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의 조용하고 우아한 주류로의 전환
MZ세대가 쓴 돈과 인생 이야기
이혜미
한국일보기자.1989년부산에서태어났다.연세대에서중어중문학과정치외교학을전공했다.MBTI는확신의ENTJ.글쓰는것을업으로둔덕에여러책의저자명단에이름을올렸다.
쪽방촌탐사보도취재기를다룬첫단독저서『착취도시,서울』을썼고일본과타이완에판권이수출됐다.동료기자들과함께쓴공저로는『덜미,완전범죄는없다2』『디어마더』가있다.
기자로활동하면서‘올해의여기자상’과‘최은희여기자상’‘이달의기자상’‘올해의데이터기반탐사보도상’‘한국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대상’등을받았다.2021년부터젠더뉴스레터‘허스토리’를만들어발송하고있다.
어떤저항에맞닥뜨리더라도,누군가꼭해야하는말을하는것이기자의일이라고생각한다.언젠가는혼란한세상에화두를던지는글을남긴사람으로기억되고싶다.
머리말미증유의시대,미증유의세대
1부우리가생각하는미덕
1.삶:다시쓰는‘요즘젊은이’
새벽에일어나종이신문을봅니다|박정희식‘근면성실’과MZ세대의‘미라클모닝’
2.소비:모든종류의낭비를거부한다
쓰레기를만들지않는다,프리사이클링|내가펑펑쓰는것,더이상쓰지않는것|공평한건‘시간’밖에없어서
3.환경:흔적남기지않고살다죽기
생활속제로웨이스트|‘오프라인장보기’의미덕
4.생활:새벽에명상하고아침엔주식투자
스머지스틱의연기가남기는것들|더이상저축을하지않는이유
2부자본주의키즈들의생존방식
5.경제:자본주의키즈의반反자본주의
스물아홉살,서울아파트구매기|‘어른답지않은어른’에게조용히복수하는법
6.투자:인플레이션의역습
저금리와레버리지라는무기|‘경제적자유’라는정언명령|누군가의위기,누군가의기회
7.돈:자존의무기가되어버린돈
‘시발비용’에서‘금융치료’로|자본주의적연대,자본주의적행동
3부새로운성공서사
8.일터:재택근무이전으로돌아갈수있을까
코로나가알게한것들
9.직업:‘부캐’가보험이된세상
누구도노동에서소외되고싶지않다|부캐,나를숨쉬게하는탈출구|이왕이면행복한노비가되자
10.배움:닥치는대로배운다,배움폭식러
“왜젊은여자에겐못배우나요?”|어른다운어른을보고싶다|배울점이있으면모두다선생님
11.자기계발:참을수없는‘자기계발’의납작함
닦달하는동기부여의쇠락|새로운자기계발서사가필요하다
4부윤리적주체로거듭나는요즘애들
12.동물:도둑고양이가아니라‘코숏’입니다
모두‘있는그대로’존재하기
13.관계:1+1=1의관계
취미와취향에돈을쓰는이유|코로나와관계다이어트|사랑도상장폐지가되나요?
14.페미니즘:페미니즘이어때서?
‘잠재적피해자’로산다는것|페미니즘,자신을성찰하는언어|남녀모두를자유롭게하는생각|페미니스트는어디에나있다
15.세계관:주어아닌주체로산다
세상은모르겠고일상이나지킬게요|진보냐보수냐,그것이문제로다
마무리하며세대라는불완전한구분
자본주의키즈가쓴‘요즘애들’이야기
이책은자본주의키즈이자흔히‘MZ세대’라불리는1989년생저자가삶에대한자신의명료한세계관을표출하고자썼다.현직일간지기자로서세간의세대론이갖는허위를예민하게느껴온그는이책에서직설적인날것의언어와태도로자기세대의정체성을드러내고있다.자본주의키즈임에도자신의삶을내밀하게지배하고있는모토들이사실자본주의를포함한기성의가치와얼마나불화하는지도보여준다.저자는자기세대의모든관점에동의하는건아니지만,대체로진보나보수의이념보다는세대적동질감을더강하게느끼는편이라고고백한다.
