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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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을 당한 11명의 생존자
가족 간의 성폭력은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다. 인류 역사는 근친 간의 성행위를 금기시하는 데서 쌓아 올려졌고, 인간이 금수와 구분되는 점은 성욕과 번식만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거라고 우리는 배워왔기 때문이다. “근친상간 금지는 자연이 자신을 초월하는 곳”이라고 레비스트로스가 말했듯이(요즘은 근친상간이란 단어에 문제 제기를 하며 쓰지 않고 근친 성폭력 혹은 친족 성폭력이라고 한다), 인간 정신의 초월적 지향이 문명·문화를 낳았다. 하지만 가족 간의 성폭력은 이를 전면적으로 거스르며 피해자를 문명 이전의 세계로 추락시킨다.
여기, 한 가족의 자녀인데도 돌봄을 받기는커녕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은 11명의 몸, 파괴, 기억 혹은 기억상실, 그 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들은 어려서 자기 몸을 자각하기도 전에 가족이나 친지들의 성폭력에 노출됐다. 이것은 생애사가 형성되기도 전에 미리 박탈해가는, 돌이키기 불가능한 폭력이다. 아빠가 딸에게 같이 잠자리를 갖자고 했고, 오빠가 벗기고 만졌으며, 할아버지가 손녀 몸의 성장점검을 했고 그의 아들이 뒤이어 딸의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폭력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고, 같은 공간에 살면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피해자(생존자)들은 가해자에게 거부의 뜻을 강력히 나타내기도 했고, 그러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대부분은 엄마에게 구조 요청을 하거나 털어놨는데, 이들의 엄마는 가해자 또한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쌌다.
글을 쓴 11명의 생존자는 현재 20대, 30대, 40대, 50대로 다양한 나이대에 걸쳐 있다. 즉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 그리고 가족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디에나 있었고 지금도 있는,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는 오래된 이야기가 바로 ‘친족 성폭력’이다.
피해자들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일반적인 폭력이나 성폭력보다 친족 성폭력은 훨씬 더 강력한 상흔을 남겨 일정 기간 기억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강력한 돌풍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의 몇몇 저자가 30~4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폭력을 떠올리고 여기에 맞서게 된 이유다.
저자들이 책을 내면서 독자들과 사회에 바라는 것은 이 문제를 직면하길 꺼려하지 않고, 입에 담길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를 함께 내야만 그들이 살아온 현실과 세월이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저자

장화

저자:장화
1997년생.당시에는못견디게괴로웠지만,치료과정을통해나아지고있다고믿는다.현재는상담을마쳤고,대학생으로서제법즐겁게잘살고있다.

저자:불가살이
119구급대원이다.환자중성폭력피해자가발생하면인근해바라기센터로이송하는일을돕고있다.현재강박과불안에대한치료를받고있다.‘불가살不可殺이’는학대속에서도잘자란어린나에게죽일수없는존재라는뜻으로붙여주었다.

저자:김민지
1992년생.사회복지,상담심리를전공하고경찰학도공부하고있는대학생.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수료했다.친족성폭력생존자로서다수의매체에목소리를내고있고,‘공폐단단’으로활동하면서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일인시위를이어나가고있다.

저자:정인
1973년생.심리학을전공하고,현재는사회복지사로일하고있다.광화문광장에서매달마지막토요일‘공폐단단’활동을함께하고있다.

저자:희망
1968년생.심리학을전공했다.중학교상담사이며,성인상담도하고있다.친족성폭력기억이올라온후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1년간상담을받았고작은말하기모임에참석했다.더많은생존자가가해자와방관자에의한피해경험을안전하고자유롭게말할수있기를소망한다.

저자:최예원
1999년생.미술치료,DBT행동치료,트라우마로인한조울증약물치료등수많은치료를받아왔다.2017년부터2년여간한국성폭력상담소내집단심리치료를받았고현재는성매매피해여성기관에서집단심리치료를받고있다.

저자:엘브로떼
1977년생.상담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정신건강의학과부설상담센터전문상담사이자준법지원센터성폭력수강명령강사및전자발찌사범개인상담을하고있다.교도소성폭력사범집단상담과성폭력전자발찌사범집단상담을진행한바있다.

저자:명아
친족성폭력피해의여파에서막벗어나세상속으로들어가고있다.현재대학생으로상담심리학,사회복지학을전공하고있다.유튜브‘성피당당’과생존자모임‘말하다’를통해친족성폭력피해에대해알리고있다.언젠가‘반성폭력활동가’로불리는것이꿈이다.

저자:푸른나비
50대에들어선직장인.한국성폭력상담소작은말하기자조모임을시작으로,친족성폭력생존자로서피해사실에대해목소리를내고있다.가족-학대-성폭력현장에서일어나는친족성폭력에맞서언젠가우리의‘광장’을여는일에도움이되길바라며수많은사람과의연대를꿈꾼다.

저자:평화
이십대초반을막지났다.한때여러방송에나가목소리를냈지만요즘은조용히지낸다.상담,DBT,병원치료,약물치료,입원까지안해본치료가없으나이제는같이사는강아지등을몇번쓰다듬으면마음이조금가라앉는다.바다를사랑해서지금은물에서하는온갖일을한다.

