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폭력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여섯 개의 폭력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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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짓밟힌 어린 시절과 십대의 시간들은 기억 속에서도 결코 우리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여섯 개의 폭력은 한때 여섯 명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에게 제 위치를 찾아주려고 이 글들을 써나간다.
서문을 쓴 은유 작가는 이 책을 여섯 개의 자책, 여섯 개의 외면, 여섯 개의 용기로 읽었다. ‘왜 하필 나인가.’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치미는 첫 물음은 이것이다. 둘째, 외면. 모든 폭력은 가해자, 피해자의 이자 구도가 아니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 있을 때 성립된다. 여섯 명의 필자는 지나가는 아저씨, 주변 어른, 부모,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결국 어른들의 공고한 침묵과 외면, 무감각으로 아픔은 더 커졌다. 셋째, 용기. 고독과 고통의 담금질을 견디고 나온 이야기는 언제나 진실함으로 압도한다. 필자들은 과거를 똑바로 직시하고 두려울 것 없는 대담함으로 써내려갔다. 따라서 『여섯 개의 폭력』은 여섯 사람의 용기에 빚을 지는 가운데 “어디선가 숨어서 울고 있을 많은 승민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자기 존엄을 지키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타인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임을 다시 한번 뼈에 새기도록 한다.
저자

이은혜

인문출판사글항아리편집장.대학과대학원에서정치학을전공했고,3년6개월간학술기자로근무했다.기자생활을하면서『최고의고전번역을찾아서』(전2권),『한국의미,최고의예술품을찾아서』(전2권),『한국의美를다시읽는다』등을기획했다.글항아리창립멤버로인문학·사회과학·과학·예술등다양한분야의책들을섭렵하며15년여간기획과편집을해왔다.제54회한국출판문화상편집상을받았고,〈서울신문〉과〈한겨레21〉에칼럼을기고하고있다.저자들의탄생,발전,만개,죽음을모두지켜본최초의목격자이자조력자이다.앞으로도책을써나갈그들을더잘돕는사람이되고싶다.

목차

머리말:여섯개의고통-은유작가

1장열여덟살의학교폭력,28년후의기록-이은혜글항아리편집장
2장아픔이같은방향으로흐른다면-황예솔작가
3장아들이죽었다,학교폭력을견디지못하고:2011년권승민군의학교폭력에대하여-임지영고등학교교사
4장장애가족혐오와소외의기억:가정폭력과학교폭력에서살아남은생-조희정사회복지사
5장그들은왜하필나를괴롭히기로했을까?-이모르작가겸크리에이터
6장1984년의봉인된기억-김효진마르코폴로편집장

맺음말폭력이라는전염성-이정식작가

출판사 서평

이책은여섯명의필자가십대시절에겪었던학교폭력에대해다룬다.여섯명은각자여섯가지고통을겪었고,그중다섯명은터널을빠져나와‘무사히’어른이되었다.그리고나머지한명은어른이되지못한채죽었다(그의폭력에대해서는유족인어머니가대신집필했다).현재작가,유튜브크리에이터,사회복지사,출판편집자등으로살고있는이들은10년,20년,30여년전의이야기를꺼낸다.학교를떠나서도폭력의그림자는마음속에서어른거려몸과정신의증상으로불쑥튀어나오곤하기때문이다.
모든폭력은피해자를무기력과체념으로내몰지만,어린시절의폭력은학교라는공간을떠날수없는상황에서가해자와방관자들이뒤섞인공간에머물러야한다는점에서특히힘든면이있다.
이들각자의삶속으로들어가보면우리가교실에서흔히봐온아이들이말못할고통에놓여삶을접을까,말까를고민하고있다.이모든일은‘장난’이라거나혹은‘그냥싫어서’자행됐으며이후피해자와가해자가모두학교를졸업했기에사과와용서같은일은이뤄지지않았다.그시절학교폭력을당하지않은이들은우연히운이좋았던것일수도있고,혹은자기의지와상관없이방관자가되기도했을것이다.선생님이나부모가보호자역할을할수있었을지모르나그들은종종무대바깥의관객이되거나때로는가해의무리에섞이기도했다.
인간은기억을추억으로삼아삶을일구는존재다.하지만기억을지워야만살아남을수있는사람들이있다.

