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착취의 지옥도 : 합법적인 착복의 세계와 떼인 돈이 흐르는 곳

중간착취의 지옥도 : 합법적인 착복의 세계와 떼인 돈이 흐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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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346만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떼인 돈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누군가 개입하는 순간
착취는 필연적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사악한 착취 구조를 가장 디테일하고도 광대하게 담아낸 이 시대의 아픈 벽화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중간착취의 지옥도』다. 이 책은 한국일보 마이너리티 팀이 100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인터뷰하여 그 실상을 담아낸 기록이다. 이 책의 출발은 다음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당신은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피·땀·눈물의 대가로 월급을 받지요. 그런데 누군가 그중 수십, 혹은 수백만 원을 늘 떼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이 고질적인 문제를 포착한 기자들은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중간착취’에 대해 묻고, 그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보기로 했다.
저자

남보라

2009년한국일보에서기자생활을시작했다.노동복지분야를주로담당했다.크고작은목소리를정직하게기록하는기자가되고싶다.

목차

머리말

1부합법적인착취,용역
1.지선씨를인터뷰한날
2.지선씨도용균씨도
3.불법이아니라고요?
4.최저임금인상의기쁨과슬픔
5.휴식시간에하는‘봉사’
6.월급을여쭤봐도될까요
7.‘관리비’라는거짓말
8.부고와해고
9.도처에거머리가
10.어느은행경비원의절규
노동의대가를도둑맞은100명의이야기

2부떼인돈이흘러가는곳
1.용역업체정규직과계약직
2.월급줬다빼앗기
3.건강,안전보다중요한것
4.‘이중착취’기술
5.있는줄도몰랐던연차수당
5.‘유령’이떠도는곳
7.노동자를위한판결의딜레마
8.사장들의억대연봉,어디서왔나
9.하청업체대표,그들은누구인가
10.원청의과욕
11.원청이간접고용을원하는이유
12.을이을을착취하는야만사회

3부진화하는착취
1.2020년의서연씨는1998년의‘미스김’이부럽다
2.이름값못하는파견법의탄생
3.“당신아니라도일할사람많다”
4.우리회사가갑자기사라졌다
5.‘진짜’사장님은누구일까
6.간접고용노동자는어디에나있다
7.착취는더낮은곳으로흐른다
8.이상한플랫폼속선희씨와기순씨
9.요금의절반을가져간다고요?

4부법을바꾸는여정
1.메일이가리키는곳
2.실패의역사
3.잔인한말,검토
4.고용노동부와경총
5.그럼에도불구하고

출판사 서평

화폐가치로환산되지않는노동의시간들

우리가하루에꼭한명이상은접하게되는부고의당사자들인간접고용노동자들의삶이이책의주제다.죽음이가시화될때이들에겐스포트라이트가비춰지지만,노동현장에서는역할에비해존재감이미미하고받아가는급여또한미약하다.최저임금이매해오른다해도이들의월급은100만원대에묶여있다.경력1년과10년차가별반다른대우를받지않는것도이들노동자군의특징이다.시간의흐름속에서높아지는노동자들의숙련도가화폐가치로환산되지못하는것은‘노동자-하청업체-원청’이라는피라미드구조때문이다.그리하여저자들은오로지‘중간착취’와관련된노동-자본세계에만초점을맞춘다.
우선간접고용노동자를총100명인터뷰했다.이들에게서가장먼저확인한것은월급명세서다.명세서를보고나서는하청(용역)업체의‘도급비산출내역서’를확보해직접노무비가인건비로제대로지급됐는지분석했다.수많은자료의조각을맞추자거대한착취의면모가드러났다.사용자와노동자사이에누군가개입하자착취는필연적이었던것이다.
특별한기술없이오직‘사람장사’만하는하청업체사장가운데어떤이는20억원안팎의연소득을올리는것으로추정된다.대표가고소득을올리는것을두고잘못이라할순없다.문제는대표의소득액중일부가중간착취에서발생하는것으로추정된다는점이다.다수의하청업체는노동자에게돌아가야하는직접노무비를전액지불하지않고,47~61%만지불하는것으로드러났다(보통72~73%가인건비로쓰여야한다).즉노동자에게줘야할노무비중39~53%를중간에서착복한것으로,이는대부분하청업체대표들의주머니로들어가고있다.

