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 양장본 Hardcover)

봄의 제전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 양장본 Hardcover)

$29.97
Description
역사가 지워버린 행동 패턴들을 파헤치는
통찰력과 재치, 독창성이 빛나는 책!
모더니즘에 대한 도발적이고 불온한 재평가
현대는 전력 질주하는 삶으로 특징지어진다. 속도를 내는 이유는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전통적인 신념 체계를 무너뜨린 뒤 일시적인 것에 열중한다. 새로움과 발전 속에서 재조명해봐야 할 주제는 제1차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은 ‘현대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드리스 엑스타인스의 『봄의 제전』은 현대 예술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서 시작해 전장 깊숙이 들어간다. 제1차 세계대전은 피와 살의 싸움만이 아니었다. 폭발음과 함께 병사들의 살은 너덜너덜해지고 뼈도 봉분처럼 쌓였지만, 이는 병사들이 주로 중간계급 출신이란 점에서 차이가 났고, 그들의 머릿속은 이상적이고 고상한 것, 추상적 이념이라는 ‘현대성’이 지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엑스타인스는 예술과 전쟁을 한 책에 담아내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취한다. 제목은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발레에서 따왔으며, 이는 책의 주요 주제인 ‘움직임movement’을 암시하기도 한다. 전쟁 발발 1년여 전인 1913년 5월 파리에서 초연된 「봄의 제전」은 반란의 에너지와 희생된 제물의 죽음을 통해 삶을 찬미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술로 서막이 열리지만 독자들은 곧 900만 명의 희생을 목격하게 된다. 기존의 전쟁사는 늘 전략과 무기, 장군과 탱크, 조직과 정치가를 중심에 두고 서술해왔다. 전쟁과 문화 사이의 관계를 살피려는 관점은 거의 없었으며 일반 병사들 역시 가려져 있었다. 반면 이 책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이름 없는 병사들로, 바로 스트라빈스키가 내세운 희생 ‘제물’이다.
이 책은 20세기를 삶과 예술이 섞인 시대, 존재가 미학화된 시대로 규정한다. 저자는 역사 사료뿐 아니라 무용, 음악, 문학 등 현대 예술의 여러 장르를 분석해 하나의 정신이 관통하는 서사를 직조해낸다. 책 전체를 막과 장으로 진행시키면서 죽음과 파괴, 묘지를 지나 생성에 관한 논의를 한꺼번에 펼쳐놓는다.
저자

모드리스엑스타인스

ModrisEksteins(1943~)
라트비아출신의캐나다역사학자로독일현대사와문화의저명한학자이자저술가다.라트비아의리가에서태어난후침례교목사인아버지를따라어린시절캐나다로이민을갔다.이후토론토에정착해어퍼캐나다대학에장학생으로입학했다가토론토대학트리니티칼리지로옮겨졸업했으며동시에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도졸업장을땄다.이후옥스퍼드대학에서공부하면서로즈장학생으로1967년에학사학위를,1970년에박사학위를취득했다.1970년토론토스카버러대학인문학과에부임해가르치다2010년은퇴해명예교수가되었다.
대표적인저서로월러스K.퍼거슨상과트릴리움북어워드를수상한『봄의제전:세계대전과현대의탄생』이있다.『새벽부터걷기:동유럽,제2차세계대전,우리세기의마음이야기』는제2차세계대전중라트비아의역사를개인의회고와병치시켜서술한책으로캐나다에서논픽션문학에주어지는가장대표적인힐러리웨스턴상을받았다.『태양의춤:천재,위작,확실성의쇠퇴』는빈센트반고흐의엄청난사후성공을위조범오토바커의행적과함께조명함으로써2013년브리티시컬럼비아내셔널어워드를수상했다.
그의작품은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폴란드어,체코어,라트비아어,일본어,중국어로번역되어있으며,이번에출간된『봄의제전』은국내에처음소개되는그의저서다.

목차

서부전선
시작하며
프롤로그베네치아

1막
제1장파리
비전|1913년5월29일|샹젤리제극장|댜길레프와발레뤼스|반란|대립과해방|관객|성공으로서의스캔들

제2장베를린
베르사크룸|서곡|테크닉|수도|문화|문화와반란|문화로서의전쟁

제3장플랑드르벌판
낯선땅한귀퉁이|8월의포성|땅위의평화|그이유는|빅토리안종합|차에넣을꿀이아직남아있는가?