새벽에일찍일어나는그는마치‘무소유’의철학자같은태도로명상과요가를하지만,주식장이열리면월가의트레이더라도된양주식프로그램을들여다보기도한다.멸사봉공의근면성실은강하게부정하지만,자기만의시간을갖는‘미라클모닝’은긍정한다.모든종류의낭비를거부하며10년된밥솥을쓰지만,일대일운동레슨같은경험에는돈을아끼지않는다.저축을하지않는대신부동산정보에는촉각을곤두세운다.닦달하는동기부여강의에는매력을못느끼지만,누구보다자기계발에열심이다.
판이한두행동의밑바탕에는일관된명제가깔려있다.사회에휘둘리지않고‘나로존재’하기위해일상속에서분투할것.구체제를전복시켜신체제를세울명분도의지도힘도없기에지금의테두리안에서안락한요새를만들어낼것.그것이비움을실천하면서동시에물신物神을숭배하는이유다.
피케티가『21세기자본』에서‘자본수익률이노동과생산을아우른경제성장률을앞지른다’고말한것에대해MZ세대는옳다며고개를끄덕인다.다만독서의포인트가다르다.기성세대는피케티로부터‘불평등이극심하니부자증세를해야한다’는신념을머릿속에받아들였다면,요즘세대는기술적응력을무기삼아자신의‘자본수익률’을올리는데최선을다한다.더욱이칸트가도덕법칙으로제시한‘정언명령’을이세대는‘경제적자유라는정언명령’으로응용하며되새긴다.
그동안세대론에관한책은여러권있었다.하지만MZ세대가소비,경제,투자,돈,환경,생활,배움,자기계발,동물윤리,페미니즘등을한권의책에서논한적은없다.저자는‘자본주의키즈’라는명명을거부하고싶었지만,자신의생활을돌이켜보면영락없는자본주의키즈임을깨닫는다.‘꼰대’와MZ세대의경계를곧잘넘나들지만,생활방식을관찰해보면자신은영락없는‘요즘애들’이다.세대론에불편함을느끼지만,미증유의시대를가장잘개척해나가는존재는단연‘미증유의세대’라고여긴다.
이책의강점은언뜻모순돼보이는가치들을한몸에체현하고있는저자(의세대)가가치충돌적인점들을제방식대로소화시킨뒤생존에성공하면서도다른방식의‘윤리적주체’로나아감을보여준다는것이다.
금융치료와자본주의적연대로거듭나는자아
‘부모세대보다가난한첫세대’로불리는MZ세대는자존을지키기위해이재에눈을뜨고자연스레윗세대에대해선불편한감정을품는다.저자는20대에겪었던몇몇경험으로기성세대에대해뚜렷한인상을갖게했다.어릴적부터주거불안정을겪었던저자는‘주거안정’을우선적인목표로삼았고,29세에저축을깨고LTV70퍼센트의주택담보대출을받아서울변두리의작은주공아파트를구매하게된다.하지만벅차오르는기쁨이어야할이일은모욕과당황,눈물로얼룩진기억이기도하다.
당시아파트매도인은집을여러채거느린70대남성으로,약속시간보다40분늦었음에도미안하다는말은없었다.저자는예산이빠듯해“혹시200만원정도만빼주실수없나요?”라고부탁했다.이때매도인의냉소와매도인측중개사의책망으로저자는크게당황했다.20대매수인앞에서공인중개사는매도인의편의만헤아렸고,무시나반말은예사였다.난생처음자가주택을산날,기념사진속의저자는눈이퉁퉁불어있었다.이기억은대학하숙생시절매일똑같은반찬만내놓으며계란프라이하나해주기아까워했던주인의모습과겹쳐지면서‘어른답지않은어른들’에게어떻게대응해야하는지깨닫게했다.저자는저금리와기술격변의시대에자신들이갖고있는우월한자원(시간,젊음)을레버리지삼아,기술적응력을발휘하며주류전환을이루는것이‘조용하고도우아한복수’라고말한다.