346만명의간접고용노동자들은얼마를벌까

저자들이인터뷰한간접고용노동자100명중종일근무하며월급제로급여를받는이는86명이었다.그런데이가운데절반인43명의월급이100만원대였다.한중견기업에서일하는파견직사무보조원김미연씨는162만원을받았고,국립해양박물관의청소노동자최용일씨는163만원,같은박물관주차관리원박선호씨는180만원을받았다.아파트경비원구자혁씨는169만원,한국장학재단의콜센터상담사들은170만원을받았으며,이제막사회생활을시작한IT개발자이민준씨는172만원,자동차부품제조공장에파견된박민현씨는180만원을받았다.
이들에게최저임금수준의월급이주어지는것만도버티기힘겨운요소지만,연차가쌓여도경력이제자리걸음취급받는것은이들의미래희망까지앗아간다.‘꾸준히일하다보면월급도오르겠지’는거의모든노동자가품는미래에대한바람이다.하지만2012년한철강기업의하청업체에입사한유재영씨는10년이지난지금도월240여만원을받으며일하고있다.매달80만원씩하청업체대표에게토해내고있기때문이다.그의30대는일을시작했을때와달라진게없이그렇게끝나가고있다.10년차은행경비원강지선씨의월급도191만원으로10년동안겨우59만원올랐다.14년차철도역무원이진홍씨의월급은164만원으로14년간64만원올랐다.한국장학재단콜센터상담사들은경력10년차든1년차든모두170만원을받았다.신입직원과30년일한숙련직원의월급이똑같은건간접고용세계에선흔한풍경중하나다.

최저임금은오르는데월급은오르지않는이유

2017년7월은한국장학재단콜센터에서근무하는염희정씨와같은간접고용노동자들이가장설레어했던때다.징조를좋게해석할근거는많았다.정부산하최저임금위원회는2018년최저임금을7530원으로확정했는데,이는무려16.4%나오른역대최고인상액이었다.새로취임한문재인대통령의공약인‘공공부문비정규직제로시대’도차차실현되는듯했다.그해171만원의월급을받고있던희정씨는2018년에자신의월급이당연히오를거라기대했다.그런데막상받아보니명세서가좀이상했다.2017년에는식대(10만원)와시간외수당(1만1000원)이각각지급됐고,액수는총11만1000원이었다.그런데2018년갑자기두항목이합쳐지면서금액은10만4000원으로줄었다.‘7000원쯤이야’라며넘길일이아니었다.최저임금이인상되면기타급여항목이줄어드는일은매년반복됐다.2018~2021년희정씨의월급액수는변화가전혀없다.월급이오를때마다직책수당이나인센티브등이사라지면서월급총액은묶였다.
원청인장학재단의해명은이랬다.“2020년1월부터상담사들의임금을평균2.9%인상완료했다.”상담사들에게이것은난생처음듣는이야기였다.진상을파악하려고상담사들이직접나서자도급업체는자신들이“도급비가동결됐다”고거짓말한사실을털어놓았다.그러면서다음과같은말로못박았다.“그렇더라도현재최저임금보다많이주고있어더이상올릴수는없다.”

떼인돈이흘러가는곳

이책은노동자들만취재하지않았다.하청업체와원청의자료를입수하고,이들기업의관계자들이야기도들었다.이는2부에서본격적으로다뤄지는데,갑자기100만~200만원대에서수억원으로단위가뛰어노동자개개인에게서떼인돈이얼마나큰규모를이루며종착지로향하는지실감나게보여준다.그액수는예상을훌쩍넘어서는것이어서왜기업들이노동자들의몇만원,몇십만원을때로는불법적으로,때로는합법적이지만일말의선의도없이거둬들이는지알수있다.

사례1:현대제철하청업체H사
현대제철의한하청업체대표는연간20억원의소득을얻는것으로추정된다.노사협의회녹취를통해계산한수치다.이업체의2020년9월도급비는9억5000만원이었다.이금액을토대로업체대표의소득이추산된다.우선도급비에서법정비용과관리비15%를뺀다.다시여기서노동자들의인건비를빼면나머지는다회사(대표)의순이익이다.문제는대표의소득액중일부가중간착취의결과물로보인다는점이다.

사례2: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네트웍스는한국철도공사의자회사로,코레일로부터주차관리,승차권매표,역사운영등을위탁받아수행한다.비유하자면코레일이원청이고,코레일네트웍스가하청업체인셈이다.코레일네트웍스상임기관장의최근5년연봉은평균1억원을웃돈다.이에비해직원들의월급은국토교통부산하공공기관중최하위다.안전관리사(교대조역장)김호성씨의2020년월기본급은약170만원이었다(야간근무등시간외수당을합치면190만원~200만원대다).이는모회사정규직의44%수준이다.노동자들이이에대해문제제기를하자2020년위탁비가크게늘어직원들의월급을올려줄여건이마련됐다.하지만코레일네트웍스는아직까지시중노임단가를적용해주지않고있다.

사례3:방사선관리용역업체S사
S사대표는20억원이넘는연소득을올리는것으로추산된다.이업체에서방사선안전관리업무를맡고있는박영수씨는“월300만원(세후)을받는데,중간착취금액은무려700만원정도”라고밝혔다.업체가관리비명목으로월급의배가되는액수를가져간다는주장이다.이회사는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1인당용역단가로1년에1억2000만원을받는다.이때용역단가는첫째직접인건비(5000만원),둘째사무실운영등제경비(5500만원),셋째방사선안전관련연구나기술개발에사용하는기술료(2100만원)로구성된다.그러나영수씨는용역업체가제경비와기술료를용도에맞게사용하는지의구심이든다고말한다.거의모든장비를한국수력원자력이제공해주는데다1인당제경비가5500만원이든다는게상식적으로납득되지않기때문이다.영수씨는용역업체가지원해주는건거의없다고말한다.