저자:조제
인생의상처와화두를글로쓰고책으로만들며살아왔다.어린시절겪은부모의심한불화와알코올중독을동화『엄마아빠재판소』에,우울증경험을에세이『살아있으니까귀여워』에담았다.앞으로도읽고쓰고그리며계속살아갈것이다.

목차

추천서문_미투의사각지대에서일어나는성폭력,여성사물화의극단화|정희진여성학연구자
추천서문_죽고싶은데살고싶어서,광장을여는사람들|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추천서문_큰목소리로이름을불러본다|김영서,『눈물도빛을만나면반짝인다』저자

프롤로그:아무도알고싶어하지않는이야기

1장생존자의글|장화
2장무제|불가살이
3장그때난일곱살이었다|김민지
4장늘같은오래된이야기|정인
5장오이디푸스패밀리|희망
6장죽고싶지만살고싶어서|최예원
7장터널을빠져나와세상으로시선을향한다|엘브로떼
8장가해자사후에내린판결:세상에대한소고溯考,訴告|명아
9장나는아동친족성폭력생존자다|푸른나비
10장새|평화
11장내가살아남은이야기|조제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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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인은“내인생자체가친족성폭력과성폭력의역사다.이것없이는나를설명할수없다”고단언한다.희망은“이상처로부터치유되고회복되는건불가능하다”고말한다.예원은“내가살아야하는삶에선의란없었고,그길은외롭고험난했다”고고백한다.이책에서들리는목소리는이처럼치유는커녕어둠속에서아직빠져나오지못해헤매는이들의것이지만그래도이들은겨자씨만한희망을갖고자기인생에서도망치지않을것이라고말한다.그리고각자의방식으로삶을살아내며생존자들끼리서로응원하자고격려한다.추천사를쓴또다른생존자김영서작가는“독자들이읽기힘들더라도천천히,쉬엄쉬엄끝까지읽기를”권한다.이것은끔찍한그들만의일이아니라우리가연대해서해결해야하는‘평범한우리의문제’이기때문이다.


■책속으로
‘아빠가나를만졌어.오빠는내가꽃뱀이라비난했어.내가그일을성폭력이라말하니엄마는죽어버리겠다고했어.그래서내가아무것도못하고잘못했다고말하게만들었어.’
그런순간은내가다시그날,그순간으로돌아가게만들었다.숨을쉴수없고,두려운당시의감각이고스란히느껴졌다.그래서그들이내모든고통의원인이며날죽이려고하는이들이라생각하려고노력했다._23쪽

생존자가약자일수는있지만약한사람은아니다.단순히피해자가아니다.이자리에오기까지있는힘을다해달려온전사들이다.우리가너희와다르다고생각하지마.우리를보고스스로는그런일을겪지않았으니다행이라고,행복한거라고자위하지마.우리를그런불쏘시개로사용하지마.우리를측은하게도여기지마.나와너는동등하다._62쪽

바란것은그저내가원하지않는접촉을하지않는것뿐.잠을자고싶을때마음편하고안전하게잠들고만싶었다.이웃집을전전하고싶지않았다.흐린눈으로나를보지않기를바랐다.축축한손을기억하고싶지않다.그런느낌은아무리시간이지나도사라지지않고내몸과영혼에남는다._64쪽

가해자를이해하고사건의양상을이해하기위해시간을너무많이허비한사람으로서뭔가를말한다면,가해자가왜그런행동을했는지는중요하지않다.교통사고가났는데그사고의원인을아는것이무슨도움이되나.그사고때문에아픈데원인을알고가해자가죄책감을느낀다고해서아픈게낫는가._73쪽

만약신이내게생을되돌릴기회를준다해도내삶에는되돌아가고싶은지점이없다.그일을겪기이전의나자신을나는알수없다.이제내게주어진것은기억이전과그이후뿐이다.결코기억이전으로는돌아갈수는없다._180쪽

<추천사>
나는고통받는이들의호소에‘놀라는’이들이싫다.인간성숙함의첫번째지표는타인의목소리를듣는수용력이다.‘피해자’는피해그자체로서역할을다한이들이다.나머지는모두사회의몫이다.피해여성이범죄를증명하고싸워야할의무는없다.문제는이들의목소리를들을수있는사회의민주주의역량이얼마나되는가이다._정희진여성학연구자

이책에서우리는피해자가자기삶에서무엇을시도하며살아왔는지밑줄을긋게된다.동생,언니,엄마에게말하고,그녀들이겪을뻔한일을멈추게하고,아빠와오빠에게말하고,다른폭력을견디고,혼자있을수있는밤길과안전한공간을찾고,일을구하고,일정기간기억을봉쇄하거나,왜이런일이생겼는지탐구하는여정.그여정에밑줄을긋다보면우리는어떤사회적제도와안전망을보완해야하는지,어느길목을바꿔야할지고민하게된다._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그대들의글을읽으며놀라기도하고,아파하기도하고,눈물을훔치기도했는데드디어책으로출판되어더많은독자가이목소리를들을수있어참다행입니다.글하나하나에담긴삶의무게감이고스란히느껴져아팠지만결국은살아내고,글로써내어고통이기를멈춘삶의이야기를더많은이가만나게되기를바랍니다.그래서앞으로는우리와같은친족성폭력피해자들이혼자고군분투하지않기를,우리사회가그들의고통의시간을끝내기위해각자의자리에서할수있는역할들을해주기를기대합니다._김영서『눈물도빛을만나면반짝인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