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은“내인생자체가친족성폭력과성폭력의역사다.이것없이는나를설명할수없다”고단언한다.희망은“이상처로부터치유되고회복되는건불가능하다”고말한다.예원은“내가살아야하는삶에선의란없었고,그길은외롭고험난했다”고고백한다.이책에서들리는목소리는이처럼치유는커녕어둠속에서아직빠져나오지못해헤매는이들의것이지만그래도이들은겨자씨만한희망을갖고자기인생에서도망치지않을것이라고말한다.그리고각자의방식으로삶을살아내며생존자들끼리서로응원하자고격려한다.추천사를쓴또다른생존자김영서작가는“독자들이읽기힘들더라도천천히,쉬엄쉬엄끝까지읽기를”권한다.이것은끔찍한그들만의일이아니라우리가연대해서해결해야하는‘평범한우리의문제’이기때문이다.
■책속으로
‘아빠가나를만졌어.오빠는내가꽃뱀이라비난했어.내가그일을성폭력이라말하니엄마는죽어버리겠다고했어.그래서내가아무것도못하고잘못했다고말하게만들었어.’
그런순간은내가다시그날,그순간으로돌아가게만들었다.숨을쉴수없고,두려운당시의감각이고스란히느껴졌다.그래서그들이내모든고통의원인이며날죽이려고하는이들이라생각하려고노력했다._23쪽
생존자가약자일수는있지만약한사람은아니다.단순히피해자가아니다.이자리에오기까지있는힘을다해달려온전사들이다.우리가너희와다르다고생각하지마.우리를보고스스로는그런일을겪지않았으니다행이라고,행복한거라고자위하지마.우리를그런불쏘시개로사용하지마.우리를측은하게도여기지마.나와너는동등하다._62쪽
바란것은그저내가원하지않는접촉을하지않는것뿐.잠을자고싶을때마음편하고안전하게잠들고만싶었다.이웃집을전전하고싶지않았다.흐린눈으로나를보지않기를바랐다.축축한손을기억하고싶지않다.그런느낌은아무리시간이지나도사라지지않고내몸과영혼에남는다._64쪽
가해자를이해하고사건의양상을이해하기위해시간을너무많이허비한사람으로서뭔가를말한다면,가해자가왜그런행동을했는지는중요하지않다.교통사고가났는데그사고의원인을아는것이무슨도움이되나.그사고때문에아픈데원인을알고가해자가죄책감을느낀다고해서아픈게낫는가._73쪽
만약신이내게생을되돌릴기회를준다해도내삶에는되돌아가고싶은지점이없다.그일을겪기이전의나자신을나는알수없다.이제내게주어진것은기억이전과그이후뿐이다.결코기억이전으로는돌아갈수는없다._180쪽
<추천사>
나는고통받는이들의호소에‘놀라는’이들이싫다.인간성숙함의첫번째지표는타인의목소리를듣는수용력이다.‘피해자’는피해그자체로서역할을다한이들이다.나머지는모두사회의몫이다.피해여성이범죄를증명하고싸워야할의무는없다.문제는이들의목소리를들을수있는사회의민주주의역량이얼마나되는가이다._정희진여성학연구자
이책에서우리는피해자가자기삶에서무엇을시도하며살아왔는지밑줄을긋게된다.동생,언니,엄마에게말하고,그녀들이겪을뻔한일을멈추게하고,아빠와오빠에게말하고,다른폭력을견디고,혼자있을수있는밤길과안전한공간을찾고,일을구하고,일정기간기억을봉쇄하거나,왜이런일이생겼는지탐구하는여정.그여정에밑줄을긋다보면우리는어떤사회적제도와안전망을보완해야하는지,어느길목을바꿔야할지고민하게된다._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그대들의글을읽으며놀라기도하고,아파하기도하고,눈물을훔치기도했는데드디어책으로출판되어더많은독자가이목소리를들을수있어참다행입니다.글하나하나에담긴삶의무게감이고스란히느껴져아팠지만결국은살아내고,글로써내어고통이기를멈춘삶의이야기를더많은이가만나게되기를바랍니다.그래서앞으로는우리와같은친족성폭력피해자들이혼자고군분투하지않기를,우리사회가그들의고통의시간을끝내기위해각자의자리에서할수있는역할들을해주기를기대합니다._김영서『눈물도빛을만나면반짝인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