참신하고창의적이며뻔뻔한착취의묘안들

건설일용직노동자들사이에서는‘똥떼기’라는단어가널리쓰인다.최기영씨도똥떼기로매일7만원씩팀장에게갖다바쳤는데,그의일당은13만원이지만실제근로계약서에는20만원으로돼있다.그를데리고다니며전기작업을하는팀장이팀원들로부터매일7만원씩떼어가는것으로,고질적인중간착취의수법이다.건설업계에서는팀원대여섯명기준으로팀장이한달에1000만~2000만원똥떼기로가져간다고본다.
위장폐업도단골수법이다.정규직전환을해주지않으려고,혹은노동자들의노조활동을방해하려고허위로하청업체대표들이사업을접는것이다.보통위장폐업을한기업은상호만바꿔새회사를차린뒤기업활동을이어간다.문제는위장폐업을한기업의소속노동자들이퇴직금과밀린임금을받지못한다는것이다.서류상으로는이들이속해있던회사가사라지기때문인데,이처럼위장폐업은중간착취를동반한다.현대자동차하청업체직원으로근무중인심현우씨는18년간소속업체가세번이나바뀌었다.첫업체가폐업했을때임금체불이있었는데아직까지못받았고,두번째회사에서는퇴직금을못받았다.그는“소속업체가바뀔때마다업체대표도달라졌지만,실소유주는언제나첫업체사장이었다”고한다.그의첫업체사장은두번째회사에서는소장으로,세번째회사에서는이사로일했고,네번째회사에서는관리자로일하고있다.
이책의후반부는하청업체역시피라미드꼭대기에있는원청으로부터자유롭지못해노동자들의월급을쥐어짜는방식으로착취가이뤄지고있다는,좀더근본적인구조분석으로파고들어간다.대기업에서주요임원직을맡았던이들이은퇴후대기업원청으로부터일을받는하청업체사장을맡게된다.그리고이들은원청과의끈끈한관계속에서서로의주머니를채우는데,그럴수록더빈약해지는것은노동자들의호주머니다.

<책속에서>

아파트경비원들은경비초소에선풍기도한대없어주민들이버린선풍기를고쳐썼다.목장갑은한달에한켤레씩지급되는데낙엽을많이쓸어야하는가을에는손가락에금방구멍이나서두켤레를달라고했지만거절당했다.땡볕에서맥주상자를나르는물류센터노동자들은용역업체에그늘막설치를요청했다가역시거절당했다.하루수백명의손님을접촉하는은행경비원은코로나19유행이후1년이넘도록용역업체로부터마스크를단한장도지급받지못했다.
업체가말하는관리비에는노동에필요한최소한의물품을사는돈이포함돼있지만정작노동자들은받는게없었다.이들이속한용역업체역시이들의일터와먼곳에있었고,일은노동자들끼리만하고있었다.물리적인거리만큼이나용역업체와노동자의거리는멀었다.용역업체들이노동자를대부분방치하고,모른체하기때문이다.노동자들이용역업체를두고“가만히앉아서돈을번다”고분노하는이유는그때문이다._57쪽

직접적으로임금의일부를빼돌린사례도있었다.유재영씨는2012년한철강기업의하청업체에입사했다.(…)이업체사장은중간착취에있어서만큼은좌고우면하지않는인물이었다.재영씨는입사초기때의상황을최대한상세히설명해줬다.“첫월급날이었어요.나이많은선배들이통장에들어온월급중일부를현금으로회사에돌려주더라고요.그모습이의아해서선배들한테무슨상황인지물어봤죠.”이업체는직원들에게급여를지급했다가이중일부를다시현금으로갈취하는수법으로중간착취를하고있었다.“예를들어세후350여만원의월급중80만원을토해내는식이었어요.선배들의이야기를종합해보니적게는30만원,많게는90만원을회사에돌려주고있더라고요.”_108쪽

폐기물수거업종에서안전화,작업복등은노동자들의안전과직결된다.“폐기물을수거하는데안전화가왜필요하냐고물을수도있어요.그런데우리는하루에수십,수백번씩수거차량을오르락내리락하잖아요.그러다보면신발밑창이일반신발보다빨리닳아요.이상태에서작업을하다보면자주미끄러져요.특히비오는날은더심하죠.차량에서추락하는경우도있어요.그래서안전화는밑창이마모되면바로바꿔줘야돼요.방치했다가큰사고로이어지기도하거든요.원청이1년에두번정도안전화를새로사라고돈을주는이유가바로이런안전사고를예방하기위해서인데우리회사는2,3년에한켤레씩사주고있어요.”_115쪽

파견·용역업체는간접고용노동자에게거머리처럼붙어임금을떼어먹고,혹시이들이항의라도하면원청과의교감속에서해고하면그만인시스템이었다.사실법적으로해고도아니다.파견이나도급,위탁등의용역계약해지는법적으로해고에속하지않는다.해고를제한하는근로기준법의보호를받지못하는청소나경비등하청노동자들은아주쉽게잘려나간다.우리사회가중간착취의지옥이되기까지작동해온벽돌처럼단단한시스템이다._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