음식이다.시어머니의크로켓이세계최고라고말하는천쉐는더할나위없이행복하게살고있다.

“그냥결혼이하고싶을뿐인데,왜이렇게힘든걸까?”

둘이함께쌓아온것을상대가이어받을수있어야한다.이때,둘이서함께하기로한평생의약속은우리를보호해주지못한다.진실된축복도우리를지켜주지않는다.반대로,굳센법률의개입은우리가노력해세운보금자리를앗아갈것이다.함께지내며쌓아온사소한모든것은잔인한법앞에서아무것도아니게된다.따라서동성애자는결혼을해야한다.합법적인혼인관계가필요하다._83쪽

이책은천쉐와짜오찬런이혼인신고를하기직전까지의기록이다.둘은시장을가도여행을가도친구들과함께있을때도모든순간이더할나위없이행복하다.하지만괴로움도있다.특히몸이자꾸말썽을일으키는천쉐를가장괴롭히는곳은병원이다.수술시보호자는반드시친족관계여야한다는간호사의말에짜오찬런이아닌남동생을불러야하는상황은성소수자의어려움을고스란히드러낸다.또한이커플은변변찮은형편이지만유사시서로에게재산을물려줄수도없었다.천쉐는이런부분들이하루빨리법제화를통해사라져야한다고호소했다.특정나이차이를기피한다든지,타이완본성인과대륙에서건너온외성인간의결혼을금기시한다든지하는과거의악습도결국법률이먼저선두에서줬기때문에사라질수있었다고말한다.
타이완은이제동성결혼이법제화되었고,천쉐와짜오찬런은법적인부부가되었다.짜오찬런은이제병원에보호자로서갈수있고,둘은서로에게유산을물려줄수도있게되었다.이책을읽는우리는어쩌면아주느리게굴러가지만순식간의격변도가능한것이이세상의이치일지도모르겠다는생각까지하게된다.그럼에도모든것이쉽게하루아침에바뀌지는않는다.천쉐가글을마무리할당시에도타이완헌법재판소에서현행혼인법이위헌판결이났다는것을제외하면동성애와동성결혼에대한타이완의모든상황은한국사회와별반다르지않았다.실제로타이완은위헌결정이후보충시행법이미처마련되지못했을때동성결혼에관한대국민투표가부쳐져동성결혼법제화반대에더많은표가쏠렸다.
천쉐는사법부의수정시행령이나오기전,2019년5월24일에는꼭혼인신고가됐으면좋겠다는바람을마지막으로글을마무리한다.그리고우리모두가아는것처럼무사히동성결혼법제화에성공했으니마침내지면밖의해피엔딩으로책은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