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들의 동행 (군신, 사제, 선후배, 부부, 친구, 의형제로 읽는 역사)

조선 사람들의 동행 (군신, 사제, 선후배, 부부, 친구, 의형제로 읽는 역사)

$18.12
Description
지금 당신 곁에는 누가 있는가
당신은 삶의 특별한 자리를
누구에게 내주었는가
제나라 재상 관중은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님이고 나를 알아준 것은 포숙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백아는 자신의 음악에 교감해준 종자기가 죽자 금琴의 줄을 끊었다. 이 일화들은 모두 지기, 동지의 존재가 자기 삶에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전하고 있다. 한국 역사 속에도 빛났던 동반자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 ‘만남’들을 조명해 조선의 ‘마음들’을 읽고자 하는 시도다.
저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규장각은조선의22대왕정조가즉위한해(1776)에처음으로도서관이자왕립학술기관으로세워져135년간기록문화와지식의보고寶庫로서그역할을다해왔다.그러나1910년왕조의멸망으로폐지된뒤그저고문헌도서관으로서만수십년을지탱해왔다.이후1990년대부터서울대학교부속기관인규장각으로서자료정리와연구사업이본격적으로이루어졌고,창설230년이되는2006년에규장각은한국문화
연구소와통합함으로써학술연구기관으로서의기능을되살려규장각한국학연구원으로다시태어났다.
규장각은조선왕조실록을비롯한국보지정고서적,의궤와같은유네스코지정세계기록문화유산,그외에도고문서·고지도등다양한기록물을보유하고있어아카이브전체가하나의국가문화재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고문헌에담긴방대한지식과정보를토대로그동안한국학전문가들이모여최고수준의학술연구에매진해왔다.최근에는지역학의한계를넘어한국학의세계화,그리고전문연구자에국한되지않는시민과함께하는한국학으로변신을꾀하고있다.학술지『한국문화』『규장각』,SeoulJournalofKoreanStudies등을펴내고있으며〈규장각자료총서〉〈한국문화연구총서〉〈한국학공동연구총서〉〈한국학모노그래프〉〈한국학연구총서〉〈한국학자료총서〉등900여책을펴냈다.

목차

규장각교양총서를발간하며
머리글_역사를일궈낸동반자들

1장동상이몽의동반자
_세조와양성지|강문식숭실대사학과교수

2장왕자와화가의분홍빛동행과결별
_안평대군과안견|고연희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동아시아학과교수

3장동상이몽의예정된파국
_중종과조광조|송웅섭총신대역사교육과교수

4장시와학문을함께나눈부부
_유희춘과송덕봉|이성임서울대법학연구소객원연구원

5장별빛호수에서의만남
_이익과안정복|원재린연세대국학연구원연구교수

6장박학동지
_황윤석과김용겸|박현순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교수

7장기성문학의권위에도전한두친구
_김려와이옥|강혜선성신여대국어국문학과교수

8장200년전의세계인
_김정희와이상적|박철상한국문헌문화연구소장

9장대한제국기항일언론을함께한자강의동지
_박은식과장지연|노관범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교수

10장역사속의인연과악연사이
_이승만과정순만,그리고박용만|윤대원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객원연구원