가난해서,공부를잘해서,뚱뚱해서,수줍음타서…

학교폭력을가하는이들은저마다하나둘이유를댄다.교실속수십명아이속에서유독어떤아이가눈에거슬리거나마음에안드는것인데,책속여섯명은‘성적이좋아서’‘수줍음을많이타서’‘게임아이템을도난당해서’‘장애인의동생이라서’‘뚱뚱해서’‘만만해서’등의이유로괴롭힘을당했다.
“성적이K보다좋았던나는교과서와참고서를압수당해찢기곤했다.성적표가나오는날엔폭력이자행됐다.주로폭언과발길질이었고,그다음시험성적을낮추기위해학교를파한뒤나를자신의집으로데려가공부를못하도록저녁9시까지놔주지않았다.”학교는하나의‘사회’로서권력과위계가작동하기에서로가가진것을빼앗거나혹은제거함으로써자신이남보다더우월하다는것을확인하는곳이기도하다.가해자는피해자의성적을낮춰야만자신이올라설수있기에성적을감시했고,공부를못하도록막을수있는온갖묘안을짜냈다.피해자는몇번이고그폭력속에서탈출하려했지만가해자는이런피해자에게자살해버리겠다는등위협을가해다시굴레를씌워나갔다.
수줍음을타는아이는자기주장이강하지않아무리를지으면서우리편으로만들기도쉽지만배척하기도쉬운대상이다.쾌활한아이는다가와말을걸고친하게굴다가도뭔가자기심기가불편해지면수줍음타는애를화장실에데리고가밀치며위협한다.그애는“기분이나쁘면락스냄새가나는화장실로불러말도안되는걸트집잡고사과를요구했다.반박하는날에는말대꾸를했다며손가락으로이마를툭툭쳤다.나를왕따로만들거라고했다.아무도나를좋아하지않을거라고,앞으로다시는친구를만들지못하게할거라고말했다.”피해자는그게너무무서워아무말못했다.그애마저잃으면친구가없을것이기때문이었다.
뚱뚱하거나안경쓰거나여드름이난아이는청소년기에흔한모습이다.하지만이셋이결합된데다소심하기까지하다면남자아이들세계에서는살아남기힘들지도모른다.더욱이특출난재능(그림그리기)까지겸비해뭔가얻어낼것이있다면전교‘짱’인아이가자기‘밥’으로삼기에적당할지모른다.그때부터피해자에게는그림을그려달라는주문이쏟아지고,빵셔틀은물론,돈을뺏기는일이다반사였다.‘병신새끼’‘돼지새끼’라는욕설은예사로들었고,코딱지를먹어봐라,실내화를빨아와라는요구를받으며온갖굴욕을당했다.가해자는왜이런짓을저질렀을까?놀랍게도“걔는괴롭히는맛이있다”는게그이유였다.
누나옷을물려입는가난한사내애는힘을과시하는아이가데리고다니며자기가방을들게하고심부름을시키기에딱좋다.중1때그런친구에게걸려든피해자는학교가너무가기싫었지만,그보다더싫고무서웠던것은학폭피해를부모님이나선생님께설명하는일이었다.가해자는영악한아이였으므로그를표나게때리지않았다.옷을걷어야확인되는옆구리,허벅지,무릎아래조인트같은데를때렸다.심지어『고문기술』같은책을읽으면서주변아이들을괴롭히기시작했는데,피해자는가장마지막까지그괴롭힘의대상으로남겨졌다.

