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20세기란?1911년부터1976년까지
이책의취지는제목인‘단기20세기:중국혁명과정치의논리’에압축되어있다.일단논의대상이되는시기는20세기다.여기에단기를붙임으로써사전적의미에따라기계적으로100년을단위로이루어지는‘세기’의시대구분을거부한다.단기로규정한중국의20세기는1911년무렵부터1976년까지다.이두해에는각각신해혁명이발발했고문화대혁명이끝났다.‘혁명’은이시기의시세를규정하는개념이다.‘정치’는단기세기를혁명의시대로만드는역사적행위다.더나아가‘정치’는저자가단기로규정한20세기중국을조망하는작업에의미와생명력을부여할규범적행위로도자리잡는다.중국은혁명의시세가발생한장소이면서국경내에만한정된장소가아니라세계체제의지정학이전개되는장소이자20세기의시세와행위를사유하는장소다.따라서이책은시간과장소를미리설정하고해당시기의사전을서술한편년사가아니다.세기,중국,혁명,정치의의미를역사적사실에근거해서성찰하고재정의하며새로운논리를제시하는사상서다.
대표적으로저자는세기자체가20세기중국에도이물이고그자체가그이전시대부터적용된개념이아니라20세기의발명품이라주장한다.이에따르면세기는정확히그의미가20세기만적용된다.이러한세기/20세기는그자신을이전시대와구분하고새로움으로스스로를정의한한‘근대와’성격이같다.
20세기중국혁명에서‘문화’의의미
제목에는없지만저자의문제의식을대변하는핵심개념은‘문화’다.책에서저자는문화와정치의연관을수차례강조한다.여기서‘문화’는20세기중국의정치행위의성격을규정하는속성이자정치적실천의목표이고앞으로정치의생동감을유지·강화하는동력이다.역사적으로단기20세기의초반과후반에‘신문화운동’과‘문화대혁명’이자리를차지하고있지만기표만같을뿐이다.둘에서의문화는성격도다르고저자의취지도여기에국한되지않는다.그대신20세기중국에서문화는20세기의새로운중국을만들려는행위전체를대변한다.따라서문화는20세기중국혁명의논리가혁명을구성하는좁은의미의정치,국가,정부,계급의권력행위를뛰어넘는다.왕후이는그러한사유의근거와자원을1910년대문화논전과1960년대의대중노선등에서광범위하게찾는다.이렇게문화가개입한정치에서는청년문제,여성해방,노동과노동자,언어와문자,도시와농촌등의문제가‘문화’의범주로들어와서정치를창조의영역으로만드는정치화가이루어진다.그리고그정치화를이루고발전시키는현실의동력은중국의사회주의혁명실천의경험이남긴대중노선과대중운동이다.왕후이는2012년에『문화종횡』의‘문화자각’특집에발표한글에서문화적자각을‘현재의발전모델과이데올로기에문제를제기하고새로운세계의서막을여는것’으로설명한다.이러한문화자각의대상은현재세계를지배하는자본주의적발전모델,신자유주의다.따라서왕후이는일관되게‘문화’를현실에개입하고현실을변화시키는동력으로사유한다.이런논리에서‘문화’는정치,경제로의종속에서해방되고오히려이들영역에서발생하는문제를해소하고긍정적진로를구축하는역할을부여받는다.
정당,국가,계급의탈정치화비판
문화를정치에활력을불어넣는영역으로사유하는동안기존관념에서정치의주된행위와계기,행위자로여겨진요소들은비판받는다.그것은바로정당,국가그리고본질주의적으로경직된계급이다.이들기존의정치적요소가범한잘못을왕후이는탈정치화라고지목한다.탈정치화란“정치활동을구성하는전제와토대인주체의자유와능동성에대한부정”이고“특정한역사적조건아래서정치주체의가치,조직구조,지도권의해체,특정한정치를구성하는대결관계를전면적으로없애거나이대결관계를비정치적인허구적관계속에놓는현상”이다.탈정치화도정치형식의일종이지만문화와상호작용하며활력을띠는정치와는거리가멀다.20세기중국에서탈정치화의사례는광범위하게지적된다.문화대혁명에서파벌투쟁으로변질된대중운동,개인숭배,문혁종결이후중국의1960년대에대한부정과외면,개혁개방기중국사회구조의줄기를이룬현대화,시장화,세계화,발전,성장,소강小康,민주등개념들,혁명과의고별,신자유주의국면에서노동자·농민계급주체의소멸,국가와그주권형태의전변,정당정치의쇠락등이여기에해당한다.여기서눈에띄는것은흔히정치행위의핵심으로간주되는파벌투쟁과이것에잠식된문화대혁명을탈정치화의사례로지목했다는사실이다.이는정치에대한왕후이의독특한해석에서비롯한다.
‘정당-국가’의동일체현상과대표성의균열
앞서말했듯탈정치화를초래한주범은기존정치영역의핵심요소들이다.그중에서왕후이는정당과국가를지목한다.그이유는정당운동이사회적관계를제대로반영하지못하고국가,정부와거의동일체가되었기때문이다.사회형식과정치형식의탈구는‘대표성의균열’
로개념화한다.이는선거를기반으로한서구의정당과노동자정치를표방한중국모두에해당한다.대표성구현대신국가권력획득에만관심을두고국가와정부의메커니즘이정당정치를점차잠식하는현상을‘정당의국가화’라정의한다.그리고중국의정치적특징으로지목되는‘당-국체제’가실질적으로는‘국-당체제’라고비판한다.이를극복하는방안으로는재정치화와포스트정당정치를제안한다.재정치화는문화와정치가결합하면서그싹을틔우고정치공간과정치생활을활성화함으로써구현된다.그과정에서는현대자본주의내부의모순과불균형에관한재분석이필연적으로동반된다.이처럼재정치화논의는정치개념과중국현대사에대한재해석을수반한다.