2막
제4장전쟁의제전
배틀발레|테마|가치전환

제5장광기안의이성
그들은이유를따질수없었다|의무

제6장성스러운춤
전쟁의신|무리

제7장내면으로의여행
예술로서의전쟁|형식으로서의예술|예술과도덕률|아방가르드

3막
제8장나이트댄서
새로운그리스도|스타|우리잊지말자|순회와상징|신세계와구세계|연상들

제9장기억
전쟁붐|죽음의삶|명성|구름곡예사

제10장끝없는봄
독일이여,깨어나라!|희생자영웅|삶으로서의예술|현실로서의신화|끝없는봄이다!

감사의말

참고자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역사가지워버린행동패턴들을파헤치는
통찰력과재치,독창성이빛나는책!
모더니즘에대한도발적이고불온한재평가

★월러스퍼거슨상,
★트릴리움북어워드수상
★뉴욕타임스,글로브앤드메일올해의책결선작


동료의터진뇌수는“시적산물”같아

제1차세계대전이일어나기전해스트라빈스키의「봄의제전」이초연됐고,이는현대를폭발적으로알리는기제가되었다.현대의관객은역사가들에게예술작품의주인공보다문화적정체성을더잘보여주는증거의원천이었다.이에저자는현대문화의역사란‘반응의역사’‘독자에관한이야기’‘관객의이야기’라고보며1장의상당부분을관객묘사에할애한다.
예술은교훈,도덕,합리성을초월해도발과이벤트가되었다.이것은삶을북돋는종교적힘을지니며,개인을통해달성되지만개인보다훨씬크다.러시아발레단단장댜길레프는프루스트나지드처럼예술가는도덕과무관해야한다고봤다.아방가르드에서흔히말하듯도덕은추醜의복수이며,미를향한해방은사회적집단의노력이아니라개인적인구원을통해서오는것이었다.
제1차세계대전에서수많은병사가죽어나가는가운데당대의예술가나비평가들은이를어떻게묘사했을까.로버트그레이브스는사람의뇌수가동료의모자에튀는광경을보고마치“시적인산물”같다고말했다.윈그리피스는아침에울리는포격소리를듣고는음악을떠올렸다.아름다운선율과관습적인화성을무너뜨리는새로운음악말이다.자크블랑슈는파리공습과함께스트라빈스키의「봄의제전」을머릿속에그렸다.이처럼예술계사람들은전쟁의광경및폭음을예술과연결시켰다.그들이보기에이전쟁에서유일하게얻을수있는것은예술로,이전의창작규칙을폐기하며,삶과함께움직이는경험이되는대단한무엇이었다.

최초의부르주아들의전쟁이자거대한노력

1914년프랑스와영국,독일에서전장에나간이들은봉사와의무관념으로충만한중간계급이었다.이전전쟁들이왕조간의전쟁,봉건적·귀족적이해관계의전쟁,군주간대립에기인한전쟁이었다면,제1차세계대전은최초의대규모부르주아전쟁이었다.따라서이들계급의가치가전쟁에서병사개인의행위뿐아니라군사조직전체,나아가전략·전술까지결정하는지배적가치가됐다.
영국은중간계급의가치들이사회구석까지침투한사회였다.진보라는세속종교,효용과성공,예의범절에대한집착,근면·인내·도덕적헌신,노력과봉사에대한존경은영국이이룬핵심이자또한영국의전쟁수행노력의중심이었다.프랑스의부르주아르네조아네도“부르주아지는본질적으로노력이다”라고주장했다.그러므로제1차세계대전도본질적으로는하나의노력이었다는게저자의주장이다.
독일은재빨리영국을주적으로삼았다.그들이보기에영국은속임수를쓰는부르주아사업가의나라였다.개인이득을좇는사업가처럼영국은제1차세계대전으로이어진1914년7월위기때처음부터중립이나프랑스지지를선언하지않았으므로전쟁책임이있다고비난받았다.즉행동해야할때하지않아서잘못했다는뜻인데,저자는여기서현대미학에버금가는논리를발견한다.즉살인자가아니라희생자에게죄를묻는것으로,당시행동하지않고생각하는것은그자체로기만,계산성,불성실을암시했다.반대로행동은해방적이며,삶이고,따라서행동하는자는잘못에책임이있다고할수없었다.이런논리는주로독일인으로부터나왔는데그들에게전쟁은미美와동의어였고,점점커지는전쟁참화는미학적의미의심화로간주되었다.
전장에나간병사들은전쟁에대한전망을알고싶어했다.하지만이들은눈먼장님처럼오로지코앞을헤쳐나가야하는현실에처했고,잡무(참호보수,변소파기,철조망작업,보초,장비청소,쥐와이잡기)에치여전쟁의의미와목적은생각해볼틈도없었다.
전쟁의목적이점점추상적으로흐르고전통적이미지에들어맞지않게될수록승리의의미도추상적으로변했다.병사는생존을위해자신을상상에내맡겼고,전쟁은갈수록개인적해석능력의문제가됐다.