참고문헌및더읽어볼책들
지은이

출판사 서평

2009년첫권펴낸규장각교양총서완간

조선시대왕실도서관이었던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실록이나의궤같은국가공식기록물뿐아니라양반,여성,중인층,소수자들의일상이담긴문집이나고문서자료를방대하게소장하고있다.이런자료는전시를통해그동안대중에게공개되었지만,사실유물로접하는것은해독의어려움이뒤따를뿐아니라시각이미지로서만인식돼‘옛것’에대한피상적접근에그칠때가많다.
이에따라규장각은각분야전문연구자들을섭외해조선의역사를깊이파고들만한주제들을뽑았고,2009년부터매해이를책으로기획해펴냈다.초점은문헌속에나타난조선시대다양한계층의삶을생생히되살려내는것이었다.
첫네권은조선사람의일생을다루었다.1권『조선국왕의일생』은문인의가장위에군림하는지존으로서조선의왕이주인공이다.왕의일생을구성하는하나하나가일반사대부의것과어떻게다른지살폈다.2권『조선양반의일생』은국가의중심세력이면서사회의그늘이기도했던양반들의생애를다루었다.특히중국이나일본지배계급과의차이를다룬것은주목할만하다.3권은기록밖으로밀려나있던여성들의일상을새로운상상으로복원한『조선여성의일생』이다.4권은특정사회계층에주목했다.즉『조선전문가의일생』을탐색해보고자한것은조선을살만한곳으로윤기낸사람들이다양한직종의종사자임을드러내기위함이었다.이들기획은삶을원경에서조감도로내려다보기보다는현미경을들이대면서생활의면면과내면까지속속들이침투해보려한것이었다.
이어서이시리즈는‘여행’을주제로옛사람들의발길과숨결을따라갔다.사실우리가생각하는‘여행’이란근대적개념이지만,조선양반들은풍류와여행을우리보다앞서즐긴존재였고,그시대여성들또한사회의눈을피해여기저기로길을나섰다.나라밖을떠나새로운문물을접했던조선인들과낯선이국땅에들어와예상치못한경험을하고떠난이방인들까지포함해『조선사람의세계여행』『세상사람의조선여행』『조선사람의조선여행』으로펴냈다.
이기획은또한일기,실용서와더불어그림을통해조선을읽음으로써조선의다채로운모습을소개하고있으며,사물,놀이,전란,도시,동행등저마다의코드로역사에접근하는기획을선보이면서15권으로완간됐다.
이시리즈는해외에서도큰반응을얻었다.『조선국왕의일생』은영어와중국어로번역됐고,『조선여성의일생』은일본어판,타이완판,이탈리아어판이나왔다.『그림으로본조선』역시타이완으로판권이수출됐다.

지금당신곁엔누가있는가

일상을돌아봐도,역사를돌아봐도사람은혼자서삶을일굴수없다.국가의기반을다지려는이들은같은편에있어줄사람들을필요로하고,학문이나예술을하는이들은견해를나누며서로를더높은경지로이끌어줄이들을필요로한다.이책은그리하여‘파트너’로엮였던옛사람들의만남과관계를살펴본다.
각자스스로에게질문을던져보자.지금내곁에는누가있는가?어떤사람은곧장남편이나아내,혹은연인을떠올릴것이다.그러나범위를더넓혀보면친구,같은뜻을품고같은길을가는동지나동료,동학이우리삶에서아주특별한자리를차지하고있음을깨닫게될것이다.이렇게이책은두사람혹은세사람이삶의중요한성취들을같이일궈간이야기를큰줄기로삼고있다.
18세기후반황윤석과김용겸의우정을먼저들여다보자.이들은출신성분이크게차이났다.김용겸이한양의명문거족출신이었다면황윤석은궁벽진시골출신에다관직도보잘것없었다.게다가그들은나이가거의서른살이나차이났고,황윤석이관직을수행할때몇년한양에머무른것을빼면마주보고앉을수없을만큼멀리떨어져살기도했다.그런데도두사람은‘박학博學동지’가되었다.어른김용겸은황윤석의지적세계에들어갔다놀라움을감추지못했고,황윤석역시누구나관계를맺고싶어하는오픈마인드를지닌황어른과의대화를즐겼다.이리하여둘은밤새도록이야기를나누며서로가서로의세계에침투하도록문을활짝열었다.그들의우정은김용겸의죽음으로막을내리지만,황윤석은그의사후에도감사와은혜와지기를입었다며김용겸에대한그리움을절절히드러냈다.
조선의학술계를빛낸스승과제자의만남은동반자관계에서핵심이된다.그중에서이책은이익과안정복의만남에조명을비춘다.안정복은학문에몸담으며책도여러권펴냈지만여전히자신의공부법에대해확신이없었다.그런불안감이들때마다그는성호선생에게가르침을청했고,성호는자신이생각하는학문의방법을제시하면서두사람은당대의중요한현안들을놓고토론하는일이잦아졌다.시대변화를좇고그에맞는학문체계를수립하려던안정복은스승이익을만나자신이가야할길을확신했고,이로써안정복의학문을꽃을피우게된다.
기성문학의권위에도전한김려와이옥의우정에도눈길을마땅히주어야한다.두사람은정조의문체반정이한창이던시절가혹한현실에도굴하지않고기성문학권위에도전하며삶의희로애락을개성있는문체로표현하고자했다.두사람은젊은날성균관에서만나친구가되었다.하지만이후글잘하는김려는강이천이라는친구의일에연루되어책을보던중체포되어유배를가게됐고,이옥은시험답안지에소설체를썼다고충군되었다.이들은유배지에있으면서도서로독려하며수많은글을남겼는데,이렇듯시대에저항하고도전하는글을쓴두친구가조선사의한자리를차지하고있다.
이어서스승과제자의또다른모범적사례인추사김정희와역관이상적의사연을살피고,부부유희춘과송덕봉도만나본다.유희춘과송덕봉은조선시대부부로는드물게시와학문을함께한이상적인관계였다.자상하고배려심있는남편과학문및시문에능한재능있는아내의결합을통해우리의통념을넘어선조선시대부부의결혼생활을엿본다.
대한제국기언론인박은식과장지연도주목할만한관계다.박은식은장지연이『황성신문』에발표한「시일야방성대곡」에화답하여『대한매일신보』에「시일에우방성대곡」이라는사설을내보내기도했는데,이둘은자강自?이라는시대정신을공유하며일본제국주의의대한제국국권침탈에항거했다.
이책에서다루는동반자들의이야기는주인공둘혹은세사람에게초점을맞추고있지만,이것은그들만의사적인이야기라할수없다.그들의만남이나헤어짐은개인적인맥락보다는역사적인맥락이강하기때문이다.따라서독자는주인공들의사연을통해그시대의역사를더세밀하고생동감있게읽을수있을것이다.