‘제물평등’을사상자원으로재정치화논의
왕후이는평등개념을재정치화논의의논제로추가한다.여기서는기존의평등개념을기회,분배,기본능력의평등으로구분하고,이개념들이모두자본논리의‘물화’경향을벗어나지못한다고지적한다.뒤이어평등개념을재구성할수있는사상자원으로장타이옌의‘제물평
등’을제안한다.제물평등은불교유식학과장자제물론을활용해서형성된평등관이다.제물평등의핵심가치는사물의기계적균일화를지양하고차이를기계적으로없애는것이아닌사물각자의차이그자체를인정하는것이다.여기서는사물의독특성과독립성을전제로하고이를그대로보전할것을지향한다.또한제물평등의범위는인류에만한정되지않는다.그대신인간을자연사의내부에서관찰해서인간과사물의일방적통제관계를해소한다.이러한제물평등을실현한현실적계기로는인류와사물의동등한관계를지향하고발전주의에대항하는생태주의,차이평등을실현하는‘민족지역자치’가거론된다.제물평등의차이평등을실현할사회체제로는왕후이가예전에제안한트랜스시스템사회가제시된다.
이상의개념재정의이외에20세기중국의역사적기억은재정치화를모색하는사상자원으로활용된다.재정치화의핵심은주체의능동적행위다.이를발휘할수있는역사적근거로마오쩌둥시기의대중노선,각종당내의이론토론및사상논쟁을제시한다.사회주의시기조직을건설하고정치를지탱한이러한기제들은현재의실패한‘노동자국가’와쇠락한‘계급’,약화된대표성에는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과거1910년대문화의영역에서정치주체로호명된노동자,여성,청년의정치적능동성과주체성역시신자유주의가지배하는탈정치화시대에는쇠락했다.신자유주의시대새롭게등장한계층으로신노동자(농민공),신빈민을점검하지만이들의대표성은정치공간에서보장되지않고이들은정치적활력도미약해서능동적주체로자리잡거나스스로를조직할가능성도미약하다.짧게지나간혁명시대인20세기이후진정한정치화의기운이쇠락한현실이다.
신자유주의체제자체비판하지않은것은한계
중국역사해석에는지정학적관심도작동한다.이에따라중국을단일한영토국가가아닌제국주의가지배한근대세계질서,동서냉전,신자유주의적세계체제와연관된운동이일어나는장소로해석한다.마오쩌둥의신민주주의론은홉슨,레닌의제국주의론과함께20세기제국주의론을구성하는사상적유산이다.또한량치차오의세기론,소년중국설,일본사상가고토쿠슈스이의시대인식,19세기적가치로그자체를비판한장타이옌과루쉰의사유역시당시중국과아시아의세계인식을보여주는중요한유산이다.냉전시대의비동맹주의노선,한국전쟁참전(항미원조)등은식민주의와제국주의패권에맞서는운동으로제시된다.같은맥락에서대만에서사회주의운동에대한기억의소실,통일파의쇠퇴는탈정치화현상의일부로해석된다.해바라기운동에서는대만에서정당과사회형식의탈구로조성된대표성균열을포착하고서비스무역협정에만주목하고신자유주의체제자체를비판하지않는점은한계로지적한다.중국및대만,아시아문제에대한지정학적접근은제국주의,냉전,신자유주의시대지역의문제를읽는한중국지식인의관점을보여준다.
단기20세기경험의보편성과잠재력
왕후이는위와같이20세기를사상대상으로삼아혁명시대의역사적·사상적유산을점검하고능동성과주체성을갖춘정치가형성되어야한다는지향을드러낸다.정치성의복원을위한사상적상상력은19세기에서구에서들여온서구사상을참조하면서도그범위를뛰어넘은근현대사상의유산에서가져온다.이는1980년대부터왕후이가그사유의싹을틔운근대에맞서는근대의이념과연관된다.신자유주의체제비판은1990년대부터이어진정치적문제의식의연장이다.현대중국의역사적기억위에서제국주의,냉전,신자유주의세계체제를성찰하는작업은아시아역사를통해세계역사의문제를포착하고그역사상을재구성하고21세기신제국질서와논리를극복하고자한『아시아는세계다』의문제의식을잇는다.이책에서는세계사속에서중국역사가갖는독특한성격과의미를좀더부각시킨다.20세기중국의정치와혁명의경험은신자유주의,서구의19세기식사상과체제를초월하는상상을가능하게한다.이러한사유를거쳐왕후이는중국의단기20세기가홉스봄의단기20세기와다르다고말한다.그에따르면,홉스봄의단기20세기는양차세계대전과냉전을거치며일련의실패로구축된다.반면중국의단기20세기는자신의새로운문화를창출하기위해분투한시기로능동적정치성의유산을남긴시기다.굳이유럽과비교하자면19세기에비견되는‘독립되어있고명명하기어려운시대’다.이런맥락에서왕후이는“20세기의문화적·정치적유산을다시거론하는것은단순히이미철지난실천으로돌아가는것이아니고그것이품은보편성이나미래의잠재력을발굴하는것”이라며자신의사상작업의의미를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