전쟁에서생기와덕성을발견한독일

저자는문화를사회현상으로보고,모더니즘을20세기의주요충동으로여긴다.그러한관점에서이책은독일이우리세기의뛰어난모더니즘국가였다고주장한다.보통아방가르드는긍정적인느낌을주지만,돌격대는무서운의미를띤다.저자는이두표현사이에단순한군사적어원을넘어서는친연성이있을수도있다고지적한다.
“독일이러시아에선전포고-오후에수영.”이것은전쟁이벌어진1914년8월2일카프카의일기의간결한도입부였다.
그해여름날은길고햇빛이찬란했다.밤은포근하고달은휘영청밝았다.그러자사람들은집밖으로나와자신의감정과편견을공개장소에서드러냈다.그리고대중정서의이같은대규모표명은유럽의명운을좌우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좋은날씨에시민들은호전적애국주의를품고광장으로쏟아져나왔으며,독일은폭풍의근원이되었다.사실독일에서정치적주도권을잡은것은군중으로,저자는이들이신중한태도를완전히내던졌다고말한다.
1914년8월,대부분의독일인은전쟁이하나의관념일뿐남의나라영토를탐내며꾀한음모가아니라고이해했다.다시말해독일의확장은승리의소산,전략적필요성,독일의권리주장의부산물일뿐영토따위가핵심은아니었다.
저자는독일인의문학,철학,예술과국민의사고방식을들며이를문화사와연결한다.독일에서“전쟁이란바로시,예술,철학,문화에대한것이다.문화는바로전쟁의문제다”라고주장됐다.헤르만헤세도“나는전쟁의가치들을대체로꽤높이평가한다”고친구에게말했다.아이러니하게도전쟁은죽음이아니라삶의문제로,그것은생기와에너지,덕성을확인하는작업이었다.

영국,우월함과도덕적목적의식으로치른전쟁

한편영국인에게제1차세계대전은훨씬더넓은목표를띤전쟁이었다.이는영국의질서체제,다시말해독일과독일의내향적문화가대변하는모든것에의해공격받는듯한국가및국제체제를보존하기위한전쟁이었다.
저자는영국군이문명의기본인‘타협’이라고는모른채우월감과도덕적목적의식에서적과친목활동까지했음을중요하게다룬다(1914년크리스마스는영국군과독일군이서로형제처럼어울리고잠시휴전한너무나이례적인기념일이었다.저자는병사들의편지를통해이기이한크리스마스의상황을주목한다).독일인에게예의범절이뭔지를,신뢰란어떤것인지를제대로가르쳐주겠다는오만함이었다.실제로독일군과대면해서도에드워드헐스같은영국인은독일인을무시하는태도를유지했다.
파멸에대한불길한예감과얼마간의예술적·지적활기에도불구하고,순응과현실안주,나아가자부심은영국에서가장확고히자리잡고있었고,체면과예의,노력이라는여러가치가전쟁의상황과얽혀드러났다.

