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김무명들이 남긴 생의 흔적 | 양장본 Hardcover)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김무명들이 남긴 생의 흔적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가출 청소년, 빈곤, 동성애 혐오, 교도소, HIV 낙인……
사회에서 호명되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
그들을 불러내 빛을 비추는 삶에 관한 이야기

감염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HIV 감염인들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다
그간 많은 매체에서 이정식 작가를 인터뷰하며 그의 생각과 작품 활동이 드러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무언가 입 밖으로 말하는 순간, 그의 이미지를 소비하거나 그에게 덧씌워진 낙인을 더 강화하는 일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설명하자면, 이정식은 10대 시절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집을 나와 시설에서 지냈던 가출 청소년이고, 빈곤한 삶을 살면서 장애인 활동보조를 했으며, 동성애 혐오의 시선과 언어들을 감내하면서 이를 시각언어 작품으로 승화시켜왔고, 병역거부로 교도소 생활을 했다. 2013년에는 HIV/AIDS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이를 감추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이 책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을 통해서다. 미술 작가에게 1인칭 에세이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 수 있다. 자기주장보다 예술을 통해 관객이 경험하고 판단력을 얻도록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의 욕망은 더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강력한 힘이 있다. 새로운 관계를 맺길 바라고, 이야기를 하는 데 능한 작가는 자기 어머니(이은주)를 인터뷰이로 내세워 자신을 인터뷰하게 만들고, 그런 가운데 자신이 엄마가 되고 엄마가 자신이 되어 독자들에게 상상해보지 못한 삶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만든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한 번도 내 삶이 아니었던 것을 경험하거나, 혹은 당사자로서 사회 밖으로 밀려나 체계 안으로 편입되지 못했던 자신을 안으로 끌어당겨 스스로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살면서 사회로부터 원천적으로 부정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노동을 하면서 안전을 위협당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회는 오히려 쉽게 가해자를 동정한다는 것을. 아픈 사람이 병원에서 쫓겨날 수 있고, 학업 성적이 나쁘거나 가난하면 어른들이 쉽게 보호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을. 그처럼 이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일들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될 것이다. 특별히 후각이 열리는 그의 아름다운 문체를 통해.
저자

이정식

1987년대전출생.서울에서시각예술가로활동하고있다.텍스트를쓴후이를출판,영상,설치작업등으로제작한다.《숨바꼭질:눈길,귀엣말》《넥스트코드》《이정식》《김무명》《NOTHING》등의전시에참여했다.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발,서울독립영화제,인디포럼등에영상작품을출품했고,2018년영화진흥위원회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다큐멘터리단편신인부문에선정됐다.지금은군피해치유센터어머니들을인터뷰중이다.그중일부가『에픽』2021년여름호에실렸고,향후이주제로전시를열예정이다.PL(PeopleLivingwithHIV/AIDS)이라는상황에놓인그는“사회적소수자와같이통속적이고전형적이기쉬운소재들에구심의강도를더하고호소력을얻는”작품들을선보인다고평가받는다.

목차

추천의글
분노가이야기가될수있다면|나영정인권활동가
시선으로사람을살릴수는없지만:고통과외로움의연대로서글쓰기|남웅퀴어활동가

1부이정식과주변사람들의생
바다의입
어떤문장들이쓰여있는걸까
편지
계단을올라가면
검은얼굴

2부김무명
1985년출생.2017HIV양성
1989년출생.2016HIV양성
1988년출생.2016HIV양성
1993년출생.2017HIV양성
1982년출생.2009HIV양성
1968-2015
1966년출생.2004HIV양성
1964년출생.2010HIV양성

출판사 서평

어둠을통해삶의긍정을보는사람들

이책안에는작가지인들의이야기가나온다.그들의살아생전모습뿐아니라죽음의양상이어떠했는지가.그지인들은평범한청년들이었을뿐인데,신문사회면기사로등장하곤했다.작가는올해들어벌써네번의부고소식을들었다.
친구‘하나’는눈이예쁘고체구가작았다.그작은몸은그러나단단해보였다.그녀는타인에게상처가되기쉬운말은하지않았고약한사람을돌볼줄아는사람이었다.언젠가저자는캐나다몬트리올에갈일이있었다.출국전날친구가전화를걸어와“하나가죽었어”라며부고를전했다.수술비때문에일본에서일하고있던하나는손님과2차를나갔는데행방이묘연해졌고,그후상반신이불에탄채발견됐다.하지만이후범인이잡혔는지에대해서는아무도알지못한다.작가는세상이그의죽음에대해한마디도하지않는게이상했다.알고보니하나는HIV감염인이었고,그녀의부모는자식이이상한사람들과어울려지낸사실이알려지는게두려워모든이야기의경로를차단했다.그때작가는결심했다.“이런말도안되는일이어디있어?언젠가내가꼭하나의이야기를사람들한테들려줄거야.”
한때한국의트랜스젠더상당수가일본삿포로,신주쿠,요코하마,나고야,후쿠오카로건너가성노동을했다(현재는일본경기가안좋아동남아인들이한다고한다).이들은그곳에서‘미스코리아’라고불렸는데,수시로살해협박에노출되곤했다.하나도그런사람중한명이었다.
저자는하나를사회구성원으로인정하지않았던그들에게하나를드러내어각인시키고싶고,동시에무명으로사라지는동료감염인들에게이름을되돌려주고싶어자신에게남은에이즈치료제와주변HIV감염인들에게서얻은약을녹여캔버스에바르기시작했다.그리고그것은하나의작품이되었다.