이중폭력에서살아남은생
끝내어른이되지못한아이

인류역사에서오래전부터혐오의대상이되어온장애인은그자신이폭력의대상이될뿐만아니라형제들또한가족이라는이유로같은처지에내몰린다.지적장애인오빠를두어서초등학교시절부터놀림을받고무리에서배척된여자아이는20대가되어수면장애와우울증을앓았으며학교폭력의여파에서헤어나오지못했다.몹시힘들수밖에없었던점은학교를빠져나와집에가면가정폭력을직면해야했고,다시가정폭력을피해학교를가면선생님이나아이들이가해를했던것이다.
“옷을못입어서,집이거지같아서,오빠한테장애가있어서학교에서는나를조롱거리로삼았고,남들은나와짝꿍이나조원이되는것을꺼렸다.이런일은수업시간에도그칠줄몰라,선생님눈을피해의자에압정과본드를놓는행동으로나아갔다.”
특히같은학교에다니는오빠의보호자역할을해야했기에피해아이가진짐은너무무거웠다.주변어른들은‘착한동생’이라는타이틀을붙여줬지만,오빠때문에학교폭력을당하고오빠를잘못챙겼다는이유로가정폭력을당했기에오빠를원망한나날이많았다.그래도이아이는선생님만은내편이돼줄지도모른다는생각을잠시했다.하지만학교의왕따와가정폭력을솔직히기록한일기장을읽은선생님은별말없이‘참잘했어요’도장만찍어주셨다.과연담임선생은아이가당하는학교폭력과가정폭력을알지못했을까.
다섯명의피해자는그래도살아남아어른이되었고현재자기삶을역량껏꾸리고있다.하지만한명만은피해사실을자기목숨을담보삼아알렸고,더는이세상에존재하지않게되었다.2011년12월20일의일이다.아이의엄마임지영씨는그날부터‘대구에서학교폭력때문에자살한중학생권승민군의엄마’로불린다.아들은중2가되면서새친구들을만나컴퓨터게임을같이하게되었다.어느날친구부탁으로아이템을대신키워주다가아이템을도난당하는사건이생겼고,그때부터동급생(가해자)들로부터금전적인배상을하라는협박을받기시작했다.폭력은강도를더해신체폭력과언어폭력으로이어졌고고문을당하기도했다.2011년한겨울의어느날아이는가족에게까지위해를가하겠다는가해자들의협박을받으면서자신이살던집에서뛰어내려스스로생을저버렸다.
아이의엄마인임지영씨는그자신이고등학교교사이기도해자녀의죽음이후에도이를상기시키는학교라는곳에매일출근을해야한다(하지만교사로서여전히아이들을사랑하는마음이더크다).그녀는“이런날이오게될줄은알지못한채아이를낳고,학교에보냈다.나는그죽음을받아들일수없어울지않았고,가슴속으로만절규하며지내왔다”고말한다.이책에서그녀는사건이후10년동안의일기뭉치를꺼내놓는다.잘울지않는그녀는일기에서울고,가해자들의사과없음에원통해하며,용서하지못하는자신을힘들어한다.하지만그녀가현재죽은아들을위해할수있는가장큰일은기록이기때문에계속해나간다.
피해자들은피해사실만으로도버틸수없을만큼힘든데,가해자가제대로사과하지않는데다주변사람들이저마다내리는판단으로감당할수없는비극으로빠져들기도한다.쉽사리‘용서’라는말을꺼내고쉽사리‘냉정’하다는딱지를갖다붙인다.임지영씨는이런일이다시는일어나지않도록아들의유서를언론에공개했고,수많은인터뷰를통해학교폭력의중대성을알리는역할을계속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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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쓴은유작가는이책을여섯개의자책,여섯개의외면,여섯개의용기로읽었다.‘왜하필나인가.’폭력을당하는아이들에게치미는첫물음은이것이다.둘째,외면.모든폭력은가해자,피해자의이자구도가아니다.가해자,피해자,방관자가있을때성립된다.여섯명의필자는지나가는아저씨,주변어른,부모,선생님께도움을요청했지만그들은대수롭지않게여겼고,결국어른들의공고한침묵과외면,무감각으로아픔은더커졌다.셋째,용기.고독과고통의담금질을견디고나온이야기는언제나진실함으로압도한다.필자들은과거를똑바로직시하고두려울것없는대담함으로써내려갔다.따라서『여섯개의폭력』은여섯사람의용기에빚을지는가운데“어디선가숨어서울고있을많은승민이들”에게위로를건네며,자기존엄을지키는가장정직한방법은타인의존엄을지켜주는것임을다시한번뼈에새기도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