다른꿈을꾸며갈라서고끝내배신까지했던동행자들

처음에는누구보다가깝고사랑하며평생함께할것처럼여기지만,관계는시간의흐름에따라둘사이에균열을내고각자의목표나지향점이달라짐에따라파국으로치닫기도한다.『조선사람들의동행』에는동지적관계에서출발했다가서로가되돌릴수없는길을걸은이들의만남도다루고있다.
우선임금과신하로한길을갔던세조와양성지를만나본다.세조는양성지를자신의제갈공명이라평했고,양성지는세조를도와국가의문물과제도를정비하는데큰공을세웠다.양성지는집현전관원시절에세조의주목을받았던인물중한사람이었다.특히국방에대한양성지의관심과병학가로서의재능,정치관이세조의마음을잡아끌었다.하지만세조는양성지가자신의국정운영을학문적으로보좌하는‘싱크탱크’가되어주기를바랐던반면,양성지는현실정치에서자신의학문과경륜을실현하려는포부를지니고있었다.즉양성지는세조에게자신이바라는바대로쓰임을받지못한채두사람의관계는동상이몽으로끝나고말았다.
안평대군과화가안견의좋았던관계도안개속에싸인결말로내달렸다.예술애호가이자서예가였던안평대군은안견의뛰어난그림재주를보고그를마음에쏙들어했다.안평대군은누구보다안견의재능을높이평가했고,그리하여두사람의동행은「몽유도원도」라는걸작을낳았다.안견은안평대군을만난덕분에정계의정상급모임에들었고,중국의회화진작을어루만지며그림실력을높이는가운데최고의화가로성장할수있었다.안평대군의안견에대한특별한총애는식을줄몰랐다.그러나안견은어느날홀연히왕자안견의곁을떠나기로결심했다.몽유도원의핑크빛무드에끼어있는먹구름을감지한인물은안견이었다.그리고이들의헤어짐에역할한물건은아이러니하게도‘용매묵龍煤墨’이라는먹한덩어리였다.이들의아연한관계는안타까움을자아낸다.
비극으로끝난중종과조광조의동행도조선사의중요한한자락이다.두사람은도학정치의실현이라는이상으로의기투합했지만그동행은중종의배신과기묘사화,조광조의죽음이라는비극으로막을내린다.두사람의만남이비극으로치닫게된사연을들여다보자.
이승만,정순만,박용만,이른바삼만형제의인연과악연은이책의마지막을장식한다.대한제국기국권회복운동을벌이던세사람은한성감옥에서만나형제의결의를맺었다.그러나하와이에서다시만난이승만과박용만은돌이킬수없는악연의수렁으로빠져들었다.암울한시기독립운동가들의슬픈결별에대한이야기는각자의야욕과목표에따라동행이계속될수만은없음을대표적으로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