현대전의새로운양상

제1차세계대전에서는방어가곧승리였다.공격은방어보다훨씬더취약한상태로병사들을내몰았기에전통적인관념은뒤집혔다.공격을감행하다무인지대에서무더기로희생자가된병사들이제1차세계대전의대표적인이미지가됐다.프랑스군과영국군은공격할때면패했지만,독일군의공격에맞서수비할때면적을종이인형처럼쓰러뜨릴수있었다.이러한전쟁에서영웅은‘제물’이되었다.
방어의중요성을인식함으로써,그리고소모전의이념을실천함으로써독일인이가장먼저전쟁의규칙들을뒤집기시작했다는사실은결코우연이아니다.독일은전쟁전부터서구의사회문화적·정치적규범들을쉽게의문시하며,오래된확실성을해체하고새로운가능성의도래를기꺼이옹호하는나라였다.따라서독일인은전쟁규칙들을확대해석하는데거리낌이덜했고,국제적관행을끊어내는데도떳떳했다.
독일병사들의의무관념은관념론으로가득했다.영국과프랑스의의무가역사의식에뿌리를둔다면,독일의의무는신화로서의역사,현재와미래에대한시적정당화로서의역사라는시각을대들보로삼았다.괴테,바그너및독일문화의만신전萬神殿에모셔진모두가전쟁의제왕이됐다.전쟁은자체의도덕적가치를지녔다.
참전군인일부가아예공격을경험한적이없었던것도이전쟁의특징이다.장기간전방복무에도불구하고적을구경조차못하거나,어떤병사들은4년반동안경미한부상만입고전쟁에서살아남았다.전선의일부지역은아주잠잠했다.그런까닭에비판가들은베르됭과솜,이프르에서조차대규모포격과공격은드물었으니참상만강조하는것은왜곡이라고말한다.오히려대부분의시간동안병사들이느낀건지루함이었다면서.
저자는이처럼제1차세계대전을‘공포대지루함’의이분법적논쟁으로보는것이잘못됐다고지적한다.정말중요한것은1916~1917년전쟁국면의더넓은맥락적의미,그국면과이전전쟁의형태들과의관계,가치및기대체계와의관계다.그리고여기서(느낌보다는)‘전방front’경험이실제로‘변경지대적frontier’경험,다시말해그함의에서보면완전히새로운어떤것에대한경험이라는게핵심이다.
독일은제1차세계대전에서전통적인패턴들을바꿔놓았다.우선함대가잠수함으로뒷받침되던전쟁양상에서이들은잠수함을부각시킴으로써전략적사고의패턴을변화시켰다.무제한잠수함작전에의의존과더불어군인과민간인,중립국과교전국구분을거부함으로써독일은전쟁을총력전의영역으로끌고갔다.도덕률의국제적기준도고무줄처럼늘여놓았다.그러므로1915년은‘이행의해’였다.가스,잠수함전쟁등새로운아이디어들이시도됐기때문이다.1916년은새로운전쟁의도래와수용을목격하게되는가장놀라운해였다.구조와전복,독일은이것을원했고,이는바로제1차세계대전의핵심이었다.

***

전쟁은시작부터상상력을자극했다.역사상어떤4년도공적사건과관련해이토록많은증언을낳지는못했다.화가,작가,성직자,역사가,철학자등이눈앞에펼쳐지는드라마에참여했다.전쟁전만해도희망의문화이자종합의비전이었던모더니즘은악몽과부정의문화로탈바꿈했다.
전쟁은그거대한기념비적특성으로,그리고시간이흐르면서그어마어마한형용불가능성으로독특한매혹을자아냈다.하지만900만명이죽고2100만명이부상당했다.전쟁이그런희생을치를만한가치가없었다는생각에직면하자사람들은사고자체를회피하더니금세정치적책임이있는자들과군인정치꾼들에게거부감을느꼈다.이로써어디서나세를얻게된것은좌파였다.좌파의성장은구질서의파산으로간주되는현실과그에따른급진적변화에대한욕망을반영했다.좌파의이런급부상은그러나결국더오른쪽극단으로움직인우파의‘신보수주의’를강화하는것이었다.
삶의의미라는근본적질문에답할수없어지면서사람들은의미가삶자체에,순간의생생함에있다고주장했다.그결과1920년대에는향락주의와나르시시즘이나타났다.러시아발레는한물갔고,전쟁이전에나타났던모더니즘은주도권이미국으로넘어갔으며,월가는‘언제나행동하며뒤돌아보는법이없는’대담무쌍한미국의상징이되었다.
이전쟁의진실은무엇일까?목소리들은여기저기로갈라졌지만,그안에서일치하는하나의목소리가들렸다.이것은비극적이고무익한유럽의내전이었으며,일어날필요가없었던전쟁이라는목소리였다.전쟁은이후파시즘에의미를부여하게되며,1920년대후반~1930년대초전쟁문학붐을일으킨다.여기서전쟁은더이상역사가아니라예술의문제가된다.
제1차세계대전은독일과모더니즘전반에있어심리적전환점이었다.창조하려는충동과파괴하려는충동은자리를맞바꿨다.진짜전쟁은1918년에끝났다.그뒤로는기억으로위장한상상이전쟁을집어삼켰다.많은이에게전쟁은어처구니없던짓이됐는데,그러나그것은전쟁경험자체때문이아니라전후경험이전쟁을정당화하는데실패했기때문이다.이상주의는니힐리즘으로끝났고,생명으로시작했던것은죽음으로끝났다.그리고1914~1918년의경험으로부터형성된시각속에서한사람이나타난다.바로히틀러다.