그리하여저자나그지인들은매일아침경제유튜브를보며전날미국증시시황을이해하고,국내증시를예측한다.경제기사를읽으며코로나이후산업재편을예측하고,금융스터디도한다.“이재에밝은게뭐어때서?”라고당당하게말하는이들은소셜미디어,팟캐스트를통해금융감각을체득한다.부동산이나주식가격이폭등하는동안급여만으로는일상도영위하기힘들다는것,‘노동수익’만으로이뤄진삶은언제무너질지모른다는걸이들세대는깨달으면서다른삶의방식을찾기시작했다.‘경제적자유’를최상단에두고어떻게든부를창출할새로운수단을발굴해내는것이다.
이들은이전처럼스트레스를풀기위해충동적으로돈을쓰는‘시발비용’을지출하지않는다.커피한잔살돈으로주식한주를매입해주식단타결과를카톡대화방에공유한다.그렇다면정말금융이삶의활력이될수있을까?저자는한때금융이란단어만들어도‘탐욕’을떠올린사람이었다.하지만이젠‘타인을약탈하지않는한금융을친근하게여겨야살아남을수있다’고생각한다.특히코로나19를지나면서돈은‘부정적탐욕’에서‘긍정적효능’으로,‘쓰는것’에서‘불리는것’으로의미가달라졌다.이것은기성세대에의해출로가막힌이들이자기삶을단단히꾸려나가겠다는다짐에서나온고군분투다.
‘우리’가생각하는미덕
물질그자체가오늘날의사회에서‘힘’으로존재함을부정할순없다.다만‘요즘애들’이갈망하는돈은경쟁의피라미드윗단에올라우월감을과시하며갖지못한이들을내려다보기위함이아니다.물질은그저사회나타인으로부터침범당하지않고내가원하는삶을꾸려가는데필수요소일뿐이다.
요즘세대의라이프스타일은꽤나모범적이고부지런하며단정하다.저자는다이어리에‘습관만들기’체크표를만들어일상의습관을기록하며지키려한다.공복에유산균먹기,나쁜음식안먹기,물2리터이상마시기,명상하기,독서한줄이라도하기,아침종이신문읽기,식염수로코세척하기,영양제챙겨먹기,고양이와놀아주기,로봇청소기돌리기가그목록이다.덧붙여새벽5시에일어나기도루틴으로삼는다.하루쯤어겨도되는사소한습관들이쌓여서일상을더건강하고단정하게만들며,이것들이모여‘나’라는사람을구성한다고본다.
‘요즘애들’은소비와환경면에있어서도미덕을발휘한다.예컨대저자는10년넘게보온기능만있는단출한전기밥솥을쓰고있다.이건‘과잉’을지양하기위한선택이다.물건이고장나지않는한버리지않고,플라스틱쓰레기를만들어내는즉석밥이나생수를사먹지않기.패스트패션을입지않고,세제는‘소프넛’사용하기.천연면생리대를쓰고,플라스틱의한종류인물티슈도사용하지않기.모두제로웨이스트를지향하는신념에서나온것이지만,이념에얽매이는순간지속가능성을담보할수없어사회생활을하면서는배달음식도먹고플라스틱폐기물을배출하기도한다.
이들은‘우리는미래세대를위해이런실천을해요’라고말하지않는다.다수가싱글인이들은아직출산과양육경험이없어‘우리자녀를위해서라도지구를아껴주세요’라는말이피부에와닿지않는다고한다.게다가이런시혜적뉘앙스는마음을불편하게만든다.다만쉽지않은이목록들을지키는이유는지구에빚지는사람으로서민폐는끼치지말아야겠다고여기기때문이다.
성공서사를다시쓰다
한때TV채널마다나와좌중을휘어잡으며“꿈을꿈으로남겨두지마라”“실행력을키워라!”라고말하는동기부여강사가있었다.그가외치는덕목들에청중은메모를했고,유사한자기계발서적들도탐독했다.
하지만오늘날의세대는큰소리로다그치는그의방식에더는호응하지않는다.그강사는여성이지만산업화시대가부장의면모를빼닮았다.그가설파하는것은기존질서속에서스스로를소진시키며살아남는것이다.저자는이런영상보다는일상을살뜰하게꾸려가는브이로그를유튜브로보며생의의지를다진다.설거짓거리가한가득이지만소파바깥으로몸도꿈틀하기싫을때,건강한식단보다캡사이신들어간배달음식으로끼니를때울때,빨랫감이쌓여색깔별,소재별구분도없이세탁기를아무렇게나돌리는날이늘어날때,저자는브이로그를틀어놓고일상을정돈한다.