세상의수많은이은주들

이책에서인터뷰이로등장하는이은주라는인물역시눈여겨볼만하다.작가는어머니이름이은주를빌려와자신에게말걸도록,이야기를끌어내도록만든다.책에서술되는그녀의생은사실그녀자신의것도있고,아들이정식의것도있으며,일부는주변인의것들도있다.우리가주목해서봤으면하는,주변에서직접목격한마이너한삶들을작가는‘이은주’에담아놓았다.
그녀는한때술집에일을나간적이있다.거기서같이일했던사람들은이름이아닌숫자로불렸다.손님들앞에서는외모와대기줄의순서대로1번,2번,3번이라불렸던것이다.대기실의빨간소파는담뱃불이떨어져구멍이숭숭나보기흉했고,방안은늘담배연기로자욱했으며,가늘고높은허무한웃음소리가울려퍼지곤했다.이은주는그들과말을섞고싶지않았다.그들의사적인이야기를듣고싶지않았던건물론그들에게자기이야기를하고싶지도않았다.가게밖을나서는순간서로를지워야좋을관계니까.
그곳에서돈을벌어야했지만마음은반대로손님에게호명될까봐늘불안하고안절부절못했다.지하의가게를찾아온남자들의얼굴과그들특유의시선에서는습한냄새와맡기싫은냄새가같이떠올랐다.
한강을바라보면자살충동을느끼곤했던이은주는한때고시원에살기도했다.그녀는경제적인고립이란단순히못먹고못마시는게아니라고말한다.그건점차웃을일이사라지고굳어버리는얼굴속에마음은늘누군가를향해날카로움을품는것이라고한다.그시절그녀는거울을보다가문득이런생각을했다.“시선으로사람을죽일수있다면거울속내모습을가만히들여다보는것도좋겠다”고.

사회에서호명되지못한김무명의삶들

책2부에나오는8명의김무명들의삶은주목할만하다.1964년생부터1993년생까지나이도다르고,성별도다르다.7명은현재감염인으로서삶을영위하고있고,나머지한명은2015년에고인이되었다.수동연세요양병원이란곳이있다.이곳에서는에이즈환자들을치료해준다고하는데,사실상치료는거의없고갇혀서돌봄을행하는이들로부터혐오와경멸의시선을감내해야한다.2015년에죽은김무명이바로이곳에있다가쫓겨나고향으로돌아가목숨을저버린사람이다.
8명의목소리에하나하나귀기울이게된다.“감염된이후에는자살을생각할수가없더라고.내가죽고나면엄마가내감염사실을알아버리는건아닐까그런생각을한거지.엄마에게HIV에감염된자식을둔게나을까,자살한자식을둔게나을까.둘중슬픔의무게는어떤게더무거운걸까.더가벼운선택을해야겠다는생각을한거야.난엄마에게짐이되고싶지않거든.”(1985년생,2017HIV양성)
“하나님께뭔가잘못된것아니냐는질문을얼마나많이했는지모르겠습니다.문란함은상대적이고절대적인기준이없지만횟수로문란함을말할수있다면전그것과는거리가멀다고생각하며살아왔습니다.(…)하나님께말했습니다.제게왜이렇게까지하시는겁니까.전정말열심히살아왔고당신의이름을충실히불러왔습니다.제과거에잘못이있다면다시한번바로잡을기회를달라고기도했습니다.”(1989년생,2016HIV양성)
1988년생으로2016년에HIV양성판정을받은여성의목소리도담겨있다.“미쳐버리는줄알았어요.내남자친구가날감염시킨것은아닐까.아니면내가내남자친구까지감염시켜버린것은아닐까.(…)누가누굴감염시켰는지는중요하지않아요.혹시라도그사람이감염되었다면,감염인으로살아간다면약은잘먹고있는지걱정될뿐이에요.”1992년생감염인(2009HIV양성)의말처럼감염인들사이에서도소수자가있다.“여성감염인분들을위해선가끔기도해.그들은감염인들안에서도소수니까.같은감염인이라고하지만여성감염인들은더힘들고고통이큰거같아서.”
HIV감염인들은대부분누가나를감염시켰는가에대해따지지않고,어떻게이삶을이어갈까를모색한다.물론이정식이고백하듯HIV감염은“사람을혼자남겨지도록하는병.사람과의만남을잊도록만들게하는병.HIV는외로움의질병”이다.이들은그럼에도사랑의방식이달라질지언정누군가를사랑하는행위는포기하지않고오늘도삶의무대로돌아가몸을쓰고땀을흘리면서감염이후의시간에서자기생을확인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