직장에서의일에는누구보다열심이지만,나의주체성과자율성이중요한MZ세대는‘노동소외’만큼은피하려한다.내가하는일이단순조립이라해도,어떻게끼우고순서를정할지는스스로결정해야노동의의미를찾을수있다.다행히지식노동자는노동소외현상에서한발비켜설수있으나,많은사무직,제조업노동자들은그렇지못하다.그러니일에서자아실현을한다는것은현실성이떨어지므로부캐에대한욕망을키워간다.저자의경우‘써야만하는기사’를쓰는것과별개로퇴근후에는‘제약없는글쓰기’를하면서자신에게날개를달아준다.
‘평생직장이라는건없다’는말을귀에딱지가앉도록들어온이들세대는변화에대한열린마음을필수로장착해놓고있다.이들이배움에유연할수밖에없는이유다.스스로‘배움폭식러’라고말하는저자는유튜브로명상과요가수련을하고,중국어회화연습과영어강의듣기도한다.출근하면서경제전문가들의유튜브로그날의시황을예측하고,고기굽기에특화된채널을보면서어떻게하면같은고기를더맛있게구울지고민한다.가르침을주는지식전달자의권위나학벌,나이와상관없다.내가배울점이있으면그걸로족하다.
윤리적주체로거듭나는‘요즘애들’
가치관은필연적으로윤리성을내포하기마련이다.다만윤리또한시대에따라변하는것이어서,MZ세대가자신들을‘윤리적주체’로여기는면은이전세대와는다르다.우선이들은기후위기에더없이민감할뿐아니라동물권에대해서도예민한감수성을지녀‘상품’을찍어내듯펫숍에서판매하는‘품종’에대해서는비판의목소리를아끼지않는다.‘길냥이’두마리를데려와함께살고있는저자는고양이들의건강검진과이빨스케일링을위해서는거금도아끼지않는다.
이들이관계를맺을때는‘배려’가중요한덕목이다.가령저자는다양한분야와처지에놓인여성들이서로에게레퍼런스가되어성장하자는취지의디지털협업툴인‘슬랙’과화상회의프로그램인‘줌’을통해매달몇차례씩동세대여성들을만난다.
‘관계다이어트’는이들이금과옥조로여기는덕목이다.진심을다해수많은사람을만나는일은자기소모를전제로하기때문이다.물론‘소외’에대한불안은있다.하지만코로나19가많은이에게관계로부터의해방감을안겨주었던것은분명하다.
이책은세대를대표하는책이결코아니다.다만동세대로서관찰력과문제의식,그리고동질적감수성을지녀온저자가‘요즘애들’에대해다른관점을보여주고자했다.개인에세이지만,이책곳곳에서저자는기자로서자기세대의주류적생각을비판적으로점검하기도한다.가령“영끌투자족의경제관을이해못할바는아니나,그들의투정이진짜가난을지워버리고공론장에서과대대표되고있다”“계층이동사다리같은서사를부여하는것은반대한다”“회사다니는것을시드머니를모으기위한수단으로여기는데반대한다”등이그렇다.
이책을읽게될독자들이던질질문을예상하고저자는다음과같은답변을책말미에해두었다.“제가진보인지보수인지궁금하다고요?음,저는여성문제를바라볼때는진보적인데투자나시장경제에대한태도는합리적보수에가까워요.시장의순기능을부정할수없죠.동시에거대한정부가만들어내는부작용이크지만,코로나19같은상황에서는정부의적극적개입이효과적이긴한것같아요.환경문제는확실히국가가개입해야한다고생각하는큰정부주의고요.안보는확실히보수쪽인것같아요.LGBT프렌들리하고요.개인주의자지만공동체를중시해요.사회이슈는때마다다른편이에요.그래도권력을쥐고있는쪽이좀더책임있다고생각해요.정치인이불쌍해서뽑는다고요?그런일은있을수없어요.우리의4,5년이얼마나귀중한시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